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 상품 포장팩 (책3권까지 포장 가능) 알라딘 중고 상품 포장팩 1
알라딘 이벤트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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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는 거보다 사는 게 더 많지만ㅎ;; 알라딘 덕분에 중고책 정리 잘 되고 있습니다. 비오는 날이 많아서 비닐팩 구매를 했습니다. 튼튼하고 좋아요. 받는 분도 좋아하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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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알라딘 중고서점 방문

장대비를 뚫고

2만 원 이상 사면(굿즈도 상관없음) 8월 알라딘 굿즈 본투리드 휴지통 살 수 있다길래 왔다😶☔💦

어쩌다 내가 이리 되었는지😔

아무튼 뚜껑 있는 블루 모비딕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10분 만에 고른 게 6만 원이 넘게 생겼ㅎㄷㄷ 최대한 추리기로 했다😂

겉 커버가 없지만 아주 저렴한 장 보드리야르 『사물의 체계』(백의출판사)는 꼭 산다.

앙리 보스코 『당나귀 반바지』(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7)는 민음사 패밀리데이 때 사야 하나🤔

도서관에 없는 파울 첼란 시집 『죽음의 푸가』는 여기서 다 읽고 갈까🤔 소장도 하고 싶은데...흑흑) 여기 꽤 수록되어 있는 『아무도 아닌 자의 장미』 시집 읽고 리뷰도 이미 쓴 터라...흠.

에세이의 새로운 차원을 보여주는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다뉴브』는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해서 비치하게 만들긴 했는데, 중고책 상태도 최상급이 아니라 고민.

 

📎

다시 한번 말하자면, 시란 부재에 대해 이제 더 이상 없는 어떤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시란 사소한 것, 공허한 장소에 세워진 작은 팻말이다. 시인은 그것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시를 지나치게 믿지 않는다. 자신을 찬양하거나 무시하는 세상은 더더욱 믿지 않는다. 프렌스는 호주머니 서 파이프를 꺼내어, 다른 탁자에 앉아 있는 두 딸을 보고 미소 짓다가, 탁자 사이를 돌아다니며 잡동사니를 파는 세네갈 사람과 잡담을 나누면서 그에게서 라이터 하나를 산다. 잡담하는 것이 글 쓰는 것보 다 낫다. 세네갈 사람은 멀어지고, 프렌스는 파이프를 빨며 글을 쓰기 시작한다.

낄낄거리는 가면들 아래서, 또 주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종잇장을 채워나가는 일도 나쁘지 않다. 이 너그러운 무관심은, 종이 쪼가리 몇 장으로 세상을 바로잡겠다고 내세우거나 삶과 죽음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는, 글쓰기에 내재된 전능함의 열광을 다스려준다. 그렇게 펜은 원하든 원하지 않는, 겸허와 아이러니로 절제된 잉크로 적셔진다. 카페는 글쓰기를 위한 장소다. 종이와 펜, 그리고 기껏해야 책 두세 권과 함께, 파도에 휩쓸리는 난파자처럼 외롭게 탁자에 매달리게 되는 곳이다. 나무판 몇 센티미터가 뱃사람과 그를 집어삼킬 수도 있을 심연을 갈라놓고 있으며, 조그마한 실수에도 거대한 검은 물이 광폭하게 몰려와 아래로 끌어내린다. 펜은 상처를 주고 또 낫게 하는 창이다. 그 펜은 흔들리는 나무판을 꿰뚫고 요동하는 파도에 내팽개쳐지기도 하지만, 출렁이는 나무판 틈새를 메워 다시 항해하고 항로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ㅡ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작은 우주들』, <산마르코 카페>

 

 

 

 

 

 

 

 

 

 

 

 

 

그 외 알라딘 굿즈 구경~

 

 

 

 

 

 

 

 

 

 

 

 

 

 

 

 

 

 

앨리스 독서대😍, 데미안 유리 보틀😍, 가스파드 앤 리사 스테인리스 컵😍, 빨간머리 앤 핸드폰 거치대😍(집에 있는 배트맨 블랙 거치대랑 쌍으로 있음 예쁘겠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키링😍(후크 채우는 방식이 아니고 끼우고 돌려서 넣는 구식이라 실용성 꽝. 돌려서 끼우다 보니 스크래치도 생기고😑 이거 바꾸시는 게 판매에 더 도움이 될 거라고 건의했다. 알라딘 굿즈 때문에 내가 더 바빠ㅜㅜ!

 

 

 

책 읽는 사람들의 생활용품 연구소 8월 신상도 구경

슬링백, 실리콘 수세미, 냄비받침, 여권지갑(오, 내부가 부드러운 가죽), 규조토 칫솔꽂이 등.

 

 

 

 

 

 

 

 

 

 

 

 

 

아, 배고파. 밥 먹고 올걸. 금방 고르고 갈 줄 알았는댕ㅜㅜ

늘 이렇다니까😂

책이여, 왜 항상 날 헐벗고 굶주리게 하는가💦

 

 

냉면 먹는 나를 바라보는 카뮈의 시선x2 부담스러워💦

 

 

 

그리하야

 

 

 

 

『그래픽 모비딕』, 『일러스트 모비딕』 다 살 예정이므로 이 달은 모비딕 굿즈 모으기의 달. 이게 뭐야ㅋㅋㅋ

원래는 밀폐형 프랑켄슈타인 쓰레기통(3L)을 살 예정이었는데 집에서 주로 쓰는 게 2L라 끼우는 거 자체가 불가능해 안 샀다. 2번째로 눈독 들인 셜록은 생각보다 가로폭이 커서 결국 슬림 하고 색감도 좋은 모비딕으로 결정. 직접 보고 사시길 권함/

본투리드 휴지통에 어서 쓰레기를 투척ㅋㅋ!

 

알라딘 커피 중 나의 애용 상품이 된 에피오피아 첼바와 콜드 브루

 

 

 

 

 

 

• 도서관 일지

며칠 전까지도 비치 상태이던 로버트 그린 책이 죄다 대출 상태ㅜㄱㅜ); 신간 나오니 인기 대폭발ㅎ

두꺼워서『유혹의 기술』을 e book으로 다 읽었다. 어찌 보면 픽업아티스트 최고급 교본이라 볼 수 있는데ㅎ;; 이 책의 기술 나쁘게 쓰면 꽤 위험할. 리뷰 쓰려고 참고로 할 종이책을 도서관에서 빌리려 했더니 한발 늦었다. 부지런 떨 걸 그랬어!

『권력의 법칙』이 1998년, 『유혹의 기술』이 2001년 출판됐는데 두 책을 읽어보니 글쓰기 형식도 그렇고 에피소드에 나오는 역사와 인물도 그렇고 대동소이하다. 둘 중 하나만 읽어도 큰 무리는 없을 거 같다.

이번에 나온 『인간 본성의 법칙』도 대충 감이 잡히는데, 이 저자 특징이 일화 중심이라 읽는데 큰 어려움 없을 거라 생각한다.

 

📎

"유혹을 하려면 먼저 상대가 스스로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살아가면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 뭔가 결핍되었다는 느낌이 들 때, 자신의 빈 공간을 채워줄 사람을 찾게 된다. 우리 대부분은 게으르다. 우리 스스로 지루함이나 상실감을 달래려면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보다는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그 일을 맡기는 것이 훨씬 쉽고 짜릿하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나서서 우리의 공허감을 채워주기를 바란다. 유혹자는 바로 이 점을 파고든다. 상대가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하라. 상대를 절망에 빠뜨려 자신의 정체성에 회의를 품게 만들라. 상대가 삶을 갉아먹는 지루함에 덜미를 잡히는 순간, 유혹의 씨앗은 저절로 움트게 되어 있다."

ㅡ 로버트 그린 『유혹의기술』

 

유튜버 추천 역주행 책으로 입소문 자자한 대니얼. J 레비틴 <정리하는 뇌>을 도서관에서 대출. 8월은 자연스레 심리학 공부 시즌이 되는 거 같군. 나는 뇌만 정리할 게 아니라능;;

• 융통성에 대해

일본 불매 운동이 확산되면서 일본 저자 책도 읽지 말자는 얘길 여기저기서 봤다. 휴가 시즌인 요즘 일본 여행 책 쓴 한국 저자들은 참 심란할 거란 생각도 했다.

일본 저자 책도 보지 말자? 그게 똑똑한 소리인가.

그런 논리라면 한국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일본과 권력의 논리를 비판한 우에노 지즈코 <위안부를 둘러싼 기억의 정치학>도 읽지 말자는 얘기가 된다. 위안부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로 이만한 책도 없다. 맹목적인 획일주의 경계 좀 했으면 좋겠다. 한 치 앞만 보고 애국심을 앞세워 자신의 어리석음만 드러낼 뿐이다. 일본이 서양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성장해 갈 때 쇄국 정책 일삼던 구한말 같은 발상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패하지 않을 수 있다는 병법은 생각하지 못하시는가. 그런 분들이야말로 로버트 그린 책을 추천드린다.

 

 

 

 

 

 

 

 

 

• 민음북클럽 책문책답

 

중복된 책이 많은데 안 겹치려니 생각이 잘 안 났다😅

책과 다이어리를 다 찾아보자면 3박 4일도 모자랄 거 같아서 어림짐작으로💦

제대로 된 답을 찾자면 수시로 혹은 해마다 생각해봐야겠음.

가장 웃긴 답

39. 신뢰하는 책 관련 인플루언서(평론가, 블로거 등)가 있다면?

: 나

🤣🤣🤣🤣🤣🤣🤣🤣🤣🤣🤣🤣🤣🤣🤣🤣🤣🤣

내가 읽을 책은 내가 고른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1일 1사진

포도와 그 외 친구들을 구경했다. 제대로 된 포도송이가 하나도 없었다. 사람들이 몰래 따 먹는 것일까. 상품으로 자라는 게 아니라서 그런 거겠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하나 먹어 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내 노력은 일체 없이 자란 것들이니까. 돈을 주고 하나 먹어 보겠습니다 하는 소비가 이뤄질 수 없는 공간이다. 그것의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가 내게 마음의 양식을 준다. 해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유대. 이런 마음을 지닌 채 식물들과 함께 있을 때 내가 인간인 것이 약간 행복해진다. 근본적으로 적자생존과 약육강식하는 생물이 이런 마음을 지니는 것도 아이러니다.

 

 

 

 

 

 

 

 

 

 

 

그리고 또 저녁

 

 

 

 

 

 

 

📎풍미風味

나는 판단 이전에 앉는다.

이리하여 돌(石)은 노래한다.

생기기 이전에서 시작하는 잎사귀는

끝난 곳에서 시작하는 엽서였다.

대답은 반문하고

물음은 공간이니

말씀은 썩지 않는다.

낮과 밤의 대면은

거울로 들어간다.

너는 내게로 들어온다.

희생자인 향불.

분명치 못한 정확과.

정확한 막연을 아는가.

녹綠빛 도피는 아름답다.

그대여 외롭거든

각기 인자하시라.

(1970)

 

 

 

 

 

 

 

 

 

 

 

 

 

 

 

• 달력을 넘기며

 

내게 민음북클럽을 소개한 사람은 그장소였다.

첫 챕터 <게으르게> '늦게 꽃 핀 대가들'을 읽으며

내내 당신을 생각했다. 죽기 전에 꽃 펴보지 못한 당신.

게을렀지만 책 읽기만은 누구보다 열심이었던 우리 아니었던가. 그래서 나는 더 부채감이 있고 욕심을 가지게 된다.

이 책 당신이 좋아하며 읽었을 광경이 눈에 선하다. 내가 대신 읽어줄게.

같이 바다 여행도 가고 싶었는데......

입추가 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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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08-05 06: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굿즈가 활성회된 계기 중 하나가 AgalmA님의 제안 아니었나 싶네요. 때문에 AgalmA님께서는 책임감을 가지고 가셔야 할 듯 싶네요 ^^:)

AgalmA 2019-08-05 08:17   좋아요 1 | URL
제가요-ㅁ-;;; 신나게 만든 건 알라딘이고 저는 장단만 맞춰드린 게 다인데(그것도 내 돈 쓰면서ㅜㅜ) 너무합니다;_;)....

단발머리 2019-08-05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상 줘야 됩니다.
감사상, 고마워상, 공로상 기타등등

파스칸 키냐르, 김종상 전집이랑 자기 앞의 생... 아갈마님 극찬에 새롭게 보입니다^^

AgalmA 2019-08-09 07:14   좋아요 0 | URL
으히^^; 요즘 <정리하는 뇌>랑 <클루지> 읽고 있는데요. 저 책들에 대한 제 기억이 의심스럽기도 해 조만간 빨리 재독을 해서 재평가를 해야겠어요ㅎㅎ; 뭐, 그래도 평점 별 넷은 먹고 들어가는 책이니깐😤😁

cyrus 2019-08-05 16: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본인이 쓴 책을 보지 말자(사지 말자)’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해요. 저도 웬만하면 일본 제품을 안 사려고 해요. 하지만 저도 ‘일본인이 쓴 책을 보지 말자’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어요. ‘일본인’의 범주에 재일조선인도 포함되는데, 일본 우익을 비판하는 강상중 씨, 서경식 씨의 책을 살 수 없는 상황이 생겨요. ^^;;

AgalmA 2019-08-09 07:18   좋아요 0 | URL
저도 이해하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동참하고 있죠. 그러나 국가적/사회적 갈등 을 너무 광범히 적용해 침해하는 건 분명 문제죠. 말씀하신 대로 교집합 지대에 있는 저자들과 관계자들까지 피해가 가잖아요.

뚜뚜revolution 2019-08-12 2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씨가 참예쁘시네요.

AgalmA 2019-08-14 03:40   좋아요 0 | URL
저는 못 생겼다고 생각해 되도록 노출을 안 하는데 감사합니다😭💙
 
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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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 포세를 읽으면 당신의 무언가는 분명 달라진다. 그런데 그게 뭔지는 작가도 독자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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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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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 포세는 <시대의 연극(Theater der Zeit)>지와의 인터뷰(『이름/기타맨』, 지만지 고전선집)에서 하이너 뮐러에게 아주 중요한 것을 배웠다고 했다. “문화의 상황은 죽은 자와의 교류 방식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래된 집’은 포세에게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삶을 조종하는 것은 정체성이 아니라 여러 가지 관계들”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가족과 집은 사람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무대이다. 『아침 그리고 저녁』에서도 그랬다.

 

 

1부는 요한네스가 태어나는 풍경이다. 2부는 늙은 요한네스가 잠에서 깨어나는 걸로 시작한다. 집은 한 인간이 세상에 속하고 속하지 않게 되는 중요한 장소다. 누군가 떠나고 또 다른 이가 그곳에 살게 되듯이 인간의 몸과 역사도 비슷하다. 사람의 삶은 비슷비슷하고 그들이 사는 바다와 일상도 반복의 연속이다. 어부 올라이와 마르타 사이에 태어난 요한네스는 할아버지의 이름을 갖게 되었고, 아버지처럼 어부인 요한네스는 에르나와 결혼해 태어난 아이 중 하나에게 올라이라는 이름을 준다. 요한네스의 친구 페테르의 아내 이름은 마르타다. 파도에 이름을 붙일 수 없듯 이름도 사람에 잠시 머물다 간다. 그러나 이 하루는 어쩐지 모든 것이 깃털처럼 가볍고 고요하고 너무 다르다. 온통 이상한 일뿐이다. 페테르는 살아있을 때와 좀 다르고 수시로 사라졌다가 나타난다. 페테르에게 돌을 던져 몸을 통과하는 걸 봤지만 이상하게 적응이 된다. 요한네스는 친구인 페테르가 죽었다는 걸 알면서도 예전처럼 조업을 하러 바다로 가고 하루를 같이 보낸다. 예전에도 겪은 적이 있는데 낚시에서는 아무리 애를 써도 미끼가 가라앉지 않는다. 흠모했지만 주인집의 아이를 배 인연이 되지 못했던 죽은 노처녀 페테르센도 만난다. 죽은 아내 에르나도 여러 번 만난다. 기이한 하루를 보낸 뒤 마침내 요한네스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석양처럼 아름답다.

 

 

「하지만 난 자네가 보이는걸, 요한네스가 말한다

몸을 잠시 되돌려받았어, 자네를 데려올 수 있도록, 페테르가 말한다

이제 고깃배를 타고 떠나자고, 그가 말한다

어디로 가는데? 요한네스가 말한다

아니 자네는 아직 살아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하는구먼, 페테르가 말한다

목적지가 없나? 요한네스가 말한다

없네, 우리가 가는 곳은 어떤 장소가 아니야 그래서 이름도 없지, 페테르가 말한다

위험한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위험하지는 않아, 페테르가 말한다

위험하다는 것도 말 아닌가, 우리가 가는 곳에는 말이란 게 없다네, 페테르가 말한다

아픈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우리가 가는 곳엔 몸이란 게 없다네, 그러니 아플 것도 없지, 페테르가 말한다

하지만 영혼은, 영혼은 아프지 않단 말인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우리가 가는 그곳에는 너도 나도 없다네, 페테르가 말한다

좋은가, 그곳은? 요하네스가 묻는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서 많은 말을 하지만 어떤 죽음에 대해서도 전혀 대비되어 있지 않다. 또, 죽음은 어떻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일까. “진실은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욘 포세는 죽음이 삶을 말하는 방식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이 소설에서는 내용과 형식도 일치한다. 이 소설엔 마침표가 없다. 당신은 바로 위 인용에서 마침표가 없다는 걸 눈치챘는가?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걸 눈치채는 순간은 모두 다르겠지만 죽음만큼 극명한 사건이 있을까. 행간을 가득 채우는 침묵과 언어의 정제는 노르웨이 피오르 해변에서 살아온 욘 폰세의 정서에서도 기인했겠지만 누구도 삶에서 승리자일 수는 없다는 그의 멜랑콜리 사유와도 무관하지 않다. 범신론에 가까운 무신론을 드러내는 요한네스의 아버지 올라이의 마음에서도 나타난다.

 

「신이 존재하기는 하겠지, 올라이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너무 멀리 있거나 너무 가까이 있다. 그리고 그는 전지전능하지도 않다. 그리고 그 신은 홀로 이 세상과 인간들을 지배하지 않는다, 그래 여하튼 존재하기야 하지만, 창조과정에서 방해를 받은 거지, 올라이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기에 그는 아마도 무신론자인 것이다, 그는 믿음의 서약을 지킬 수 없다, 아니 그럴 수가 없다, 그는 알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하는 척할 수도 없다, 보고도 못 본 칙, 이해하고도 이해 못 한 척할 수 없다. 그리고 그가 아는 것을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그것은 사람의 말로 드러낼 수 없는 것이며, 말이라기보다 어떤 고민일 테니까, 굳이 말하자면, 그의 신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신이 아니다, 누군가 세상에 등 돌릴 때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뿐, 그래 이상하게, 그는 그런 식으로 한 개인은 물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올라이는 생각한다. 그리고 거리의 악사가 훌륭한 연주를 할 때, 그는 그의 신이 말하려는 바를, 조금은 들을 수 있다, 그래 그럴 때 신은 거기 있다. 좋은 음악은 세상사를 잊게 해주니까, 하지만 사탄이 이를 좋아할 리 없으니, 정말 훌륭한 악사가 연주를 하려 하면, 그는 늘 많은 잡음과 소음을 준비한다, 정말 끔찍하지, 올라이는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저 방 안에서, 어린 요한네스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 어린 요한네스, 그의 아들, 이제 그의 어린 아들은 이 험한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살아가는 동안 겪는 가장 힘든 싸움 중 하나일 것이다, 자신의 근원인 어머니의 몸속에서 나와 저 밖의 험한 세상에서 제 삶을 시작해야 한다, 자애로운 신뿐만 아니라 미약한 신이나 사탄과도 연결되어 있으니, 아니, 이제 부질없는 생각들은 그만둬야지, 이게 대체 뭔가, 원 정말이지, 그래그래, 그렇게 생각하며 올라이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요한네스는 자신이 태어나는 순간도 기억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죽는 순간도 알지 못했다. 딸 싱네와 마주치지만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순간은 만남인가 이별인가. 하나이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차이가 없는 삶의 리듬 속에 모든 것이 고요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욘 폰세의 언어는 압축된 닫힌 텍스트인데도 이상한 소통과 부재가 넘실거린다. 이 파도는 낯설지 않으면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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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 권여선 장편소설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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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루가 불타고 배가 침몰해도, 이 모두가 신의 섭리다˝ 말하지 않는 세상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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