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여행 - 만화가 이우일의 추억을 담은 여행책
이우일 글 그림 / 시공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좋은 여행은 사진을 찍는 대신 기억을 담는다.

 

 

후덥지근한 날씨. 어디론가 가고는 싶은데 오라는 데도 없고 갈 데도 없다.

마음을 달랠 겸 두 아이들을 데리고 커피가 참 맛있는 카페를 찾았다.

책 한권과 함께. 카페에서는 이상하게도 흥미진진한 긴 호흡의 소설보다는 짧은 일상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나 여행에세이를 찾게된다.

현실도피적 선택인가?  일상탈출을 해보고 싶은 발악이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은 일러스트가 예쁘다며 딸아이가 권해준 책이다.

아! 이우일 그리고 쓰다. 노빈손 시리즈로 유명한 만화가 이우일의 여행에세이라니.

왠지 일반적인 에세이와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아 기대가 되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서로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에게 한 장 찍어 선물할 수 있으니까.

 

 

 

시간에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물건들이 있다. 필름카메라나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그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마구잡이로 찍어대기만 하는 디지털카메라보다 필름값이 아까워서라도 신중하게 찍어대는 카메라가 훨씬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고 난 후부터 어딜가던 뭘 하던 엄청난 사진을 찍게되는 것 같다.

그냥 확인하고 지우면 되니까. 예전같으면 한 장소에서 인증샷 정도만 남기고 그 상황을 즐겼다면 이제는 그 상황하나 하나를 디카에 담기위해 애쓴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 하지만 이러다보면 진짜 남는 건 사진뿐이 없게 되고 만다.

세상 참 좋아졌다는 말을 하지만 왠지 아날로그식의 사고방식과 삶이 더 그리워지는 건 뭘까.

 

 

 

 

 

저자는 낯선 공간에서 알게 되는 사람들에게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 나눠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디카로는 할 수 없는 일. 요즘엔 와이파이로 연결되 바로 인쇄되는 것도 나오긴 했지만

마구 흔들어 서서히 화면이 드러나는 왠지 운치있는 폴라로이드와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

 

 

아내, 딸아이와 함께 한 인도여행.

저자는 사람들로 빼곡 한 오래된 기차안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느 새 술도 한잔하고 말도 안통하지만 친밀감은 나누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폴라로이드로 그들의 사진을 찍어 줬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참 정감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웃으며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 훈훈하게 느껴진다.

 

 

여행이란 멋들어진 곳에가서 편안하게 쉬고 오는 것이 다가 아님을 느끼게된다.

일상에서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할 수 없는 일들을 겪고 전혀 다른 생각들을 하나씩 깨닫게 되는게 그게 여행이 아닐까.

편안하게 쉬고 와야지란 생각으로 일관했던 여행에 관한 생각들을 다시 하게 만들어준다.

 

 

 

 

   

 

생각해 보면 여권과 비행기표를 빼고 나면 여행 가방 속에 반드시 들어 있어야 하는 것이 과연 있기는 한 걸까?

언젠가 그런 것은 애당초에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그땐 나도 정말 좋은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여행에 짐을 싸다보면 쓸데없는 것이 한가득이다. 문제는 정작 그 깨달음은 여행지에 도착해서야 알게된다는 사실.

좋은 여행, 나도 한번 떠나고 싶어진다. 

뭔가 번잡하게 준비를 많이 한다고 머리 싸매고 계획짜고 그러다보면 에너지가 다 소비되고 만다.

입고 먹고 자는 것에 구애받지 않는 진짜 좋은 여행 죽기 전에 한번 해볼 수 있을까.

 

 

 

아내와 딸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남기기보다는 당장 그곳에서 그들과 눈을 맞추고, 마주 보고 웃고, 손을 잡고

이야기를 많이 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렇게 하기에도 여행의 시간은 결코 길지가 않다.

 

 

추억보다는 현재를 즐기라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늘 여행지에서 가족들과 함께 즐기기보다는 카메라를 손에 들고 렌즈에 비친 모습들만 눈에 담아온 것 같다.

왠지 찍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이상한 충동. 이제는 그런 것들을 조금 내려놓고 여행을 떠나봐야겠다.

당장 그곳에서 그들과 눈을 맞추고, 마주 보고 웃고, 손을 잡고 이야기를 하자!

 

 

좋은 여행이란 어떤 것인지 이미 여행을 다녀온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편안한 이야기들이다.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좋은 여행은 사진을 찍는 대신 기억을 담는다는 것을 꼬옥 명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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