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혼술을 하면서 무얼 볼까,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볼까, 무해한 박보검이 나오는 <남자친구>를 볼까 고민하며 술상을 차리는데, 내가 나에게 보낸 예약문자메세지가 왔다. <차이나는 클라스>에 '이상희 박사'가 나온다는 문자. 내가 엊그제 나에게 보낸 예약문자. 이거 놓치지 말자, 하고.

















우리나라 고인류학박사 1호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이상희 박사의 <이상희 선생님이 들려주는 인류 이야기>는 내가 사서 읽고 조카에게 선물했다. 조카가 이 책을 다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인류학이라니, 나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분야라서 나는 <인류의 기원>보다 아이를 대상으로 한 책을 먼저 읽어야하는 게 아닌가 싶었더랬다.


어제 여동생에게 텔레비젼에서 이상희 박사 강의한다고 말했더니 여동생도 부랴부랴 틀고 보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 우리나라 고인류학 박사 1호이고, 지금 미국에서 교수로 있다, 는 얘길 하는데, 여동생이 너무 멋지다고 감탄했다. 분야별로 관심있어서 전공자가 있다는 게 너무 짜릿하다는 거다. 여동생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바로 어제 아침에 내가 '뉴욕 검시관' 얘길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의학과 과학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여자.

















의학과 과학을 사랑한다는 얘기를 책에서 읽으니 나는 자연스레 생물교사인 여동생 생각이 났고, 생물을 사랑하며 학생들에게 생물을 가르치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는 동생인지라, 아니나다를까, 이 책에 대한 얘길 해줬더니 너무 좋아했다. 동생도 이 책 다 읽으면 빌려달라길래, 어제 주문했다. 요즘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었다가 좋으면 사는 패턴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또 안읽은 책은 안사는 게 아니야? 계속 산다.



그렇게 의학과 과학을 사랑하는 여자 얘기를 오전에 하고 고인류학 박사 얘기를 밤에 하노라니, 각자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똑똑함을 드러내는 여자를 보는 게 너무 좋고 짜릿한거다. 이건 일전에, 정치를 하고자했던 '엘리자베스 워런' 에게서도 느꼈던 바다.

















요즘 읽는 페미사이드 에서도 마찬가지. 두 명의 저자가 이것은 이상하다, 연구해봐야 한다 며 연구를 시작해 써낸 책이다. 게다가 혹여라도 자기들이 뭔가 놓치진 않을지 우려해 끊임없이 그에 대해서도 밝히고 있다. 자기가 연구하는 분야의 전문가이며 혹여 놓치지 않을까 하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까지. 너무 근사하지 않은가!


















아, 그러고보니 아이들 데리고 고래를 연구하려고 배를 탔던 여자 생각도 난다. 세상엔 고래를 연구하는 여자도 있어!! 














아, 그리고 작년에 내가 읽었던 최고의 책, 최고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셸리도 있다!! 엄청 똑똑해. 이런 어마어마한 소설을 써내다니!!

















이렇게 각자의 분야, 심지어 내가 관심도 없었던 분야에서 열심히 전문적 지식을 쌓고 자신의 할 일을 하며 경험을 쌓은 여자들을 보는 것은 너무 좋다. 그것을 자기 혼자만 아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자 힘을 쓰는 여자들을 보면 진짜 너무 기운이 나고 힘이 되는 거다. 너무 멋져, 대단해! 이런 여자들이 있어서 아 세상에 이런 직업도 있구나, 아 이런 걸 연구할 수도 있구나, 생각할 수도 있고, 혹시 그렇다면 나도? 하며 이상으로 삼을 수도 있다. 너무 근사하지 않나.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맡은 역할로 세상의 많은 다른 여자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세상에 그것보다 더 멋있는 게 어딨을까.


부검의로, 고인류학자로 당당하게 우뚝 서서 똑똑한 여자들을 보니 너무 좋았다. 나는 이런 거 진짜 너무 좋아.

그런 한편, 아,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데 생각이 미치자 우울해졌다.

나도 뭔가 용기를 주는 사람이고 싶은데, 나는....뭔가 전문 분야가 없네. 자, 이 여자를 봐라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 하고 보여줄 만한 게 아무것도 없네. 언젠부턴가 나는 내가 어릴 적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을 것을 너무나 후회하고 있다. 내가 학창시절에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면, 지금쯤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나를 보며 용기 뿜뿜할 수도 있었을텐데! 왜 나는 공부하지 않고 인생을 그냥 흥얼흥얼 되는대로 살았던가.... 아, 과거의 나여..돌아가라, 돌아가서 공부를 하라...Orz



그러나 시간을 되돌릴 수 없고, 설사 내가 다시 태어난다 해도 지금 이 순간 바로 즉시는 곤란하다. 무얼할 수 있을까, 무얼해서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다가, 나는 이렇게 용기를 줄만한 다른 여성들을 소개하는 걸로 내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 자 여러분 이거봐요, 뉴욕에서 시체를 해부하는 여성이 있어요, 의학과 과학을 사랑한답니다. 자, 여러분 이거 봐요, 대한민국 고인류학자1호는 미국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어요. 자 여러분, 고래를 연구하는 여자도 있습니다. 여러분, 여성혐오살해와 남성폭력에 대해 분노하며 글을 쓰는 여자들이 있어요. 가난이 대물림 되는 것은 이상하지 않냐고 정치를 하는 여자도 있어요. 세상 그 무엇보다 근사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소설가도 있어요. 우리는 언제든 어떻게든 여러가지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똑똑한 여자들의 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여자들의 글을 지금보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소개해야겠다. 이렇게 작고 약한 나, 이렇게 나약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중에 하나가 그것일 것이다.

아 진짜 똑똑한 여자들의 글을 읽는 거 세상 신나고, 나도 똑똑해지고야말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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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12-06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문과라서 그런지 과학 공부하는 여자, 수학 잘 하는 여자가 마냥 멋져보여요!
저도 모르게 여성에게는 금지된 영역이다,라고 생각해서 그럴까요? 한계와 편견을 넘어선 여자들 정말 대단해요.

그리고... 다락방님 용기 주는 사람이예요.
다락방님의 위대한 여성 소개와 ‘해봅시다!’그리고 ‘컴온!!!’을 들을 때마다 전 용기가 막 샘솟아요!!!! 퐁퐁!! 퐁퐁!!

다락방 2018-12-06 10:30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단발머리님. 우리 사회가 언제부턴가 이과를 더 높이, 더 멋지겨 쳐줬던 것 같아요. 특히나 이과 남성들은 그 부심이 대단한것 같고.. 그럴 필요가 없는건데 말입니다.
그래도 수학잘하고 과학 잘하는 여자 보면 멋져요. 너무 멋져요. 그리고 그런 여자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남자들이 이과영역을 더 잘한다, 남자들이 수학 잘한다, 같은 걸 우리가 듣고 자라지만 않았어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여자들이 이과 영역에 진출해있을 텐데요. 아쉬워요.


헤헤, 해봅시다와 컴온이 용기를 준다 하시니 계속 하겠습니다.

해봅시다!
컴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스피 2018-12-07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성을 압도하는 이과 여성(법의학자)이 나오는 추리 소설도 있는데 바로 본즈시리즈에요.미드 본즈의 원작소설인데 읽으시면 재미있으실 거에요^^

다락방 2018-12-07 08:04   좋아요 0 | URL
본즈 시리즈가 뭔가요? 그냥 본즈 시리즈라고 검색하면 무슨 만화만 나오는데요...

비연 2018-12-07 09:32   좋아요 0 | URL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84824

이 책인데... 품절된 듯...

다락방 2018-12-07 09:36   좋아요 1 | URL
방금 중고책으로 주문했어요. 회원중고 최상 있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배송비 내고 주문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