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온 첫 번째 전화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천국에서 온 첫번째 전화.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천국'이란 존재를 인정할 것이고 종교가 없다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면 '천국'에 버금가는 평온한 곳에서 편히 잠들기를 기원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늘 알면서도 저지르고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하며 산다. 언제나 곁에 있기에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이 어느 날 내 곁을 떠났을 때 마지막 순간 전하지 못한 말들로 평생을 괴로워하거나 마음에 담아두고 살게된다. 그 때 내가 조금만 더 일찍 그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했더라면......

 

이 이야기는 "한 번만 더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순간 엄마를 잃은 아이, 아들을 전쟁터에서 떠나보면 부모, 세상에 의지할 곳이라곤 언니밖에 없었던 남겨진 여동생등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어떤 이는 그들과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아련해지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떠올리기만해도 마음이 아파 잊고 살려고 애쓴다. 하지만 잊혀지지 않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언제가 그들과 함께한다.

 

어느 날 콜드워터라는 작은 마을에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먀...... 네게 할 말이 있는데." 전화기 속 목소리는 이미 4년 전에 죽은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이내 마을 여기 저기서 죽은 사람들의 전화를 받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들은 모두 천국에 있으며 사랑이 가득한 곳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고 천국에서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겠다는 공통된 말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던 사람들은 이 일을 기적이라 여겼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입을 통해 전해지면서 언론에 까지 알려지게 된다. 천국에서 온 기적의 전화로 방송을 타기 시작하면서 점점 기적의 전화는 처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기적의 전화를 받은 사람들은 그 '기적'을 믿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신과 함께 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특별한 선택을 받지 못해 천국의 전화를 받지 못한 사람들은 반대로 힘들어한다. 그리고 잘못된 방법으로 그 기적을 함께 하고 싶어한다. 같은 전화기를 사용하면 내게도 기적의 전화가 오지 않을까란 생각에 엄청난 수량이 판매가 되기 시작하고 방송은 이에 힘입어 기적의 전화를 광고의 목적으로만 이용한다.

 

평생 다시는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던 사람에게 전화를 받는다면 그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하지만 이 기적의 전화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왔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천국이라는 곳에서 고통받지 않고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행복하게 산다는 말에 그 누군가는 고통에 힘겨워하는 병상에서의 삶을 마감해버렸다. 현실도피. 천국이 그렇게 행복하다는데 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눈을 감으면 천국에 가게된다는 생각에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다. 기적의 전화는 거짓이라며 시위를 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죽음 뒤의 천국보다 현실을 충실하게 살아야하는 것이 아니냐며 기적의 전화를 받은 이들에게 질타의 손가락질과 비난을 퍼붓는다.

 

 

 

 

엄마를 잃은 아이는 자신에게도 엄마가 전화를 주지않을까 기다리며 전화기를 든다.  이런 아이를 바라보는 현실적인 아빠는 너무도 힘들다. 아이에게 막연한 희망고문을 하는 것을 더이상 지켜볼 수가 없다. 자신도 아내가 죽는 순간 그 옆을 지켜주지 못해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했기에 아내와 다시 전화를 한다는 것은 너무도 행복한 일이겠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천국에서 온 전화의 비밀을 풀기에 나선다. 모든 것의 시작은 자신과 관련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이내 밝혀지는 진실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부터 그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하는데......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이별이 있기때문이고 삶이 아름다운 이유는 죽음이 있기때문이라고 한다. 죽음 뒤에 천국은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이 아니라 현실을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못한 사람이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편안하게 행복한 천국에 있길 기도하게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게 옳은 것 같고 저렇게 생각하면 저게 옳은 것 같은.  삶과 죽음 그리고 그 후의 삶. 꼬리에 꼬리를 물게되는 정말 난해한 문제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난해한 문제보다는 떠나간 사람들을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이제 더이상 괴로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마음 아파 현실을 부정하고 괴로워하는대신 그들을 잊지 않고 기억 속에 남기는 것이 그들을 우리 곁에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단 생각이 든다.

 

"제발 조심하십시오. 기계가 여러분의 인간미를 대신하게 하지 마세요. 더 빠르고 더 쉬운 것이 가장 소중하고 가장 특별한 것을 대신하게 하지 마세요. 운전하거나 프로그래밍을 할 때는 지름길이 좋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그런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위로가 되어 매일 어디서나 벌어지는 작은 기적에 마음을 열기 바랍니다. " -  저자의 말 중에서

 

요즘은 정말 스마트한 시대이다. 하지만 참 정없는 세상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카페에 앉아 서로의 손을 마주잡고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기보다 한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눈은 스마트폰을 향하고 있다. 식당에서도 마찬가지 가족끼리 오붓하게 모이는 외식, 아빠도 아이들도 모두 스마트폰에 집중한다. 전철안에서도, 버스안에서도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사람들을 보지 않는다. 세상이 참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정말 좋아졌는지 묻고 싶어진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너무도 당연한 듯이 얼굴을 보여주는 대신 전화를 한다. 편지를 쓰는 대신 문자를 하고 아이들은 마주 보고 있으면서도 카톡을 한다. 이런 모습들에 둔해지고 거기에 더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나를 돌아보게된다. 이제 전화를 드는 대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마주봐야겠다. 아낌없이 더 많이 표현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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