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가 친구에게

볕도 진자리에 빨래를 탈탈 털어 널면서 를 생각했다. 날씨 없는 근심 같은 것이었다

앉아서  펼치는 것 또한 시집(詩集)이었다.

일본어에 문외한인 친구가 전화를 걸어와 OO의 소재(所在)를 묻는다.

한자(漢字)라도 알면 나을 텐데, 그러게 미리 공부 좀 해 두지 그랬나.

나라고 별 수 없어 면박을 준다. 어진 친구는 그러게, 그러게 헤헤 거리며, 날이 좋다고 허실비실 웃는다. 나 또한 허실비실 웃으며, 내가 집안에서 를 읽는 이유가 자네가 나랑 안 놀아줘서 그러 거 아니냐며, 맘 편히 호통도 친다. 친구는 약조(約條)가 안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노력해보겠다며 봄꽃처럼 전화를 끊는다.

허무룩이 창밖을 보다가 다시 책을 내려다보다가, 나도 한자와 씨름 중인 걸 떠올린다. 친구는 친구인 게다, 하며 페이지를 넘긴다.

 

 

 

 

 

 

 §§ 김수영이 나에게 

며칠 전에 나는 (안 읽은) 책이 좀 많습니다 VS (잘못 읽은) 책이 좀 많습니다 VS (읽다 만) 책이 많습니다... 의 빅 매치를 생각해 보았는데, 오늘은 (잘 못 읽은) 책이 발견되었다.

김수영의 시집 두 권(1980년대, 2000년대)을 비교해 보고 있었던 것이다.

 

◆ 행갈이가 예전 책이 더 좋은 시 - 가령 <나의 家族> - 바뀐 6연의 행갈이가 영 마뜩찮다. 앞뒤 연을 비교해보면 암만해도 예전 게 더 좋은 것 같다.  개정판에 이 詩 개정에 대한 언급이 따로 없어 답답하다.

 

 

 

 

◆ 그 시대를 살지 않아 짐작만 하는 시 - 이건 나만 알겠음ㅎ

◆ 개정판에서 한자가 꼭 병기(竝記) 되었어야 할 시어와 시들 

   - 가령 동리->洞里같은. 한자일 때 더욱 명확한 것.

   - <엔카운터 誌>는 관용(寬容)과 방어작전(防禦作戰)이 유일하게 들어간 한자였는데, 한글로 표시해버려서 뇌관이 빠져버린 느낌.  

◆ 새삼 김수영을 되짚게 된 한자들 -

보다 食母를 더 호명한 자.

汽笛을 들으며 奇績을 바랐던 시인.

그래서 自由理由를 나란히 두고 形態를 요구했으며, 侮辱을 되돌려주기 위해 그토록 確實을 호명하고 憎惡하고 發惡하며 絕望했던 것.

民主黨은 그때나 지금이나 시인에게 두들겨 맞고 있다. 이름을 바꿔 수치를 가리지도 못하는 알량한 배짱.

◆예전 시집에 없는 추가된 시 <아침의 유혹>, <판문점의 감상>

 

 

 

§§§ 내가 나에게

이런 등속을 헤아리며, 완벽한 시인이 없는 것처럼 완벽한 책 또한 없는 것이구나, 했다.

읽는 책에 따라 변덕스럽게 바뀌는 내 문체를 내려다보며 魔鬼라고 중얼거린다.

내 문체를 바라보며, ​

“이런 것들이 정돈될 가치가 있는 것들인가

누이야

이런 것들이 정돈될 가치가 있는 것들인가

<김수영,  누이의 방, 1961.8.17.>

그렇게 ​내 문체를 바라보며, 소용돌이가 몰려온다.

나는 아무래도 최대한 그러려고 여기 앉아 있는 것이리라. 교수(絞首)를 당하기 위하여.

 

 

 

​ㅡAgalma

 

 

 

 

 

 

※ 개정판엔 없는 김수영 부록들 - 김수영의 어린 모습은 언제나 짐작이 안되었다. 런닝소년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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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30 2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30 2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걀부인 2015-03-30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맘껏 동감합니다요. 저 역시 지금 책을 써야하는데 매일 이런 시덥잖은 글을 쓰고 있어서.. 그냥 죽여버리고싶을때가 많아요.

AgalmA 2015-03-30 21:05   좋아요 0 | URL
달걀부인님 죽지 마세요!!! 그럼 제가 누굴 달걀부인님이라 부른단 말입니까ㅎ 어감이 정말 좋단 말입니다!

네오 2015-03-30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民主黨이라면 지금의 그 당요? ^^

AgalmA 2015-03-30 21:48   좋아요 0 | URL
네 ㅋㅋㅋ
자유당과 민주당 시절ㅋ

네오 2015-03-30 21:51   좋아요 0 | URL
새정치민주연합은 아니고요? ^^

AgalmA 2015-03-30 21:54   좋아요 0 | URL
민주당 의원들 팟캣 나와서도 여전히 민주당이라고 말실수 하던걸요ㅎ 아직 새정치민주연합 정체성을 인정 못하신다는 프로이트적인 말실수 되시겠습니다ㅎㅎ

네오 2015-03-30 21:59   좋아요 1 | URL
그래서 그들은 ˝모욕을 되돌려주기 위해 그토록 확실히 적을 호명하고 증오하고 발악하며 절망했던 것.˝ 아닌가요? ^^

AgalmA 2015-03-30 22:00   좋아요 0 | URL
다른 분들을 위해 번역을ㅎㅎ 누군가 그럴 지도 모른다 했더니 네오님이 당첨이군요

네오 2015-03-30 22:02   좋아요 1 | URL
저는 단지,,,,의원님들의 생각이 이런게 아닌가 살짝 언질을 한것뿐인데요^^

AgalmA 2015-03-30 22:04   좋아요 0 | URL
네, 그 뜻이 있으리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ㅎ
생각해보니 재밌네요. 이거 어디가서 또 써먹어봐야겠어요 ㅎㅎ
내가 쓰고 내가 자뻑인가;

네오 2015-03-30 22:07   좋아요 1 | URL
새정치민주연합 당명 보고 즉각적으로 신성로마제국이 생각났음요,,신성하지도 로마도 아닌 것이 제국이라니요 ㅋ 자뻑,,유체합체화법인가요? ^^

cyrus 2015-03-30 2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수영 시집 구판은 처음 봅니다. 개정판과 큰 차이가 있군요. 시집을 읽는데 한글한문 병용이면 읽기가 힘들어요. 시 읽는 특유의 느낌이 싹 사라집니다. 한문을 해석하는 데 시간을 허비해야 됩니다. 민음사에 나온 정지용 시집도 마찬가지에요. 한글한문 병용에 발표 당시 옛말을 그대로 살려서 출판된 것이라서 시를 읽는데 머리가 아픕니다.

AgalmA 2015-03-30 21:58   좋아요 0 | URL
맞아요. 한글한문 병용은 마치 옛시조 읽는 기분이ㅎ;;
이상시집 이승훈 시인이 낸 구판도 있는데, 한자 때문에 정말 미춰버릴 지경ㅋㅋ 산 지 10년도 넘었는데, 여직 다 못 읽었어요;;제발 김수영처럼 번역물을 내어다오 합니다. 이미 나왔나a;;

수이 2015-04-01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희 시집도 좋아요. 아갈마님 읽으셨을 거 같은데_ 시 이야기 나오니까 뜬금없이 ㅎㅎㅎ

AgalmA 2015-04-01 01:58   좋아요 0 | URL
시 편식이 또 있어서 의외로 안읽은 시인들도 꽤 있어요. 이상희 시인은 처음 들어요. 검색해도 찾기가 힘들어서 그런데, 제목 아시면 좀 알려주세요^^
 

클라이스트 상, 휴고 발 상, 브레머 문학상 수상 등의 수식 다 필요없고, 모든 작품이 주옥같은 책.

소장을 강권합니다.

품절이 자주 되는 책이었는데, 개정판으로 아주 아름답게 등장해서 반갑습니다.

 

(정말 멋진 부분은, 안 읽은 독자분들의 감상에 누가 될까 밑줄긋기로 올리지 않았습니다. 책의 첫 단편 <붉은 산호> 마지막 부분은 누구든 강타당할 거라 생각합니다. )


 

 

 

 

 

 

 

 

 

 

 

 

 

 

 

헌터가 앉아 있는 벤치 앞에서 비둘기 한 마리가 쓰러진다. 녀석은 발을 꼼지락거리더니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헌터는 자리를 옮겨 앉는다.

(…………)

"한 가지만 더, 한 번만 더 묻고 싶어요. 대답해 주세요, 네?" "알았다." 헌터는 소녀의 작고 흥분한, 그리고 불안한 입이 있을 법한 위치를 찾아 문과 벽 사이 틈새에 대고 대답한다. "할아버지가 왜 여기 사는지 알고 싶어요. 뭐 때문인지 말해 주실 수 있나요?" 헌터는 문틈에 얼굴을 기댄다. 틈으로 바람이 들어온다. 차가운 공기가 들어온다. 차가움. 그는 눈을 감고 말한다. "떠날 수 있으니까. 매일 원하면 언제든지, 가방을 싸서 문을 닫고 가면 되니까." 소녀는 가만히 있다가 말한다. "어디로요?" 헌터는 곧바로 대답한다. "그건 아무 소용없는 질문이야." 문을 대고 누르는 기운이 약해진다. 비닐 외투가 서걱거린다. 소녀는 일어선 것 같고, 문틈으로 들어오던 차가운 바람은 사라진다. "예, 알아요. 안녕히 주무세요." "잘 자라." 그는 소녀가 날이 밝기 전에 녹음기와 그의 음악과 함께 이곳을 떠나리라는 걸 안다.
ㅡ 유디트 헤르만 「헌터 톰슨 음악」

그는 마치 집을 사면서 눈도 같이 산 것 같았다.
ㅡ 유디트 헤르만 「여름 별장, 그 후」

사람들이 사물을 보는 것은 언제나 처음이고 또 한 번뿐이라는 사실이 마리는 안타깝다.
ㅡ 유디트 헤르만 「카메라 옵스큐라」

그 고기는 밧줄에 묶여 제일 높은 가지에서 삐거덕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환각처럼, 악몽처럼, 끔찍하고 이해할 수 없는 통보 같았다.
ㅡ 유디트 헤르만 「오데르 강의 이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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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3-27 1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그 정도?

AgalmA 2015-03-27 18:55   좋아요 1 | URL
자신있어요. 괜히 샀어 생각되시면 저를 이웃에서 추방하세요;;

수이 2015-03-27 18:55   좋아요 2 | URL
오케이_ 4월에 지릅니다~^^

[그장소] 2015-03-27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저는 5월로....줄서볼래요.

AgalmA 2015-03-27 21:28   좋아요 1 | URL
저를 추방할 이웃이 늘어나는 일이 아니길; 설마!
이 책 제목 때문이 아니라 여름에도 좋아요ㅎ

[그장소] 2015-03-27 21:29   좋아요 1 | URL
말 그대로..설마!!^^ 내가 한표는 지켜줄테니..걱정마요.부동표..
 

유디트 헤르만 개정판도 속속 등장~ 다른 책 <여름별장 그 후>도 좋습니다. 독일 현대 단편소설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작가 중 하나. 레이먼드 카버를 좋아한다면 꼭 읽어보셔야 할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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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2015-03-28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작가분도 속속들이 잘 아시네요, 혹시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세요?

AgalmA 2015-03-28 18:02   좋아요 0 | URL
죽기 1시간 전에 정할 생각입니다. 그럴 시간이 없다면 애석할 일이겠지만^^;
현재까지 부동의 여지가 없는 작가는 칼비노입니다. 빨리 읽어버리기 아까워서 일부러 안 읽은 책을 남겨두는 작가^^

네오 2015-03-28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칼비노요,, 그의 테마는 모르겠네요, 저의 만신전은 허빈 멜빌이지요, 이 유리같은 멘탈의 세계에서 나침반역활을 한다고나 할까요, 굉장히 남성적소설을 좋아해요, 유키오나 포크너같은~

AgalmA 2015-03-29 05:08   좋아요 0 | URL
멜빌과 포크너는 저도 좋아합니다.
제가 칼비노를 좋아하는 이유는, 누구보다 확장되어 있는 작가적 세계관입니다. 그의 책을 다 읽지 않았으니 뭐라고 더 말씀드릴 수 없겠네요.

cndwottl 2020-11-27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레이먼드카버글 싫어하는데 여름별장 걸러야겠네요 감사합니다

AgalmA 2020-11-28 17:14   좋아요 0 | URL
ㅜㅜ 저는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연호. 나는 조연호의 두 번째 시집 『저녁의 기원』(랜덤하우스, 2007)이 황병승『여장남자 시코쿠』(랜덤하우스, 2005), 김경주『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랜덤하우스, 2006)와 함께 놓여야 할 시집이라고 생각한다. 랜덤하우스에서 절판된 황병승과 김경주의 이 시집들이 문학과 지성 시인선 R로 재출간된 것에 반해 조연호의 『저녁의 기원』은 고려되지 않는 것 같아 매우 유감이다. 절판되었던 신영배 『기억이동장치』(문학판, 2006), 이민하 『환상수족』(문학판, 2005)도 재출간하면서 조연호 『저녁의 기원』은 왜 재출간되지 않는지? 단지 대중성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 나는 또 한 번 문단에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낸다. 장삿속으로 변질되긴 했지만, 이 시집의 가치를 아는 알라딘 중고샵의 어느 판매자는 십일만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책정하고 있다.

 

조연호 시가 사람들이 공감하기 쉬운 접근점을 제시하지 못한다고도 할 수 있다. 다른 장르도 그런 경우가 왕왕 있지만 시는 특히나 "뭐 이렇게 어렵게 썼지.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어." 하며 쉽게 말하고 던져 버린다. 언어의 특수성으로 인해 철학이 모호하듯이, 시 언어는 하나의 창조로서 더 어려운 지점에 있다. 이 점을 고려하지 않고, 편하게 쉬어가는 의자나 따뜻한 아랫목 정도로 시의 영역을 축소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옥타비오 파스가 말했듯이 시인은 "언어에 대한 위반", "일상적 언어의 획일적인 세계와 결별시키며, 말을 원초적 상태로 복귀"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옥타비오 파스의 시론처럼 나 또한, 시는 독자를 이해시키려거나 동조를 바라며 태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렇게 태어난 것이 아니듯이. 세속의 온갖 잡다한 것을 시에게까지 강요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그런 사회에 살고 싶지 않은 것처럼. 하나의 시를 내보내기 위해 산통을 겪은 시인을 위해, 울면서 태어난 시를 위해, 독자도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내 짧은 글이, 조연호의 시와 마법사가 사라진 이 사회에 작은 친교 역할이 되길 바라며...

 

 

 ㅡAgalma

 

 

※ 16 페이지에 달하는 '근친의 집'은 시집이란 형태로 꼭 봐야 한다.

 

 

 

 

 

 단 한 계단

 

 

 

 거울은 나에게로 떠난다. 물에서 물로, 내가 숨기듯 조금씩 떼어 모았던 방. 그 방에서 나는 여러 개의 칫솔모를 닳게 하고 헬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이제 지평선과 수평선으로 가득 찬 눈알을 아무에게도 안 보여줘도 된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다. 헬마, 술래잡기는 그늘이 없어서 따분했고, 지금쯤이면 얼음땡이 더 즐거울까? 작은 것과 함께하는 산책이면 8월은 충분하다. 난 헬마의 하루가 긴 다리라고 생각한다. 전생보다 더 깨끗해지고, 더 많은 식물로 달이 우거지고, 껌 한 통을 다 씹을 때까지 헬마의 긴 다리는 아직도 달을 향해 길게 펼쳐지고 있었다.

 

 

 

 UFO를 찾으러 가자, 마당엔 콩이 우거졌고 우리의 목소리는 우리의 말투보다 아름답지 못하다. 7월이 맞다. 8월은 너무 짧았고 6월은 사위들이 들이닥치면 도망쳤으니까. 달의 분화구까지 단 한 번 여행한 적은 있지만 거긴 빈 뼛속의 음악만 행복한 곳이었다. 처음 장난감을 대하던 마음으로, 죽은 새를 대한다.

 

 

 

 헬마의 긴 다리는 아직 자신의 길이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한다. 나쁜 날씨는 아니지만, 물 밖으로 걸어나온 태양은 끌어안고 잠들기에는 너무 더러웠다. 고작해야 7, 8월에 수많은 영혼들을 담기 위해 묘지는 얼마나 깊이 땅밑을 걸어갈 수 있었겠니? 물소와 사슴은 모른 척 얼마나 많이 포식자 앞을 걸었겠니?

 

 

 

 내 눈은 사라져야 한다.

 

 

 

 휘파람 같은 헬마, 부서져 내리는 붉은 산에는 단지 아름다우니까 가는 것이다. 신세 지는 건 아니지만, 다음엔 좀 더 가까이에서 손발이 많은 바람을 즐기고 싶다. 안 그러니? 태어나 단 한 번만 허락되는 여행을 난 길고 긴 아홉 살로만 배웅할 거니까.

 

 

 

조연호 『저녁의 기원』 p56~57

 

 

 

 

 

 

 

 

  변신 이야기

 

 

 

 서로를 향하는 동안만 구름에겐 이별이 생긴다. 사랑한 후에는 작은 꺾쇠로. 차별받은 후에는 농담의 사전으로. 넌 제비를 뽑았다.

 향기 많은 꽃들이 네 머리만큼 자라 벌들을 통에서 꺼내기 시작하면 주방 아줌마는 물이 가득한 욕조의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렸다. 첨벙거리며 후회 없이 바닥을 다 훑고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동물로 숲이 가득 채워지는 날. 여름은 당근의 붉은 뿌리처럼 하나씩 뽑히며 사라지고 있었다. 구석에 서서 작은 귀를 흔드는 것으로 나의 은신술은 완성된다. 여기까지는 내 몸이 기생식물이었을 때의 길. 이제부터의 길은 내가 숙주(宿主)일 때를 향해 열린 곳.

 아이들은 분말의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렸다. 색종이접기를 가르쳐주었지만 그애들은 이제야 겨우 시든 튤립을 접기 시작한다. 8자놀이하는 아이들의 7시, 술래는 강을 건너지 못한다. 여자애는 흡혈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려 자기 피를 빠는 단꿈을 꾸었다.

 하지만 우리는 너를 잊고 싶지 않아. 나 혼자서 바람에게 그렇게 말해본다. 그날은 왼손잡이용 글러브처럼 오른쪽으로 날아오는 것들과 마주하던 일요일. 우월의 표시로, 연대의 표시로 너는 모자를 벗고 세계관이 없는 제비를 하나 뽑았다. 겨울의 지하에서 여름의 지상으로. 수레처럼.

 

 

 

 

 

 

 

조연호 『저녁의 기원』 p58~59

 

 

 

 

 

 

 

  행복한 난청

 

 

 

 

 엄마가 누나에게 죽을 떠먹일 때, 11월이 왔을 때, 누나의 쌍둥이 딸년들보다 아름다운 책은 없었다. 푸른 단풍나무 붉은 가지가 시린 혈청의 구름을 부른다. 오늘 내가 버린 수첩의 가장 가까운 미래부터 인과가 하나 둘 사라졌다. 왜 별자리 이름엔 식물이 없을까, 중얼거리며 단풍의 붉은가지좌(座)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태양이 지기 전까진 부끄러움도 숨기 좋은 방이었다. 이곳에 도착하지 않은 많은 것 때문에 아이들의 주사위는 기뻤다. 붉은 물을 토하고 누나가 쌍둥이 딸년의 운명선에 머리를 베고 손금처럼 얇게 잠든다. 모두 먼 길을 걸어왔을 때, 11월이 왔을 때, 오지 않은 12월보다 완벽한 기록은 어디에도 없었다.  

 

 

 

 

조연호 『저녁의 기원』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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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3 0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돌궐 2015-03-13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뭐랄까... 뭔 얘긴지는 모르겠는데 시어들의 조합이 관념과 이미지와 리듬이 뒤섞인 모습이랄까요.
시에서 꼭 의미나 줄거리를 찾을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AgalmA 2015-03-14 05:52   좋아요 0 | URL
돌궐님은 무심히 알고 계시는 게 많아 멋지십니다~

에르고숨 2015-03-13 1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옮겨주신 부분만 봐도 매우 집중하여 읽게 되네요. 글에 긴장하고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랑한 후에는 작은 꺾쇠로. 차별받은 후에는 농담의 사전으로.`에 눈이 한참 머물렀습니다. 문학과지성사 시인선R이 `호명`되어 뜨끔하겠네요, 저도 함께 재출간을 기다려봅니다. `근친의 집`도 무척 궁금하고요. (오랜만에 댓글 달려고 하니 알라딘 서버가 투 비지... 제대로 올라갈지;)

AgalmA 2015-03-14 05:54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에 볼 땐 그리 인상깊게 보지 않았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 에르고숨님 말씀하신 부분을 오래 반복해 보게 되더군요. 알라딘 서재와서 제가 참 별거별거 다 한다 싶어요ㅎㅎ
 

 

 

 

 

 

 

 

 

 

 

 

 

 

 

 

 

 

 

§

펭귄 출판사는 조르주 페렉 『사물들』(2015.3)을 또 출판? 하늘색 심플한 표지 완전 맘에 듦! 진작 이렇게 내시지! 하지만 나는 사지 않을 것임-_-)~ 예전 거 이미 샀단 말이야ㅜㅜ

 

 

 

 

 

 

 

p64~65   전망은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한다. 누구도 원망 없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사회 초년병인 이 젊은이는 말할 것이다. 뭐라고? 꽃이 만발한 들판을 거니는 대신 창 딸린 사무실 책상 뒤에서 좋은 시절을 다 보내라고? 승진 발표 전날 희망에 들떠 가슴 졸이라고? 계산적이 되어 술책을 부리고, 화를 꾹 참아내라고? 시를 꿈꾸고, 야간 열차와 따뜻한 모래사장을 상상하는 내가? 젊은이는 마음을 달래며 할부 판매의 덫에 걸려든다. 그 이후로 그는 제대로 걸려들어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에게는 인내로 무장하는 일만 남는다. 아, 마침내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를 때쯤이면, 청년은 더 이상 젊지 않고 불행에 가득 차서, 인생이 저 멀리 사라져버렸음을 느낄 것이다. 그에게 삶은 목적이 아닌 고생일 뿐이다. 느린 승진이 가르쳐준 값진 경험으로, 몸을 사릴 만큼 현명해지고 신중해져서 더 이상 이러저러한 발언을 삼가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남는 것은 마흔 줄에 들어섰다는 것과 노동에 할애하지 않는 알량한 시간을 채워줄 집과 별장, 아이들 교육뿐이리라‥‥‥.

 

제롬과 실비의 생각에 조바심이야말로 20세기의 특징인 것 같았다. 나이 스물에, 삶이란 감춰진 행복들의 총합, 삶이 허락하는 한 끝없이 계속될 성취라는 것을 보았을 때, 아니 봤다고 생각했을 때, 자신들에게 기다릴 힘이 없으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도달된 상태만을 원했다.

 

§§

일요일이었다. 귤을 사러 갔다가 새로 오픈한 마트를 발견한다. 할인 행사 품목인 오렌지를 집어 든다. 탐스러운 딸기는 내게 아직도 비싸므로 사지 않는다. 여러 사람들이 입구 가득 쌓여 있는 딸기 박스를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판매원이 딸기 박스에 랩을 씌우는 포장을 쉴 새 없이 하고 있다. 매장 안은 어떤가.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은, 막 도착한 상품의 환상섬(島)에 사러 온 목적을 잃고 어리둥절한 채 방황하는 듯이 보인다. 상품들은 모두 새 것이며, 호감가는 빛을 낸다. 그들은 계속 두리번거리며 생각지 않았던 상품을 향해 급하게 손을 뻗는다. 아이들은 더 빠르게 다가가고, 소리를 지르며 맹렬하게 탐을 낸다. 서로 의논을 하고 만류하고 해도 그들이 이곳을 나갈 땐 어떤 상품이든 선택하고야 말 것이다. 계산대는, 할인 품목이 아닌 상품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 항의를 하거나 물건을 다시 가지러 가거나 하는 통에 물건들은 계산이 되지 못한 채 쌓여 있다. 계산이 끝났더라도 아직 끝이 아니다. 뒷사람의 계산이 끝나기 전에, 계산을 치르고 이제 자신의 물건이 된 것들을 쓰레기 치우듯 어서 챙겨 담아야 한다. 장바구니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지 않고 나온 나는 여분의 쇼핑거리가 더 생긴 채 계산대에 도착한다. 봉투값이 아까워 양손에 꾸러미를 든다. 시장에 오면 늘 이런 자잘한 치사함을 목도하고 감수하게 된다. 밖으로 나오는데 누군가 딸기를 도로 갖다 놓고 있다. 내 손에도 정작 귤은 없다. 그런 것이다.

 

1+1 해서 산 물을 마신다. 20년 전에는 없던 상품이었다. 50년 전에는 조르주 페렉 『사물들』(1965)이 등장했다. 24년 전에는 신해철이 《 Myself 》(2집, 1991.03.20)를 발매해서 "50년 후의 내 모습"이란 곡을 선보였다. 우리 현재의 곤궁함과 우리 미래의 곤궁함을 동시에 말했던 이들, 행복하기 위해 무엇을 생각하고 해나가야 하는지 각각 글로, 음악으로 세상의 많은 것들을 수집했던 이들, 이제 그들은 없다.

 

나도 당신들 만큼 잘할 수 있을까. 적어도 내게 주어진 이 삶만큼이라도.

당신들의 글과 음악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읽고 듣는다.

분명한 것은 50년 후에 나도 이곳에 없을 것이다.

그때 사람들은 어떤 (신)상품에 열광하고 예속될까.

 

 

§§§

한강 작가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소설 속의 사물들은 발화점(진실)을 향해 누워있다고.
게오르그 짐멜은 또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인간과 사물이 함께 있는 삶의 풍부함은, 서로에게 속하는 방식의 다양성과 서로의 내부와 외부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즉 인간과 사물은 결합과 융합, 분리를 거듭하며 서로를 대비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다른 상대와 다른 사물들과 또다시 접촉한다. 인간과 사물은 끊임없이 서로를 설명하며 서로에게 귀속된다.

 

조르주 페렉의 이 책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을 앙리 르페브르의 저서들을 찔끔찔끔 읽다가 만 것이 아쉽다. 10년 전에『사물들』(세계사, 1996)을 읽었으면 관련 공부 좀 열심히 했었어야지!!! 별수 없이 나를 닦달;;

기 드보르 『스펙타클의 사회』도 읽다가 말았고; 다행히 이 책은 얇으니까 그리 무리는 없다.

장 보드리야르 『사물의 체계』(1968)부터 읽었으면 좋겠지만 이 책은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소비의 사회』(1970)부터 읽어보기로 한다.

조르주 페렉 『사물들』 읽고 이런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죽겠군;

어쨌거나 이 책이 말하고 내포하고 있는 것들을 생각할 때 이 소설 하나만을 가지고 리뷰를 쓰는 건 아쉬운 일이기에.

 

 

하지만 읽는 내내 내가 생각한 것은 발터 벤야민 ... 프랑스, 사물과 공간 속 황홀경에 빠져 있던 인간 군상을 가장 먼저이자 심층적으로 탐지한 이 였으니까.

 

 

 

ㅡAgalma

 

 

 

 

 

 

 

 

 

 

 

 

 

 

 

 

 

 

 

 

 

 

 

 

 

 

 

 

 

 

 

 

 

 

 

 

 

 

 

 

 

 

 

 

 

 

 

 

 

 

 

수단은 결과와 마찬가지로 진리의 일부이다. 진리의 추구는 그 자체로 진실해야 한다. 진실한 추구란 각 단계가 결과로 수렴된 수단의 진실성을 의미한다
ㅡ카를 마르크스
《조르주 페렉 『사물들』에필로그 中》

한번 시험삼아 지상의 온갖 행복을 인간의 머리 위에다가 한꺼번에 퍼부어 행복 속에 풍덩 가라앉아버리게 하여, 그 행복의 표면에 물거품 같은 것이 꾸럭꾸럭 떠오르도록 해보라. 아니면, 인간에게 충분하고도 남을 만한 경제적 만족을 주어 실컷 잠이나 자고 꿀떡이나 먹고 세계사의 영속이나 걱정하는 따위의 일밖에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처지에 놓아보라.
ㅡ도스토예프스키 『지하생활자의 수기』
《장 보드리야르 『소비의 사회』서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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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3-09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의 결과...하는데 왜..나는 수단 ㅡ 이라는 나라의 지명을 생각하며 웃는지..
얼마전..IT...하는 책이 나왔을 때도..
그르치~^^;울 나라가..아이티 (IT)강국이긴 하지..(응?!) 이럼서...(해외에선 핸드폰을 통칭 아이폰이라 한단다.삼성폰은 통칭 갤럭시이고..우리나라만 스마트폰이다.아이폰은 애플것만 아이폰으로 구분 되는데..이번 삼성의 신품이 아이폰 디자인과 매우 흡사함은..꽤나 흥미로운 ..재미를 나에게 주었더랬다)
말놀이..일 뿐이다..
유치하여 죄송하다.
Agalma 님의 글은 늘 이렇듯 부족한 자의 생각없는 자의 책읽기를 콕 쑤시는 뭔가가
있다. 더많이 읽고 써야 한다.


AgalmA 2015-03-09 03:05   좋아요 1 | URL
페렉도 본문에서 밝힌 바대로 `조바심`이란 것이 많은 기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또한 제 사유가 우물 안 같아 한계를 거듭 느끼고 있답니다. 더불어 일요일 하루 쉬는데, 너무 많은 것을 못했다 아쉬워 하고 있어요ㅜㅜ 그럼에도 자책 보다는 스스로를 격려하며 좋은 책과 사유 놓지 않는 것, 그런 다짐에서 또 출발하는 거지요. 이미 그러시고 있잖습니까 :)

수이 2015-03-09 10:46   좋아요 1 | URL
아갈마님 말씀대로 여유를 갖고 다시 사유_ 다시 읽기 :) 힘내자구요 그장소님 :)

[그장소] 2015-03-09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책보다는..에 밑줄을 그으며..^^♥

수이 2015-03-09 10:46   좋아요 1 | URL
찌찌뽕~~~

수이 2015-03-09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페렉 아주 좋았어요. 아 그러니까 사물들_ 읽고 막 좋아서 미친듯 팔딱팔딱 뛰어다녔는데_ 옛날 펭클 버전으로 읽었을 때요. 지금 읽고 있는 이재룡 교수 책에도 때마침 페렉 이야기가 나와서 다시 읽어봐야겠다 했더니 아갈마님이 이렇게 리뷰를 써놓으셨을 줄이야 ^^ 하지만 딱 사물들_만 읽었네요, 그 이후 책은 한 권도 읽지 못했;; 쿨럭_

딸기는 저도 사지 못하겠더라구요. 킁킁_ 귤 살까 하니 귤은 이제 들어갈 때라서 다 시든 것뿐이고_ 아니면 하우스 탱탱한 귤이라고 해도 아놔 왜 이렇게 비싼지 킁킁_ 그래서 바나나 한 덩이 사들고 왔는데 바나나도 다 먹었고 음 과일 가게로 달려가고 싶게끔 만드는 글입니다(결론은 언제나 엉뚱하게;;)

AgalmA 2015-03-09 18:39   좋아요 1 | URL
페렉 재출간 봇물이 터져 정말 좋아했어요. 그간 절판된 책 찾느라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하나둘씩 모았는데 <임금 인상...>은 여유부리다가 또 품절...으흑. 저도 페렉 그렇게 좋아했으면서 전작 완독을 못했어요 ㅎ; <인생사용법>은 반절밖에 못봤지만 이 책을 처음 읽던 충격을 생각하면 언제나 제 인생의 책에 넣을만큼 멋진 책이죠. <w 또는 유년의 기억>은 저는 별점 5개 만점입니다. 야나님과 제 찌찌뽕을 생각하건대ㅎ 이 책 읽고나서 야나님 분명 울걸요?ㅎ 제가 그랬거든요...
<잠자는 남자>는 읽다가 거의 잠 속으로-_- 이 책은 침실에서는 결코 읽어서는 안되는 책;
하여간 페렉 책도 모으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사놓았으니 완독 좀 하자! 하면서ㅎㅎ;;
사회학도였던 조르주 페렉을 생각하면 <사물들>은 사회학 공부와 함께 보면 더 시너지가 생길 것 같았어요^^

귤 한창일 때 많이 먹어둘 걸 그랬어요ㅜ

[그장소] 2015-03-09 1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며칠 만에 좀 자는데 과일 차가 와서 딸기를 외치며 한참을 확성기에 대고 한 박스를 외치는데..잠과 딸기 사이에서 갈등하다..딸기를 포기..

AgalmA 2015-03-09 11:13   좋아요 1 | URL
잠과 딸기...뭔가 시가 나올듯도 한 제목~ 전 서정시 말고 초현실주의 시로다가 ㅎ

[그장소] 2015-03-09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현실주의 시로..한 수 부탁드려요.
이중 삼중의미가 복층 구조인 시.
너무 좋아하는데.
갈수록 단순화 되는것 같아요.
저는.. 머릿 속이 복잡해 그런지..

AgalmA 2015-03-09 11:26   좋아요 1 | URL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의 괴리를 우린 늘 느끼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시는 특히나 잘 쓰고 싶다고 아무리 노력해도 타협없는 우라늄벽이 있죠...그래도 저는 거기 머리를 찧고 죽는 오스카 와일드의 참새가 되고 싶더라는...~_~;

[그장소] 2015-03-09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우라늄벽에서..뽱~^^ 터져 배를 흔들리게 웃었네요.
오늘 여러가지로 즐거워요.
시덥잖은 농담보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괴리..라~
Agalma님 글이 좀 전체적으로 보면
긴 초현실주의 시 같은데.
그건 잘하는 거라고 봐요.
경제쪽 비교 해서 올려주실때도 물론 좋지만
이런 글도 좋거든요.
사실..이쪽이 더 좋아요.개인적으론 ..ㅎㅎㅎ

AgalmA 2015-03-10 03:24   좋아요 1 | URL
과찬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도 긴 세월이 걸린 걸 생각하면 과연 잘 하고 있는 걸까요....
분석 글이 공부로서는 좋지만, 저도 개인적으로는 자유로운 글을 더 좋아합니다.

돌궐 2015-03-09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오독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체는 존재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 의해서 규정되는 연기(緣起)의 가르침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네요.
책을 읽으면 책이 따라오고, 목록은 쌓여만 가고... 깊이 공감하다가 갑니다. 말씀하신 책들은 알지 못한 채로 살고 싶네요.ㅋ

AgalmA 2015-03-09 23:06   좋아요 0 | URL
돌궐님 말씀에 동감입니다. 존재의 태어남도 홀로이지 않듯이, 어떠한 선택도 홀로 나가는 것은 아니라고 보니까요.
돌궐님 서재 목록도 제겐 숙제입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