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텔레비젼 채널을 돌리다가 한 프로그램에 이수정 교수님이 나온 걸 보게됐다. 본인의 일에 대해 능력을 인정받고 프로가 된다는 건 진짜 근사한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이수정 교수님 책이 읽고 싶어져 벼르고만 있던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다녀왔다.

저렇게 멋진 여성을 보면 '나도 저렇게 될 수 잇을까' 생각해보곤 하는데, 아아, 내게는 너무 먼 길이고, 나는 너무나 부족한 인간이다. 나는 저렇게 멋있게 될 수는 없을거야,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그렇지만 이렇게 멋있는 여성이 좀 더 많아지고 좀 더 자주 보여진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부장제의 창조]를 쓴 '거다 러너'도 그렇게 멋진 여성중의 한 명이다. 나는 책을 펼치자마자 나오는 <감사의 글>에서 이 부분을 보고 완전 반해버렸다.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의 대학원은 1981년 여름연구비와 연구보조원을 위한 연구비를 지급함으로써 이 책을 위한 나의 연구를 지원해 주었다. 위스콘신동창회연구재단이 나를 1984년 우수중진연구교수로 지명함으로써 한 학기 동안 강의를 하지 않아도 되었고, 그 덕분에 최종수정을 하고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 (p,6)




아아아아 뭔지 잘 모르지만 어쨋든 능력을 인정받아 강의 하지 않고 연구를 지원받았다는 건데, 너무 멋지지 않은가. 어떻게 살면 저렇게 되는가. 나란 사람은 지극히 평범하여 지금 그냥 보통의 직장에서 보통의 일을 하며, 이렇게 시간날 때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전부인 사람인데(사실 뭐 커다란 야망 같은 것도 없지만), 그래서 아마도 곧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보며 노후를 대비해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거다 러너는 지원받아 연구를 하고 책을 썼다. 멋져... 이렇게 멋지게 살 수 있도록 합시다, 여러분.



[가부장제의 창조]는 어렵다. 지금 막 이 채의 3장까지 마쳤는데, 아마도 4장부터 본격적으로 불붙지 않을까 싶다. 3장까지 읽는데 메소포타미아 문명 얘기가 나오면서, 나는 인터넷으로 메소포타미아를 검색해봐야 했다. 학교다닐 때 공부 좀 열심히 할걸 ㅠㅠ 들어본 말인 건 알겠는데 뭔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되어가지고, 역시 사람에게는 배경 지식도 넘나 중요한 것이야. 



자, 이번에는 서문에서 가져온다.



대본 소도구, 무대세팅, 연출을 남성이 꽉 잡고 있는 한 '평등한' 역할을 얻는 것이 자신들을 평등하게 해주는 것이 아님을 여성들이 이해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이것을 여성들이 깨닫고, 막 사이에 혹은 연기 도중에 서로 모이고 이것을 어떻게 할 것 인가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할 때, 이 연극은 끝난다.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듯이, 사회의 기록된 대문자 역사를 보면 수천년에 걸친 연기에 관한 이야기가 오직 남성들에 의해서만 기록되고 그들의 말로써 얘기되어 왔다는 것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그들의 관심은 대부분 남성들에 관한 것이었다. (p.29)




<제1장 기원들> 은 차분히 읽으면서 줄을 그을 수 있었는데, 2장과 3장은 너무 어렵다. ㅠㅠ 학교때 공부 안한 나 미워...  이 책 어려워 ㅠㅠ 여러분 4월달엔 이보다 좀 쉬운 걸로 골라보도록 하겠습니다. 



책을 읽다가 '이난나' 라는 여신에 대해 나오는데, 딱히 자세한 설명이 있는 건 아니고 이렇게 되어 있다.



엔케두아나는 평생 동안 수메르의 여신 이난나(Inanna,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 신전에서 가장 중요한 여신. 사랑, 다산, 전쟁의 여신. 하느린 안과 달-신 난나의 딸로 간주된다-옮긴이)를 섬기는 사제로 헌신했기 때문에 그녀의 임명은 수메르의 여신 이난나와 아카디아(고대 메소포타미아의 한 지방-옮긴이)의 여신 이슈타르(Ishtar, 고대 수메르와 메소포타미아의 여신, 사랑과 다산의 여신이며 대기의 신 아누의 딸이다-옮긴이)와의 결합을 상징하였다. (p.116-117)



여신 이난나에 대한 엔케두아나의 시와 찬가는 그녀가 죽은 후에도 오랫동안 살아남았다. 사르곤이 죽은 후 우르의 새 통치자가 그녀를 고위사제직에서 물러나게 하자, 그녀는 여신 이난나에게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을 원래의 직위로 돌려놓아 주기를 요청하며 새 통치자가 행한 처사의 부당함을 긴 찬가에 썼다. (p.117)



이난나? 이난나는 내가 몇해전에 읽어두려고 보관함에 넣어두었던 터키 소설의 제목이 아니었나? 자, 검색해보자.

















오오, 맞다맞다 진짜 기억력 천재다. 

이 책 읽어 보고싶어서 보관함에 넣어두고 사지는 않았었는데(응?), 그때 이난나는 그저 여자주인공의 이름이겠거니 했더랬다. 그런데 이난나는 사랑과 전쟁, 다산의 여신이었구나. 지금 보니 책 제목에도 조그많게 사랑의 여신이라고 써있네. 오오, 몇 해전보다 지금 더 저 책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이난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지금 저 책은 내게 이난나에 대해 가장 잘 말해주지 않을까 싶다. 


음, 지금 보니 작가가 남자인데.. 음.... 그래, 기회가 되면 읽어보는 걸로... 음..... (오 예~ 도서관에 있다. 나이쓰~)




아무튼 가부장제의 창조 3장까지는 어려운데, 메소포타미아 문명 사람들이 이름도 어러워서 그런 것 같아. 하아- 이름도 어려워, 이름도...



그래도 계속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통주의자들은 당연히 남성지배는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대답한다. 이 주장은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는 것은 하느님에 의해 그렇게 창조되었기 때문이라고 종교적 용어를 사용하여 제시되기도 한다.
전통주의자들은 알려진 모든 인간사회에서 발견되는, 여성과 남성에게 다른 일과 역할을 배정하는 현상인 ‘성적 비대칭‘(sexual asymmetry) 현상을 여성과 남성의 지위에 대한 증명이자 그것의 ‘자연스러움‘을 확인시켜 주는 증거로 받아들인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어성은 신의 계획에 의해 남성과 다른 생물학적 기능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다른 사회적 임무에 배정되어야 한다. 성별분업(sexual division of labor)을 결정짓는 성차(sex difference)를 하느님이나 자연이 창조했다면, 성불평등과 남성지배에 대한 책임을 아무에게도 물을 수 없다. - P35

프로이트에게 있어서 정삭적 인간은 남성이었다. 그리고 그의 정의에 의하면 여성은 남근(男根)을 가지지 못한 일탈적 인간이며 여성의 모든 심리적 구조는 이 남근결핍을 보상하기 위한 투쟁에 모아져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프로이트 이론의 많은 측면들이 페미니스트 이론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곤 하였지만, 여성의 ‘해부학은 운명이다‘라는 프로이트의 선언은 남성우월주의적 주장에 새로운 생명과 힘을 불어넣었다. - P39

사유재산을 획득하게 되자 남성은 그것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상속자에게 물려줄 방법을 찾다가 일부일처제 가족을 구성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하였다. 혼전순결에 대한 요구와 결혼에서의 성적 이중기준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함으로써 남성은 자손이 적자임을 확신할 수 있었고, 그래서 자신의 재산상 이익을 지킬 수 있었다. - P43

레비-스트로스는 이렇게 말한다.


결혼을 구성하는 교환의 총체적 관계는 한 남성과 한 여성 사이에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남성들로 구성된 두 집단들 사이에서 성립된다. 그리고 여성은 동반자 중 한 명이 아니라, 교환의 대상물건 중 하나일 뿐이다. -- 대체로 그렇듯이, 이것은 소녀의 감정이 고려되었을 때조차도 마찬가지이다. 계획된 결합에 순종하면서 소녀는 그 교환이 일어나도록 허용하거나 촉진시키지만, 그녀는 그 교환의 성격을 바꿀 수는 없다.


레비-스트로스는 이 과정에서 여성이 ‘사물화‘된다고 한다. 여성은 탈인간화되며 인간이라기보다 물건으로 생각된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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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3-17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 레비-스트로스의 분석은 얼마나 적확한지... 우린 그 언설을 실시간으로 매일 듣네요. 단톡방 재연 화면으로도요.
저도 이 책 읽기 어려워 지지부진합니다만,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당!
다락방님, 굿나잇^^

다락방 2019-03-19 10:39   좋아요 0 | URL
요즘 단톡방 사건 터진 건 사실 들켰다는 차이만 있을 뿐 굉장히 남자들 사이에 흔한 일일거에요. 아오 징그러워요.

이 책 어렵기는 하지만, 누군가 이렇게 어려운 내용을 연구하고 글로 써줬다는 게 진짜 대단해서 감탄하게 돼요. 세상에 똑똑한 여자가 이렇게나 많다니! 하게 된달까요.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