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본 오후 풍경

내 기분과 상관 없이.

 

 

 

 

 

주체할 수 없는 굿즈 욕심. 파란 컵은 왜 이토록 멋진가!

 

 

 

주인공은 젤리.
젤리 먹으며 소일 삼아 책을 들춰봤다.

톰 스탠디지 《세계의 이면에 눈뜨는 지식들》
「사람들이 불경기 때 피자를 좋아하는 이유」에서 짐작하던 것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
1. 싸구려 패스트푸드보다 피자가 건강한 요리인 것처럼 착각하는 트랜드
"미디엄 사이즈의 채식주의자 피자도 빅 맥 같은 고칼로리 햄버거보다 칼로리가 4배는 높다"
2. 외식 비용의 절감 → 테이크 아웃 인기↑
3. 그러나 가장 큰 비결은 ★꾸준한 메뉴 개발!★

오~ 그렇게 말해도 피자 먹고 싶다. 그래서 시켜 먹었다 -ㅅ-)...경제 책 보며 형편없는 경제 생활;;;

 

 

 

"선물을 준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여러 가지 의무를 발생시킨다. 선물이라는 것은 현물의 답례를 요구하게 되어 있으며, 개인들은 이 상호성의 사슬 속에서 관계를 맺게 된다.

경제적 거래는 바로 이러한 상호성의 사슬이 끊어져 있는 거래이다. 재화나 서비스의 대가로 돈을 건네주게 되면 그 외의 인간적 유대는 강화되기는커녕 모두 끊어져 버리고 만다. 어떤 물건을 구매하게 되면 그 물건의 주인은 다른 사람으로 바뀌며, 그 물건에 대해 이전에 존재했던 노동, 시간, 권리 등의 청구권들은 모조리 사라지게 된다. 당신과 당신의 사랑하는 이와는 달리, 경제적 거래의 쌍방은 거래가 끝나면 영영 다시 보지 않는다.

내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이러한 구매(혹은 지불이라고 해도 좋겠다)라는 행동이야말로 오늘날의 삶을 규정하는 특징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불하며, 고로 존재한다. 구매란 혼자서 행하는 의식(儀式)이다. 이 의식의 절차를 다스리는 규칙들은 우리가 품질과 가격을 모두 추구하면서 여러 꽃 가게들을 돌아다니는 가상의 사냥 행위 속에 모두 집약되어 있다. 우리는 돈을 쓰기 전에 먼저 정보를 모으고, 그 모은 정보로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차갑고 계산적인 평가를 행한다. 이 순간만큼은 우리 모두가 자기 이익에 충실한 경제적 인간이 된다. 우리는 비용과 수익을 양쪽에 달아 본다. 그리고 거래를 행한다. 그러고는 다른 거래를 찾아 떠난다. ...... 가장 단순한 형태로 말한다면, 가장 순수한 경제적 사회란 바로 이러한 여러 의무로부터 모든 이들을 해방시켜서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익 하나만을 원칙으로 삼아 조직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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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코 《차가운 계산기》는 칼 폴라니부터 가라타니 고진까지 경제 분야 이론들이 총출동하고 있다. 결론이 어찌 날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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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3-13 2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진은 아파트인가요? 상가건물 같기도 하고요.
조금 전에는 하리보 젤리를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병 하나를 다 채울 정도라면 얼마나 될까요.
사진만 보아도 단맛이 느껴집니다.^^

AgalmA 2018-03-14 03:01   좋아요 2 | URL
사무실 근처에 공장식 아파트가 많아서 저 건물도 아마 그 중 하나 아닌가 싶어요.
매일매일 글 올리기 귀찮아 시간날 때 올리다보니 빠뜨리고 넣고 하는 게 많아요ㅎㅎ;;
요즘 치아가 많이 안 좋아져서 젤리 좀 그만 먹어야 하는데, 제가 젤리 하도 좋아하니까 저건 무려 어머니가 선물로 사 주심^ㅁ^;;

2018-03-14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8-03-14 20:12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면 그런가 싶기도 해요. 이상하게 눈이 가고 발길이 멈추는 건 저런 풍경들입니다. 뭔가 작정하고 그러는 게 아닌데도.
네, 폐업한다고 손님들에게 세탁물 잊지 말고 찾아가라고 현수막까지 써서 건 세탁소 사진.
글이고 이미지고 그런 마음이 담긴 것에는 애정이 더 가요. 그래서 더이상 애정을 받을 길 없는 사물에 더 마음이 가는지도 모르고요.

저도 뭔가 받으면 부채감이 좀 심해서 안절부절입니다ㅎ 너무 매정하게 거절하는 것도 어렵고 사람살이 이래저래 참 힘들다니까요ㅎㅎ;;;
 

 

 

하나뿐인 내 선인장

내게만 예쁜가
그러면 더 좋지
어머니는 가지 치기며 이런저런 걸 잘 하시는데 난 잎사귀 하나 떼는 것도 상하게 만들까 봐 두려워 그냥 자라고 싶은 대로 놔둔다;
그렇게 10년 넘게 서로를 의지하고 있다
괜찮아?
괜찮아
화분 가게에서 흔하게 파는 선인장이지만 이 모습은 오직 하나지

 

 

그런데 이상한 것은 다윈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조차도 이 같은 식물학 연구에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윈이 여섯 권의 책과 일흔 편 내외의 논문을 식물학에 할애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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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은 식물에 대해 늘 특별하고 다정한 느낌을 갖고 있었으며, 식물을 특별히 찬미하기도 했다. 그는 자서전에 이렇게 썼다. "식물을 체계화된 존재organized being의 지위로 격상시키면 늘 기분이 좋다."

올리버 색스 《의식의 강》「다윈에게 꽃의 의미는?」중에서

올리버 색스 《의식의 강》 스튜디오 촬영해준 기분ㅎ

다윈 씨, 나도 그래요!
그나저나 물 주려다 이러고 있네;;;
참 뭐 하나 하기 어렵다...

 

 

 

 

 


 

 

 

 

아무 생각하기 싫을 때 니콜라스 빈딩 레픈 《Drive》을 종종 본다.

이젠 반려영화가 된 기분이다.
오늘 또 봤다.
라이언 고슬링, 케리 멀리건 왜 둘다 8~90년대 느낌인지...
70년대생 감독이어서?
"인간은 자기 조상을 닮은 것보다 자신의 시대를 더욱 닮는다." ㅡ 기 드보르 
기 드보르의 이 말은 어쩜 이렇게 명언인지!
이 영화의 ost, kavinsky 곡도 정말 좋다.

《Drive》 보고 《온리 포 갓 리브스》(2013) 봤다가 감독에게 대원망. 왜 그랬어!

책도 처음부터 이성을 위한 도구는 아니었다. 지배의 도구에 가까웠지. 학교의 탄생처럼.
끌려 들어가는 것의 미학.
우리는 외로움에서 그렇듯 폭력성도 어떤 식으로든 표현하지. 그것 가까이에는 많은 것들이 얽혀있어 또 끌려 나온다.
글, 이야기, 인용, 멋진 이미지로 덮어도 안심하지는 마.
내가 나를 보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보다 더 많은 걸 드러내니까.
살아있음은 너무 자주 미칠 노릇이다.

라이언 고슬링 앞과 뒤에는 늘 거리가 펼쳐져 있었다.
나는 어떤 배경에 주로 있는 것일까. 생각해 볼 일이다.

책의 하렘?...(  -_);;; .... 왜 이런 순간 이런 농담을ㅜㅜ

性에 대한 댓글을 쓰고 온 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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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8-03-11 07: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선인장 꽃 사진 그리고 의식의 강은 넘 근사한데요!^^

AgalmA 2018-03-11 18:19   좋아요 1 | URL
˝나만 고양이 없어! ˝를 이길 수는 없겠지만ㅎ ˝나만의 선인장 있어!˝는 되겠지요^^ 다윈이 식물을 그토록 아꼈다니 더 친근하게 느껴져요 :) <의식의 강> 그장소님도 갖고 계시니 서로 부럽지 않겠다는ㅋ

[그장소] 2018-03-11 18:30   좋아요 1 | URL
ㅎㅎㅎ나만 고양이 없어! 저도요! 고양이 없네요. 선인장도 없네요 . 푸핫~^^

겨울호랑이 2018-03-11 09: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선인장이 멋지게 컸네요. 저 정도 큰 선인장은 화원 이외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AgalmA님이 잘 키우신 덕분이긴 한 것 같은데, 다육이가 잘 크는 것을 보면 물을 잘 안 주신 것 같기도 하네요.ㅋㅋ 저 품종은 물을 잘 줘야하는 품종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적당한 게으름(?)도 때로는 육아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AgalmA 2018-03-11 18:34   좋아요 3 | URL
저희 어머니는 2미터 넘는 선인장도 키우고 계신데 이 정도 크기면 집에서 관리하긴 어려워 결국 여기저기 부러지는 사태가^^;; 너무 멋지게 크니까 성질나쁜 사람들이 지나가다 확 부러뜨리기도 하고! 에효, 나쁜 인간들....
제가 식물을 아껴 키우는 거 보고 어머니께서 가족 아니랄까봐 서로 그런 건 닮았네 하며 웃으셨죠. 그래도 어머니는 강아지 애호, 저는 고양이 애호라는 건 확실히 갈림ㅋㅋ

선인장은 물 자주 주면 뿌리 썪는다고 해서 애가 기운이 없어 보인다 싶으면 줘요. 제 엉성한 감각의 힘으로만 키우는데도 잘 자라는 거 보면 제 노력보다 쟤 생존력이 더 강한 거라고 봐야겠죠^^

2018-03-14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8-03-14 20:07   좋아요 0 | URL
아, 저 선인장 이름까지 아시고 정말 식물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
저희 어머니는 선인장 정말 많이 키우시는데, 어머니댁에도 게발선인장 있어요^^
괴상한 선인장도 좋다고 키우시는데;;; 악마의 뿔처럼 생긴 스투끼 선인장은 저는 호감이 전혀 안가는데요ㅎ;; 어머니는 자라는 게 재밌고 기특하다고 제게 보여주시며 좋아함ㅎㅎ;;
본능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우리 기억과 관련되면 싫고 좋음이 사람마다 많이 다르죠. 선인장을 싫어하셨을 이유가 짐작 가능하시다니 그 맘도 참~_~;

2018-03-14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8-03-14 21:39   좋아요 1 | URL
알로에도 많이 착취대상이죠ㅎ; 인간은 참 혼자 사는 게 아니라니까요~_~;;
선인장이 죽는 건 특히나 마음 아파요. 이렇게 생명력이 질긴 생물이 얼마나 살기 어려웠으면 싶어서.
 

나의 반성, 나의 처벌

 

딴생각하다가 커피를 엉망으로 내려서
이성을 찾으라는 뜻으로 블루-파랑-Blue 가득
F 연필, 《순수이성비판》을 주었다
왜 《실천이성비판》도 주지 그랬어!
나한테 너무해

"색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모든 일반적 경향이나 분석에 전혀 들어맞지 않는 복잡한 문화 구조라 할 수 있다."


ㅡ 미셸 파스투로 《파랑의 역사》 서문, 첫 문장

 

 

 

파란색을 로마인들은 미개인의 색으로, 중세 때는 따뜻한 색으로 취급했다. 즉 blue와 이성을 연결하는 것은 인습이고 지금 사회 현상이다. 왜 굳이...

 

 

 

 

 

쓸모없는, 쓸데없는 - 살구색 도서 찾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달력 3월이 살구빛이길래 살구색 도서를 찾기 시작했다. 아아... 뭔가 하기 싫을 때 나는 꼭 이런다. 유머나 연구해라!

 

 

 

 

 

 

 


 

 

 

 

 

 

 

피터 버크 <지식의 사회사> 2
제임스 왓슨 <이중나선>
데이먼 나이트 <단편소설 쓰기의 모든 것>
노엄 촘스키 & 미셸 푸코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엘든 테일러 <무엇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1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1)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정연연 <오늘 그녀가 웃는다>
보들레르 <파리의 우울>

 

※ 사진을 올리고 나니 빼먹은 게 많더군. 다시 찍기 귀찮다. 언젠가 또 올리겠지.

조던 엘런버그 <틀리지 않는 법>
김이듬 <표류하는 흑발>
존 치버 <사랑의 기하학>(구판)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행복한 책읽기에서 나온 구판)
<김종삼 전집>

 

 

 

 

 

 

 

 

 

 

● 절판 책 훑어보기 - 쇼펜하우어 《세상을 보는 지혜》

 

자기계발, 처세술 책으로도 추천도서.
더러 중복되기도 하지만 여러 잠언, 철학적 성찰과 함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인데  동서 문화사에서 월드북 시리즈로 나온 이 책도 어느새 품절, 절판 책이 되었다. 아쉬울 사람은 몇몇 뿐.

 

"유리 같은 마음으로는 사람을 사귀기 어렵다"

"사람들은 돌려 말하면서 상대의 지능을 시험하거나 마음속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대중이란 머리가 몇 천 개 달린 괴물이다"

"행복과 고통을 좌우하는 일에 환상이 다가가게 해서는 안된다. 환상은 판단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환상은 우리 앞에 하나의 형상을 드리운다. 이 형상은 우리의 기분을 한층 더 무익한 쪽으로, 동시에 대개 고통스러운 방향으로 밀고 간다. 그러므로 환상을 억누르라."

"단점은 연인이 아니다 - 아무리 단점을 피할 수 없는 게 인간의 운명이라도 그것을 자기 생의 반려자로 삼거나 애인처럼 소중히 여길 필요는 없다.
총명한 사람의 경우 지성에 관련된 단점이 더 두드러져 보이기 쉽다. 그 사람이 자신의 단점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에 애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과 나는, 또 다른 시간 그리고 또 다른 나와 겨루고 있다.'(쇼펜하우어가 어디서 인용했는지 안 밝혔다)

 

 

 

● 2018년 3월 내가 산 책

 *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H.P. 러브크래프트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크툴루의 부름 외 12편》
알퐁스 도데 《알퐁스 도데-아를의 여인 외 24편 》

* 톰 스탠디지 《세계의 이면에 눈뜨는 지식들》
ㅡ 저자가 제시하는 질문들이 재밌어서 샀다. 실눈이 될지 왕눈이 될지 읽어보면 알겠지~

* 로랑 비네 《언어의 7번째 기능》
너무너무 보고 싶어 사실 이 책 때문에 이 주문을 했다고도....
롤랑 바르트 마지막을 좇는 소설이라니!
제이 파리니가 발터 벤야민 마지막을 그린 《벤야민의 마지막 횡단》을 읽은 적 있다. 못 썼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내가 기대한 소설이 아니어서 실망스러웠는데, 로랑 비네 제발 잘 써 줬길>0<)! 
질 들뢰즈 마지막도 누가 좀 써줘!!!


 3월 알라딘 굿즈


* 알라딘 에코백(반 고흐 PU)
ㅡ 천 가방이 아니라서 새롭다. 흐늘흐늘 가벼운 소재라 천 가방보다 더 편하다. 들고 다니다 싫증 나면 여백에 그림을 그릴 수도 있을 거 같아 샀다~

*  첫 문장 소이 캔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화이트 스웨이드향)
ㅡ 화면에서 본 것보다 앙증맞은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아이템 또 생겨서 좋다.
초를 켜면 장작 타는 소리 난다는데(심지가 실이 아니라 진짜 나무네!) 아까워서 켜질 못하겠다ㅜㅜ 언제 그 소릴 들을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다시 읽기 시작할 때 켜야지.

*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래핑 페이퍼북
ㅡ 하나만 있으면 아쉬워서 소장용으로 또 샀다ㅎ 써 버리면 영영 잃게 되는 게 생기니까ㅎㅎ;

* 알라딘 선물상자
ㅡ곧 봄이라 '타샤의 정원' 골랐는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매우! 필요할! 거 같다;;; (그게 언제야?!?) 선물상자가 주문한 책 양과 크기에 맞춰 오기 때문에 한 권 사이즈는 맞춰서 또 사야 할 듯! 주문 시 고를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여러 권 사도 한 권만 따로 선물할 수도 있고 선물 상자가 여러 개 필요할 수도 있는 거니까. 물론 나 같은 사람은 내가 갖고 싶어 여러 개 고를지도ㅋㅋ;; 일단 건의 들어감~
이젠 하다 하다 포장상자가 갖고 싶어 책을 사는구나;
알라딘 때문에 못살아ㅜㅋㅜ

 

 

● 블랙 & 의식의 강

 

오늘의 코디 - blackpower & 《의식의 강》
빈티지 가죽 재킷, 체크 머플러, 검정 마스크, 검정 장갑, 알라딘 에코백(반 고흐)



알마 서평단 모집으로 받은 올리버 색스 《의식의 강》

알마에서 낸 올리버 색스 《깨어남》도 인상 깊게 읽었다.
《깨어남》은 1960~70년대 뇌염후증후군, 파킨슨병 환자에 대한 내용이다. 뇌염이나 독감 등을 앓은 뒤 기면증 또는 불면증 등을 비롯해 소소한 신경증이 하나둘 나타나다가 구제할 길 없는 마비 증상으로 빠져드는데, 신체뿐 아니라 정신마저 마비시켜 좀비처럼 만드는 병이니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공포 그 자체인 병이다. 행복? 그러한 개념조차 일시에 날려버린다. 환자들의 구체적 이야기는 꿈속 아득함 같아 실감이 잘 안 난다. V는 코를 긁기 위해 팔을 들어 코로 가져가기까지 해가 지는 시간이 걸리는데 본인은 1초가 걸렸다고 생각한다. R은 당시 신약이었던 엘도파 투여 후 35년 만에 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지나간 시간은 수치적 앎일 뿐이고 여전히 20대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외양적으로는 정신병 환자와 거의 다를 바 없지만 그 무너짐 안에서도 돌연 자신을 지켜보는 정신은 있다는 게 오히려 끔찍하게 느껴진다. 얼음 마비 상태로 꼼짝 못하던 환자가 옆에서 누군가 살짝만 건드려줘도 가뿐히 움직이고, 인류에게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동물처럼 괴성을 지르며 울부짖던 환자가 음악소리를 듣게 되자 그 음조를 따라 흥얼거리며 차분해진다. 2014년 로빈 윌리엄스의 자살 요인이 파킨슨병 초기 우울과 불안에서 비롯됐을 거라는 기사와 함께 이 병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깨어남》을 영화화한 페니 마셜 <사랑의 기적>에서 로빈 윌리엄스는 파킨슨병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역으로 출연한다. 얼마나 짓궂은 운명의 장난인가. 그리고 2015년 올리버 색스의 별세 소식을 듣고 나는 또다시 인간의 운명, 죽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기억이 없다면 우리는 나도 너도 그 누구도 아니다. 로빈 윌리엄스, 올리버 색스를 나는 계속 기억하고 싶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삶과 생각을 정리했을 마지막, 올리버 색스는 어떤 기억을 남기려 했는지 무척 궁금하다. 어떤 의식의 강을 거슬러 올라가려 했는지.


책이 가볍고 유광 처리하지 않은 따뜻한 양장본이라 올리버 색스 유고로 매우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그의 사려 깊은 글은 읽는 이를 책 속으로 깊숙이 끌어들인다.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월 달력을 보고...

 

"인생은 계속되어야 해. 우리에게 남은 것을 가지고 계속 나아가야 해."
ㅡ 존 업다이크 《달려라 토끼》

읽고 싶은데 지금은 그럴 수 없지.
인생은 이런 식으로 계속되는 것 같아.
당신도 그렇게 썼다고 생각해. 업다이크 씨.
결국 계속이 어떤 식이냐가 문제인 거지.

 

 

● 1일 1사진 - 나는 매 순간 멈췄다

 

갈 곳은 없는데 온통 길이었다
갈 곳이 아닌데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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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0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11 0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8-03-10 09: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 빨강이 시리즈에 이어 오늘은 파랑이 시리즈네요. AgalmA의 색깔이야기 좋네요. 여기에 1일 1그림 때 주제색으로 그림이 나오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ㅋ 까칠한 독자 요구네요 ㅋㅋ

AgalmA 2018-03-11 02:33   좋아요 2 | URL
원래 1책 1그림 프로젝트 하려고 했는데 좀 하다가 넘 귀찮더라는ㅋ; 리뷰 쓰기로 에너지 소진했는데 그림까지)))) 제 책을 만든다면 고려해 볼 일ㅎ
아이디어는 언제나 환영요^^/

[그장소] 2018-03-10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대체 몇개의 피드를 합체시킨 겁니까 ? ㅎㅎㅎ 그래도 이쁘기만하네요!

AgalmA 2018-03-11 02:34   좋아요 1 | URL
제가 매일 얼마나 떠드는지 알아서 수다쟁이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요ㅎㅎ;;

[그장소] 2018-03-11 06:48   좋아요 1 | URL
수다쟁이 환영~^^ 좀 더 수다스러워도 좋겠는걸요!^^

2018-03-12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8-03-12 17:04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오타네요. 웹으로 다시 들어갈 때 고쳐야 겠네요ㅋ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혼자놀기의 달인 스탬프북을 만들어야 할 듯요ㅋ
 

.
.
.

비누를 만들 듯

폭탄을 만들어

내 사랑을 이룰 거야

이유는 묻지 마

침묵하자

불꽃놀이를 즐기면 그 뿐

무엇으로 불꽃을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날 이후

그게 생각나지 않아

다행이지 



ㅡ우린 참으로 묘한 시간 속에서 만난 거야



허연  詩「파이트 클럽」中

 













 

*

한순간에 그렇게 많은 것들이 사라짐을 보는 일

인간의 樂은 사라지는 순간을 느끼는 落과 흡사하다.

나는 어느 위치쯤에 있는 빨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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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7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8-01-29 00:14   좋아요 1 | URL
피안화는 생각도 못했는데 말씀 듣고 보니 그래요^^

보슬비 2018-01-28 2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꽃이 나무잎 같고, 나무잎이 불꽃 같은 사진이네요. 멋져요~

AgalmA 2018-01-29 00:15   좋아요 0 | URL
불꽃이 터질 땐 모두 아름다운 식물처럼 보이다가 스러지면 모두 어둠 속에 묻히는 게 참 인상적였죠. 저런 장면은 또 보기 힘들 듯. 인파 속에 치여 불꽃놀이 보러 가는 거 이젠 엄두가 안 나서^^;;;

2018-01-31 1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2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의 연결고리... 이기적 유전자의 협력

 상상하기 어려운 진기한 생물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괴로운 인간 동물 얘기가 더 많아서 아쉽기도 유익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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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3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8-01-23 03:19   좋아요 1 | URL
정식 리뷰 다시 써야죠^^
사진을 여러 장 올리려면 들쭉날쭉하지 않게 밸런스 맞추고 사이즈 맞추고 하는 게 번거로운 일이긴 하죠. 그런 것까지 세심하게 살펴 주시다니! 감동요~
글 올릴 생각이 없었는데 겨울호랑이님 글과 연관되는 부분이겠다 싶어서 올리게 됐네요;; 이의제기나 반박처럼 생각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 내용 정리하다 보니 연관된 것이 보였던 것일 뿐^^;;;

책 제목 앞머리글인 ˝공존하려는 인간에게만 보이는 것들˝이란 문장이 멋으로 붙은 게 아니더군요. 여러 생물들에 대한 애정과 그들과 공생하며 겸손해야 할 인간의 자세를 많이 생각하게 했습니다. 요즘 너무 사회가 각박해 이 책이 바라는 환경이 멀긴 하지요..

겨울호랑이 2018-01-23 08: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개인적으로 저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명제에 강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인간을 제외한 어떤 동식물이 이에 대해 동의했는가를 생각해보면 이러한 의문은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동물이 이성이 있다, 없다‘를 말하는 문제 역시 어려운 문제겠지요. 일단 AgalmA님과 같은 편임을 인증하고...ㅋ <도덕감정론>의 의의는 다른 것보다 토머스 홉스가 <리바이어던>에서 말한 것과 같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같은 자연상태에서 서로 다투는 인간의 본성을 말하기 보다 서로 ‘동감‘하는 인간을 말한다는 것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른바 ‘주류경제학‘에서 말하는 ˝시장의 질서˝는 <국부론>에서는 말하는 분업과 시장경제보다 이러한 ‘동감‘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이러한 기본 전제가 지켜지지 못한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자체가 거짓된 약속이겠지요. 그런 면에서 ‘동감‘이라는 주제는 ‘자본주의‘의 알파이며, 오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논의 범위를 넓혀 생물체 전체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분석 도구가 필요하겠지요. 유전자와 같은... AgalmA님 덕분에 좋은 책을 알게 되네요. 그리고, 책을 읽다보면 혼자만의 관점에 매몰되기 쉬운데 이처럼 다른 관점을 알려 주시니 감사합니다. ^^:

AgalmA 2018-01-24 02:11   좋아요 2 | URL
‘동감‘이 생물을 움직이는 중요한 추동체인 건 저도 동의합니다. 제가 올린 본문도 애덤 스미스의 ‘동감‘을 지지하는 견지에서 더 세분화한 분석을 하는 것이지 겨울 호랑이님과 전혀 다른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편 받고 저는 팬도 얹어서 돌려 드릴께요~ㅎ

2018-01-23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8-01-24 01:35   좋아요 1 | URL
5페이지 넘어가니 쓰는 거보다 찍는 게 더 빠르겠더라고요ㅎ 저도 영장류라 나름 계산을ㅎ;;;

2018-01-24 0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