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나라의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성착취 인신매매범은 나이지리아와 태국, 동유럽 국가들에서 성노예 여성들을 실어 나른다. 그들은 이것이 투자할 만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위험 부담은 낮고 수익률은 높은 산업인 것이다. (p.182)




한 사람이 완벽하게 모든 면에서 선할 수는 없다. 의도적으로 혹은 의도치 않았는데 나쁜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 때로는 알면서도 선한일을 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 그런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자기 안의 모순과 수없이 맞닥뜨릴 것이다.


나의 경우, 비행기 한 번 타면 말짱 꽝이 되어버린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고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닌다. 가급적 비닐을 쓰지 않기 위해 애쓰고 가급적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해 가끔 시위에 나가기도 하지만, 사실은 돈으로 하는 게 가장 쉽다고 생각해 <한국 여성의 전화>, <유니세프>, <DSO>, <국제엠네스티>에 정기후원을 하고 가끔 다른 단체나 정치인에게 기부를 한다. 나는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과 여성들을 돕고 싶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 또한 지구가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데도 힘을 보태고 싶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고기를 먹고 있고 비행기를 탄다.


나보다 더 많은 것들을 나보다 더 열심히 행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그러다가 '하지 않는 게 더 좋은 일'임을 알면서도 내 인생의 즐거움이란 생각에 놓지 못할 것이다. 내적갈등과 모순속에 갈등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거겠지. 그러면서 수시로 더 할 수 있는 건 뭘까를 고민하기도 할테고, 내가 과연 포기할 수 있는 건 뭘까를 생각해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의 6장은 <인신매매로 사라지는 소녀들>이란 제목을 달고 있고 부제는 '해체된 구소련 국가들'이다. 해체된 구소련 국가들. 가난한 나라, 직업을 구할 수 없고 미래에 대한 가망이 없어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고 싶어하는 소녀들. 그 소녀들은 더 넓은 세상, 더 잘 사는 나라에 성매매여성으로 팔려간다.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일자리는 가보고나면 성매매업소였고, 일단 그곳에 도착한 이상 여권도 빼앗기고 강제로 감금된다. 너를 여기까지 데리고 오느라 돈이 들었다며 갑자기 그녀에게 빚을 덮어 씌우고, 그녀가 도망가거나 반항하지 않게끔 여러차례의 강간과 폭력으로 항거불능의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첫 사례는 덴마크에서 벌어진 성매매였다. 덴마크... 덴마크라고? 거기 행복지수 높다던 선진국 아니었어?



이 책의 7장은 <유엔 평화유지군이 지나는 자리> 이며 소제목은 '보스니아와 코소보' 이다. 나는 갑자기 왜 유엔 평화유지군이 나오는지, 그러니까 좀 생뚱맞은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나쁜 상황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왜 유엔 평화유지군이 나와?


7장은 6장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렇게 가난한 나라에서 일자리가 없었던 여자들이 끌려간 곳에서, 그 여자들은 유엔평화유지군을 만난다. 아니, 유엔평화유지군에게 당한다. 평화를 유지하고 불행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거라고 기대되어졌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오히려 여자들을 그리고 미성년자들을 불행으로 끝없이 몰아넣고 있었다. 인신매매 당한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평화유지군들이, 경찰들이 그녀들을 돕기는 커녕 그녀들을 이용한다.




모니카가 이어서 하는 말이 더욱 가관이었다. "손님 상당수가 유엔 평화유지군 소속 군인과 경찰관이었어요.  현지 사람을 도와주러 파견 온 사람들요. 그들에게 도와달라고 애원했죠,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지만요." 보스니아 전쟁이 끝난 후 유엔은 수천 명의 평화유지군을 파견했다. 명목상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체제를 안정시키고 법과 질서를 재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역 주민 아무에게나 물어보면 두둑한 월급을 받는 평화유지군이 도착하고 얼마 안 가 인신매매범들과 그 피해자들이 생겨났다고 말해줄 것이다. (p.204)




유엔평화유지군이 반드시 선함을 의미하진 않을 것이다.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체제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건, 그들이 해야하는 맡은 바 '일'이었을 것이다. 그 일을 하라고 월급을 받는 것일테고. 그러니 그들이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개인의 즐거움을 위해 산다고 한들 그들을 비난할 순 없다. 한 인간이 온전히 선할 수 없듯이, 유엔평화유지군도 온전히 선할 수 없는 개인들일 테니까.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해서는 안되는 일'은 분명히 있다. 즐거움 때문에 포기하지 못하는 일들이야 수없이 많겠지만, 그러나 즐거움 때문에 허락되어서도 안되는 일들. 그것이 바로 인신매매이고, 인신매매로 인한 성매매이고, 게다가 그 안에 갇힌 미성년자 성매매일 것이다. 성매수는 경찰들 내에서도 해서는 안되는 일로 정해져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한다. 여자들은 자신들이 납치되었음을, 끌려왔음을, 나이가 어린것을 얘기하고 도와달라 말하지만, 그들은 그 사실을 무시한다. 그 때의 유엔평화유지군이 맞닥뜨리는 건 평범한 인간이 맞닥뜨리는 '내 안의 모순' 혹은 '내적갈등'과 다르다. 그들은,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 그들은 '피해자'들을 만들어낸다. 그들은 가해를 하고 있다. 폭력을 저지르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치고 있고, 다른 사람에게 큰 트라우마를 주고 있다. 그들은,



성폭력 가해자가 되고 있다.




"유엔 평화유지군이 있는 곳이면, 인신매매범들은 반드시 따라옵니다. 오늘날 유엔의 가장 큰 수치인데도 책임자들은 그저 어깨를 들썩이고는 눈을 감고 말아요." (p.206)




그들이 그런 일을 벌인다는 걸 내부에서 모르는 바가 아니다. 안다. 게다가 그곳에서 탈출한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들이 싫다고 하는데도 자신을 강간한 자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고, 그렇게 그들을 짚어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다.




모니카는 집에 가는 교통편을 거부하고 사라예보에 남아 자신의 포주와 착취자 들을 밝혀내겠다고 용기를 냈다.



"나를 요청하는 손님 누구나와 섹스를 해야 했어요. 하룻밤에 최소한 세 번 이상이었고, 어느 날은 일고 여덟 명까지도 됐죠. 대부분 미국인이었어요. 그들은 재미를 보고 싶어했고, 얼마나 무례하게 구는지, 그 행태를 상상도 못 할 거예요. 그들은 늘 만취해서 큰소리로 여자애들을 조롱하고, 우리를 그냥 쓰레기처럼 대했어요. 그런 행동들을 못하게 막고 싶습니다. 그들은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요. 나뿐 아니라 이런 상황에 처한 소녀들에게 옳지 않아요."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대부분의 손님들이 유엔 평화유지군이나 나토의 평화정착유지군Stabilisation Force(SFOR), 유엔 국제치안임무군the International Police Task Force(IPTE)-1990년대 후반 보스니아의 국가 재건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만든 치안경찰-소속이었다고 한다. 파괴된 국가를 재건하는 임무를 띤 이들은, 도망가게 도와달라는 모니카의 요청을 모두 외면했다. "그들은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왜냐면 이런 종류의 술집에 가는 것 자체가 규정 위반이라서 곤란하다고 했어요. 만약 나를 돕는다면 자신들이 해고될 거라고요. 나는 혼자서 상황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했죠."

경찰서에서 모니카는 IPTE 소속 경찰 네 명과 유엔 평화유지군 소속 네 명을 성매수자로 지목했다. 그녀는 법정에 가서 증언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지만 끝내 기회를 얻지 못했다. "내가 고향에 보내졌기 때문이에요. 영문을 모르겠어요. 무슨 이유인지 납득이 안 가요. 나는 집에 가려고 서두르지 않았거든요. 처음부터 나는 다른 피해자들이 또 생기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든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몹시 화가 나요. 나는 정의가 있다고 믿어왔지만 전혀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 반드시 무슨 일이든 해야 하는데, 사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숨기기에 급급할 뿐이에요." (p.207-208)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행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규정에 위반된다는 것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했다. 도와달라는 요청을 무시하면서 그들은 자기의 욕구를 채우기에 급급했다. 욕구. 욕망. 성욕. 대체 남자들의 성욕이란 무엇인가. 그것이 어떻게든 해소되어야만 삶이 유지되는 것인가. 왜 성욕에 그들 스스로는 갇혀 버렸는가. 여자들이 없는 곳에서라면 어떻게 살건데. 그 성욕은 본능으로부터 온것이니 땅바닥에 구멍을 뚫어 할 것인가? 다른 남자들을 강간할 것인가? 상대가 없는 곳에서라면 할 수 없을 것이고, 상대가 없다면 해서도 안되는 것일텐데, 그런데 그들은 상대를 기어코 강제로 만들어내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욕이라는 핑계로 뒤로 숨을 게 아니라, 그들안에 내재된 폭력성에 더 두 눈을 부릅떠야 하는 게 아닌가.




미국에서 10년간 경찰을 하다가 1999년 자원해서 보스니아에서 일을 하게 된 '케이시 볼코백Kathy Bolkovac'은 내부고발자가 된다. 자신이 속한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그 일에 결코 눈감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너무나 어리고, 너무나 연약한, 그저 서구에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자발적으로 집을 떠난 소녀들이었어요." 볼코백은 회상했다. "자신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인신매매범과 포주 들에게 협박당한 상태였죠.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소녀를 갑자기 사창가에 데려다놓고는 일을 시작하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그 일을 하게 하려면, 끔찍한 트라우마를 남길 만큼 강간하고 학대해서 자포자기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죠" (p.212)




그러나 내부의 일을 알게 되고 가담자들을 찾아내려고 했던 케이시 볼코백은 해고당한다. '정신적으로 방전' 상태라며 업무에서 배제되고 조작된 근무시간 기록표를 이유로 해고된다. 그녀는 열심히 누구보다 일을 잘 해내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녀가 항의해봤지만 조직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짐을 싸면서도 그는 위협을 느꼈다. 어떤 동료들은 그녀의 목숨을 걱정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왜 그녀는 본연의 업무에서 배제되었느냐고 내가 다시 물었다. "최일선에서 인신매매된 여자들을 인터뷰한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IOM 프로그램을 거친 인신매매 여성들을 하나하나 전부 인터뷰했죠. 그리고 자신이 맡은 임무에서 매우 매우 뛰어났어요. 그러면서 이런 피해자를 확산시킨 거대한 성범죄에 IPTE도 관여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중이었죠." 볼코백은 자신을 미국에서 채용했던 영국 용병업체 다인코프를 상대로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했다. 2002년 영국 남부 해안의 사우샘프턴 재판부는 전원 일치로 볼코백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녀가 지목한 몇몇 경찰은 해고됐지만, 보스니아에서 복무하는 동안 받게 되는 기소면책권 때문에 아무도 처벌받거나 기소되지 않았다. (p.215)



볼코백은 승소했지만 그러나 다시 같은 일자리에 돌아갈 수 없었다. 그녀를 써주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일을 담은책 《내부고발자The Whistleblower》를 썼다.

















찾아보니 아직 국내에 번역된 책은 없는 모양이다. 자, 출판사 여러분들, 이 책 어서 빨리 번역해줘요. 빨리요!



이 책은 레이철 와이즈 주연의 영화로도 나와있다고 하는데, 나는 들어본 적이 없어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영화인지 검색해 보았다. 오, 있다! 게다가 네이버 굿다운로드도 가능하다!
















볼코백은 자신이 나선게 무슨 소용이었을까 후회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나섰기 때문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여자 전쟁》의 '수 로이드 로버츠'는 과연 그 변화가 가능했을까, 가능할까를 의심한다. 그건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볼코백의 용기와 대담함, 그녀가 한 일에 대해 받는 칭송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과연 변화를 가져왔을까? 슬프게도, 젊고 취약한 여자들을 납치하는 성산업이 대규모 남성 인력을 동원하는 국제 평화유지군 주둔 지역과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경향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제 입증되어 명백한 현상이 눈앞에 있는데도, 지휘구조의 최상층부에서 이를 덮으려고 시도 하는 것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p.216-217)




몇 해전에 국내 SNS 에서도 '경찰이라니 가해자인줄' 해시태그가 유행한 적이 있다. 우리는 숱한 폭력의 피해자들로부터 경찰에 신고했지만 도움받지 못했다는 말을 듣지 않았던가. 피해자의 편이 되어줄거라고 생각한 경찰이, 약자를 보호해줄 거라 생각한 경찰이 그러나 약자의 편이 아니라는 걸 안다는 건 얼마나 기운 빠지는 일인가.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




평화유지군이 코소보에 처음 도착했을 때, 현지인들은 비로소 세르비아인의 공격으로부터 벗어나 알바니아계 지역사회를 재건할 수 있도록 군인들이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들을 환영했다. 하지만 이제는 소위 보호자라는 이들 평화유지군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미 프리슈티나 시내는 성착취 인신매매 산업으로 곪을 대로 곪은 흔적을 곳곳에 품고 있다. 다락방에 갇힌 여자들로 운영되는 클럽, 마사지숍, 비밀 업소들 말이다. (p.222)




남자들은 인신매매를 하고 강간을 하고, 그런 일들을 서로 감싸준다. 여자들은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그들을 본국으로 보내려고 노력한다. '셀리아 드 라바렌' 역시 인신매매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이 곳에서 저 곳으로 계속 이동하며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돕는다. 그말인즉슨, 이곳과 저곳 어디에서도 인신매매 피해가 있고, 그녀가 기습해야할 성매수가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셀리아 드 라바렌과 그녀의 STOP 팀은 2년간 처음에는 보스니아에서, 그다음에는 코소보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 아직까지 발칸 반도에서 일하고 있다. 수백 개의 술집과 클럽을 기습 단속해 폐업 시켰고, 수많은 젊은 여자들을 도와 본국에 돌려보내거나 사회 복귀 교육을 시켰다. 유엔 직원들이 라이베리아로 이주하면서 평화유지군의 성욕 해결을 위해 아시아와 북아프리카 그리고 발칸반도에서처럼 동유럽의 가장 가난한 나라의 여자들이 인신매매를 통해 들어오자 셀리아는 또다시 그곳에서 같은 임무를 부여받았다. (p.224)



피해여성들이 용기를 내어 가해자를 지목하고 또 증언하려고 하는데도, 어떤 여성들은 내부고발자가 되어 조직의 범죄를 드러내려 하는데도, 또 어떤 여성들은 계속해서 여기저기로 이동하며 피해자를 본국으로 돌려보내려고 하는데도, 또 이렇게 수 로이드 로버츠처럼 그런 일을 바깥으로 보도하려 하는데도, 남자들이 성욕을 핑계로 어린 소녀들을 납치해 감금하고 성폭행 하는 일들이 지속될까봐 무섭다.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을 찾아간 소녀들을 비롯해서, 하교 후에 갑자기 길거리에서 납치된 소녀들이 계속해서 발생할까봐 무섭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결코 해서는 안되는 일들을 지속해나가며 그것을 단순히 쾌락을 위한 걸로 소비하는 남자들이 계속 존재할까봐 무섭다. 이 지독한 일들이 계속해서 반복되면 어떡하지?




셀리아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긴 했지만, 사라예보에서 '사창가 소탕'을 함께 한 지 12년 만에 비로소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됐다. 스페인의 한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그녀는 우리가 발칸반도에서 함께 목격했던 일들이 현재 라이베리아에서 똑같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녀들은 여권을 빼앗기고, 방에 갇혀서 강간당하고, 강제로 약물에 취하고, 두들겨맞고,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어요. 그리고 손님은 그 옛날과 똑같아요. 이른바 '국제평화유지군' 말이에요." (p.225)




어떻게 해야 그들이 이 끔직한 짓을 멈출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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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레이디 크레딧]여성이란 점을 이용하기
    from 마지막 키스 2022-04-08 08:39 
    몇해전에 (아마도) 시사인을 통해 사채업자들의 기사를 읽게 됐다. 사채업자들은 주로 여성에게 돈을 빌려주는데 여성들이 더 잘 갚기 때문이었다. 여성들에게 네 남편에게 알리겠다, 네 가족에게 알리겠다, 네 자식이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알고 있다, 라고 협박하면 여성들은 어떻게든 기어코 돈을 갚으려고 한다는 것. 경제적으로 취약했던 여성들이 사채를 한 번 빌리고 나면 지옥으로 발을 들여놓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김주희'의《레이디 크레딧》을 어젯밤 자기 전
 
 
단발머리 2019-04-22 17: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노골적인 성산업 뿐만 아니라, 여성을 ‘성의 도구‘로 착취하는 산업이 얼마나 거대한지, 얼마나 강력한지 알게 되었어요.
이 책의 저자인 수로이드 로버츠만 이 사실을 고발하는게 아닐텐데요...
인구의 반인 여성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런 고통 속에 묶어 놓을 수 있는 이 강력하고 파괴적인 힘의 근본은 뭘까요.
정말 어떻게 해야 이 끔찍한 범행들이 멈춰질까요...

저도 반 이상 읽었는데 아직 페이퍼를 하나도 못 썼네요. ㅠㅠ 얼른 따라갈께요.

다락방 2019-04-24 09:56   좋아요 0 | URL
수 로이드 로버츠만이 이 사실을 고발하는 게 아닐뿐더러, 세계 곳곳에서 여자들이 옳지 못하다고 부르짖고 있는데도 이 거대한 여성혐오 세상은 바뀌지를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책 읽다가 유엔평화유지군이 성매수에 적극 가담하는 걸 보고 너무 놀랐어요. 실망했고요. 실망하는 자신에게 또 놀랐습니다. 아, 내가 아직도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구나, 그 성별에게.. 그 성별을 여전히 인간으로 대하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여성들은 계속 피해자들을 구해내려고 하는데, 성매수를 하고 강간하는 남성들이 너무 크고 넓게 퍼져있고 힘도 세서 도무지 세상이 바뀔것 같지가 않아요. 수차례 절망하다가, 그래도, 그래도 하면서 또 기운을 내곤 합니다.

단발머리님, 천천히 따라와요, 천천히. 열심히 따라오다가 지치면 안되니까요. 우리 천천히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