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니 신문처럼 미셸 우엘벡 매거진을 펼친다. 내 리뷰와 다른 관점의 분석 글이라 재밌다. 우엘벡은 이제 무슨 포즈를 취해도 심각하고 폭삭 늙었어ㅜㅜ

 

 

 

 

 

📚 종이책 구경

 

 

 

 

 

 

 

 

 

 

 

 

 

  

 

보르헤스 논픽션 전집과 같은 디자인으로 나온 보르헤스 가명 소설 모음집 『죽음의 모범』은 어떤 내용일라나 궁금.

 

올가 토카르추크 신간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보다 『낮의 집, 밤의 집』이 더 끌려서 이것부터 구매.

돈 드릴로 『침묵』(2020, 창비)

그의 책 『화이트 노이즈』 로 매우 인상적인 작가로 각인되었다. 올해 혹 노벨문학상 타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예상 밖의 인물이. 많은 출판사들이 기대했을 텐데 돈 드릴로나 토머스 핀천 책이 갑자기 여러 권 출간된 건 노림수?

사회비판적 시선이 예리한 드릴로의 소설을 이 시즌에 읽어보는 게 시의적절할 거 같아 구매. 예약도서 기한이 일주일 넘도록 미도착. 노벨문학상 안 받아서 늑장이었을까. 결국 보름 만에 도착.

돈 드릴로의 문체는 참 건조한데 어디서 한방을 터트릴까 조마조마하며 읽고 있는 중.

 

리베카 솔닛 『그림자의 강』(2020, 창비)

리베카 솔닛의 청년 시절 아일랜드 여행기도 나왔던데 역시 이름난 글쟁이 다운 솜씨를 보여준다. 난 아름다운 문장력보다 똘똘한 글을 더 좋아하는데 솔닛은 둘 다 가졌어! 사회학과 미학이 근사하게 조합된 구성으로 믿고 사셔도 될 책👍

레몽 루셀 『로쿠스 솔루스』(2020, 문학동네)

『아프리카의 인상』 이후 그의 책 두 번째 구매. 이모션북스에서 나왔었는데 이번에 문학동네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시리즈'로 새롭게 나와서 깔끔하게 모으게 됐다.

뮤리엘 루카이저 『어둠의 속도』(2020, 봄날의 책 세계시인선)

페미니즘 열풍에다 여성 독자가 많아서 그런지 여성 작가 책이 대거 번역되고 있는데 이 시인도 읽어볼 필요가 있을 듯.

브레히트 풍자산문 『생각이 실종된 어느 날』(2017, 이후)은 나왔을 때부터 궁금했는데 중고도서로 저렴히 구매.

버지니아 울프 『울프 일기』(2019, 솔출판사)

버지니아 울프 전집 중 꼭 갖고 싶던 『버지니아 울프 단편소설 전집』과 함께 다 사서 만족🤗

 

유희경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2020, 아침달)

유희경 시인의 시는 수필 같은 데가 있어서 산문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사 봄. 펼쳐보니 느낌 있다. 경험상 소설가보다 시인 에세이가 읽을 게 많다. 팟캐스트 시시알콜 출연한 거 들으니 허당스러운 면도 있으시더니ㅎ

 

 

산문집이라 했지만 거의 시로 읽힌다. 10년 동안 모은 글 속에서 그는 그만의 (것이 아닌) 심상, 단어를 발견하려 했고 발견했겠지. 글을 쓴다는 건 자신의 인장을 넣는 단어 작업이다. 니체나 카프카가 말했던 도끼 작업이 아니라 시인들에겐 별자리를 명명하는 일이자, 시는 사실이나 이야기가 아니라 감정의 기척을 느끼고 오가는 일을 살피는 것.

아침, 점심, 저녁, 밤, 새벽, 꿈, 봄, 여름, 가을, 겨울, 호주머니 속까지 안팎으로 단어들을 놓아두고 그것들을 이리저리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바삐 지나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시는 오래 들여다보아야 하고, 창작은 탐구심, 독서는 인내심이 더 필요하다.

 

 

 

"꿈은 오늘 네게 찾아온 감정들이란다"

 

 

"감정에도 기척이 있구나"

 

 

"사람은 감정을 발견하고 그 속으로 두 눈 감고 뛰어드는 것이지."

제목 아래에 주요 문장을 뽑아낸 것들마다 내가 눈여겨 본 문장과 일치한다. 좋은 문장은 누구나 알아보기 쉽다. 이젠 학교가 아니면 정글짐을 보기 어려운 걸 깨닫듯.

 

 

 

 

 

📱e book 구경

팀 오브라이언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2020, 섬과달)

- 기대대로 무척 좋았다. 전쟁소설로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 오브라이언의 핍진성(이 표현 안 좋아하는데 이 소설엔 적확)이 커트 보니것 『제5도살장』의 뛰어난 환상성을 이길 정도. 에피소드들이 하나하나 다 각별해 종이책도 소장할까 싶다. 올해의 소설 top 3 안에 넣을 생각이다. 강력 추천. 한 번 더 읽고 리뷰로 남길 예정.

 

 

레이먼드 챈들러 『안녕 내 사랑』(2004, 북하우스)

- 『빅 슬립』 이후 낸 두 번째 장편 소설인데 챈들러는 『안녕 내 사랑』을 그다지 맘에 들어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최고작 『기나긴 이별』의 예비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사했다. 『안녕 내 사랑』에서 무자비하지만 순애보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살인범 무스 맬로이는 『기나긴 이별』에서 중요한 역할이었던 테리 레녹스 캐릭터로 세공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비밀스러운 매력적인 여성, 미워할 수만 없는 서브 캐릭터들, 중층의 플롯이 하나로 모이는 등등의 구성도 비슷. 초기부터 전체 얼개와 결말이 대략 짐작돼 큰 감동은 없었으나 챈들러의 작법과 스타일을 음미하는 게 이 소설의 매력.

무엇보다 하루키의 작품 소재들과 스타일이 여기서 엄청 많이 나왔다는 걸 여러 가지 확인했다. 우물, 악당 스타일, 지하 세력과의 대치 구도, 조력자 여성, 비유와 묘사 등등.

최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빅 슬립』이 새로 나왔던데, 내가 좋아하는 순서도 책이 나온 순서대로다.

3위『빅 슬립』, 2위『안녕 내 사랑』, 1위『기나긴 이별』

[집필과 관련된 이야기]

 

두 번째 장편이자 걸작인 『안녕 내 사랑』을 챈들러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호수의 여인』을 이미 쓰고 있었는데 편집자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다.

“마루 밑에서 또 다른 죽은 고양이를 발견한 것과 같은 비참한 깨달음이오. 4분의 3을 썼는데 영 형편없소.”

챈들러는 『빅 슬립』을 끝낸 뒤 한꺼번에 몇 편의 작품을 구상하였다. 단편 몇 편과 이미 발표한 단편들을 모아서 쓸 『호수의 여인』과 『안녕 내 사랑』 『하이 윈도』까지. 그의 서간집을 보면 제목을 가지고 상당히 고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안녕 내 사랑』의 경우에는 처음에 ‘부루넷의 가게에 있던 여자’, 다음에는 ‘플로리안 가게에 있던 여자’, ‘법은 돈을 내는 곳에 있다’, ‘두 번째 살인자’(『리처드 3세』의 1막 4장에서 따온 제목) 등 여러 가지 제목을 붙였다가 그 제목들이 또 각기 단편이나 『호수의 여인』으로 갈라졌다.

그러다 최종적으로 결정된 제목이 『안녕 내 사랑』이었다. 출판업자들은 추리소설답지 않은 이 제목에 펄펄 뛰었다고 한다. 챈들러는 이에 대해 재미있는 말을 하고 있다.

“나는 제목을 대차대조표의 자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제목을 부채라고 생각한다. 우리 중 어느 한쪽이 틀렸겠지. 경영을 하는 건 그들이니까 내 쪽이 틀렸겠지만. 사실 나는 편집자, 출판업자, 연극·영화 제작자들이 가진, 대중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는 능력에 대해 아무런 경의의 마음도 갖고 있지 않다. 기록은 그들 생각과 정반대로 나온다. 나는 언제나 궁극적인 소비자, 즉 독자에게 나를 맞추고 중개인은 무시해왔다. 이 나라에는 어느 정도는 좋은 교육을 받았고 또 어느 정도는 생활에서 배운 사람들이 아주 많고 그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믿는다.”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반드시 ‘미녀 살인 사건’과 같은 제목이 붙어야 잘 팔린다고 착각하는 국내 출판사들은 위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정작 출판된 직후에는 1쇄 7,500부 가운데 2,900부밖에 팔리지 않았다. 챈들러는 노프 여사에게 자기 고집대로 제목을 붙인 것에 대해 미안해하면서도 판매 부진이 제목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하드커버 출판으로는 돈을 못 벌었으나 나중에 페이퍼백과 영화로 만회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을 완성한 1940년은 공교롭게도 추리소설의 여왕 크리스티의 기념비적 걸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나온 해다. 챈들러는 <블랙 마스크> 지의 동료 작가인 조지 하먼 콕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콕스의 추천을 받고 읽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관해, 이해할 수 없는 인물과 억지 트릭으로 가득 찬 작품이라며 상당히 혹독한 비판을 했다. 그는 이 작품을 읽고 나서 한 가지 사실, 즉 ‘고전적인 유형의 철저하게 공정한 추리소설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했다. 미스터리 양대 장르의 두 걸작이 동시대에 나왔다는 것은 꽤 재미있는 사실이다.

참고로, 챈들러는 직장에서 쫓겨난 뒤 생계를 위해 펄프 매거진에 글을 쓰기 시작하며 <페리 메이슨> 시리즈의 작가 얼 스탠리 가드너의 펄프 픽션을 상세하게 분석하여 플롯을 재구성한 다음 자신의 문체로 다시 써서 비교하는 방법으로 장르 소설 공부를 했다고 한다.

- 해설 : 사랑과 휴머니즘에 대한 고별사, 『안녕 내 사랑』- 장경현(싸이월드 '화요 추리 클럽' 운영자)

 

 

 

 

제임스 스콧 벨 『소설 쓰기의 모든 것 1 - 플롯과 구조』(2018, 다른, 개정판)

- 종이책 완독을 계속 못하고 있어서 알라딘에서만 단독 판매하고 있는 e book으로 일단 1권 구매. 소설 쓰기 작법서로는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실용적이다.

어떤 소설은 왜 지루해지는지 연유를 확실히 알게 됨.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2020, 생각정거장)

 - 대상수상작  최윤 「소유의 문법」보다 우수작품상 박상영 「동경 너머 하와이」가 여운이 오래 남았다. 내 취향 때문이겠지만 촘촘히 짜인 작법의 정석 같은 소설보다 분위기와 에너지가 생동하는 소설에 더 호감이 간다. 그래서 젊은 작가들이 더 힘내주면 좋겠다.  

 

 

 

미시마야 변조괴담 6권을 내리 읽었더니 좀 질려서 제동을 걸었고, 미야베 미유키 사회파 소설 현대물도 읽어보고 싶다.

 

 

 

 

 

※ 팔까 말까 갈팡질팡 하다가 소장하는 책

 

 

 마르크 앙투안 마티외 『꿈의 포로 아크파크 세트』(2011, 세미콜론)

- 3D 영화를 보는 듯 읽는 쾌감이 대단한 만화인데 품절인 게 안탑. 실제로 5권에는 3D 안경 같은 게 있음ㅎㅎ

 다시 읽다가 팔기 아까워서 소장하기로

 

 

 

 

 

 

🎁 알라딘 굿즈

* 마사지볼(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토끼 2,000원)

짐볼, 아령, 요가 매트는 이미 갖고 있어서 마사지볼을 구매했다. 생각보다 묵직하다. 어깨결림이 잦아서 등과 벽 사이 슬슬 굴려주는 용도로 쓰기 간편. 책 보면서도 꿈틀꿈틀.

 

 

 

*본투리드 패딩 머플러(데미안, 4,500원)

어두운 겉옷이 많아 밝은 그레이 색상으로 구입. 좀 짧고 둔해 보이지만 그만큼 목에 착 감겨 착용하기 간편하고 무척 따뜻하다.

 

 

*본투리드 19c 클래식 북클립(owl 리메이크, 1,500원)

다양한 종류 많이 가지고 있어 안 가지고 있는 클래식 클립 구입.

 

 

*마스크 케이스(룬의 아이들, 1,000원)

e book 구매 사은품으로 받았다. 스트랩 끈은 거추장스러워 잘 사용하지 않는데, 케이스는 하나쯤 있어도 좋을 거 같아 구매. KF 마스크는 가장자리를 좀 접어야 된다.

 

 

* 마스킹 테이프(15mm,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블루, 500원)

알라딘 단독 판매 e book 사은품. 흠, 이걸 어디다 써먹을까...

 

 

* 커피잔과 받침 세트(각 4,500원)

작년 노벨문학상 커피잔 세트보다 좀 더 작고 고급스럽다. 블루랑 화이트랑 비교해보니 화이트는 깔끔하고 블루는 깊이가 있다. 그래서 둘 다 삼ㅋ

 

 

 

 

* 양각 머그(피너츠 스누피, 2,500원 )

피너츠 컵 많아서 어지간한 건 패스하는데, 사이즈, 색상, 디자인 맘에 쏙 드는 양각 머그도 드디어 우리 집에 내방ㅎㅎ

 

 

* 노벨문학상 텀블러(헤르만 헤세, 500ml, 4,000원)

집에 없는 올 스텐으로 구입. 텀블러 많이 써보니 손잡이 있으면 여러모로 편함.

 

 

 

 

 

 

 

 

 

 

 📚 도서관 일지 - 코로나19 최적의 취미는 독서

도서관 희망도서가 도착했다.

도서관은 공공재니까 궁금하다고 아무 책이나 신청하지 않는다.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쓰임새도 신경 쓴다.

무엇보다 비싸고 무거운 벽돌책은 도서관이 사달라ㅎㅎ

문제는 빌릴 때 어깨 빠진다;;

예전에 최완수 『추사 명품』(2017, 현암사, 142,500원)도 도서관에서 희망 도서 신청해 봤는데, 내가 도서관에서 빌린 책 중 가장 크고 무거웠던 책. 다시 빌려 볼 엄두가 안날 정도ㅎㅎ;;;

두꺼운 책이 여럿이라 한꺼번에 대출 스캔할 때 바코드를 다 읽지 못했는지 나갈 때 경보 울려 졸지에 책도둑 취급 당함😢

다 내 책이면 좋겠다...으흐흑

제임스 모트람 『TENET』(2020. 문학수첩)

- 으아니... 테넷 표지 어디 갔냐😭😭😭

그냥 버린다고 하니 앞으로는 나한테 버리라고 말할까 매번 고민.

 

 

롤랑 바르트 『바르트의 편지들』(2020, 글항아리)

- 내가 가진 보급판이랑 드디어 비교 가능.

제길, 실제로 보니 양장본 표지 사진이 훨씬 멋지잖아.

 

 

 

 

 

데즈먼드 모리스 『포즈의 예술사』(2020, 을유문화사)

- 미술사, 미학 책 많이 소장하고 있어 내가 박사 논문 쓸 것도 아니라서-,,-) 어지간한 건 도서관 희망도서로 읽으려고 노력 중

 

 

 

 

더들리 앤드류 『앙드레 바쟁』(2019, 이모션북스)

- 영화평론가로 이름난 앙드레 바쟁, 그는 누구인가?부터 알아 보기로.

 

 

 

 

 

알렉산드리아 j. 래브렐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2020, rollercoaster press)

- 공유경제 민낯을 보여준다니 영접.

 

 

 

 

 

 

 

2020 서울 국제 도서전 참여해보려 해도 선착순 예매, 돌아다니며 책방 지도를 만들라는 미션 등등 피곤해서 깔끔히 패스하고 나는 집에서 책 파기. 집에 쌓아놓은 책부터 읽자ㅎ◇ㅎ

책 읽기 딱 좋은 계절이다. 코로나19에도 답답하지 않은 취미로 1위가 게임, 2위가 독서 아닌가 싶다. 유튜브광, 영화광이 이의 제기하려나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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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10-31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오셨다 ^^ 저는 이번주에 오늘부터의 세계 읽으면서 아갈마님 생각했어요. 그동안 열심히 읽고 계셨구나. 안녕 내 사랑 책 제목에 그런 비화가 있었다니, 결국 사과했다니 ㅋㅋㅋ (그러면서도 책 제목 때문만은 아닐 거예요, 라니) 동경 너머 하와이도 궁금하네요!

AgalmA 2020-10-31 17:09   좋아요 1 | URL
초반에 가열차게 읽었는데 후반부터는 기력이 떨어져선지 손만 대고 완독 못한 게 수두룩이요ㅜㅜ;; 뭐, 우리 독서가의 생활이야 늘 미완독이 기본이지만요ㅎ;;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해요. 하나 님^^(뭔가 독실해지는 기분...)
예상컨대 <동경 너머 하와이> 하나 님도 좋아하실 걸요😋

2020-10-31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20-10-31 17:11   좋아요 1 | URL
하루하루는 지지부진하지만 이렇게 모아놓으면 알차보이고 의미있게 사는 거 같고 그렇죠.
정리해보니 제 10월 독서는 만족스럽지 않네요^^;
고마워요💕

blanca 2020-10-31 1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셀 우엘벡, 죄송한데 AgalmA 님 묘사에 빵 터졌어요....저도 거울을 봐야겠지만... 제임스 스콧벨 책 진짜 좋아요? 흑, 읽고 싶어지네요. 그런데 사백 페이지가 넘어서 쉽사리 시작을...팀 오브라이언 책은 소장하셔야 합니다. 실물 책도 참 좋아요. 너무 좋아서 다음 책도 기다리고 있어요. 구즈들 와우, 눈호강 하고 갑니다. 저는 딱 한 권 도서관에 신청했는데 왜 안 사줄까요. 작은 도서관이라 그런 걸까요.

AgalmA 2020-10-31 19:00   좋아요 1 | URL
어흐흑, 미셸 우엘벡이 이렇게 늙어가는 게 많이 안스러워요. 술과 담배쟁이에 독설가라 일견 어울리기도 하지만;;;

<소설 쓰기의 모든 것> 시리즈 저자가 다 달라서 통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스콧 벨이 쓴 플롯과 구조 1권은 확실히 좋아요. 저도 종이책을 완독 못하고 있어서 e book으로 도전을^^; 나머지도 ebook으로 읽으려고요.

저도 도서관 희망도서 많이 까이는데요ㅎㅎ; 제 취향이 두드러진 마이너한 책은 확실히 그런 취급을 받지만 인지도, 네임드 있는 책은 사주더라고요^^;;

팀 오브라이언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은 중고 최상을 기다려 사야 할 거 같고. 다음 신간은 꼭 종이책으로 살 생각입니다^^!

blanca 2020-10-31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시간 댓글 답니다. AgalmA님 추천으로 <단편소설쓰기의 모든 것>도 보관함에 있어요 ㅋㅋ 둘 중 어느 책이 더 좋나요? 선택해 주시면 한 권만 읽겠습니다. 둘 다 책값이 비싸서 취사선택해얄 듯 싶어요.

AgalmA 2020-10-31 19:34   좋아요 1 | URL
두 책 다 소장하고 있는 저로서는 둘 다 추천하고 싶습니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 플롯과 구조>는 집중 분석서이고 <단편소설쓰기의 모든 것>은 전반적인 걸 훑으면서 더 재밌게 읽히고 영감을 주는 게 많거든요. 예시된 소설을 많이 아실 blanca님은 두 책 모두에서 얻으실 게 많을 거예요.
책값이 걱정되신다면 두 책 다 중고 구입을 추천합니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 플롯과 구조>는 개정판 나오면서 구판이 자주 올라오고, 두 책 다 최상 상태의 중고 자주 올라옵니다. 온라인, 오프라인 매장 중고알림 신청 해 놓으시고 구매하시길! 느긋하게 한 권 읽다보면 다른 책 중고 알림이 딩동 올 걸요ㅎㅎ

2020-10-31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31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31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31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0-10-31 23: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뭐예요? 저는 리뷰 하나 달랑, 그것도 간신히 써서 올렸는데...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화려하고 품격 있는
페이퍼를 올리시면 어떡해요? 사고 싶은 게 많아 세세히 한참 봤잖아욧. ㅋㅋ

시적인 문장의 책도 사고 싶고 흑백 커피 잔도 탐나고, 그림자의 강, 안녕 내사랑도 사야 할 것 같단 말이에욧.
저는 요즘 2019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좋게 읽어서 2020의 것도 구매했어요. 저렴해서 구매했던가?ㅋㅋ
이 고독한 가을에도 외롭지 않을 AgalmA 님이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또 보러 올게요.

AgalmA 2020-11-02 23:51   좋아요 0 | URL
물밑에선 처절한 오리발 걸음이지요😭
챈들러 책은 이미 있으시잖아요. 집에 있는 책부터^^!(나나 잘하자;;)
젊은작가상 수상집은 저렴한 가격에 파는 게 신의 한 수 아닌가 싶어요. 박리다매ㅎㅎ 다른 수상집도 그러면 좋을텐데 말입죠^^;

겨울에도 책과 함께 포근해져봐야겠죠. 페크님도 평안히 지내시길 비랍니다

하나 2020-11-11 12: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좋은 책 보따리 우다다 풀어놓으셔가지고 매달 제 마음이 무너져요. 계획적인 책 주문, 그런 거 없다. ㅋㅋㅋㅋㅋㅋㅋ 아갈마님 결산 페이퍼 보면 오조오억권 읽고 싶어져버려!

AgalmA 2020-11-11 14:30   좋아요 1 | URL
ㅋㅋㅋ 굿즈 설레발이 통한 게 아닐까요. 알라딘굿즈 홍보 대사ㅎㅎ?
저도 이 책 저 책 읽다가 고구마줄기 엮이듯이 삼천포로 빠지는 일 잦은걸요😭 특히 <악스트> 읽은 뒤엔 거기 소개된 책 2~3권은 꼭 찾아서 읽게 됩니다;;
안 그래도 12월엔 저만의 2020 결산을 해야 될 생각에 맘이 느무느무 무거워요. 해마다 그 작업 해보니 2~3일 동안 하루 5시간 이상씩 꼬박 하게 되어서;; 한 번 시작하니 안 하면 섭섭할 거 같고, 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하기도 하고.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일~😂😂😂
하나 님의 응원 늘 감사합니다💕

하나 2020-11-11 14:26   좋아요 1 | URL
아, 기대기대 🔥🔥🔥 아갈마님의 2020년 결산 너무 기대됩니다. 책 관련 작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잉~😂😂😂 공감합니다만, 그래도 남겨두면 언젠가 그 글들이 아갈마님을 구해주러 올지도 모르잖아요! 일단 저는 구해줌 ㅋㅋㅋ 너무 부담 가지시진 마시고, 시간 나실 때 페이퍼 남겨주셔요! 저도 늘 감사드려요 😍

AgalmA 2020-11-11 14:36   좋아요 2 | URL
알라딘 올해의 책 1위가 <해빙>@@;;; 나머지 순위 책들도 너무 실망스러워서 2020 올해의 책이 이러면 안 되지 않아? 좀 오기도 생겨서 열심히 정리해보고 싶은데요(아, 내가 뭐라고) 중요한 여러 책을 완독 못해 더 골치가ㅠㅠ;
하나 님 리스트도 기대합니다😉
 

 

 

9월 읽은 책에 대한 단상

 

📚 안희경 외 『오늘까지의 세계』

ㅡ 한국에서도 이젠 이런 분석의 책을 묶을 역량이 된다는 게 좋았다.

​리뷰 ☞ https://blog.aladin.co.kr/durepos/11995156

 

 

 

📚 레이먼드 챈들러 『기나긴 이별』

ㅡ 칭찬은 리뷰에서 다 했으므로 ☞ https://blog.aladin.co.kr/durepos/11971950

 

 

 

 

 

📚 윌리엄 트레버 『윌리엄 트레버』

ㅡ 언젠가 다시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도 한

리뷰 ☞ https://blog.aladin.co.kr/durepos/11971941

 

 

 

 

 📚 이창래 『척하는 삶』

리뷰 ☞ https://blog.aladin.co.kr/durepos/11984954

 

 

 

 

📚 안토니오 타부키『페르난두 페소아의 마지막 사흘』

- 페르난두 페소아를 좋아한다면 자동적으로 향하게 되는 작가

밑줄긋기 ☞ https://blog.aladin.co.kr/durepos/11984957

 

 

 

 

📚 고성배『한국 요괴 도감』

 

리뷰 ☞ https://blog.aladin.co.kr/durepos/11994297

 

 

 

 

 

📚 메이슨 커리 『예술하는 습관』

밑줄긋기 ☞ https://blog.aladin.co.kr/durepos/11974126

 

 

 

 

📚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ㅡ 1905년에 이런 소설이 나왔다는 것도 놀랍고, 첫 소설, 참신한 소재와 전개, 결말 모든 게 놀라웠던. 이 소설의 모티프가 된 호프만 『수고양이 무어의 인생관』도 차후 읽어볼 계획.

 

 

📚 미셸 푸코 『비판이란 무엇인가? 자기 수양』

ㅡ 윌 듀런트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를 펼쳤던 것보다 푸코의 이 책을 읽는 게 더 도움이 됐다.

푸코는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로 거슬러 가 '자기 수양(돌봄)'이 종교, 정치, 교육 제도에 얽매이는 것이 아닌 자율적 실천 이성이자 궁극의 미학적 자기완성이었다고 보았다. 그런 주체가 그리스도교, 계몽 시대, 과학 이성의 등장으로 어떻게 변천되어 지금의 남루한 모습인가를 살핀다.

 

이런 계보를 좇는 과정은 니체 『비극의 탄생』이 연상되어 새롭고 흥미로웠다. 그도 강조하다시피 푸코의 계보학은 기원의 탐사가 아니라 “모든 단조로운 목표로부터 벗어나 사건들의 특이성을 포착하는 것, 사람들이 가장 기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역사가 전혀 없다고 간주하는 곳에서 사건들을 찾아내려 하는 것, 〔…〕 변화의 완만한 곡선을 추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건들이 상이한 역할들을 담당하는 상이한 무대들을 재발견하기 위해 사건들의 회귀를 포착하는 것, 사건들의 결여지지점,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은 순간을 한정하는 것”이다. 얇은 책인데,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었다.

📚 리처드 브라우티건 『미국의 송어낚시』

ㅡ 어떤 사람은 브라우티건의 소설은 괴짜 소설이고 '반체제주의, 생태주의 문학'이란 찬사가 과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 그는 소설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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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대가 지나갔다. 노인 부부가 타고 있었다. 차는 하마터면 길을 벗어나 강으로 빠질 뻔했다. 그들은 아마도 히치하이커들을 만나보지 못한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나를 바라보며 차를 돌렸다.

나는 그때 다른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물고기 그물로 파리를 잡고 있었다. 난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건 이런 식이었다. ─내가 그것들을 쫓아다닐 수 없기 때문에, 그것들이 내게로 날아와야만 했다. 그것은 내 상상 속의 놀이였다. 난 여섯 마리를 잡았다.

그 오두막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옥외 변소가 있었다. 그 변소는 내부가 사람의 얼굴처럼 노출되어 있었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를 이곳에 지은 노인네는 여기에다가 9,745번이나 변을 보았는데, 이제는 죽었으니, 다른 사람은 나를 건드리지 않기를 바란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는 정성을 다해 나를 지었다. 나를 이대로 놔두기 바란다. 나는 그 죽은 착한 사람을 기리는 기념물이 되었다. 이상할 것도 없다. 그래서 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이다. 만일 변을 보고 싶으면 사슴처럼 숲에 가서 하라.

“빌어먹을 놈.” 내가 변소에게 말했다. “난 다만 강 하류로 가는 차를 얻어 타려는 것뿐이야.”

-「빨간 입술」

 

 

📚 김완 『죽은 자의 집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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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란 결국 자력만으로는 차마 죽을 수 없어서 의료인 같은 제삼자에게 살인을 청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연명의료 중단’에 대해선 슬슬 허용하는 쪽으로 법률을 가다듬었지만 적극적인 조력 자살에 대해선 ‘촉탁과 승낙에 의한 살인에 관한 형법17’으로 여전히 엄격하게 금한다. 네덜란드와 스위스, 캐나다 등은 명분과 조건을 정하고 일찍이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미국 오리건 주는 1997년부터 안락사를 허용했는데,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70퍼센트가 ‘자기 선택’에 의한 조력 자살을 찬성했다고 한다. 안락사를 허용하기 전에 사회학자들은 공공보험 인프라에서 소외된 채 노령을 맞은 가난한 자가 몰릴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실상은 오히려 경제력 있는 고학력자들이 우르르 자원했다. 혼자 살기 힘든 것도 인생, 혼자 죽기 힘든 것 또한 우리 인생이다.

(중략)

수많은 자살 현장을 오가며 죽은 자의 직업과 자살을 감행한 도구가 때때로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경악했다. 낯선 것을 찾기보다는 자기에게 익숙한 것, 일상에서 가까운 것을 자살 도구로 선택한 것이다.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인내했고, 또 일하는 내내 얼마나 빈번히 죽고 싶은 충동에 빠졌을지 생각해보면 내 마음도 어느새 빛을 잃고 어둑해진다.

-「호모 파베르」

 

 

 

 

📚 루시아 벌린 『내 인생은 열린 책』

ㅡ 이번에 처음 만난 작가. 난 여성 특유의 섬세한 서술을 좋아하지 않는데, 몇몇 작품은 레이먼드 카버처럼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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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죽으면 저수지에 던진 돌멩이처럼 그냥 사라진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아무 일 없었던 듯 매끄럽게 정상으로 되돌아간다. 그런가 하면 죽고 나서도 오랫동안 주위에 머무는 이들도 있다. 생전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제임스 딘 같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냥 망자의 영혼이 이승을 떠나지 않으려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친구 세라가 그렇다.

-「동생을 지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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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내 말을 무시했다. 분위기는 눅눅한 빵처럼 분노에 젖어 축축 늘어졌다. 렉스가 달려가 라디오를 껐다. 페레즈 프라도. 꽃분홍색을!

“정비소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바깥 계단에서 기다릴게.” 렉스가 말했다. “아니지. 그냥 가는 게 낫겠네.” 그리고 그는 가버렸다.

마리아는 그때까지 꼼짝하지 않았다.

놓쳐버린 기회. 한마디 말, 몸짓 하나로 인생이 바뀔 수 있다. 모든 걸 망칠 수도, 모든 걸 회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누구도 그런 말을 하거나 그런 몸짓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떠났고, 그녀는 새 담배에 불을 붙였고, 나는 일하러 갔다.

-「엘버커키의 레드 스트리트」

 

 

📚 《악스트 Axt 2020. 9.10》

ㅡ 이번 호 내용은 전반적으로 심심했고, 관심 있던 팀 오브라이언 작가 관련 내용이 좋아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을 바로 구매. 팀 오브라이언 작품을 계속 출간할 계획이라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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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 방금 하신 말씀을 단적으로 알려주는 게, 53쪽에 이런 문장이 나와요. “기억을 지탱하는 건, 흔히, 시작도 끝도 없는 작고 기이한 파편들이다.” 이 말을 이 책 전체에 적용할 수 있다고 봐요. 사람도 그렇잖아요. 사람이라는 건 기억의 총합일 수 있는데, 거기에는 잊히는 기억도 있고 간직되는 기억도 있을 테지만, 어쨌든 그런 것들이 누적되어 어떤 사람의 정서, 성향, 인격이 완성되는 거잖아요. 이 소설도 그런 방식으로 이루어진 게 아닐까요. 숱한 기억이 교차하는데 시간순을 따르지는 않고, 따로 놀고, 그러면서 다 모였을 때는 크고 뚜렷한 형상을 띠죠. 재밌는 게, 제가 두 번째 책으로 팀 오브라이언의 『카차토를 쫓아서』를 준비 중이에요. 1978년 작품인데요,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에서 언급된 이야기가 『카차토를 쫓아서』에도 나와요.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에 수록된 「진실한 전쟁 이야기를 들려주는 법」에서 마지막에 뜬금없이 ‘이건 다 지어낸 거다’ 언급하는 부분이요. 그러니까 책과 책 사이에도 기억이 교차한다는 거예요. 제 짐작이지만, 작가가 소설을 한 권 한 권 쌓아서 인생이라는 책 한 권을 완성하려는 빅 픽처를 그리는 게 아닐지.

-「이승학+손보미+김유진 우리는 독립적인 형상이지만」

 

 

📚 켄 리우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2020, 황금가지)

ㅡ 켄 리우도 존경과 오마주를 직접 밝히고 있다시피 테드 창 영향이 많이 느껴진다. 테드 창을 능가한다고 볼 수 없지만 뒤를 잇는 놀라운 신예인 건 확실하다. 최근 신간 소설들 너무 재미없던데 이 단편집은 추천👍

요즘 sf 소설들 참 좋다😍

 

 

📚 오라시오 키로가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2020)

ㅡ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이고 라틴아메리카 환상문학 선구자라는 소개를 믿고 구매했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꾸역꾸역 읽었다. 보르헤스나 마르케스를 기대하고 읽는다면 당신도 크게 실망할 수 있으니 살펴보고 살 것을 권장한다. 제목에 혹해서 내가 그렇게 산 사람.

 

 

 

📚 낸시 리카 쉬프 『기이한 직업들』(2003, 문학세계사, 절판)

ㅡ 이런 콘셉트의 책은 내 취향이다.

 

 

 

📚 옥타비아 버틀러 『블러드 차일드』(2016, 비채)

ㅡ 최근 리커버가 나왔지만 나는 이 커버가 좋아서 중고도서 구매.

 

 

 

 

 

레이 브래드버리 『화성 연대기』 새 번역 신간 나왔길래 브래드버리 다시 읽기 시작했다. 미리 안 샀다면 멋진 리커버로 장만했을 텐데 아쉽다. 리커버 열풍 때문에 책 빨리 사는 것도 왠지 손해처럼 느껴지는 일이 많다.

 

 

 

 

 

 

 

 

 

 

 

황정은  『연년세세』를 나오자마자 사고 전작을 완독 못했지 싶어『디디의 우산』을 읽다가 예전에 다 읽었다는 걸 깨달았는데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아 이상했다. 곰곰이 생각할 게 많은 글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갖다가 할 일의 목록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도 그런 경우였다. 아울러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이다.

 

 

 

 

 

영웅 서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다 보니(조지프 캠벨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도 결국 사버렸다) 미뤄뒀던 《왕좌의 게임》 드라마도 이참에 봤다. 전체 줄기는 스타크 일가의 수난기다. 각자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는=인생 속에서 고군분투한다. 주인공만이 아닌 모든 인물이 빛나는 이야기, 나는 그런 이야기가 좋다. 악당 같지 않은, 가장 현실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조연 캐릭터 클리게인, 브론의 대사에 시종일관 웃음을 터트렸다. "호도르"는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이자 놀라운 대사였다.

'왕좌'는 승리나 쟁취가 아니라 삶을 작동시키는 이유의 은유이다. 존 스노우 경우처럼 왕좌의 거부도 혹독한 인생을 만든다. 이유가 있든 없든 몰라도 알아도 삶은 괴롭다. 나는 많고 많은 '의미'가 언제나 궁금했지만 지긋지긋해지면 내가 정말 찾는 게 의미인지 의문에 빠졌다.

 

 

 

 

 

 

 

 

 

 

 

《왕좌의 게임》 시즌 8, 에피소드 6에서 티리언 라니스터는 새로운 시대의 왕을 뽑는 자리에서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은 군대, 황금, 깃발이 아니라 이야기라고 말한다. "훌륭한 이야기만큼 강력한 건 없고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으며 어떤 적보다 강하다." 우리가 정치인이나 대통령을 뽑을 때도 인물이 가지고 있는 서사는 매우 강력하다.

윌 스토 『이야기의 탄생』은 이야기에는 무엇보다 인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물 없는 이야기는 없으므로 당연하다. 당연한 말을 진리처럼 되새기는 건 우리가 그걸 자주 잊기 때문이다. 하지만("말에 '하지만'이 붙으면 앞 얘기는 다 개소리"란 대사는 어느 드라마였더라...) 인물을 둘러싸고 있는 '이야기'가 어떤 스펙트럼을 담고(주제) 어떻게 전달하는(플롯과 묘사 등) 지가 우리가 이야기를 끊임없이 보는 이유다. 재미있어서 본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와 성향 차이가 있겠지만 재미는 아교이자 가교일 뿐이다.

 

 

 

 

 

 

 

 

 

 

 

《덱스터》 시리즈의 덱스터도 강력한 캐릭터다. 이 드라마를 보다가 테마송이 내가 자주 보는 범죄 프로파일링 방송의 배경 음악이었다는 걸 알았다. 범죄물로 손꼽힐만한 작품이라 창작자라면 차용하고 싶은 게 많다. 전쟁에서도 그렇듯 죽일 만한 사람만 죽이는 바운더리는 지켜지지 않는다. 그처럼 이 드라마는 연쇄살인마가 괴물이기만 한 지를 보여준다. 덱스터에게도 인간적 감정과 연민과 고뇌가 있다. 나쁜 인간에 의해서만 이 아니라 증거와 사실을 놓치고 무시하는 실수 속에서도 사람은 죽는다. 간과야말로 가장 큰 폐단 아닐까. 나쁜 결과는 좋은 결과보다 상상을 초월하고 어떻게든 등장한다. 악은 선의 뒷면인가, 선의 결여(아우구스투누스)인가. 선과 악은 불가분의 관계인데 그 구분은 어디서부터 나눠지는가. 이분법으로는 결코 답을 낼 수 없고, 어떤 문제든 존재론과 가치론의 벽에 부딪힌다.

 

 

 

푸코의 스승으로 유명하지만 국내에는 인지도 낮은 조르주 캉길렘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은 질병이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적 상황으로 존재한다고 본다. 이것은 푸코 이론의 큰 줄기가 되고 확장된다. 생명, 질병은 과학적 사실만으로 환원될 수 없고, 존재론은 불가피하게 가치론으로 이행한다. 우리에 의해서. 차원, 시간, 우주의 문제도 그렇지만 물질을 원자 너머까지 쪼개어 들어가도 낱낱이 포착할 수 없는 우리 한계의 문제에 봉착한다. 진정한 문제는 그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알 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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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9-30 2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시무시한 독서력@_@;;; 늘 감탄합니다. AgalmA님 @_@;

AgalmA 2020-09-30 23:28   좋아요 0 | URL
여러 책을 보다보니 완독을 못한 채 넘어가는 책도 많고, 많이 읽는만큼의 정리를 못하는 단점도 있어서... 요즘 점점 더 게을러지고 있습니다ㅜㅜ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0-10-01 0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님, 오늘은 연휴 첫 날이었는데, 잘 보내셨나요.
올해 추석연휴에도 어머님 뵈러 내려가실 예정이신지요.
매년 집에 다녀오시던 일이 생각나서요.^^
오늘부터 10월이네요.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시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2020-10-31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31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나 2020-10-01 0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루시아 벌린에 대한 아갈마님의 소감에 너무나도 동감이에요. 저도 묘사 심하게 하면 별로 안 좋아하는데 카버 같은 지점이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덕분에 누스바움 알게 되어서 저도 신작 사려고요. 켄 리우도 읽고 싶어요~ 아갈마님이 재밌으셨다니 저도 이번 기회에 ^^ 추석 연휴 잘 보내시고요. 이번에도 좋은 책 소식 풍성하게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AgalmA 2020-10-31 17:20   좋아요 1 | URL
비슷한 지점은 느끼셨다니 역시ㅎㅎ
누스바움에게 가는 길이 왜이리 어려운지. 최근 리베카 솔닛 미학 신간에 꽂혀서 저는 또 삼천포로 빠지고 있는데요^^;
하나 님의 독서 생활은 아무쪼록 순항하시길.

겨울호랑이 2020-10-01 0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9월 한 달은 어떻게 보내셨는지 한 눈에 정리된 멋진 기록이네요. AgalmA 님 풍성한 추석 연휴 보내세요! ^^:)

AgalmA 2020-10-31 17:22   좋아요 1 | URL
10월은 연휴가 많았음에도 뭘 하고 지나간 건지 모르게 휙 지나가고 말았네요. 이제 슬슬 연말 마무리를 해야 될 시기라 맘이 더 스산해지고요.
겨울호랑이님 프사 보니 고양이 무늬 참 예쁘네요^^ 호랑이가 고양이 키우는 거 넘 어울립니다ㅎㅎ

페크pek0501 2020-10-01 2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이런 독서 목록을 가지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멋지십니다. !!!!!!

AgalmA 2020-10-31 17:22   좋아요 0 | URL
이런 독서 목록 이미 갖고 계시지 않습니까?!?!
고맙습니다 !!!!!!
 
오늘부터의 세계 - 세계 석학 7인에게 코로나 이후 인류의 미래를 묻다
안희경 지음, 제러미 리프킨 외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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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N. 스턴스는 『세계사 공부의 기초』에서 역사를 공부할 때 주의할 점을 여럿 당부했는데, 각 나라의 입장과 트렌드 중심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조언을 나는 특히 유념한다. 일본 인터뷰어와 유발 하라리 외 세계 석학들의 대담 『초예측』 시리즈가 일본의 향후 전망 위주로 기술되어 있어서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오늘부터의 세계』는 2020년 5월 7일부터 총 8회 <경향신문>에 연재된 내용을 보강한 글인데, 《초예측》 과 중복되는 인터뷰이도 있어 코로나19 관련해 우후죽순 나온 이슈 쟁탈 책이 아닌지 반신반의 했다. 코로나19라는 세계 공통 관심사로 엮여 있어서 그런지 지금 한국에만 국한된 대담이 아니었고, 향후 정치, 사회, 경제, 문화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고민은 가볍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중국이 원흉이라고 혐오와 배척하는 시각이 많은데, 리프킨은 핵심을 명확히 지적한다. 이 팬데믹은 기후 변화와 세계화의 결과라고 콕 집는다. 1) 물순환 교란으로 인한 생태계 붕괴, 2) 지구의 마지막 야생터까지 침범하는 인간, 3)야생 생명들의 이주가 큰 요인이다.

 

*

리프킨 : 생태계가 변화하는 물순환을 따라잡지 못하고 붕괴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인간이 지구에 남은 마지막 야생의 터를 침범하고 있어서예요. 1900년만 해도 인간이 사는 땅은 전체의 14퍼센트 정도였어요. 지금은 77퍼센트에 육박합니다. 야생은 23퍼센트만 남았어요. 인간은 야생을 개발해 단일 경작지로 사용하고, 숲을 밀어버리고, 소를 키워 소고기를 생산합니다. 이것도 기후변화를 유발합니다. 셋째, 야생 생명들의 이주가 시작됐습니다. 인간들이 재난을 피해 이주하듯 동물뿐 아니라 식물, 바이러스까지 기후 재난을 피해 탈출하고 있어요. 서식지가 파괴됐기 때문에 인간 곁으로 왔고, 바이러스는 동물의 몸에 올라타서 이동했죠. 최근 몇 년 동안 사스, 메르스, 에볼라, 지카와 같은 팬데믹이 발생한 이유입니다. 세계보건기구,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 세계은행 등에서 오랜 연구를 통해 지구의 공중 보건이 위기임을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 시장에서 야생동물을 산다면 바이러스가 붙어 있는 야생동물을 사는 거죠.

안희경 : 기후변화로 야생동물이 바이러스의 중간 매개체가 된 것인데, 미개한 문화가 바이러스를 끌어들였다는 혐오가 오히려 본질을 호도하고 있군요.

 

리프킨 : 앞으로 더 많은 감염병이 창궐할 겁니다. 이제는 팬데믹이 올 때마다 1년 반 정도 봉쇄될 것을 예상해야 해요. 초기 단계에서 봉쇄를 해도 약 6개월 뒤에는 두 번째 파고가 찾아옵니다. 초반에 완전히 봉쇄하지 않으면 두 번째 파고는 훨씬 심각합니다. 그다음에 백신이나 항체가 나오길 기다려야 하지요. 대략 1년에서 1년 반 정도 걸립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그 안에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기까지 또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경제를 새로 조직하고 사람들과 만나는 사회생활 그리고 통치 방식까지 재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희경 : 사스나 메르스, 에볼라는 세계 경제를 멈추는 단계로 번지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왜 다를까요?

 

리프킨 : 이는 세계화에 답이 있습니다. 1차 산업혁명은 국가와 국가적인 시장이라는 개념을 심었고, 2차 산업혁명은 세계화를 가져왔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등과 같은 중개 조직들이 이때 나타났지요. 이 인프라는 적시 생산 방식JIT으로 재고를 남기지 않습니다. 탄력성보다는 오로지 효율성에만 의존하죠. 지금의 신자유주의 경제는 단기 이익만 추구합니다. 주식시장에서 분기별 보고서로 이익 현황을 보여줘야 하죠. 이익을 못 내면 주주의 주식이 평가절하되니 경영자에게 문제가 생깁니다. 분기마다 수익을 내려면 장기 투자, 장기 계획,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는 중복 장치를 구비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지금처럼 팬데믹이 오면 전체가 타격받고 세계화된 인프라가 붕괴합니다. 감염병이 발생하는 순간 전 세계 인프라가 무너졌습니다. 마스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인공호흡기는 어디에 있었나요? 우리의 음식을 실은 배는요?

 

- 1장 집중과 분산 [제러미 리프킨, 화석연료 없는 문명이 가능한가]

 

빅 데이터,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무인 기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섰다고 자찬하지만, 리프킨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수직적으로 통합된 2차 산업혁명(에너지 기반 대량 생산) 인프라를 가져와 3차 산업혁명(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지식혁명)에 심으려 하기 때문에 그들이 10년도 못 버틸 거라고 전망한다. 농업에서 3D 프린팅을 활용하는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아웃소싱보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온쇼어링(onshoring)으로 바뀔 거라고 분석한다. 팬데믹, 테러, 기후 재난이 벌어질 때 대처하려면 국가적인 전력망과 지역 중심의 소규모 전력망이 효율적으로 움직일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19에 대한 한국의 대처에서도 잘 나타났고, 리프킨 대담의 소제목처럼 ‘집중과 분산’의 구조를 짜는 게 관건이다. 공공 인프라가 민영화되는 걸 저지해야 하고, 전체 공동체가 협력하는 수평적인 통치가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각자 도생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리프킨과 마찬가지로 중국 지식인 원톄쥔도 코로나19는 서구 문화, 서구적 행동을 답습하며 자연에 분리된 채 살아가는 인류가 자초한 결과라고 진단한다. 코로나19 이후는 글로컬라이제이션(지역 중심 세계화)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를 거라고 전망하는데, 미국이 선도하는 북아메리카 글로컬 체계, 러시아와 협력할 유럽 연합, 아시아가 삼각형 구조로 세계 경제의 축을 이룰 것이다.

 

 

경제학자 장하준도 단기적 효율성 중심의 신자유주의가 바이러스 사태에 흔들리게 됐다는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

안희경 : 메르켈 총리는 코로나19 위기를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위기라 했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75년 만에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지요?

 

장하준 : 서구 중심적인 발언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전쟁과 기근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어요. 베트남전쟁 300만 명, 6·25전쟁 3~400만 명,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콩고내전 때도 3~400만 명이 죽었죠. 1960년대 초 중국이 대약진운동을 할 때는 기근으로 1000만 명 이상이 죽었습니다. 재앙적인 상황은 예외로 치더라도 가난한 나라에서는 화장실과 하수 시설 부족, 영양실조로 매년 몇천만 명이 죽습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집계는 안 되지만 기후변화로 증가한 재해 때문에 1년에 수십만 명이 희생당하고 있고요. 코로나19 사태가 느닷없는 충격으로 왔기 때문에 크게 다가올 수 있지만,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지극히 유럽과 미국 입장에서 나왔다고 봅니다.

(중략)

관광이나 스포츠, 극장처럼 사람들이 모여야 운영되는 곳도 어려워지고, 의류나 음식을 가공하는 노동집약적산업도 취약해졌죠. 게다가 지난 3, 40년 동안 세계화를 하다 보니 전 세계가 공급망으로 얽혔어요. 코로나19로 중국 경제가 마비됐을 때 한국과 독일에 있는 자동차 공장들은 영업을 못했잖아요. 중국에서 부품이 오지 않으니까요. 경제 시스템이 안전이나 유연성보다는 효율성, 특히 단기적인 효율성 중심으로 짜여졌기 때문입니다. 지금 그 약점이 노출된 거예요. 비행기나 전기 공급망, 유조선처럼 한 번의 사고가 큰 재앙으로 번지는 부문은 그에 대한 대비책이 많아요. 백업이 두세 개씩 있고, 어느 한 부분이 잘못되면 격리시켜 나머지 부분을 살리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지금의 경제 시스템은 그런 장치가 없습니다. 중국 시골에 있는 공장에서 시작해서 일고여덟 단계를 거쳐 모든 공정이 순조롭게 흘러가야 가능한 경제를 만들어놓았습니다. 더 취약할 수밖에요.

 

안희경 :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전체 산업 체계가 변화할 경향이 보이나요?

 

장하준 : 같은 산업이라 해도 어떤 식으로 재조직되느냐에 따라 생산방식이 바뀌는 분야가 나올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예측하기 힘듭니다. 지나고 나면 패턴이 보일 겁니다. 다만 한 가지, 이 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깨달은 게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에센셜임플로이essential-employees, 영국에서는 키워커key-worker라고 부르는 사람들이야말로 모두가 생존하는 데 기본이 되는 필수 노동을 한다는 점요. 의료진, 음식 파는 가게 직원, 배달 노동자, 양로원에서 일하는 사람들······. 지금까지 저임금으로 일해온 노동자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봉쇄 상황에서 이런 말들이 나와요. ‘이제 보니 투자 은행가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이들 없으면 못 살겠구나!’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일이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야 해요. 코로나19 위기가 끝나고 이들 분야에서 저임금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우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겁니다.

 

- 3장 성장과 분배 [장하준, 왜 우리는 마이너스 성장을 두려워하는가]

 

이 바이러스를 통해 우리 문명의 누적된 모순과 갈등, 부실 시공된 세계화, 저임금 노동자와 취약한 사회계층의 문제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게 드러났다. 불안을 해소할 구조 조정과 공동 안전망은 전 세계적인 공조가 필요하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 정책을 브리핑했는데, 그것은 댐 짓고 길 닦는 1930년대 1차 미국 뉴딜의 제시가 아니다. 그것은 와그너법을 실행해 노조 권한을 강화하고, 사회보장법을 제정해 사회 보장 제도를 실행한 2차 뉴딜(제도 개혁)의 방향이어야 한다. 장하준의 지적은 여러 가지로 속 시원했다.

 

*

장하준 : 빚내서 돈 쓰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하면 대학 가려고 학자금 융자를 받아선 안 되고, 빚내서 사업하면 안 되죠. 빚을 내더라도 나중에 소득이 더 늘어나면 빚을 내는 게 더 잘하는 일 아닌가요? 정부가 돈을 빌려 단기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주고, 급여액을 올려 수요를 유지하면, 기업들도 그 속에서 돈을 벌 수 있어요. 수요가 완전히 붕괴하면 기업들은 더 망합니다. 정부가 돈을 빌려 경제 전체 생산성을 높이는 곳에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더 커지죠. 지금 돈을 빌리면 안 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기업들도 부채 하나 없이 장사해야 한다고 얘기해야 해요.

더구나 한국은 재정이 엄청나게 건전한 나라입니다. GDP 대비 국채 비율이 40퍼센트 정도 되는데, 세계 최저 수준이죠.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나라들이 35~40퍼센트 사이로 가장 낮고, 한국이 그다음으로 낮아요. 한국은 2008년 금융 위기 났을 때 빼고 정부 재정이 매년 흑자입니다. 오죽하면 OECD같이 보수적인 기관에서 한국은 돈을 더 써도 된다고 그러겠어요. 저는 우리 경제를 ‘자린고비 경제’라고 부릅니다.

(중략)

우리는 복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잘못돼 있어요. 돈 있는 사람들한테 거둬서 가난한 사람들한테 주는 걸로 생각해요. 그런데 북유럽식 복지는 사회보험을 공동 구매하는 겁니다. 의료보험, 교육보험, 연금보험 등을 국민이 공동 구매하는 거예요. 미국이 복지 지출을 적게 한다고 말하지만 복지 지출이 높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많은 부분이 개인 지출이죠. 공공 지출만 보면 프랑스, 핀란드, 스웨덴 같은 나라들은 국민소득의 30퍼센트를, 미국은 20퍼센트만 지출하니까 미국이 복지 지출을 안 하는 거 같죠? 하지만 개인이 쓰는 복지 지출까지 합하면 핀란드 다음으로 많아요. 그럼에도 의료보험 체계가 잘못돼 다른 나라의 두 배를 쓰고도 선진국 중에 최하위 건강 지표를 보이죠.

(중략)

한국도 이제 선진국에 포함시켜야죠. 선진국들은 더 이상 성장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후변화 때문에라도 성장을 안 하는 게 좋고요. 문제는 성장의 질입니다. 성장을 얼마나 공평하게 나누느냐에 있죠. 온 국민이 편안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게 하는 것이 경제의 목표라면 성장은 그 목표를 이룰 여러 수단 중 하나입니다. 성장을 하면 덩치가 늘어나 나누기도 쉽고 목표를 이루기 수월하죠. 문제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는 성장을 해도 그 과실이 상류층에게만 집중되는 데 있어요. 보통 사람한테는 별 의미를 못 줘요. 성장 수치를 셈하는 방법에도 문제가 있었죠. 브라질에서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소를 키워 소고기 수출로 돈을 아무리 많이 번다 해도 그 일로 가뭄이 들어 농사가 망하는데요.

(중략)

이번에 한국 참 자랑스럽죠.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제일 잘 했어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도 창피한 세계 최고 기록이 너무 많아요. 자살률 1위, 간단히 볼 일이 아닙니다. 코로나19로 사람 죽는 건 안 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어서 죽는 건 괜찮은가요? 출생률은 거의 세계 최저에, OECD에서 남녀 임금 격차는 최고예요. 젊은이들이 좌절하고 이민 가고 싶다는 나라입니다. 잘한 거는 자화자찬이라도 해야 하지만 잘한 걸로 못한 것을 덮을 수는 없어요. 잘 해낸 경험을 계기로 우리가 힘을 모으면 큰일도 할 수 있구나 깨달았을 때 큰 개혁을 해야죠.

복지 제도도 제대로 도입하고, 교육 제도도 최대한 공정하게 개선하고, 세제도 최대한 공평하게 사람들의 노력을 인정하면서 연대도 조성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하고, 할 일이 많죠. 코로나19 잘 대처했다고 자축하면서 계속 건전 재정 외치고 예전처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 아무것도 안 하면 이 위기가 끝나고 5년이 지난 후에도 자살률 1위, 출생률 최저, 남녀 임금 격차 최고, 그런 한심한 나라가 될 거예요. 하지 않으면 안 바뀝니다.

 

- 3장 성장과 분배 [장하준, 왜 우리는 마이너스 성장을 두려워하는가]

 

장하준이 성장이라는 양(量)이 아니라 질(質)을 고민해야 한다고 마무리했듯이, 세계적인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도 삶의 질, 인간의 품격을 갖춘 삶을 권한다. 

 

*

안희경 : 당신 말처럼 혐오는 숨겨져 있다고 하기엔 너무 일상적으로 포착됩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 강렬한 감정이 왜 이토록 현실에서 힘을 발휘하는지 골몰하게 합니다. 당신이 언급한 2002년 인도 구자라트주에서 벌어진 대학살은 성지순례를 다녀오던 힌두교도들이 열차 화재로숨지며 일어났습니다. 힌두교도들은 이슬람교도가 불을 낸 것이라고 선동했고, 이들은 3개월 동안 1000명이 넘는 이슬람교도를 살해하는 무차별 보복을 자행했습니다. 이렇게 극단적이지 않더라도 분노를 특정 집단 탓으로 돌리는 정치 방식은 대중 정치에서 점점 더 교묘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왜 민주주의마저 왜곡하는 집단 혐오가 대중의 마음속에서 위력을 발휘할까요?

 

누스바움 : 두 가지 차원의 혐오가 있다고 생각해요. 첫째는 몸에서 배출되는 분비물, 노폐물에 대해 느끼는 혐오입니다. 대소변, 피, 콧물 등 우리의 동물성에 대한 거부 표현으로 모든 사회에서 작동하죠. 시체는 확실히 혐오스럽습니다. 이 혐오에는 일종의 원시적인 두려움이 있어요. ‘나는 동물과 다르다’라는 차별 의식을 가지고 동물적 본성을 혐오하는 겁니다. 이런 사고 속에 또 다른 종류의 혐오가 파고듭니다. 문화 차원의 혐오로 저는 이를 ‘투사 혐오projective disgust’라고 불러요.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부패, 냄새, 분비물 같은 역겨운 특성을 우리 사회의 특정 집단에 투사해 그들을 종속시킬 전략으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이 혐오는 대체로 약한 집단을 향합니다. 그들을 동물적이라고 묘사하죠. ‘동물적인 성적 취향은 그들에게나 있지 나한테는 없다. 고약한 냄새는 그들에게서만 난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죠. 미국 백인들은 흑인들에게 고약한 냄새가 난다며 동물로 취급했지만 사실 모든 인간은 다 비슷비슷한 냄새를 풍깁니다. 이렇게 타인을 종속시키려는 전략으로 작동하는 혐오는 흑인, 여성, 성소수자 등을 동물적인 존재로 만들면서 모든 인간이 갖는 동물성을 부정해왔습니다.

코로나19 위기는 몇 가지 혐오를 다시금 강화했어요. 당신이 언급했듯이 미국에 있는 동아시아계 사람들이 편견과 낙인의 대상이 되었죠. 이는 지난 20여 년 동안 두드러지지 않았던 혐오입니다. 전에는 이렇게까지 심각하지 않았어요. 미국의 대통령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봅니다. 반면에 지금의 위기 속에서 어떤 편견은 오히려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편견과 혐오가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대중들이 의문을 갖고 비판하도록 작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시카고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다른 인종들에 비해 매우 불균형적으로 바이러스에 취약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어요. 흑백 분리 거주가 뚜렷이 자리 잡은 시카고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더 많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죠. 불평등한 조건이 만들어내는 현상에 대해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했어요. 미국 전역에 걸쳐 매우 의미 있는 대화를 촉발시켰습니다. 주거지와 주거 상태, 건강보험 가입 여부, 그리고 영양가 있는 음식이나 식재료에 접근할 수 있는지 여부가 얼마나 건강에 근본적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었고, 이에 대한 비판 의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말하자면 지금 시카고와 일리노이주에서 저는 혐오 정치의 이면을 봅니다. 이는 자기 비판 정치, 사랑의 정치를 위해 반드시 선결되어야 하는 자아 성찰 정치라고 할 수 있어요.

(중략)

우리가 구현해야 할 정의는 인간이 각자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도록 존중하는 것입니다. 정의에 대한 최소한의 개념은 제가 주장하는 역량 순위에 있습니다. 인간의 역량을 창조하는 조건을 10대 핵심 역량으로 정리했지요. 평균수명을 누릴 수 있는 조건, 건강을 보호할 권리,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신체 보전, 자존감을 지키며 타인과 관계 맺을 수 있는 조건 등입니다. 모든 항목에서 최저 기준을 채운다면, 그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로 불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누구는 질 낮은 교육을 받아도 되고 일할 기회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동안, 평등을 추구하는 일은 어떤 분야에서건 대단히 어려워집니다. 인간의 역량을 개발하기란 참 복잡한 일이죠. 왜냐하면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 품위 있을 수 있지만, 다른 면에서는 자못 끔찍할 수 있거든요. 저는 노동계급의 삶이 반드시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틈에서 자랐어요. 하지만 그들은 경제적 평등을 주장하면서도 엄청나게 성차별적이고 호모포비아적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인간으로서 품격을 누리는 삶의 기본을 보장받는다면 세상의 두려움은 줄어들 겁니다. 두려움이 줄면 혐오도 줄어들죠. 우리 자신이 취약할 때 다른 집단에게 그 탓을 돌리고 싶어 하는 욕망이 생기거든요.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료 시스템을 강화하고,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모두가 교육받을 기회를 누리는 안전망이 갖추어진다면 불안은 훨씬 줄어들 겁니다. 요컨대 우리는 전방위적으로 밀고 나가야 합니다. 또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각 분야 활동가들을 뒷받침하는 용감한 지지자가 됩시다.

 

- 4장 혐오와 사랑 [마사 누스바움,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역학과 교수 케이트 피킷은 “미래에 감염병이 팬데믹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막고자 한다면 먼저 사회 구성원들이 회복 탄력성을 갖추도록 사회 조건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

피킷 : 무엇보다 우리는 서로에게 친절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애쓰고 있다는 것을 서로 인정해주는 거죠. 우리의 말과 표정은 곧 우리의 노동조건이자 사회 환경이기도 하니까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지 보여줬습니다. 그동안 낮은 임금으로 돌봄 영역에서 일해온 이들, 슈퍼마켓 선반을 채워온 이들, 생필품을 배달해온 이들, 청소를 해온 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중요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이들 핵심 인력의 귀중한 역할을 계속 기억해야 해요.

 

- 5장 개별과 보편 [케이트 피킷, 우리는 질병과 죽음 앞에 평등한가]

 

 

철학과 교수이자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 소장인 닉 보스트롬은 지구적인 조절 능력을 세워내자고 요청한다. 비접촉 관계 방식 언택트는 일시적일 뿐이며, 인간은 끊임없이 마주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위기가 문명의 몰락을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국제적 협력 결핍’은 그가 발표한 「취약한 세계 가설」에서 거대한 위험 요소이다. 

 

*

보스트롬 : 방역과 관련된 일부 제품의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기업이 소비자의 두려움을 이용해 가격을 상승시켰고, 이는 불행에서 이득을 챙기는 것과 같죠. 기업이 대중의 두려움을 통해 얻는 막대한 이윤을 막고자 한다면, 우리는 그 두려움을 자극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정책 결정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공급 부족이 일어난 이유죠. 대규모 비축물을 풀게 만드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정밀한 시나리오를 세워 기업이 따르도록 자극하는 정책을 폈어야 했습니다. 유인 구조(금전적 또는 비금전적인 혜택을 주어 특정한 경제행위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여러 체계)에 있어 효용이 적은 부분을 특정하기는 쉽습니다. 지금은 행위자들(대중, 기업 등)이 상황을 낫게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어요. 이는 조율하는 데 실패해서 그렇습니다. 심지어 우방으로 협력해오던 국가들조차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서로를 충분히 도왔는지 불분명합니다. 저는 이런 조정 실패가 이번 위기에만 해당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우리는 근원적인 악화 인자를 가지고 있어요. 바로 국제적 협력 결핍입니다.

(중략)

미래 어느 시점, 세상이 자동적으로 무너질 수 있는 발명이나 발견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 속에 있다는 가설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문명은 엄청난 충격으로 황폐해질 수 있는데, 제가 반무정부 상태semi-anarchic default condition라고 부르는 지점에 우리가 계속 있다면 문명은 몰락할 수 있다는 거죠. 반무정부 상태는 지구 차원에서 조정해야 할 중대한 문제를 푸는 강력한 협력 능력이 부족한 우리의 상황을 말합니다. 우리는 많은 돈을 군대에 쓰고 있습니다. 수천 개의 핵무기를 오직 사람을 죽이겠다는 목적과 위협하는 수단으로 갖고 있죠. 이는 우리가 만든 치명적인 위기예요. 또 기후변화에 대한 지구적인 강력한 대응도 부족합니다. 이 두 가지 위협으로도 취약한 세계 가설을 반추하게 만드는데요. 여기에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인류 차원에서 도저히 승인할 수 없는 파괴 행위를 도모한다고 했을 때, 이를 막을 영향력조차 부족합니다. 상상해보세요. 만약에 대규모 파멸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면, 그러니까 누군가가 수백만 명을 한꺼번에 죽이는 방법을 발견했고, 부엌 개수대에서 이것저것을 섞어서 도시로 흘려보낸다면 어떻게 될까요? 현재 우리에겐 이런 파괴를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수많은 개인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하고 차단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죠. 이런 조건 속에서 세상은 취약합니다.

 

- 6장 기술과 조정 [닉 보스트롬, 세계는 다음의 위기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농부로 풀뿌리 운동 지도자이자 과학철학 박사인 반다나 시바는 생태 중심의 삶을 권장한다. GMO(유전자변형생물) 콩으로 만들 가짜 고기를 위해 아마존 열대 우림을 훼손하고 식품 소비 구조를 유전자조작 산업으로 옮기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지탄한다.

 

*

안희경 : 그래도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고기 소비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요?

 

시바 : 소비자들은 고기를 더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어요. 고기 소비는 GMO 콩과 GMO 옥수수를 기반으로 하는 축산업, 거기에 대량 지원되는 보조금 때문에 증가했습니다. 미국에서 카포CAFO라고 부르는, 좁은 공간에 가축을 대량으로 길러 이윤을 극대화하는 집약적 생산 구조가 가져온 소비입니다. 여기에 실리콘밸리는 가짜 고기를 만들어서 더 많은 돈을 벌고자 합니다. 특히 동물 사료 산업으로 엄청난 정부 보조금이 흘러갑니다. GMO 콩을 길러 사료로 팔면 보조금을 제일 많이 받죠. 이 시스템 속에서 공장식 축사가 운영됩니다.

이런 시스템이 없다면 고기 소비는 자동적으로 줄어들 겁니다. 사람들에게 병을 유발하는, 항생제에 오염된 고기 소비도 줄겠죠. 공장형 축사를 지나갈 때 코를 싸잡게 되죠? 돼지, 닭, 소들이 너무 많이 있는 곳에서는 코로 숨을 쉴 수가 없어요. 이 고약한 냄새가 메탄입니다. 같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보다 여든 배 더 기후에 치명적이죠. 동물 해방도 필요해요. 마음대로 움직일 동물의 자유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죠.

 

안희경 : 코로나19 위기의 주요한 원인은 무엇인가요?

 

시바 : 원인을 알기 어렵습니다. 거대한 지정학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왔다는 겁니다. 작년에 박쥐와 관련된 정보를 나브다냐 회원들에게 들었는데, 중국과 미국 방위대가 인도 나갈랜드 지역에서 박쥐를 불법으로 채집했을 때입니다. 이는 생물자원 수탈bio-piracy이에요. 국제 규약은 아무 나라에나 몰래 들어가 생물자원을 훔치지 못하도록 허가를 받게 했습니다. 그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채취해간 겁니다. 그렇게 채취해간 바이러스를 장기 매매 시장이나 공장형 축사 또는 실험실에서 증식했을지 모릅니다. 어떻든 저는 코로나19만을 분리해서 보는 접근 방식은 비과학적이라고 봐요. 지난 30년 동안 인류에게 영향을 미친 새로운 질병은 300개 가까이 됩니다. 그중 상당수는 숲에서 왔습니다. 지금 야생종들의 질병이 이동하고 있어요. 예전에 인도 키아사누르에서 감염병이 발생했습니다. 숲을 벌채하니까 원숭이들이 마을 가까이로 왔고, 원숭이 몸에서 나온 벼룩이 인간에게 오면서 출혈성 질환이 창궐했죠. 키아사누르 삼림병이라고 불립니다. 에볼라도 숲이 파괴되면서 일어났습니다. 우리는 숲을 파괴함으로써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한다는 것을 압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구에 대항하는 전쟁을 반드시 멈춰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라는 비유를 사용하는 것도 멈춰야 해요. 바이러스가 생물은 아니라 할지라도 스스로를 복제합니다. 인류가 살아 있는 존재에 대하여 전쟁을 선포할 때마다 결과는 좋지 않았어요.

 

안희경 : 2차 세계대전에 사용했던 독가스가 농업으로 옮겨와 살충제가 됐고, 폭약의 재료인 질소 역시 농산업의 비료가 되었습니다.

 

시바 : 그래요. 사용했던 독가스가 농산업으로 옮겨와 벌레와의 전쟁, 곤충과의 전쟁을 창조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무엇을 얻었나요? 벌들의 실종입니다! 이 전쟁으로 80퍼센트의 곤충이 사라졌습니다.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먹이사슬 속에 있어야 할 곤충의 자리를 파괴함으로써 우리 스스로를 붕괴시키고 있다고요. 전 세계는 지금 코로나와 전쟁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저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수백만 명의 생계를 앗아가는 결과를 낳을 거라고 봅니다. 벌써 굶주림의 팬데믹이 시작됐습니다. 계속된다면 인류의 50퍼센트가 삶터를 잃을지 몰라요. 정부는 경제냐 목숨이냐를 두고 논쟁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냥 경제 속에서 생계를 꾸려가요. 제가 작은 가게를 하거나 미용실에서 일하거나 작은 공장을 운영한다면, 혹은 소규모 농사를 짓는다면 제 목숨과 생계는 하나로 붙어 있습니다. 우리는 3000만 명의 굶주린 목숨을 저버린 채 확진자 숫자만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인류가 생명의 그물망에 대항하여 전쟁을 선포한다면 이는 스스로에게 전쟁을 선포하는 격이며, 그 순간 인류는 생명망에서 분리됩니다. 적어도 힘센 인간들이 나머지 인류를 향해 선포하는 전쟁이 됩니다. 그 생각만으로도 반인륜적인 행위를 저지르는 거예요.

 

- 7장 분리와 연결 [반다나 시바,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가]

 

 

종합하면, 바이러스가 지금 우리의 적이 아니다. 시바의 말처럼 타인이 없으면 나도 살아남을 수 없는데, 가장 거대한 ‘두려움’ 바이러스로 우리는 서로를 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모든 걸 산업화하고 세계화하며 이윤을 짜내려고 작동하는 글로벌 경제가 아닌 지역공동체 속에서 창조적으로 활동하는 ‘지역 경제’-‘순환 경제’ 시스템이다. 환원주의적인 기계학습에 점점 더 의존하는 지금 인류가 에고ego에서 벗어나 에코eco로 갈 수 있을까. 매일 터지는 비인간적 사건 사고는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상호 존재라는 것을 잊고 있다는 걸 상기시킨다. 누구도 혹사되지 않으며 살 수 있는 세상을 나는 오늘도 꿈꾼다.

 

 

*

"소수의 부를 만드는 활동이 실제로 다수의 이익을 가져오기에 자본주의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석학들이 힘주어 이야기하는 건 실제로 우리의 경제가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금융이 금융에 투자하거나 기업이 자기네 주식을 되사들임으로써 거대한 부를 증식하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으며 시장은 홀로 다수의 이익을 만들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페레스는 “모든 혁명은 거대한 전환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황금시대로 가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건이 붙는다. 많은 이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될 때에만 그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기업과 사회가 함께 번성할 수 있는 포지티브섬 게임을 창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  [안희경, 혁신은 모두를 위한 이익에서 나온다] 마무리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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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09-13 08: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누스바움의 혐오에 대한 정리 좋네요. <사람, 장소, 환대>와도 왠지 좀 통하는 거 같구 요즘 고민하던 문제와도 맞아들어가서 천천히 다시 읽어보려고요. “무엇보다 우리는 서로에게 친절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애쓰고 있다는 것을 서로 인정해주는 거죠. 우리의 말과 표정은 곧 우리의 노동조건이자 사회 환경이기도 하니까요.” - 이 부분 정확하게 제가 오늘 내일 쓰려던 포스트와 일치해서 소름.. (오늘도 감사드려요! 평안한 일요일 되세요 ^^)

초딩 2020-09-13 11:41   좋아요 2 | URL
시바가 모두를 포옹 하는 운동을 하겠데요. 코로나가 진정되면. :-)
소트라테스가 말한 인류의 모든 활동은 인류의 보존을 위함이고
인류의 보존은 사랑인 것 같습니다.

하나 2020-09-13 11:53   좋아요 2 | URL
초딩님과 아갈마님께서 읽으시는 걸 보고 저도 주문했어요! 저도 읽고 또 같이 얘기 나눌 수 있음 좋겠네요 :) 남은 주말도 잘 보내시고요!

AgalmA 2020-09-30 22:37   좋아요 1 | URL
말씀하시니 저도 누스바움 <혐오와 수치> 읽고나면 <사람, 장소, 환대> 읽어봐야겠습니다.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이 점점 불명확한 요즘 상황 생각하면 우리의 공통 고민은 윤리 문제고 그게 또 끝까지 갈 화두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thanks to 감사드려요. 하나님도 읽고 싶은 거 못 참는 독서가이신 걸 인정합니다^^;

초딩 2020-09-13 12: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원톄쥔 농촌 이야기, 마사 누스바움 교수의 혐오와 사랑, 반다나 시바의 자연과 인간이 평등한 민주주의를 보며, 그들이 제시한 ‘증거‘를 보면, 코로나 역시 오도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까지의 세상에서 커져가고 있던 온갖 문제들이 코로나로 분출했는데, 그것 마저 미국, 유럽 등의 열강에 의해 ‘의도‘ 되어져 그 문제들을 결국엔 신자본주의로 몰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이 세상은 이 큰 지구는 이렇게 다양한데, 내가 아는 뉴스는 고작 의도된 몇개 뿐인것처럼 획일화되어 살고 있구나였습니다.
건강하고 밝은 하루 되세요~

AgalmA 2020-10-01 04:38   좋아요 0 | URL
네, 동감합니다. 코로나19로 인류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서 당황스러울 정도죠. 책임 전가를 어딘가에라도 하고 싶은 중대 사안이기도 하고요. 무인도에 살지 않은 이상, 현재 이 지구상 누구라도 신자본주의와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죠.

공부할수록 제 부족함을 느끼게 됩니다.
초딩님, 안부 인사가 많이 늦었는데, 추석 연휴 잘 보내시길.

북다이제스터 2020-09-13 1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성장 아니 역성장을 당연하고 오히려 더 좋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Gdp -1퍼센트도 벌벌 떠는데 쉽지 않겠죠.

AgalmA 2020-09-30 22:46   좋아요 1 | URL
이 책에서는 장하준 교수가 역성장에 대해서 강도높게 얘기하고 있죠. 대부분 고용 노동직 종사자니 인식 전환하자는 게 쉽지 않죠. 1인 가구 증가로 자기 노동 없이는 기댈 데도 없는 상황이니까요.

2020-09-21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30 2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롤랑 바르트 때문에 제가 고생이 많습니다💦

『롤랑 바르트의 편지들』(글항아리)

롤랑 바르트 패브릭 포스터, 연필 사은품이 뒤늦게 나와서 울며 겨자 먹기로 반품ㅠㅠ... 4,700원이나 하는 이 패브릭 포스터를 반품비까지 계산하면 1,0000원에 산 셈😔

롤랑 바르트 패브릭 포스터는 손수건보다 조금 더 큰 정도로 생각보다 크지 않아요. 창가에 걸려고 했더니 액자 크기라 매우 아쉽고, 연필은 흰 칠이 금방 벗겨집니다. 그러나 롤랑 바르트 좋아하는 사람은 몹시 탐날 굿즈입니다.

멋진 양장본은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소설가 조르주 페렉이 바르트를 매우 좋아했는데 그들의 교류가 가장 궁금했지요.

 

 

 

 

 

 

 

 

 

 

 

 

 

 

 

 

 

 

 

인문서적 구매 tip : 한국 문학은 친필 사인본 등 한정품이 있어 권하기 그렇지만 인문 기타 분야는 나오자마자 사지 말고 2~3주 정도 추이를 보세요. 서점 사은품 상황이 매우 달라집니다.

『롤랑 바르트의 편지들』 경우도 자체 책 사은품이 없다가 1주일 지나 롤랑 바르트 패브릭 포스터와 연필이 등장했고, 둘 중 하나 선택이었는데 한 달 지나 제가 살 땐 둘 다 선택할 수 있게 바뀌었어요. 온라인 서점 사은품 종류도 많아졌고요.

이런 거 말하면 알라딘이 싫어할까요, 좋아할까요-,.-)a

• 알라딘 굿즈 / 9월 알라딘 굿즈

책베개 ver1, 2가 조금씩 다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ver1은 솜을 빼서 세탁하기 매우 번거롭고 솜도 금방 꺼졌죠.

ver2는 메모리폼 베개인데 이것도 분리 세탁이 안되었죠.

그래서 ver3은 안 삼ㅎㅎ;;

이번 ver4는 크고 부드러운 촉감의 어린 왕자 디자인이라 참을 수 없었죠. 집에 책쿠션이 몇 개인가🤣🤣🤣😂😂

 

 

 

 

 

 

 

 

 

 

 

• 인문학 사은품

♧ 색색의 지식 교양_미니 노트(블루)

- 지난달엔 블랙 받았으니 이 달엔...

 

 

 

 

♧ 여름밤의 지식 교양 - 찰스 부코스키 맥주잔 & 가죽 코스터

"사랑은 명령이거나 믿음이거나 선언이 아니어도 됩니다. 저는 저만의 신입니다. 우리는 교회, 국가, 교육 체계의 가르침을 잊기 위해 여기 있습니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고자 여기에 있습니다"

ㅡ Charles Bukowski

책쟁이에 알코올중독자까지 만들려는 음모ㅎㅎ;?

 

 

 

 

여하간 재미없는 생활에 책과 굿즈는 늘 활력소가 되어줍니다.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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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2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3 0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코스타리카 라스 로마스 - 5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밖에서 사 먹는 커피보다 알라딘 커피가 훨씬 맛있습니다. 코스타리카 좋아하고 요즘 커피를 상당히 많이 마셔 원두가 똑떨어질 때가 잦아 통 크게 500g 구매. 고소 50%, 향긋 50% 적절한 배합입니다. 신맛은 많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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