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상 풍경 - blue

더더더 블루여도 좋다.

노력해라.

내 돈으로 사는 책에 맨날 나만 굽신•́︿•̀ 。 )

책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

 

 

 

 

 

 

 

 

 

 

 

 

 

 

 

 

 

 

 

 

 

 

 

 

 

 

 

 

 

 

 

 

 

• 오늘의 책상 풍경 - 애쉬 브라운

 

노벨문학상 커피잔 세트 무사 도착 기념

비슷한 색조의 책으로 콜라보.

대부분 알라딘에서 산 책이다.

갈수록 절판도서가 많아진다.

오, 가을 분위기🍂 내가 봐도 멋지네😍

좋아하는 책으로 가득한 내 책상, 흐뭇하다.

 

지금 읽어야 할 책은

파스칼 키냐르  『세상의 모든 아침』(2013, 문학과 지성사)

 

 

 

 

 

 

 

 

 

 

 

 

 

 

 

 

 

 

 

 

 

 

 

 

 

 

 

 

 

 

 

 

 

 

 

 

 

 

 

• 1일 1사진 - 대체로 벽

 

낡은 창의 햇빛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아 더 눈이 가고,

낡은 문은 나를 무조건적으로 반겨주는 것 같아 오래 멈춰 선다.

 

 

 

 

 

 

아마추어는 한두 개 놓친 뒤 영감을 잡게 된다. 어쩌면 더 많이. 결정적 순간의 주체는 자신이다. 놓친 뒤에 남아 있는 걸 잡았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누가 알까.

벽을 따라 오늘도 인간의 많은 흔적을 보며

단순함의 미학은 추구의 관점일 뿐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 단순함은 없다. 우리가 단순하게 보려는 것이다.

 

 

 *

(사진이 무언가 ‘말할 수 있다’는 것은 허구이다. 그러나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하더라도 재구성하여 표현한다는 것은 결국 허구적인 것이 아닐까? 사건의 단순한 보고에 만족한다면 덜 허구적이겠지만, 자세히 표현하고자 하면 할수록 허구적인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야기 속에 허구를 많이 집어넣으면 넣을수록 다른 사람에게는 그 이야기가 더욱 흥미로워질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단순히 보고되는 사실보다는 허구적 서술에 보다 쉽게 동일시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에 대한 욕망이 생기는 게 아닐까?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작품에 ‘강변에서 일어난 호흡곤란’이란 표현이 있다).

 

페터 한트케  『소망 없는 불행』

 

 

 

 

 

 

 

 

책은 분명 풍경을 달리 보게 만든다.

지금『세상의 모든 아침』을 읽는 이유는 키냐르의 신간『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때문.

키냐르는 생트 콜롱브에게 왜 관심을 가지게 된 걸까.

폐허 같은 야생과 침묵 속에서 비에브르 강이 내다뵈는 정원 딸린 집에 살았고 음악의 선율을 사랑했던 동질감?

 

 

 

 

 

 

 

 

 

 

 

 

 

어디선가 비올라 다 감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고.

 

*

비올라 다 감바는 오늘날에도 다시 부활되어 연주되고 있는데,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의 음악을 맡은 조르디 사발이 대표적인 명장으로 파스칼 키냐르의 친구이다.

파스칼 키냐르  『세상의 모든 아침』에서 옮긴이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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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9-10-30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는 만큼 보이는지 보는 만큼 아는지...
항상 궁금한 일입니다.

블루에 한표 합니다. ^^

AgalmA 2019-10-30 20:52   좋아요 1 | URL
아는 만큼 보인다면 이성주의겠고, 보는 만큼 안다면 직관주의 아닐지?
착각과 편견의 장벽이 있겠습니다만^^;

블루야 늘 인기가 많죠ㅎ

북다이제스터 2019-10-30 20:56   좋아요 1 | URL
요즘 읽고 있는 책의 결론을 명쾌하게 결론지어 주셨습니다. 인류의 이성과 직관의 끝없는 싸움...^^
 

책이 우리 집에 오겠다는 걸 말릴 수 없는 나날입니다. 


◆ 키냐르 마니아 출동


엌, 『파스칼 키냐르의 말이 가족 사진에서 빠졌네ㅜㅜ

Franz에서 『음악 혐오』 나왔었는데『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신간을 또 냈군요. 환영/ 

때 안 타게 비닐 래핑~ 칭찬합니다👏

키냐르는 특히 이런 대접받아도 마땅할!

파스칼 키냐르 컬렉션은 계속된다ㅎ


























◆ 민음북클럽 soul 국제 도서전




민음사에서 올해 서울 국제 도서전 못 온 민음북클럽 회원 대상 온라인 이벤트가 있었죠. 이름하야 soul 국제 도서전

저는 행사 때 갔지만 짐도 많고 온라인 서점 (굿즈) 구매에 주력하다 보니 민음사 코너에서 쏜살문고랑 굿즈만 사왔었죠ㅎ;

이번에 심혈을 기울여 책 4권 주문했는데💦

요한 페터 에커만 『괴테와의 대화』(1권, 2권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에코백 받으려고 얼마 전 알라딘에서 삼ㅎ)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7~8권, 요즘 이 책 읽고 계신 분 자주 눈에 띄던데 저도 중단했던 거 슬슬 발동을 걸어야 할 듯^^)

이졸데 카림 『나와 타자들』






헉스@@;;;

내가 럭키박스를 산 건가ㅋ

사은품으로 책 5권이나 옴!!!!!

문보영 『책기둥』

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

J.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작가 탄생 100주년 기념 초판본 디자인 특별판, 양장)

나혜석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한국의 페미니즘 고전 읽기)

안 읽은 책이 3권이나 되어서 더 기쁨😆⚘

특히 오르한 파묵! 넘 유명해서 안 읽은 책 중 하난데(베스트셀러 은근 기피자😅... 파묵 씨, 미안해요)

안 그래도 베르나르 베르베르 『죽음』 읽고 죽은 화자가 나오는 『내 이름은 빨강』 읽고 싶긴 했음. 내 맘을 들켰네 들켰어☺️

이거 도로 회수하시는 거 아니죵ㅋㅋ!

민음사가 내 soul을 책으로 감싸주네

오프라인 패밀리데이 때 못 갔던 거 엄청 속 쓰려 하며 온라인 패밀리데이까지 안 기다리고 지르길 잘했당🥰

오늘도 책이 9권이 생겨 버렸네😭 책이 책을 부르는ㅎㅎ















굿즈쟁이 제가 책만 샀겠어요^^;;?










제가 민음사에서만 샀겠어요^^;;?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것의 역사』(까치글방)

- 완독 안 되는 벽돌책은 e book이 진리.

테드 창 『숨』(엘리)

- 내가 이 책만 3권 산 사람😆😆😆

일이 바빠서 종이책 집중해 읽을 시간이 부족해 빨리 읽으려고 전자책 삼ㅋ 읽어 보니 여러 번 읽고 생각할 게 많아서 e book 사길 잘한 듯~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정말 좋네요~♡

진지하면서도 미래적이고 그러면서 현실적인 걸 건드리는 이런 소설 정말 좋아함.

100페이지 남았다. 흐흐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이갈리아의 딸들』(황금가지)

- 제가 이렇게 틈틈이 민음사 책을 사고 있다능~

페미니즘 공부 겸 메갈리아의 기원인 이 책 좀 읽어둬야 할 거 같아서 저렴한 90일 대여구매











☆ 알라딘굿즈 / 7월 알라딘굿즈

본투리드 구슬램프(LED. 모비딕)

- 앨리스, 모비딕 다 샀으니 목표 50% 성공.

두 개 중 결정 장애인 분은 앨리스를 추천. 굿즈 감별사(?) 제가 보기엔 앨리스가 디테일이 훨씬 예쁨.

침실 무드등으로 매우 멋짐😊😍

☆ 크레마파우치

크레마사운드업/사운드 젤리케이스 (반칙)

- 프린팅이 생각보다 고급스럽진 않아요/

아, 이제 실리콘 램프가 남았나😂😭



알베르토 망구엘은 『밤의 도서관』에서 이렇게 말했죠.


📎 중고책애로사항

"새 책이든 헌 책이든, 내가 책에서 항상 지워버리려고 애쓰는 유일한 표식이 있다면, 심술궂은 책 장수가 책의 뒷면에 단단히 붙여놓은 책값 스티커이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고약한 하얀 스티커는 잘 벗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꼭 문둥병처럼 끈적이는 흔적을 남겨 먼지와 보푸라기가 달라붙게 된다. 그런 스티커를 발명한 사람이 끈적거리는 지옥에 떨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싶은 심정이다."



📎 마지막 책 구입은 없다

"네모 선장이 해저 2만리를 여행하는 동안에 “노틸러스 호가 처음 해저에 가라앉던 날 내게 세상은 끝났다. 그날 나는 마지막으로 책과 소책자와 잡지를 샀다. 그날 이후로 내게는 인간이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한 문장 글도 쓰지 않았던 것 같다”라고 말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러나 나 같은 독서가에게는 이승의 ‘마지막’ 구입이란 없다."

📎 다 읽었요? 에 대한 적절한 답

"내 도서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내게 곧잘 모든 책을 읽었느냐고 묻는다. 그 질문에 나는 모든 책을 펼쳐본 것만은 확실하다고 대답한다. 규모가 어떻든 간에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을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앎과 무지, 기억과 망각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룰 때 독서가는 이익을 얻는다."


📎 모든 독서가는 굿즈 수집가

"서재에는 언젠가부터 내 책상의 한 귀퉁이를 슬그머니 차지한 부적들도 있다. 나는 글을 쓸 때 단어가 선뜻 생각나지 않으면 무심결에 그 부적들을 만지작거리며 다음 단어를 생각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학자들은 서재에 다양한 물건들을 두는 걸 권장했다. 공간에 변화와 조화를 동시에 주는 악기와 천문 관측기구, 이상하게 생긴 돌이나 형형색색의 조개껍질 등과 같은 자연물, 독서가의 수호성자인 히에로니무스의 초상화 등이 그러한 물건이었다. 내 책상에는 브라질 콩고냐스두캄푸에서 구한 말 모양의 활석, 부다페스트에서 구한 두개골 모양으로 조각된 뼈, 쿠마이 근처 시빌의 동굴에서 구한 조약돌이 놓여 있으니, 나는 그들의 권고를 부분적으로 따르고 있는 셈이다. 내 도서관이 내 삶의 일대기라면, 내 서재는 내 정체성을 결정짓는 곳이다."


르네상스 학자나 망구엘에 비할 바 아니겠지만 외로운 독서생활에 굿즈는 나의 책 친구~ 굿즈 죄책감 저는 안 가질랍니다😤

그러니 알라딘은 멋진 굿즈를 만들어 주시길^^/

장바구니 채울 책이 또 잔뜩 나왔던걸요ㅎㅎ;;

장바구니는 절대 비지 않는다😫

다 갖고 싶다 💦

☆ 이 달의 관심책

와우~ 기다리고 있던 장대익 교수가 옮긴 『종의 기원』!

자신감과 괴로움 뿜뿜하시던데 넘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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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7-18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닥스훈트가 내 영혼을 훔쳐갔어요

AgalmA 2019-07-18 06:41   좋아요 0 | URL
그러면 저는 수백 번 환생한 셈이 되는 걸요ㅋ 민음북클럽 회원만 살 수 있는 굿즈라ㅎ;;
제 거 보고 친구도 갖고 싶어 해서 이번에 사준 거예요ㅋㅋ

겨울호랑이 2019-07-18 0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율리시스>가 제 눈에 확 들어옵니다. 조만간 리뷰도 작성해야 하는데, 중간에 계속 곁가지고 샙니다.ㅋㅋ

AgalmA 2019-07-18 15:53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 님 능력이면 제임스 조이스도 거뜬히ㅎㅎ!
곁가지로 빠지는 독서쟁이에서는 제가 겨울호랑이 님에겐 뒤지지 않죠ㅠㄱㅠ);;;; 자학 개그)))
같이 힘내요. 내가 더 힘내야 할 거 같지만. 흑흑

겨울호랑이 2019-07-18 16:07   좋아요 1 | URL
^^:) 제임스 조이스를 거뜬히 비껴다니고 있습니다..ㅋㅋ 네 끈 하나 붙잡고 가는 심정으로 꾸준한 독서 해보겠습니다. 얼머나 갈지는 잘 모르겠지만요.ㅋ

단발머리 2019-07-18 1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으시는 분 겨울호랑이님 외 누구세요? 저 좀 읽게 해주세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알라딘 램프 넘 이쁘옵니다. 배경이 피네간의 경야,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갈마님 이 페이퍼에 혹해서 <숨> 이북 사려는 사람,
누굽니꽈~~~~~~!!!!

AgalmA 2019-07-18 15:59   좋아요 0 | URL
인스타그램에서도 이거 순서대로 읽고 있는 분들이 있거든요^^ 북플처럼 관심책 읽는 사람들 독서 기록 보기 쉽죠.
<숨> 숨가쁘게 읽게 만드네요ㅎㅎ;; 제겐 <당신 인생의 이야기>보다 읽기가 쉽지 않아서 모든 방법을 총동원ㅎㅎ;
이 달 알라딘 램프 때문에 장바구니 채우고 비우고 난리도 아닙니다ㅜㅜ;;;

cyrus 2019-07-18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galmA님의 흥을 깬 것 같지만, 그래도 조심스럽게 말해봅니다. 리커버 판 <호밀밭의 파수꾼>을 럭키 박스에 담은 출판사의 태도가 실망스럽습니다. 리커버 판 <호밀밭의 파수꾼>은 커버 표지만 바꾼 구판이에요. 구판에 있는 오역은 고쳐지지 않았어요. 민음사가 양심이 있다면 리커버 판 <호밀밭의 파수꾼>을 팔면 안 되고, 이 책을 독자들에게 줘선 안 돼요. 만약 제가 사은품으로 리커버 판 <호밀밭의 파수꾼>을 받았으면, 오역 문제를 따지면서 반품을 요구했을 것입니다.

AgalmA 2019-07-18 16:06   좋아요 0 | URL
아니오,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문예출판사 버전으로 읽어서 민음사 책에 그런 문제가 있는지 몰랐네요. 오래된 세계문학전집은 오역이 있지만 그대로 내는 게 많아서 아쉽죠. 그래서 오래된 번역책은 품절이 아닌 이상 되도록 안 사려고 하고요^^;;
김종건 교수처럼 작품 번역에 총대를 메다시피 하는 번역가나 다른 출판사에서 새 번역으로 나오지 않는 이상 번역 감수 새로 하고 다시 내는 경우는 드물죠. 하지만 100주년 기념이라는 걸 강조하면서 리커버를 낸 <호밀밭의 파수꾼>이 그런 건 참 실망스러운 일이네요.
귀찮아서 반품 신청은 안할게요ㅠㅠ;;
아무튼 감사/

stella.K 2019-07-18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에 의하면 <피네간의 경야> 읽기가 보통이 아니라던데.
저는 감히 꿈도 꾸지않고 있고 있다능.ㅠ

2019-07-18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 블랙

맘이 안정이 안 될 땐 책상 정리다.
역시 블랙 파워.
보르헤스 서재 따라할 생각으로 그런 건 아닌데; 블랙으로 배치하다 보니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피네간의 경야』가 나란히.
맘 같아선 책상도 올 블랙이면 좋겠다.

 


📎
˝거실의 나지막한 책장 둘에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헨리 제임스, 러디어드 키플링의 책들 및 존 윌리엄 던의 『시간 실험(An Experiment with Time)』, H. G. 웰스의 과학 소설들, 윌리엄 윌키 콜린스의 『문스톤(Moonstone)』, 노란 마분지에 제본된 에사 드 케이로스의 소설들, 19세기 아르헨티나 작가들의 책들이 있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Ulysses)』와 『피네건의 경야(Finnegans Wake)』,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슈보브의 『상상적 생활(Vies Imaginaries)』, 존 딕슨 카, 밀워드 케네디, 리처드 헐의 탐정 소설들, 마크 트웨인의 『미시시피 강의 생활(Life on the Mississippi)』, 아널드 베넷의 『생매장(Buried Alive)』, 아름다운 목판화로 삽화를 더해 문고판으로 출간된 데이비드 가넷의 『여우가 된 부인(Lady into Fox)』과 『동물원의 남자(A Man in the Zoo)』, 오스발트 슈펭글러의 『서구의 몰락(Der Untergang des Abendlandes)』,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Decline and Fall)』, 에마누엘 스베덴보리와 아르투르 쇼펜하우어의 저서들을 비롯한 수학과 철학 서적들, 그리고 그가 무척 좋아하던 프리츠 마우트너의 『철학 사전(Wörterbuch der Philosophie)』도 있었다. 일부는 보르헤스가 청소년기부터 보물처럼 간직한 책들이었고, 영어와 독일어로 된 책들은 대부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서점들─그러나 지금은 모두 사라진 미첼 서점, 로드리게스 서점, 피그말리온 서점에서 구입한 것이었다.
침실의 두 책장 중 하나에는 시집들과 라틴아메리카에서 발간된 영국 및 아이슬란드 문학 전집이 있었다. 또 보르헤스가 “내가 아슬람이나 보르헤스가 되기 전, 노섬브리아와 머시아의 시대에 이제는 먼지로 변해버린 입술로 내뱉었던 거칠고 어려운 단어들”이라 칭했던 것들을 연구하는 데 필요했던 책들도 그 책장에 있었다. 예컨대 영국의 민족학자 월터 윌리엄 스키트의 『영어 어원 사전(Etymological Dictionary)』, 고대 영어로 쓰인 영웅시 『몰던 전투(The Battle of Maldon)』의 주석판, 리하르트 마이어의 『고대 독일 종교사(Altgermanische Religionsgeschichte)』가 이에 속했다. 다른 책장에는 아르헨티나 시인 엔리케 반츠스, 하인리히 하이네, 후안 데 라 크루스의 시집들, 그리고 단테에 대한 연구서들이 꽂혀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의 서가에는 마르셀 프루스트, 라신, 괴테의 『파우스트(Faust)』, 밀턴, 그리스 비극들은 없었다(그가 자신의 글에서 그 책들을 언급했으니 틀림없이 읽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그가 쓴 책들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책의 초판본을 보고 싶어 하는 손님들에게, ‘완전히 잊어도 좋을’ 이름이 인쇄된 책은 한 권도 지니고 있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에게 그 책들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는 기억하지 못하는 척했지만, 수십 년 전에 쓴 시까지 암송할 수 있었고, 때로는 기왕에 쓴 글들을 기억에서 수정하고 고쳐 말해 손님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직후, 미망인 마리아 코다마는 보르헤스의 이름을 내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재단에 대다수의 책을 기증했다. 따라서 간혹 그의 이름을 기리기 위해 열리는 전시회에서 그런 책들을 구경할 수 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썰렁하게 유리상자 안에 펼쳐져 공경받기는 하지만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는 책들, 다시 말해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집에서 떨어져 나와 단어의 전달자가 아니라 장례용품으로 전락해버린 책들은, 죽으면서 식솔들을 무덤까지 데려갔던 옛 왕들의 배우자와 하인들과 똑같은 운명에 처한 듯하다.˝


ㅡ알베르트 망구엘 『밤의 도서관』, 보르헤스의 서재에 대해

 

 

망구엘은 보르헤스를 만나고 서재 구경도 하고 부럽.
망구엘의 이 책에서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자주 인용하는데, 보르헤스나 망구엘이 어린 시절 읽은 모험 소설에 대한 감회를 넘어 스티븐슨이라는 작가를 존경한 게 느껴진다.


에른스트 H. 곰브리치 『서양미술사』꺼내다가『곰브리치 세계사』생각. 보관함에 늘 담아두고 있었는데... 이번 예일대 특별판 보니 이젠 읽을 때인가.

 

 

 

 

 

 

 






🎧 오늘의 음악 - Hailaker

Edward Tullett, Jemima Coulter로 구성된 듀오.
Bon Iver, I Am Dive 생각 나는 멋진 분위기.
데뷔 앨범 나오고 광고나 ost에 쓰이면 대박 스멜.
이 뮤지션을 발견해서 기뻤다.






◇ 불투명인간

말도 안 하고 냄새도 가릴 수 있지만 투명인간이 될 수는 없어
그래서 오늘은 자주, wine, purple
이것도 자라는 순간인가
시간 때문에 대체로 다 실패
모자도 눌러 썼건만
어떤 사람은 교회를 가지
이런 걸로 정직하다고 말할 수 있나
일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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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07-15 0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galmA님의 이번 달 주제는 ‘블랙(Black)‘이군요. 색에 따라 책을 구분하면 다양한 주제의 책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겠네요. 반면, 책을 정리하자면 꽤 수고로울 것 같기도..ㅋㅋ

AgalmA 2019-07-17 23:11   좋아요 1 | URL
책 정리 기준이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색상에 따라 배치하면 심리적인 안정이 되기도 해서^^
이런 기회에 책이랑 책장 청소도 하는 거죠ㅎㄱㅎ;

단발머리 2019-07-15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햐~~~ 어떤 책이 율리시스와 피네간의 경야,의 포스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너무 근사합니다.
저희집에는 서양미술사가 있는데, 그 한 권이 그렇게나 반갑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갈마님 변함없는 알라딘 굿즈 사랑 중에, 셜록컵에 눈이 가네요.
알라딘아~~ 아갈마님께 잘하거라^^

AgalmA 2019-07-17 23:12   좋아요 0 | URL
남의 책으로 멋짐 폭발 좀 머쓱한데ㅎㅎ; 굿즈 사랑 인증글은 오늘도 폭발했습니다ㅋㅋ;; 알라딘, 땀 날라ㅋ
 

 

 

 

 

 

 

 

 

 

 

 

 

 

 

● 마음일기

 

이 책을 나는 떠나보낼 수 없을 거 같다. 내가 그장소에게 보낸 생일 선물이자 마지막 선물이었으니까. 사실
빨리 없애버리고픈 마음도 있었다. 이 책을 볼 때마다 그녀의 죽음이 떠올라 괴로웠으니까. 그녀가 죽은 지도 모르고 난 이 책을 읽고
있었지.


 

어려웠지만 무척 힘들었지만 도오루는 우물에서 탈출했고 구미코는 돌아왔잖아. 돌아와서 아프게 헤어진들
영영 사라지는 것보다는 낫잖아. 영영 모르게 된 그녀의 세계. 시간이 갈수록 더 아득히
멀어진다.


 

나야말로 그녀의 죽음이 '훨씬 더 치명적인 일'이
되었다.


 

"끝까지 그녀를 잘 모르는 채 나이를 먹고 또 죽어갈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 나의 인생은
대체 뭘까"


 

 


 

'그가 모르는 장소' 그녀의 닉네임처럼 정말 그렇게
되었어.


 

서러울 때 비가 와서 다행이었나.

 

 

 

 

 

 

 

 

 

 

 

 

 

 

 

 

 

 

 

 

 

 

 

 

 

● 식물일기

 

 

얘랑 산 지도 10년이 넘었다. 꽃봉오리가 생길 때부터 언제 피나 매일 살피는데 내가 깜빡한 날 녀석은 확 꽃망울을 터트려 해마다 결정적 순간을 놓친다. 아무래도 밤에 몰래 피는 거 같다. 내가 키워본 꽃 종류로는 가장 애태우는 녀석이다. 올해 가장 많은 꽃을 보았다. 기특한 녀석.

생명력이 강한 녀석이다.

 

 

 

 

 

슬픔처럼 땀 흘리는 육체

웃음은 어느 창고에 두고서

마음도 생각도 일상도 적당히 안 되는데

내가 있어도 당신이 없어도

오래된 산세베리아는 꽃을 피우려 하네

우리에게 주인이 없듯이

이 기쁨에도 이 슬픔에도 주인이 없다

한 것도 없이 해준 것도 없어

대상은 사라진 채 과도하게 슬퍼하고 그리워하고 있다

그런데 너는 살아있다

진실로 무서워진다

 

 

 

 

 

 

 

 

● 우울할 땐 철학

 

 

우울할 땐 마음을 다독여주는 시집이나 문학보다 철학책이 효과적일 때 있다.

철학 규명을 보면서 내 마음과 감정의 슬픈 상태에서 조금 떨어져 구조적으로 따져보게 된다. 일종의 객관화라고 해야 될까.  접근하기 쉬운 철학 인문서보다 좀 더 파고드는 철학책일수록 좋다. 니체나 비트겐슈타인 자주 읽었는데 이번에는 하이데거도 효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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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는 #철학의과제 는 불명료한 것을 구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자명한 것을 분석하는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존재를 가장 자명한 개념으로 보면서 존재물음을 불필요한 것으로 보는 것은 철학이 자신의 임무를 태만히 하는 것이다."

 

 

 

 

이 책 여러 군데에서 언급하고 있지만, 위 문장만으로도 데카르트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의 비판점이 바로 보인다. '나'라는 존재를 규명하지 않은 채 존재 증명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이데거는 인식 작용도 존재 관계라 보고 있다.

 

📎 물음

""모든 물음은 ‘물음의 대상이 되는 것’(das Gefragte)과 ‘궁극적으로 밝혀져야 할 것’(das Erfragte) 그리고 ‘물음이 걸리는 것’(das Befragte)을 갖는다. 예를 들어 내가 석굴암의 부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석굴암으로 가는 길을 어떤 사람에게 물을 경우, ‘물음의 대상이 되는 것’(das Gefragte)은 석굴암으로 가는 길이며, ‘궁극적으로 밝혀져야 할 것’(das Erfragte)은 석굴암이 아름다운지 여부이고, ‘물음이 걸리는 것’(das Befragte)은 내가 석굴암으로 가는 길을 묻는 사람이다. 물음이 갖는 이러한 일반적인 구조에 따라서 하이데거는 존재물음에서 ‘물음의 대상이 되는 것’(das Gefragte)은 존재이며 ‘궁극적으로 밝혀져야 할 것’(das Erfragte)은 존재의 의미이고, ‘물음이 걸리는 것’(das Befragte)은 우리 인간인 현존재라고 말하고 있다."

📎 현상

"현상이라고 일컬어져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의 본질상 필연적으로 명시적인 제시의 주제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선 대부분의 경우 자신을 곧장 드러내지 않는 것, 즉 우선 대부분의 경우 자기를 드러내는 것에만 주목할 경우에는 숨겨져 있지만 동시에 그것에 본질적으로 속하면서 그것의 의미와 근거를 이루는 것이다 ."

 

 

좋은 질문에는 이미 답이 있다고 했던가. '물음', '현상' 등 개념을 하나하나 구조적으로 분석하며, 하이데거가 이 책을 쓴 궁극적 목적(인간이란 무엇인가)을 좇는 과정은 흥미롭다.

📎 실존

"하이데거는 감성이나 이성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현존재의 삶의 모습이 제대로 파악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따라서 전통철학이 감성이나 이성에 대한 반성을 통해서 인간의 본질을 파악하려고 하는 반면에, 하이데거는 현존재가 살아가는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분석함으로써 인간의 본질을 파악하려고 한다.

그런데 각각의 현존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자기 자신이라는 말은 현존재가 이기적인 존재라는 말이 아니다. 이기적인 삶과 태도는 오히려 자기 자신을 망치는 것일 수 있다. 이타적인 사람에게도 가장 최대의 문제는 자신이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것이며 자신의 삶을 어떻게 형성해갈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자신이 긍정할 수 있는 삶으로 형성하고 싶다는 절박한 관심 때문에 온몸을 바쳐서 타인들에게 봉사할 수도 있으며 자신을 희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현존재가 갖는 이러한 성격, 즉 자신이 어떻게 살 것이냐를 문제 삼으면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든 자신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으로 만들려는 근본적인 성격을 ‘실존’이라고 부르면서, ‘현존재의 본질은 실존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개념 이해가 쉽지 않지만 놀라운 통찰이라 한 문장 한 문장 골똘히 짚어보게 된다.

📎 인격

"하이데거는 실로 딜타이(Wilhelm Dilthey)의 생철학과 같은 것은 생을 생 그 자체로부터 파악할 것을 목표하면서 현존재의 존재를 그 자체로서 파악하는 것을 암암리에 지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딜타이는 삶의 ‘체험들’을 그것들의 구조와 전개에 있어서 삶의 전체로부터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이데거는 딜타이도 아직은 현존재를 존재론적으로 문제 삼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딜타이와 베르그송과 아울러 그들에 의해서 규정된 인격주의의 모든 방향들과 철학적 인간학의 모든 경향들이 이러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예를 들어 후설과 셸러는 현존재의 존재를 인격성으로 파악하면서 사물적인 존재와 구별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 역시 인격의 존재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고 있다. 셸러에 따르면, 인격은 결코 사물이나 실체가 아니라 그때마다의 체험과 함께 직접적으로 체험되고 있는 체험의 통일성이다. 그것은 사물적이고 실체적인 존재가 아니며, 직접 체험되고 있는 의식작용들의 배후에 있는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 인격의 존재는 칸트에게서 보는 것처럼 일정한 법칙성을 갖춘 이성작용의 주체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후설에게서도 인격은 지향적 행동의 수행자로서 존재하며 결코 대상과 같은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인간의 행동을 자연적인 심리법칙에 따르는 것으로 객관화하는 것, 즉 행동을 심리적인 것으로서 파악하는 것은 그것을 비인격화하는 것이다. 인격은 지향적 행동의 수행자로서 존재하며 행동들은 자연적인 심리법칙이 아닌 하나의 통일적인 의미연관에 의해서 결합되어 있다. 그러나 후설은 행동을 수행한다는 것이 무엇이며 인격존재양식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지 않다. 이와 동일한 선상에서 하이데거는 셸러처럼 인간을 육체와 영혼 그리고 정신의 통일체로 보는 것도 비판하고 있다. 하이데거는 육체와 영혼과 정신을 주제적으로 분리해서 탐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의 존재는 육체와 영혼 그리고 정신을 합한 것으로 파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육체와 영혼 그리고 정신에 대한 파악 이전에 인간의 존재가 먼저 파악되어야만 육체와 영혼 그리고 정신 각각에 대해서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하이데거는 근대철학이 현존재의 존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원인을 그것이 근본적으로 고대 그리스와 그리스도교의 인간학에 근거하고 있다는 데서 찾고 있다. 하이데거는 그나마 자신의 현존재 분석에 근접하고 있는 셸러의 인격주의나 딜타이의 생철학도 이러한 인간학의 존재론적 기초가 불충분하다는 사실을 보지 못한 채 그러한 인간학에 근거하고 있다고 본다."

 

 

존재, 육체와 영혼 등 여러 철학적 개념이 근본적으로 고대 그리스와 그리스도교의 인간학에 기초를 두고 있어 오늘날까지 대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반철학자 니체도 여기서 아주 벗어났다고도 볼 수 없을 거다.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이 1927년에 나왔는데 한국에서 하이데거에 대한 논문이 1932년에 최초로 나왔다하니 하이데거 철학에 매료되는 건 때와 장소가 문제가 아니었던 거 같다.

박찬국 교수는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번역본으로 국내 권위서로 소광희 교수와 이기상 교수 걸 추천하는데 소광희 교수의 원서 번역본은 현재 절판. 까치출판사에서 나온 이기상 교수 걸로 새로 사야 하나 싶다ㅠㅠ

박찬국 교수 이 책도 하이데거 개론서로 손꼽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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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2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9-07-12 13:45   좋아요 1 | URL
가끔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북받쳐서 무척 괴로워요. 제가 생각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생각할수록 안타까운 사람입니다.

2019-07-12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9-07-12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말인지 잘 못알아 듣겠어서 더 멋있는 것들 많잖아요. 그 중에서 알고 보면 못 알아듣는 것 말고는 아무런 효용도 없는 것으로 밝혀지는 것들도 많잖아요. 그런데 하이데거도 그런 것인지를 판단하려고 죽을 때까지 내공을 쌓아도 죽을 때까지 모르다가 죽을 것 같고 막, 그래서 더 멋있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 어차피 못 알아듣는 입장에서 멋있을 수 있는 맥시멈이 그런 것 아닌가 하면서.....

AgalmA 2019-07-12 14:19   좋아요 0 | URL
우리는 각자의 인생에 따른 자기만의 언어 사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힙합의 랩이 두드러지듯이요.
알고 싶어서 도전하다가 어, 이거 뭔지 알 거 같아! 싶을 때의 희열 때문에 철학에 자꾸 들이대게 되는 거 같아요^^

cyrus 2019-07-12 15: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울할 땐 책을 안 읽어요. 그 대신에 만화를 봅니다. ^^

AgalmA 2019-07-12 15:37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다 봅니다. 다 본 만화도 다시 보고 그래요ㅋ

겨울호랑이 2019-07-12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울할 땐 자야죠.ㅋㅋ 산세베리아 꽃봉오리를 AgalmA,님 덕분에 보게 됩니다^^:)

AgalmA 2019-07-13 03:47   좋아요 1 | URL
불면증이라 더 힘든ㅠㅠ;;; 꽃 핀 것도 예쁜데 그건 저혼자 감상ㅎㅎ; 금세 져버려서 참 아쉽더군요.

hnine 2019-07-13 0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장소 닉네임의 뜻이 그가 없는 장소였군요.
아주 교류가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요 며칠 저도 그장소님 생각이 나더라고요.
산세베리아 꽃을 저는 처음 보았어요. 살다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기대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Agalma님, 가끔씩만 우울하시면 좋겠어요. 너무 자주 말고.

AgalmA 2019-07-13 06:51   좋아요 0 | URL
신경숙 소설 <그가 모르는 장소>에서 가져 왔다고 들었어요. 그 소설 저는 안 읽은 거 같은데 이리 되니 이제 읽어볼 때가 된 거 같아요. 세상엔 알 수 없는 일 투성이고, 감당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갑자기 무너질 때도 있고 그래요. 위 글에서 ‘인격‘을 설명하는 부분을 옮긴 것도 그래선데요. ˝직접 체험되고 있는 의식작용들의 배후에 있는˝ 실체적 인격이 있는 게 아니라 우리는 매순간 무너지고 일어서길 반복하는 존재로서 살아간다는...
그장소 참 정 많이 나누는 사람이었어서 생각이 자주 나지요.
 

나는 삶에서 그렇듯 여행에서도 늘 환상을 좇는 기분이다. 감각하므로 우리는 실제를 살고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더 몰입하게 되는 걸까. 이번 여행에서도 나는 그랬다. 기뻐하고 슬퍼하고 당황해하면서 환상 속에, 살아 있는, 나를 겪는 기분이었다.

 

 

 

드니 코테 <유령 마을> 놓친 건 정말 아쉬웠다. 그 때문에 이후 차례차례 꼬이기 시작했다.

<유령 마을> 예매를 못해 비슷한 시간대 <로호>를 예매했다가 떠나게 직전 <유령 마을> 예매에 성공! 3일 2회차 영화인 에두아르도 윌리엄스 단편까지 예매했으나 꾸무적대다 눈앞에서 시외버스를 떠나보냈다. 기사가 안타깝다는 듯이 비웃듯이 정말 눈앞에서 문을 닫았... 전날 김영하 『여행의 이유』를 읽지 않았다면, 밤새 리뷰를 쓰지 않았다면 이리 되지도 않았을 거라고 후회한 들 소용없었다. 전주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에두아르도와 <유령 마을>을 차 속에서 차례차례 취소했다.  예매 취소 안 하고 조율하는 스킬이 부족;해서 취소했던 <로호>를 다시 예매하고 하나라도 제대로 보겠구나 했는데..... 임박하게 도착해 택시를 탔고 내리자마자 휴대폰이 안 보여 순간 앞이 캄캄했다. 추격자로 분신하여 택시를 달리기 선수처럼 따라잡았더니 정작 가방에서 휴대폰을 발견했다. 안도와 함께 허탈이 어떤 영화를 본 뒤처럼 밀려왔다.

각종 번잡을 자초한 끝에 드디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벤자민 나이스타트 <로호>(2018) ★★★☆

1970년대 중반 아르헨티나를 무대로 하는데 한국의 독재 정권일 때랑 비슷한 정치 사회 상황이다. 무력하고 정신적인 피폐 상태에 있는 이들, 기회를 포착해 부를 누리거나 약자를 제압하는 두 부류로 크게 나뉜다. 그 사이의 중개자가 되기도 하고 악행의 동조자이자 주도자가 되기도 하는 변호사 클라우디오를 통해 흔들리는 인간의 면면을 보여준다.

어느 저녁 레스토랑에서 한 사내가 큰 모욕을 주며 자리를 뺏자 클라우디오는 민망할 정도로 모욕을 되돌려준다. 사내는 레스토랑 전체에 행패를 부리고 쫓겨나다시피 했는데 클라우디오와 그의 부인이 레스토랑을 나오길 기다렸다가 습격을 가한다. 그 사내가 총격 자살을 시도해 사경에 처하게 되자 클라우디오는 도와주려다가 결국 죽게 내버려 둔다. 이 지점이 정말 섬뜩하다. 그 사건이 나중에 자신의 발목을 잡을지 클라우디오는 상상하지 못했다. 사막에 시체를 버렸는데 누가 찾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걸 찾는 사람이 있어야 영화가 되지! 그 사내의 실종을 수사하던 알파치노 닮은 탐정 역 배우도 인상적이었다. 영화는 인간이 무조건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결말에서 클라우디오가 가발을 쓰는데, 우리에게 그 모습은 새 출발이 아니라 죄의식을 가리는 가면이다. 우리의 현실 속 모습도 그런 덧칠로 가득한 것은 아닐지 반문하며.

 

 

 

 

 

 

마이클 윈텀바텀 <웨딩 게스트>(2018) ★★

이 시간대 보고픈 영화가 없었지만 한 편만 보고 전주영화제 첫날을 마무리하기 아까워서 봤다.

스토리는 예상대로 진부했지만 파키스탄과 인도를 종횡무진하는 여정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예전에 갔던 여행지도 회상하면서.

인도 남부는 한 달 이상 머물고 싶은 곳!

 

 

 

 

 

오자마자 영화 보느라 밥도 10시...

여기 와서 한 잔 안 하고 그냥 자긴 아쉬웠므로 길맥을 했다.

전주에서는 Hite 병맥!

낮엔 이선균 배우가, 한밤엔 이장호 감독이 눈앞에 지나가는데 아는 척하기 참 머쓱> 내가 뭐라고, 난 유명인 사인받는 것도 안 좋아하는데;

 

 

 

 

 

첫 밤 이후 아침. 알라딘 굿즈 천국...

 

 

 

 

 

 

 

 

 

 

 

 

 

 

 

기욤 브락 <보물섬>(2018) ★★★★

홍상수 영화 음악을 자주 맡았던 정용진 음악 감독 참여도 있고 해서 홍상수 영화랑 비교도 하는데 홍상수 영화보다 더 좋아서 비교하는 것도 맞지 않는 거 같다. 다큐와 픽션의 절묘한 조화.

감독은 도시 외곽을 슬럼가로 보는 시각과 편견에 대해 반대하며 파리 근교의 한 수영장을 세상의 복사판으로 보여 준다.

가족 모임으로 보이는 현장에서 바베큐를 굽는 한 남자가 자신이 납치되었다가 살아난 얘기를 담담히 한다거나,  자기 나라에서 고위 간부의 행동을 지적해 곤혹에 처해 망명한 남자가 수영장의 경비 일을 하게 된 고백 등, 이 영화가 잔잔히 보여주는 풍경과 이야기의 충돌은 시종일관 생각과 마음을 뒤흔든다.

전주 와서 본 영화 중 내겐 최고였다👍

 

 

 

 

 

 

 

<나무라듸오>에서 잠시 휴식. 한적하고 친절하며 분위기는 좋은데 커피 맛은 아쉬웠다.

 

 

 

 

 

 

 

 

 

 

기요르기 폴피 <아버지의 목소리>(2018) ★★★☆

스타니스와프 렘 <아버지의 목소리>를 원작으로 한 영화. 스타니스와프 렘 소설 번역이 국내 별로 없는 가운데 타르코프스키가 영화화한 <솔라리스> 원작도 구하기 좀 어렵다. 원작과 많이 달라 감독과 작가가 사이가 좋지 않았다지만 명작이 된 <솔라리스>를 좋아해서 폴피의 영화도 꼭 보고 싶었다.

GV를 들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창작자의 의도보다 더 훌륭하게 작품이 완성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영화가 그런 것 같다. 음모론, 외계인 얘기는 진부했지만 전위적인 미장센이 인상적이었다.

 

 

 

 

 

 

 

 

 

 

영화제 특수를 놓치지 않고 영화제 관람자 10% 할인ㅎ 전주 시민만 좋을 듯.

짐도 많은데 책 짐이 생길까 봐 아예 들어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짐 커밍스 <썬더 로드>(2018)  ★★★☆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아내, 직장, 집, 정신까지 잃게 된 남자 역을 맡았던 브래들리 쿠퍼 같은 캐릭터가 나온다.

어머니 장례식에서 춤 퍼포먼스를 준비한 남자 지미 아르노. 거기엔 타당한 이유가 있는데 스포가 되므로 여기선 밝히지 않겠다. 아무튼 그 영상이 아내와의 양육권 소송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돼 딸까지 뺏긴다. 사람 사이의 질서와 윤리를 대리하는 역할인 경찰이지만 오히려 그 일에 몰두하느라 정작 자기 가정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고 이혼에 해고에 딸과의 이별에 신경쇠약 상태로 몰린 그가 관객을 얼마나 울리고 웃기는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영화를 좋아했다면 이 영화도 좋아하고야 만다고 장담! 감독과 주연을 맡은 짐 커밍스 기억해둬야겠다. 운이 잘 따라준다면 벤 스틸러급이 될 수도 있겠음ㅎ

웃기면서 눈물 핑 돌게 하는 멋진 영화. 개봉하면 입소문으로 인기 끌 영화다.

 

 

 

 

 

 

 

 

 

 

 

 

 

 

 

 

와하하하하... 하루 종일 성공률 좋다가 미드나잇 시네마에서 빅엿을💦💦💦

세 편 중 건질 게 하나도 없었다.

미드나잇 시네마 1(23:59~06:11)

1. 얀 보니 <독일. 겨울 이야기>(2018) ☆

베키, 토미, 마이크 세 사람이 섹스와 폭력의 극단을 향해가는 이야기인데, 굳이 영화를 만들어 뭘 공유할 게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인종차별을 부추기기 위해 정부가 그들을 이용한다는 설정도 작위로 느껴졌다. 키에슬로브스키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 같은 작품이면 좋겠다는 기대로 봤는데 별 1개도 아까웠다.

2. 켈리 코퍼 / 파볼 리스카 <죽은 자의 아이들>(2019) ☆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고 해서 기대하며 봤는데, 무성 영화 스타일의 카니발리즘 영화는 그 불친절함 만큼 내용이 너무 거칠어서 흥미를 단번에 잃게 만들었다.

3. 다니엘 칼파르소로 <더 워닝>(2018) ★☆

같은 장소에서 계속 일어나는 죽음의 패턴을 평행우주론으로 펼친 작품인데, 이 소재는 너무 식상해져 있는 데다 영화에서 인과 고리가 깨어지는 결말의 개연성도 없었다.

 

 

 

 

 

 

 

 

 

 

 

 

 

 

 

 

 

 

 

 

 

 

 

 

 

미드나잇 시네마가 전위적 작품이 많다는 건 감안하고 보지만 이번엔 정말 피곤하게 날이 새고 말았다. 한숨 쉬며 씻기 위해 이 근처 유일한 한옥 스파 사우나로 gogo~

근방 영업하시는 아주머니들이 많이 오셔서 다들 드라이기를 들고 다니시는 게 이색적. 100원 넣고 매일 쓰는 것도 은근히 낭비니까. 호탕하신 아주머니 한 분께 나도 얻어 썼다ㅎ

 

 

 

 

 

 거리 곳곳 멋진 풍경. 비도 안 오고 화창한 날의 연속이었다!

 

 

 

 

전주는 이런 언밸런스 풍경이 늘 매력적!

 

 

말끔히 씻고 오늘 마지막 영화 티켓팅도 성공!

커피를 마시려니 가고 싶은 카페들은 대부분 12시부터 오픈ㅜㅜ

 

 

 

바쁠 땐 1인 분 안 준다는데 객지 사람에게 호의를 베푸셔서 <전주식당>에서 백반 1인분.

아침을 제대로 못 먹으면 하루 종일 힘들더라는.

여기 김치찌개 맛있죠. 사과 샐러드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다.

크게 맛집은 아니고 영화관과 가깝고 적당히 먹을 만하다.

 

 

 

 

 

 

 4일까지 내가 본 영화 티켓 기념샷~

 

 

 

 

 

5일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히타 아세베두 고미스 <포르투갈 여인>(2018) ★★★☆

오스트리아 작가 로베르트 무질의 고전을 번안한 작품이라고 해서 봤는데, 간밤 심야 영화 관람의 여파로 집중을 못 한 게 많이 속상했다. 모든 쇼트가 명화처럼 아름다워서 이 영화의 영상미는 독보적! 인물들의 연극적인 대화, 미장센 등 브레송 감독이 연상되기도 했는데 포르투갈 현대 영화를 이끄는 이 여성 감독의 행보는 앞으로 더 주목된다.

단편 <포르투갈 여인>이 실린 로베르트 무질 『사랑의 완성』 책 갖고 있는데도 못 보고 내려가서 나를 원망했다.

 

 

 

 

 

 

 

 

이 영화를 끝으로 68년 전통의 풍년제과 빵과 센베를 사들고 전주를 떴다~👐 난 그리 맛있다 생각되지 않지만 어버이 날 선물~~

이상하게 영화제는 3일 정도 보면 질린다. 너무 몰아쳐 질리게 봐서 그런가.

 

 

 

 

 

 

 

 

 

 

 

 

 

 

 

 

 

 

 

 

 

 

 

 

 

 

 

예정대로라면 당진을 가야 했으나 전주에서 충남 당진 가는 게 너무 어려웠다. 군산을 가서 하루 두 대 있는 당진행을 타야 했는데 시간이 애매해 서해 바다 보는 건 포기했다.

방향을 틀어 집으로, 바다로.

전주보다 우리 집이 맛집이었다.

도착하자마자 거하게 차려주신 엄마 밥상을 황송히 즐겁게 받았다.

화창한 날씨의 울산 바다도 보러 갔다.

대왕암 미역 장사 아주머니 성격 겨울 칼바람 같으셨다ㅎ

어느 관광객이 생미역 한 봉지 만 원이 비싸서 안 산다고 돌아서자마자 미역을 패대기를.

부산 태종대나 영도처럼 아래 해변엔 해녀(?) 간이 횟집이 있는데 아마도 비싸서 얼씬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천 진주 냉면 육전을 올린 특이한 냉면인데 왜 서울엔 이게 없지? 돈가스랑 냉면 먹는 느낌이다.

 

 

 

 

더 있다 가고 싶으나 부고를 들어 조문을 위해 급히 올라가기로 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부모님 장례를 치르는 심정을 나는 안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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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해서, 본성상의 차이들이 더 이상 나타날 수 없는 관점, 아니 오히려 사물들의 상태가 존재한다. 진리의 퇴행 운동은 진리에 대한 환상일 뿐만 아니라 진리 그 자체에 속하기도 한다. "종교"라는 복합물을 정적 종교와 동적 종교라는 두 방향으로 나누면서, 베르그송은 덧붙인다 : 어떤 특정한 관점에 자리하면서, "사람들은 일련의 추이와 정도상의 차이들을 감지하지만, 실제로 거기에는 근본적인 본성상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환상은 우리 본성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거주하는 세계에도, 우리에게 우선 나타나는 존재의 측면에도 기인한다. 베르그송은 그의 처음 작품에서 마지막 작품까지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진화해갔다. 그의 진화의 두 주요한 요점은 다음과 같다: 베르그송에게 지속은, 사물들의 가변적인 본질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복합 존재론 ontologie complexe 이란 테마를 제시하기 위해서, 심리적 경험에로 점점 덜 환원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공간은 그에게는 이 심리학적 실재성과 우리를 떼어놓는 픽션에로 점점 더 환원될 수 없는 것으로 보였다. 공간 그 자체 역시도 존재에 근거할 수 있도록 그리고 존재의 두 비탈 중의 하나를, 그 두 방향 중의 하나를 설명할 수 있도록 말이다. 베르그송은 말했다, 절대는 두 측면을 갖는데, 형이상학에 의해 간파된 pénétré 정신이 그 하나요, 과학에 의해 인식된 connue 물질이 다른 하나다. 그러나 정확히 말해 과학은 상대적 인식 즉 그 성공이나 효율성에 의해서만 보증받는 상징적 분과가 아니다 ; 과학은 존재론의 일종이며, 존재론의 두 절반 중의 하나이다. 절대는 차이이지만, 차이는 정도상의 차이와 본성상의 차이라는 두 표정을 갖는다. 따라서, 우리가 사물들 사이에서 단순한 정도상의 차이들을 파악할 때, 과학 그 자체가 세계를 이 측면에서 보게끔 우리를 초대할 때, 우리는 여전히 절대 안에 있다( "현대 물리학은 우리에게 질에 대한 우리의 구분 뒤에 있는 수적 차이들을 점점 더 분명히 보여주고......") 하지만 그것은 환상이다. 그러나 우리가 첫번 비탈의 실제 풍경을 다른 비탈 위에 투사하는 한에서만, 그것은 환상인 것이다. 만약 환상이 억제될 수 있다면, 그것은 이 다른 비탈 즉 지속이라는 비탈 덕인데, 이 비탈은 마지막 심의에서는 공간 속에서 그리고 이미 물질과 연장 속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비율상의 차이들에 상응하는 본성상의 차이들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 * *

따라서 직관은 이 세(또는 다섯) 가지 규칙들을 갖고서 하나의 훌륭한 방법을 이룬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문제화하고(거짓 문제의 비판과 참된 문제의 창조), 분화하고(재단[자르기] découpage과 마주침[음미] recoupage), 시간화하는(지속의 견지에서 생각하기) 방법이다. 그러나 어떻게 직관이 지속을 상정하는지, 그리고 반면에 존재와 인식의 관점에서 어떻게 직관이 지속에 새로운 확장을 부여하는지, 이것은 결정해야 할 것으로 남겨져 있다."

 

 

어버이날, 내 부모를 두고 타인의 부모, 나와 아무 연관 없는 죽음을 기리기 위해 안산을 향했다. 비용과 시간과 내 바람과 휴식을 포기하고 하는 모든 행위는 나를 짓누른다. 우리는 매 순간 이렇지. 이 과민한 선택의 연속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삶은 사실 예사롭지 않다.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거절하고 싶었고, 하고 싶지 않으면서 행했던 많은 말과 일. 진심은 정도의 차이인가 결과인가. 뭔가 안다고 말하려는 내 입을 제때 틀어막고 싶다. 며칠 어머니가 틀어놓은 tv를 통해 비틀린 인간 군상의 이모저모를 반복, 또 반복해 들으며 나는 계속 거르려 했다. 어머니와 나는 같은 방송을 보면서도 다른 상대를 향해 분노했다. 진위는 다 파악되지 않은ㅡ계부와 생모가 살해해 유기한 12살 소녀, 교통사고 이후 조현병 증상으로 흉기로 난동을 부린 한 남자, 러시아 항공기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기장의 잘못과 일부 승객의 이기적 행동으로 더 큰 피해),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로 현 정부와 대통령을 비난하는 종편 방송ㅡ 소식들도 나와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내 생각과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 나는 매 순간 조정된(한)다. 식물의 주광성(走光性)처럼. 바깥을 통해서는 사건을, 머릿속에서는 베르그송과 들뢰즈의 단어들을 따라가며 '지속', '차이', '존재론' 같은 개념들을 정리한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실재로서 작동시켜야 할 이유는? 어떤 이에게는 깨어 있음과 깨어 있음 사이, (내게는) 잠과 잠 사이, 하루는 많은 임의의 경계로 작동하지만 내 생에서 이것들은 차이로 인식되지 않는다. 정리되지 않은 채 읽고 보고 듣고 걷고 방황하다 다시 돌아왔다. 이것도 잠의 연장이라 해야 하지 않을지. 다른 관점으로는 삶의 지속?

 

 

 

 

 

 

 

 

 

전주영화제에서 내가 애타게 유령처럼 좇기만 했던 영화, 드니 코테 <유령 마을>을 서울 아트시네마 특별 상영으로 서울에서 보았다.

정리할 시간이 없어서 리뷰는 내 마음속에 두었다.

이 영화가 빚어내는 공간감은 기대대로 내 취향이었다.

유령에 이민자 은유를 섞게 된 배경도 그렇고, 초자연적 영화가 흔히 그러듯 신을 끼워 넣지도 않은 지극히 인간적인 영화. 잔인함 1도 없는 마감을 보며 나라(캐나다) - 문화라는 게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구나 재차 실감했다. 할리우드 스타일 호러 영화가 아니라 맘에 들었다.

여행에서 읽지 못했던 사무엘 베케트 책이랑 잘 어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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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가 나에게 이제 놓아달라고 말한다. 그는 그런 동사를 사용했다. 그는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었던 모양이다. 내가 그를 떠나기를 바라며 그런 말을 한 건지 아니면 그냥 나와 잠시 떨어져 있기를 바란 건지는 모르겠다. 스스로에게 그걸 물어본 적은 없다. 나는 그가 지닌 질문들만을 궁금해했을 뿐이었다. 어쨌거나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그의 목소리에서 벗어나자 나는그의 삶에서 벗어났다. 어쩌면 이게 그가 원하던 것이었을지도모른다. 자문해보지 않고도 알게 되는 질문들이 있다."어느 날 그가 나에게 이제 놓아달라고 말한다. 그는 그런 동사를 사용했다. 그는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었던 모양이다. 내가 그를떠나기를 바라며 그런 말을 한 건지 아니면 그냥 나와 잠시 떨어져 있기를 바란 건지는 모르겠다. 스스로에게 그걸 물어본 적은 없다. 나는 그가 지닌 질문들만을 궁금해했을 뿐이었다. 어쨌거나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그의 목소리에서 벗어나자 나는그의 삶에서 벗어났다. 어쩌면 이게 그가 원하던 것이었을지도모른다. 자문해보지 않고도 알게 되는 질문들이 있다. 

 

 

 

 

 

 

 

 

 

이 여행의 기록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하며 많은 시일이 지났다. 현재의 내 마음을 가장 잘 말해준 것은 권여선 작가의 단편들이었다.

 

 

• 권여선 <모르는 영역>(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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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새가 날아와 나뭇가지에 내려앉았다. 날갯짓의 급격한 감속, 날개를 접고 사뿐히 가지에 착지하는 모습, 가지의 흔들림과 정지……. 그런 정물적인 상태가 얼마나 지속되었을까, 새는 돌연 가지를 박차고 날아갔고 그 바람에 연한 잎을 소복하게 매단 나뭇가지는 다시 흔들리다 멈추었다. 멍하니 서서 새가 몰고 온 작은 파문과 고요의 회복을 지켜보던 그는 지금 무언가 자신의 내부에서 엄청난 것이 살짝 벌어졌다 다물렸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새가 날아와 앉는 순간부터 나뭇가지가 느꼈을 흥분과 불길한 예감을 고스란히 맛보았다. 새여, 너의 작은 고리 같은 두 발이 나를 움켜잡는 착지로 이만큼 흔들렸으니 네가 나를 놓고 떠나는 순간 나는 또 그만큼 흔들려야 하리. 그 찰나의 감정이 비현실적일 정도로 생생해 그는 거의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다.

한참 만에 주위를 돌아보니 그저 저수지였다.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그에게 왔던 것은 이미 사라져버렸고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고 영영 지울 수도 없으리라고 그는 침울하게 생각했다. 단 한 번이라니…… 단 한 번이었다니…… 다영도 이곳에서 이런 무섭도록 강렬한 한 번을 경험한 것일까. 그래서 그에게 은밀한 보물이 묻힌 곳을 알려주듯 이곳으로의 산책을 권유했던 것일까. 순간 다영의 굳은 얼굴이 떠올랐고, 그게 그러니까…… 한 번은…… 한 번은 해도 됩니까 묻던 다영의 말이 식당 여자가 아니라 자신을 향한 것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해도 됩니까, 한 번은?"

• 권여선  <전갱이의 맛>(대상 수상작가 자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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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사람은, 사람이란 존재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혀로 맛보고, 그렇게 감각하는 자체만으로는 도저히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더라고. 내가 지금 이걸 느낀다, 하는 걸 나에게 알려주지 못하면 못 견디는 거지. 어떤 식으로든 내 느낌과 생각을 내게 전달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까 감각이나 사고 자체도 그 자리에서 질식해버리고 마는 것 같았어.”

나는 잠깐 멍한 상태가 되었다. 그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말이란 게, 하고 그가 말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 위한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 나와 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니까 그동안 난 쉴 새 없이 누군가에게 말을 해왔는데, 그 말을 사실 나도 듣고 있었던 거지. 그런 의미에서 말은 순수히 타인만 향한 게 아니라 나를 향한 것이기도 했던 거야. 그런데 말을 못하게 되면서 타인을 향한 말은 그럭저럭 포기가 됐는데 나를 향한 말은, 그건 절대 포기가 안 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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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말은, 그는 힘주어 말했다.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기억되거나 발견되는 거야. 내가 어떤 언어를 간절히 원했던 순간을 기억하거나, 그 간절함이 생겨나는 그 순간을 발견해서 내 말로 삼는 거지. 그러니까 내 말들은 어원을 잃는 법이 없어. 최초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그 위에 다른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말 속에 삶이 깃드는 방식이라고나 할까. 때로는 뜻을 알 수 없는, 그저 표현으로 먼저 생겨난 말도 있고, 가끔 아주 외설적인 말도 튀어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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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9-05-21 2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며칠 전 전주, 5년만에 다녀왔습니다. 출장이긴 했지만, 전주는 갈때마다 묘한 설레임이 있습니다. ^^

AgalmA 2019-05-23 02:07   좋아요 1 | URL
중부 지역이 대체로 그런 느낌을 주는데 전주도 안온한 분위기 같은 게 있는데다 한옥 풍경이 많아 정감도 가죠. 예전 인사동 느낌나서 좋은데 지금의 인사동이나 그 일대 같이 안 변했으면 좋겠어요. 서울 외 중소도시에서 이런 분위기의 도시도 드물죠. 게다가 수많은 맛집까지 있으니 매력 만점!

북다이제스터 2019-05-23 20:11   좋아요 0 | URL
어찌 아셨습니다. 그때 가서 1인당 3만원 막걸리집 갔는데, 반찬 60 가지 나와서 엄청 놀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