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입시 입시를 짓밟아버리자!

고교 입시
미나토 가나에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4년 7월

고교입시 입시를 짓밟아버리자!

'미나토 가나에'의 책이기에 무척이나 기대를 하고 본 이야기였다. 게다가 입시를 비판하는 내용이라니! 아이들을 둔 부모의 입장에서, 입시를 이미 경험한 입장에서 통쾌한 한방을 날려주길 기대하며 읽어내려갔다. 하지만 쉽게 나가지 않는 진도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 책은 미나토 가나에의 '최초의 드라마 대본', 일본 후지TV에서 이미 드라마로 방영되 것을 소설화 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초반부터 너무나 많은 인물이 화자로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이 머리속에 제대로 그려지기도 전에 한 페이지가 지나가기도 전에 전혀 다른 인물이 등장해서 자신의 이야기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는 이야기들은 조금 벅찬면이 있었다. 전체적인 주제를 알 수 있는 '입시를 짓밟아버리자!','그날 하루가 한 영혼의 인생을 짓밟고 있다. 명문고 입시를 둘러싼 48시간의 미스터리'라는 말에 도대체 어떤 사건이 터질지, 왜 터질지를 궁금해하며 읽어가지만 미나토의 가나에의 '고백'과 어쩔 수 없이 비교를 하게된다. 몰입도가 떨어지는 면도 있고 학교라는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48시간의 이야기기에 흐름이 더디다는 생각도 하게된다.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는 고등학교. 이치고. 이 지역에서는 '이치고'에 들어갔느냐 못들어갔느냐에 따라 인생의 성공과 실패가 좌우된다. 고작 3년이라는 세월이, 고교입시라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우리의 모습이 책 속 이치고 입시열풍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된다. SKY에 들어가기위해 아이들을 0교시부터 수업을 시키고 밤 12시가 되도록 야간자율학습과 학원을 돌리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어쩌면 더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오로지 대학입시에 초점을 맞춰 생활하게 하고 있으니. 고3 수험생이 소설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하고 있는 듯이 생각하게 만드는 지금의 현실이 답답하기만하다.

'이치고 고교입시'시험을 앞둔 날 고사장마다 '입시를 짓밟아버리자'는 벽보가 학교에 붙게된다. 선생님들은 흔히 있는 일일거라 생각하고 무시하지만 결국 입시 당일 문제가 생기고 만다. 시험당일 휴대전화를 반납하지 않고 소지하고 있으면 실격처리되는데 거짓말로 휴대전화가 없다고 한 여학생에게서 휴대전화가 울리고 만다. 휴대전화 반입이 금지된 시험장 이 학생은 당연히 실격처리를 당해야하지만 이 아이의 부모는 실세였다. 교장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위치의 사람이었기에 함부로 실격을 시킬 수도 없게 되는 난감한 상황. 더군다나 시험지 분실사건까지 터지게된다. 한동안 채점오류로인해 뜨거워진 고교입시에 큰 사건이 터지고 마는데. 도대체 범인은 누구고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일까 궁금해서 책을 넘기게된다.

너무나 많은 캐릭터의 등장으로 버겁게 읽어가긴했지만 상상력이 충분한 사람들에게 캐릭터 하나하나를 상상하며 읽어가는 재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나토 가나에는 생생하고 또렷한 캐릭터의 각인을 위해 소설을 쓰기 전에 아무리 작은 역할의 인물이라도 일일이 이력서를 쓴다고 하니 많은 캐릭터의 등장도 독자가 받아들이기 나름일거란 생각도 든다.

뭔가 자극적이고 '고백'과 같은 대단한 반전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입시라는 것을 간과할 수 없는 엄마이기에 책을 읽어가며 많은 생각을 했다.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인 입시, 학력이 아니라는 것을 이 나이에 들어 분명하게 느끼고 있으면서도 아이들에게 감히 손에서 연필을 놓으라는 말을 할 수 없는 현실과 내 주관이 안타깝다. 아이들에게 시험이 뭐가 중요하냐, 인생에 있어서 대학이라는 것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없다는 것도, 행복과 직결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얘기해주고 싶지만 이상한 불안감이 그런 말을 못하게 만들어버린다. 남들 다하는대로 똑같이 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튀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생각도 배제할 수 없다. 내심 입시를 짓밟아버리자!의 통쾌한 한방을 기대했는데 그 느낌을 받지 못해서 괜한 아쉬움이 남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