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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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진보와 보수 문제는 프레임이다


언어학을 정치에 적용하고  전 세계 지식인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문제작 코끼리는 생각하지마가 10주년전면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저자 조지 레이코프는 인지언어학의 창시자로  세계적으로 가장 저명한 언어학자로 손꼽힌다고 한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을 선택하는가?"란 문구가 인상적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들을 대변해줄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정 반대의 사람을 뽑는다고? 왜?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나도 그랬던 것은 아닐까 기억을 떠올려본다. 지금껏 내가 알지못했던 정치의 세계를 알게 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 책이다. 정치, 언어학, 프레임등 다소 거부감이 느껴지는 단어들이 머릿속을 어지럽게는 하지만 프레임의 덫에 걸린 세상을 명쾌하게 해부하고 전 세계 지식인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바로 그 책이라는데 궁금증이 앞선다. 피케티의 통찰, 기업의 지배, 새로운 쟁점들, 프레임에 대한 오해와 질문들이 새롭게 펼쳐지고 정치를 떠나 무엇보다, 자신의 '뇌'가 타인의 것이 아닌 자신의 것이 되기를 바라는 이들에 권한다는 추천문구에 한번 읽어봐야겠단 충동이 드는 책이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는 2004년 초판 출간되었다. 10년이나 지난 이야기가 지금 상황에도 적용이 될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 이 개정판은 10년전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은 것이 아니라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왜 민주당이 다시 프레임 전쟁에서 지게 되었는지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밝힌다고 한다. 미국 진보진영에게 충격적이고 우울한 한해 출간된 이 책은 조시 W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 공화당이 장악할 때 진보진영에게 패배의 이유를 속시원히 제시함으로써 진보 세력의 필독서가 되었고 그 이후 많은 정치인들의 필독서도 되었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도 연설에서 이 책의 저자 레이코프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하니 많은 정치인들이 찾아봤다는 이야기에 끄덕이게 된다. '이익'에 대해 언급하기를 삼가고 미국 전체를 서로 보살피는 한 가정으로 묘사하며 시민들 서로에 대한 감정이입과 책임에 대해 반복해서 이야기해서 미국인들에게 보편적인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얼핏 드는 생각은 많은 정치인들이 이 책을 통해 진정한 목소리보다 사람들의 '뇌'를 홀리는 '말', '비법'을 배우려 들지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면서 그 반대로 나는 그런 말에 속지 않기 위해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눈돌리고 싶은 정치! 하도 뒷북치고 답답한 행동만 보여주기에 보기도 싫지만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내가 뭘 봐야하는지 이 책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눈감는다고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우리 정치를 이해하기 위해 신경 수준까지 파고 들어가야 할까? 그렇다. 어떤 경우에는 그렇게 깊이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필요하면 뇌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다. 하지만 대체로 우리 정치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뇌 구조는 마음의 관점에서 연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프레임'이다." - 10page


"그렇다. 우리 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 이 책의 제목이 보여주듯이, 우리가 어떤 프레임을 부정할 때에도 그 프레임은 활성화된다. 내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면 여러분은 코끼리를 생각하게 된다." - 11page


"내가 상대편의 언어를 써서 그의 의견을 반박할 때,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상대편의 프레임이 더 활성화되고 강해지는 한편 나의 관점은 약화된다.이는 진보주의자들이 보수 세력의 언어와 그 언어가 활성화되는 프레임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들의 언어가 아닌 우리의 언어를 써서 우리의 신념을 말해야 한다는 뜻이다." - 12page


"1990년에 내가 쓴 글은 걸프전을 막지 못했다. 이 글 또한 이라크 전쟁을 막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뭐하러 이 글을 쓰고 있는가?" - 220page


책 전반에 걸쳐 보수와 진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진보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구나란 강한 인상이 남겨지긴 했지만 궁극적으로 누구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 주장을 펼치느라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야한다는 것이었다. 이 책은 바로 대화를 이끌 수 있는 법을 알려주는 듯하다. 미국의 정치를 말하기에 쉽게 이해하기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다. 추수감사절에 보수적인 친척들과 같이 식사를 할 텐데 할아버지나 고모와 정치를 놓고 대판 싸울 것 같다는 말을 보면 우리 정치와도 그다지 다르진 않은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자각이라는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똑똑히 알고 말할 수 있다면, 지금 벌어지는 일을 적어도 장기적으로는 바꿀 수 있다는 말이 왜 이 책을 읽어야하고 정치를 눈감지 말고 보고 있어야하는 지를 깨닫게 한다.


서로를 향해 삿대질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고, 프레임을 재구성해서 대응하고 가치의 차원에서 생각하고 발언하고, 자신의 신념을 말하는 것. 자신의 생각과 다른 정치적 생각을 갖고 있다고 멱살을 잡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방법을, 대화를 하는 방법을 정치인들이 이 책을 통해 배우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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