어제 드라마 『아이가 다섯』에서는 남주인 '안재욱'이 여주인 '소유진'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이 나왔다. 안재욱은 집 마당으로 나와 소유진에게 전화를 걸었고 소유진은 자신의 방에서 전화를 받다가 '당신 노래 잘한다던데 지금 좀 불러달라'고 말했다. 안재욱은 그래서 수화기 너머로 '젝스키스'의 <커플>을 나름의 발라드 버전으로 불러주었다. 소유진은 수화기 너머에서 연인의 노래를 들으며 행복해했다. 안재욱이 노래를 불러주던 장면을 그의 장모가 우연히 보게된다. 이 지극히 사적인 장면을.



그러자 이십대 중반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간혹 회사의 비상구 계단을 찾는데, 그때도 회사의 비상구 계단에 가고 싶어 빼꼼 문을 열었던 거다. 그런데 거기엔 이미 나보다 먼저 울 회사 남자동료인 L 이 와있었다. 내게서 등돌리고 있었으므로 그는 나를 보지 못했는데, 그는 수화기 상으로 상대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있었다. '신해철'의 <일상으로의 초대>였다. 


나는 너무 놀라서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문을 살짝 닫고 나왔다. 그리고 이 일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당사자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너무나 사적인 장면이기도 했지만, 회사에서 내가 아는 동료 L 은 누군가에게 노래를 불러줄만한 사람으로 상상되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러나 사실 동료로 만나거나 친구로 만난 사람이 연인으로서는 어떤 모습일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는 내게 그저 느리고 답답한 동료였는데 연인에게는 노래를 불러주는 사람이었던 거다. 우리는 그 사람과 사귀어보기 전에는 그 사람이 어떤 모습의 연인일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십대 중반에 내가 사귀었던 남자는 주변인들로부터 싸가지 없다는 평을 듣는 사람이었다. 말투가 틱틱거리기 때문이고 도무지 다정한 말투를 쓰지 않기 때문이었다. 나조차도 처음 그에 대한 인상은 재수없다는 게 먼저였다. 말을 왜 저따위로 한담, 하면서. 말투 기분나쁘다고 말해야겠어, 라고 벼르던 참에 어쩐지 나도 모르게 그와 연인이 되어있었고, 연인인 그는 틱틱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말을 어찌나 잘듣는지, 나는 뿌듯하기까지 했더랬다. 나보다 나이도 훌쩍 많은 남자가, 성격도 나쁜 남자가, 내가 하라는대로 다 한다는 뿌듯함. 나한테 어쩌다 쌀쌀맞은 말투로 말할라치면 그저 나는 '너 지금 나한테 쌀쌀맞게 말하는거냐'는 표정으로 놀라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그는 이내 다정해졌다. 그의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다는 게 너무 짜릿했다. 


시간이 지나 나는 그 직장을 관뒀고, 그때 상대에게 노래를 불러주던 L 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 노래를 불러주던 그 상대와 결혼할걸까, 라고 혼자 쓸데없는 생각을 해보았다. 



극중에서 소유진은 아이가 셋이고 안재욱은 아이가 둘이다. 한쪽은 이혼으로 그리고 한쪽은 사별로 각자의 배우자를 잃어 둘다 싱글인 상태인데, 아마도 이 둘이 나중엔 함께 살기 때문에 제목이 '아이가 다섯'이 된 게 아닐까 싶다. 뭐,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추측이다. 그런데 어제 내가 본 마지막 장면에서는 안재욱이 소유진에게 '나는 재혼생각이 없는데, 그렇다면 당신에게 나쁜 놈입니까' 라고 묻는다. 소유진은 자신이 다시 연애를 한다면 하고 싶다고 생각한 위시리스트를 만들어두었었는데, 그걸 연인이 된 안재욱에게 건네면서 맨 마지막 한줄을 찢는다. 그때 그 한줄에는 '함께 행복하게 살기'라고 적혀있었다. 자신의 처지와 또 안재욱의 처지를 아는 이상 결혼을, 그러니까 재혼을 바라는 게 어렵다는 걸 알고 있고, 그래서 혹여라도 그게 부담이 될까, 안재욱에게 건네기 전에 찢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소유진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라는 소원을 갖고 있었다. 안재욱은 현재 처갓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고, 그런 상황이니만큼 자신이 재혼을 말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신의 마음이 더 커지기 전에, 관계가 더 깊어지기 전에 '나는 재혼생각이 없다'는 것을 상대에게 알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자신의 연인에게 그 생각을 알린다. 


내가 1인1피자에다 내가 만든 알리오올리오 스파게티, 거기에 와인을 곁들여 보다말다 보다말다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소유진도 그 상황을 '알고는' 있었다. 그렇기에 마지막 한 줄을 건네지 못한 것이었고. 그러나 '알고있다'고 해도 정작 그 말을 들었을 때에는 서운했을 거다. 안다고 해서 다 받아들여지는 게 아니니까. 본인이 재혼 생각이 없었다 해도 상대로부터 그 말을 듣는 건 또 다른 거니까. 서운하지만 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래 그렇지, 하면서.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서 관계가 더 깊어지고 마음도 더 깊어지면, 결국 안재욱의 마음도 바뀌지 않을까? 함께 살고 싶은 걸로? 








어제는 일어나서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게 됐다. 이게 뭔 특집인지 몰라도 연속방송을 해주길래, 연속해서 세 편을 내리보았다. 교회를 갔다가 집에 돌아온 엄마는 소파에 앉아있는 나를 보시고는 '너 내가 나갈때부터 이거 계속 보고있는 거냐' 하셨고, 나는 '응' 했다. '야, 너 밥은 안먹고 이거 보고 있는거냐?' 하셨고 나는 '밥은 먹었어'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뭘하든 밥은 먹는 거니깐요. 어쨌든,


당시에 꼬박 챙겨보진 않았어도 재미있게 보던 드라마였는데, 지금와 다시 보니 허술한 부분이 많다. 대사도 그렇고. 게다가 그 때는 완벽해보였던 삼식이가, 다시 보니 그냥 .... 한국남자더라. 삼순이 데꾸 무작정 화장실 들어가서 기습키스를 하는 것도, 어릴 때라면 두근거리며 봤을 것 같은데 하나도 안멋졌다. 게다가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보여주겠다'며 오천만원짜리 수표를 찢을때는, 그 허세와 유치함, 멍청함에 뒤통수를 세게 갈겨주고 싶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라, 라고. 내가 그를 사랑했다면 그 순간 정나미가 떨어졌을 듯. 그래서 삼순이도 그를 포기했지만..... 음... 그런데, 삼식이가 삼순이를 안아주는 장면이 너무 좋았다. 계속계속 생각났다. 역시 사랑하는 사람의 포옹은 힘이 세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삼순이는 삼식이를 잊겠다며 한라산 등반을 한다. 비가 세차게 오는데도 굳이 한라산에 오른다. 자기만의 의식이다. 나라면 비 오는 한라산에 오르지 않겠지만, 어쨌든 삼순이는 그렇게 삼식이를 잊고 싶었다. 그래서 정상에 올라 그 비가 오는데 세차게 부르짖는다.



삼식아 이제 너랑은 진짜 쫑이다!!



뭐, 그렇게 말한다고 정말 마음이 깨끗하게 쫑으로 가겠느냐마는, 어쨌든 그녀는 그녀만의 의식을 치른다. 그런데 그 곳에, 삼식이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비가 오는데, 삼식이가, 한라산 정상에서 삼순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삼식이가 삼순이를 찾아 한라산에 왔다. 삼순이는 한라산에서 삼식이를 볼 거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를 잊으려고 갔지만, 그 곳에서 삼식이를 본다. 여기까지만 보고 내가 일자산을 가는 바람에 그 뒷편들을 보지 못했는데, 그 뒤가 어떻게 되더라... 어쨌든, 한라산에서 만나는 사랑하는 사람이라니. 삼식아, 내가 나의 일정을 알려줄테니 베트남에, 뉴욕에, 마이애미에, 벨기에에 먼저 가서 나를 기다려주지 않겠니?







아, 다른 얘긴데, 『아이가 다섯』에서 남자와 여자는 서로 존대를 한다. 직장에서는 남자가 팀장이고 여자가 대리인데도 하대하지 않는다. 사적으로는 연인관계인데도 서로 존대한다. 이거 너무나 좋다.


그러니까 이 페이퍼의 결론은, 

내가 주말 내내 텔레비전 앞에서 살았다는 거다.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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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2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3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5-02 1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안재욱, 소유진 드라마 이야기 읽다가 생각났어요.
프렌즈의 에피소드, 기억이 당연히 안 나죠~~ 거기에 이런게 나오더라구요.

피비가 마이크와 동거를 하기로 합니다.
같이 있다가 마이크가 나 빨래하러 집에 가야돼~ 하면서 텔레비전 보다 일어서니까 피비가 아... 네가 간다니 싫다. 마이크가 나도 싫어. 그래도 가야 돼. 그럼, 가지마. 엉? 가지 마? 그래, 가지 마. 그래, 우리 같이 살면 안 가도 되겠네. (정확한 건 아니구요, 대충 이런 뜻) 그래서 동거를 하기로 합니다.

친구들은 결혼은 언제할 거냐며 피비에게 바람을 넣고, 피비는 결혼은 무슨.... 아니야~~ 하면서도 은근 기대를 갖게 되죠.
친구들이랑 짐 옮기면서 말이죠. 자연스럽게, 그냥 자연스럽게 나중에 결혼할 수도 있고~~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마이크가 정색을 하며 말합니다.
혹시, 네가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말하는데, 나는 결혼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있어.
난 앞으로 결혼은 안 할 거야, 절대로.
그러니까 피비가 그래 알았어. 나도 그래. 결혼하겠다, 뭐 그런 생각은 없어.
그래도 앞일은 모르는 거니까, 또 혹시...
그러니까 마이크가, 아니... 내 생각은 절대 변하지 않아. 절대.

친구들은 짐을 다 옮겼는데, 낑끼대며 무거운 소파를 옮겼는데, 피비는 마이크와 살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같이 살면 결혼할수도, 싫어지면 헤어질 수도 있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는 같이 살고 싶지 않아.
마이크가 말합니다. 네 생각이 변할 수도 있잖아.
피비가 말합니다. 네 생각은 변할 것 같니?
마이크가 말합니다. 아니.
피비가 말합니다. 그럼 나도 아니야.

소유진은 서운하지만 안재욱을 배려해 맨 마지막 줄을 잘라냈고
피비는 그래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마이크와 헤어지더라구요.
피비가 참.... 대단하다... 대본이 참 좋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나, 이 댓글도 참 기네요. 이걸 오늘 내 페이퍼로 해줘요~~ ㅎㅎ


다락방 2016-05-03 09:49   좋아요 0 | URL
이것이 댓글이든 페이퍼이든 참 좋네요. 사람일은 모르는건데 `내 생각은 절대 변하지 않아`는 말이 안되는 것 같아요. 어쨌든 현재는 고집인거죠. 피비가 말한것처럼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 같이 사는 건 되게 부질없고 무의미한 것 같아요. 뭐가 됐든 한 번 해보가, 가는데까지 가보자, 했어야 그들 사이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건데 말이지요.

피비가 정말 대단하네요. 거기에서 같이 살지 않겠다, 선언하는 게 참 어려운 일이었을 것 같은데요. 같이 살기로 결심했었다면 일단 엄청 좋아한거잖아요. 그런데 `이 놈하고 더는 안되겠구나` 하고 좋았을 때 잘라낸거잖아요. 어휴... 대단하다 ㅠㅠ


마지막 줄을 잘라낸 소유진의 마음도 알겠고, 더 마음이 깊어지기 전에 `재혼 생각 없다`고 말한 안재욱의 마음도 알겠어요. 다 알겠는데, 저는 최근에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너무` 배려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제대로` 배려하는 게 아니라고요. 배려만 하다가 돌아서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사랑한다면 배려도 중요하지만 내 욕심을 말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배려만 하다가 남남되기가 더 쉬운 것 같아요...

네꼬 2016-05-02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주말 = 엘리멘트리 (<-넷플릭스여서 광고가 없다는 게 함정....)

다락방 2016-05-03 09:50   좋아요 0 | URL
엘리멘트리는 무엇인가, 검색해보았더니 미드로군요. 저는 현빈과 안재욱의 시간들... ㅎㅎ

꿈꾸는섬 2016-05-02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 TV앞에서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도 어제 안재욱이 소유진에게 노래불러주는 거 봤어요.
연애할때는 그런 게 좋은건가봐요. 저도 연애할때 수화기너머 불러주던 노래소리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함께 살면서 그런 낭만은 이제 없어졌어요.ㅜㅜ

다락방 2016-05-03 09:52   좋아요 0 | URL
티비 앞에 앉으면 안되는 게, 한 번 앉으면 계속 앉아있게 돼요. 저는 제가 삼순이 세 편을 볼 줄은 정말 몰랐네요. 일자산 갈 거 아니었으면 끝까지 다 봤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어휴 사람을 그냥 바보로 만들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계속 앉아 있어요, 하염없이.... 하하하하하

연애할 때는 다 좋죠. 노래 불러주는 것도 좋고, 밥 먹는 것도 좋고, 웃는 것도 좋고... 연애니까 그런가봐요.

유월 2016-05-02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통수을 갈겨주고 싶을때쯤 삼순이가 쌍욕을 날려주는게 그 드리마의 매력이었죠 :)

다락방 2016-05-03 09:53   좋아요 0 | URL
확실히 삼순이는 삼식이에 비해서 나았어요. 삼식이는 과거의 연인을 제대로 정리도 못한채로 갈팡질팡하면서 새로운 사람에게 하염없이 흔들렸죠. 그건 둘 다에게 못할 짓인데 말예요. ㅜㅜ

건조기후 2016-05-03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브로큰 잉글리쉬의 그 줄리앙이 [연인]에 나오는 거 알았어요? ㅎㅎㅎ 필모그래피 보니까 연인 각본에도 참여하고 동생역으로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동생은 무슨 동생 제인 마치한테 동생이 있었나 하고 연인 다시 봤어요 ㅋ 처음엔 우는 얼굴이라 몰라봤는데 나중에 보니 그대로더라고요.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6-05-04 08:32   좋아요 0 | URL
아니 건조기후님도 이 영화를 보신겁니까! ㅎㅎㅎㅎ
멜빌 푸포가 연인에 나왔었다니, 건조기후님 얘기 듣고 검색해보니 오, 그렇군요! 연인은 하도 오래전에 봐서 진짜 기억도 안나요. 거기서 동생이라니...
저 지금 멜빌 푸포 필모그래피 검색하고 [로렌스 애니웨이]에 주연으로 나왔다는 거 보고서는 이거 다운 받으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 남자 너무 좋아요. 줄리앙 좋음 ㅠㅠ 목욕탕 씬 기억나요, 건조기후님? 안고서 계속 뽀뽀해주잖아요. 애정표현을 안하고는 못견디는 남자 같아요. 좋음 ㅠㅠ

건조기후 2016-05-04 11:3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예전에 이 영화 얘기하셨을 때 봤는 줄 알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안 본 거 같아서 주말에 다운받아 봤어요. 안 본 게 맞더라고요 ㅎㅎㅎ 줄리앙 멋있어요 ㅜㅜㅜㅜ 처음에 작업걸 때는 느끼하고 유치했는데 연애하는 모습은 참 따뜻하고 포근하고.. 어휴. 좋더라고요. 저도 보고 너무 좋아서 다른 영화도 보려고 하는데 보고 싶은 게 다운 안 되는 게 많네요 이런 ㅜ

다락방 2016-05-04 11:4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로맨스 영화 보고 싶었는데 다운 안되는 게 너무 많아요. 그래서 로렌스 애니웨이 보려고요. 이건 다운 되더라고요. 처음에 작업걸 때는 저는 훅 가겠더라고요. 되게 뭐라그래야하지, 세잖아요, 강하게 훅- 들어온달까. 그래서 꼼짝없이 끌려가게 만드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강한 남성 이미지. 제가 강한 남성을 또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또 막 알고보면 다정하고 ㅋㅋㅋㅋㅋ 그렇게 강하게 매혹적으로 훅 들어와서는 욕실에서 계속 뽀뽀해주는데 진짜 짱멋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연애랑 섹스 끊었는데(응?) 그 장면 보니까 끊지 말아야겠다고..의지가 흐물흐물 약해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조기후 2016-05-04 12:04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는 당신이 이상형이라면서 꼬실 때 아우 제발 그런 말 좀 하지마 라고 소리지를 뻔했어요 ㅎㅎㅎㅎㅎ 근데 그 때 진짜 멋있긴 했어요 목이 훅 파인 티셔츠에 모자 ㅜㅜㅜㅜㅜ

다락방 2016-05-04 12:10   좋아요 0 | URL
아 이렇게 얘기하다보니까 또 보고싶네요. 그리고 이 남자 나오는 로맨스 영화 또 보고 싶어요. 이 남자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또 다정한 모습을 잔뜩 보여주는 그런 영화요.

그런데 마지막에 약간 불안하기도 했어요. `나랑 한잔 더할래요?` 라고 묻잖아요. `당신은 비행기를 놓치겠지만` 이라고 말하면서요. 이 남자는 이 여자를 정말 좋아하는데, 좋아하긴 하는데, `지금 이 순간` 이라는 게 너무 강하게 느껴지는 거에요. 좀 더 미래를 얘기해줘도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욕실에서도 폭풍뽀뽀해주면서 `다른 여자가 좋아지면 헤어질 수도 있지` 라고 말하는 게 서운하더라고요. 맞는 말인데, 그래도, 뭐랄까 좀... ㅠㅠ 그렇게 다정하게 애정표현을 쉬지 못하면서 너무 현실적인 말을 했달까요. 그래서 이 남자 너무 좋긴한데 여자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의 이미지 보다는 `순간적이고 강렬한 사랑`을 할 것 같은 이미지에요. 그건 그대로 좋지만, 그래도 ㅠㅠ

건조기후 2016-05-04 12:47   좋아요 0 | URL
음 근데 저는 조금 다르게 보였어요. 지하철에서 여자를 보고 몇 마디 나누는 동안 표정이 약간 굳어 있잖아요. 그리고 막 초조하게 다리를 떨고 있는 모습이 잡혀요. 저는 그 다리 떠는 장면이 되게 좋더라고요. 처음부터 순간적인 낭만으로만 생각했다면 감정에만 충실하면 되는 거고 고민같은 것도 하지 않았을텐데, 남자는 그렇게 다리를 떨면서 앞으로 이 여자와 함께 어떻게 살아갈지 현실적으로 고민하고 있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마도 결과적으로는 순간적인 사랑이 될 수도 있고 오래도록 운명같은 연인으로 살 수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순간을 즐기자는 마인드는 아닌 것 같았어요..

다락방님이랑 나는 왜 다 반대죠? ㅎㅎㅎ 다른 여자가 좋아지면 헤어질 수도 있다는 말도 저는 그래서 더 좋더라고요. 오히려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당신밖에 없어 영원히 당신뿐이야 그랬으면 제발 그런 말 하지말라고 진짜 소리쳤을지도 몰라요 ㅎㅎ 그렇게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을 하면서도 남자는 파리에서 여자의 전화를 기다렸어요. 그런 말을 들었으면서도 여자는 남자를 찾기 위해 파리로 떠났고요. 그렇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잊지 못 하고 결국 이어지는 게 진짜잖아요.. ^^

다락방 2016-05-04 13:55   좋아요 0 | URL
크- 저 그 다리 떠는 장면 진짜 좋아해요. 남자가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여자를 딱 만나고 긴장하고 초조해하는 게 다 드러나는 장면이잖아요. 저는 그 마지막장면을 전체적으로 너무나 좋아해요. 그리고 건조기후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처음부터 `너만 영원히 사랑해` 같은 건 사실 너무 상투적이고 말도 안되는 소리고요. 저였어도 만약 `너만 영원히 사랑해`라고 한다면 `니가 지금이나 그렇지 사람 일 모르는거다` 라고 반응했을 거에요. 근데 이게 또 막상 직접적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를 들으면 되게 서운하더라고요. 다 알고 맞는 말임에도 말이에요. 그래서 참 제 마음을 저도 잘 모르겠는거죠. 왜 며칠전에 제가 [아이가 다섯] 페이퍼 썼잖아요. 거기에서 소유진도 알고 있거든요. 우리에게 재혼이 힘들거다, 이 부분은 조심해야 한다, 이거 다 알고 있었지만 막상 안재욱으로부터 `나는 재혼생각 없어요` 라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너무 아픈 거죠. 그런 거에요. 알고, 맞는데, 그렇다고 내 기분까지 `응 그 말이 맞지!`이러면서 좋아지는 건 아니라는 거죠.

지하철에서의 줄리앙의 모습은 저는 정말 솔직해서 좋았어요. 우연히 만나게 된거잖아요. 예기치 못한 곳에서요.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당황한 걸로 보였거든요. 물론 좋아했던 사람이고 연락을 기다렸던 사람이니 만나서 좋은 것도 있고 떨리는 것 초조한 것도 있었겠지만, 그것 말고도 약간 신경질적인 당황스러움도 좀 있었던 걸로 보였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초조하게 막 고민하다가, 머릿속이 막 돌아가다가 가방가지고 여자 손 잡고 내릴 때는 이미 `어떻게 해야할까`에서의 답이 내려진거겠죠. 그 순간 제가 노라였다면 저 역시 기꺼이 비행기를 놓치는 쪽을 택했을 거에요. 이렇게 좋은 남자 다시 만나기 힘들테니까요. 그깟 비행기가 대숩니까...

흑흑 너무 좋아요 ㅠㅠ

건조기후 2016-05-04 15:35   좋아요 0 | URL
며칠 전에 쓰신 아이가 다섯 페이퍼가 지금 열심히 댓글 달고 있는 이 페이퍼네요 ㅎㅎㅎ
네 다락방님 말씀처럼 그런 마음도 알겠는데 제가 취향이 약간 달라서 그런가봐요. 저는 그렇게 다 아는 이야기 굳이 말로 하는 게 때로는 더 애틋해서 좋을 때가 있더라고요.
저도 마지막이 정말 좋았어요. 앞으로 어떤 관계가 될 지 알 수도 없는 남자를 보기 위해 미국에서 프랑스까지 가는 건, 그럴 수는 있지만 쉬운 일도 아니고 좀 비현실적인 일인데, 남자의 반응이 표정이 몸짓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그런 비현실적인 상황이 확 와닿더라고요..
좋네요. 영화가 좀 밍밍한 것 같으면서도 잔잔하니 좋아요.

다락방 2016-05-04 15:40   좋아요 0 | URL
이 페이퍼가 그 페이퍼였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요. 미국에서 프랑스까지 좋아하는 남자를 찾아 간다는 게 일단 흔하지 않은데, 그것도 `서로 좋아하고 사귀는 연인사이다`라는 확신도 없이 무작정 가는 거잖아요. 그러니 가서는 그 사이에 남자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거나 상황이 다른 식으로 흘러갈 수도 있는데 그렇게 훌쩍 떠나는 게 비현실적인듯 하면서도 또 없을 것 같진 않은 일이에요. 저도 언젠가는 그래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분명히 있었거든요. 음..

그런데 가서 전화번호를 잃어버리다니, 아아, 얼마나 날벼락같은 일입니까. 내가 여기까지 왜 왔는데...그래서 전화번호 잃어버리고 호텔 냉장고에 있던 술 꺼내서 마시고 멘붕에 빠져 퍼져있던 노라가 완전 절절하게 이해돼요.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전화번호가 없어, 나는, 이제, 어쩌지, 나는, 어째야하지.. 라는 기분이랄까.

그런데 이 영화의 가장 큰 비현실성은 남자주인공의 외모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무슨 우연히 만나서 사랑에 빠졌는데 그 남자가 키도 크고 잘생기고 연하이고 나를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