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레코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저는 수동밀을 쓰는데요. 예가체프가 알이 작고 단단해서 갈 때 좀 뻑뻑하긴 한데 이 원두는 팔이 얼얼할 정도로 갈기 어렵더군요^^; 생두가 왔나 놀라서 다시 확인ㅎㅎ;; 전동밀이 아닌 분은 여름이라 빨리 소진될테니 분쇄해서 받으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향과 맛은 으뜸이었습니다. 또 사야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나 2020-08-19 1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에요, 그리웠어요!

AgalmA 2020-08-19 19:07   좋아요 1 | URL
반가워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책 사고 살펴보고 하느라고 바빠서^^;;
알라딘에 나름 정이 있어서 잊지 않고 오는데, 이웃 분들 글 살펴보는 건 게을러서 송구하네요;;

moonnight 2020-08-19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제가 예전에 제일 좋아했던 커피가 예가체프였어요^^ 요즘은 평생 마실 커피를 다 마신 건지 커피를 못 마시는 증상이ㅠㅠ; 하여간에 커피 포장도 예쁘군요♡

AgalmA 2020-08-23 22:37   좋아요 0 | URL
코스타리카를 제일 좋아했는데 이 맛을 잘 내는 곳이 없어서 예가체프를 주로 이용하게 됐어요. 예가체프가 어딜 가든 맛과 향의 평균적 맛을 내주니까요. 커피를 너무 자주 먹어서 저도 좀 걱정이 되는데, 마시고 싶어도 못 마신다니 moonnight님 몹시 섭섭하시겠습니다. 매달 알라딘이 신상을 내줘서 매달 나름 재미도 있어요ㅎㅎ
 

 

 

 

 

 

하루키 독서 여진은 아직 남아 있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리뷰를 쓴 뒤에도 숙제가 남은 기분이었다. 신화와 영웅의 여정을 더 탐사해보고자 조지프 캠벨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 1949, 민음사)을 읽고 있다. 이윤기 선생의 번역 논란이 좀 있어 도서관 대출로 살펴 봤다. 좀 예스러움이 있으나 아직 초반이라 번역이 아주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최근 갈라파고스 출판사에서 박중서 번역으로 조지프 캠벨 『영웅의 여정』(원제 The Hero's Journey: Joseph Campbell on His Life and Work, 2003년)이 나왔다. 살펴보니 캠벨의 생과 연구를 담은 여정이었다. 

정신분석학으로 신화에 접근하며 프로이트와 융을 많이 거론하는데, 캠벨은 인간 의식의 서사 구조에 주목했다는 게 강점 아닐까.

 

 

 

 

 

 

 

 

 

e book이 여러 플랫폼에 있어 까맣게 잊는 경우가 많다. 하루키 에세이집 중 다시 읽고 싶은 책을 고르다 10년 소장 이벤트가 사라지기 직전에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을 샀다는 걸 확인했다. 읽고 싶을 때 펼치려고 다운로드도 안한 상태였다;;;

내가 산 책, 판 책을 체크해 또 사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는데, e book 소장 책도 정리가 필요하다. 에효.

다 읽고 나니 이 책을 보고나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리뷰를 썼다면 좋았을걸! 아쉬웠다. 하루키 작품에 '신화'가 어떤 의미인지 직접적으로 나와 있다.  

 

 

 

 

📖

"나에게 죽음이란 ‘종말’이라기보다는 ‘막다른 곳’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세계의 막다른 곳’의 풍경(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내적인 광경이며 또한 신화적인 광경입니다)을 조금이라도 생생하고 극명하게 묘사해내는 것이 내 작품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겠지요."

ㅡ 인터뷰 「폼 나게 나이 들기는 어렵다」

📖

"《해변의 카프카》에서 신화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에 관해 당신의 의견을 좀더 자세히 들려주십시오.

신화라는 것은 말하자면 세계적으로 유효한 공통어입니다. 물론 나라와 문화에 따라 상세한 부분은 달라도 근본적으로는 비슷한 요소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 지역 신화들 간에는 상호 대치가 가능한 부분이 많다는 뜻입니다. 거기에는 인간이 잠재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이미지 같은 것이 확실하게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세상이 점점 더 세계화되고 있지만, 최신 과학 기술 못지않게 이러한 최고最古의 ‘공통어’도 앞으로 점점 더 정보의 데이터베이스로서 큰 의미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공통어’는 소설의 세계에서 역시 큰 가치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소설은 어떤 때는 메타폴리컬(비유적)하고, 어떤 때는 메타피지컬(형이상학적)합니다. 그런 점이 이곳처럼 물질주의적이고 무신론적인 환경(무라카미 주 : 체코를 가리킴)에서 성장한 우리에게 더없이 신선합니다.

《해변의 카프카》에서 호시노 청년이 커널 샌더스와 토론을 합니다. 그가 누구이며 어떤 존재인지에 관해서. 거기는 혼(스피릿이나 하느님이나 부처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옴진리교 신자들과도 얘기를 나눴다고 들었습니다. 당신은 종교나 영성(스피리추앨러티)에 어떤 입장을 취하십니까?

압도적이라고 할 만큼 자본주의적인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수치와 형식과 물질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무형의 개인적 가치를 찾아내고자 합니다. 그것은 물론 당연한 욕구이며, 소설가는 그러한 ‘무형의 것’을 이야기라는 형식으로 치환하여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일을 담당합니다. ‘치환’의 확실하고도 뛰어난 유효성이야말로 소설의 가치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작업을 몇 천 년에 걸쳐 세계 안에서 실행해왔습니다.

​ 종교 역시 대체로 비슷한 기능을 맡아오지 않았나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성직자는 그들 나름의 이야기적 시스템을 사람들에게 제시하고, 사람들의 정신이 자리할 곳을 그곳에 다져나갑니다. 다만 종교는 소설보다 훨씬 더 강력한 규범과 헌신을 사람들에게 요구합니다. 따라서 그 종교가 컬트적인 색채를 띨 때 거기에는 종종 위험한 흐름이 생겨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부자연스러운 흐름이 조성되는 사태를 최대한 저지하는 것도 소설이 맡은 책무가 아닐까, 옴진리교 신자들과 만난 후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이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사람들의 영혼을 안전한 (적어도 위험하지 않은) 장소로 데려가 자연스럽게 연착륙하는 일입니다.

지금까지 《노르웨이의 숲》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해변의 카프카》가 체코어로 번역되었습니다. 이 번역들이 당신 작품을 소개하는 데 요점을 짚었다고 판단합니까? 꼭 읽어줬으면 하는 특별한 작품이 있습니까?

그밖에 다른 장편소설 두 권 정도 더 읽어보시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내가 지금까지 쓰고자 하는 세계의 전체상을 좀더 확실하게 조망할 수 있을 겁니다. 내 이야기 세계의 하나의 원형인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1985년)와 나에게 큰 전환점이 된 가장 장대한 소설 《태엽 감는 새》(1994, 1995년)입니다.

체코=프랑스 작가인 밀란 쿤데라는 어느 에세이에 이렇게 썼습니다. “작가는 자기가 쓴 이야기 속에 몸을 숨기고 있어야 마땅하다.” 그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작가는 작품의 그림자 속에 머물러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런 의견에 찬성하십니까?

나는 글 쓰는 일이 좋고, 글 쓰는 일이 고통스럽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그밖의 일은 매우 서툽니다. 인터뷰도 강연도 낭독도 가능한 한 나서고 싶지 않습니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 나간 적도 없습니다. 다만 너무 자기 내면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건 건전하지 않은 듯해서 이따금은 의식적으로 사람들 앞에 나가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무엇을 하든 집필 시간만은 희생하고 싶지 않습니다. 소설가란 본래 모든 개인적 행위나 원칙을 소설 속에 담아내야 마땅하며, 그것을 현실에서 실행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ㅡ인터뷰 「포스트 코뮤니즘 세계로부터의 질문」

 

 

 

하루키에 대해 참고할 자료가 많았다.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사건 취재는 하루키 소설에서 참 중요했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지금 한국의 세대 충돌, 종교적 맹신, 각종 몰이해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시사점을 보여준다.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나 스탠퍼드 감옥 실험 등을 거론하며 인간의 본성을 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힘이 될 수 없다. 사람들이 고립되고 무기력과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사회 제도가 풍부해져야 한다는 걸 르포만큼 잘 보여주는 것도 없다.

 

 

 📖

"사망자 수는 한신 대지진보다 훨씬 적지만, 이 사건은 일본인의 정신을 근본부터 크게 뒤흔들었다. 일본인은 지진이나 태풍처럼 자연이 불러일으키는 카타스트로프(대재앙)와 함께 살아온 민족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자연이 빚어내는 폭력성은 무의식적으로 정신 안에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사람들은 마음속 어딘가에서 늘 카타스트로프의 도래를 준비하고 있으며, 그 피해가 아무리 막대하고 부조리해도 이를 악물고 이겨내는 법을 배워왔다. ‘제행무상’이라는 말은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어휘 중 하나다—모든 것은 변해간다. 일본인은 붕괴를 견뎌내면서 덧없음을 깨달으면서 끈기 있게 설정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민족이다.

그런데 지하철 사린 사건은 일본인이—적어도 내가 떠올릴 수 있는 한에서는— 지금껏 본 적도 경험한 적도 없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카타스트로프였다.

.

.

.

그 다섯 명의 범인들 모두 이공계에서 수학한 ‘엘리트’라는 것 외에 또 한 가지 공통항이 있었다. 대부분이 당시 삼십 대였다는 점이다. 그들은 1960년대 후반 학생운동의 시대 이후에 등장한 ‘뒤늦은’ 세대였다.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이미 커다란 정치적, 문화적 운동이 끝난 뒤였다. 진자는 방향을 바꾸었고 기득권 층이 다시금 권력을 손에 넣었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잔치가 끝난 후’의 께느른한 고요함이었다. 일찍이 높이 세웠던 이상은 빛을 잃었고, 날카롭게 외쳐댔던 말은 힘을 잃었으며, 도전적이던 카운터컬처도 첨예함을 잃었다. 짐 모리슨도 지미 헨드릭스도 이미 없고, 라디오에서 흐르는 음악은 왠지 서글픈 디스코뿐이었다. ‘좋은 것은 모두 이전 세대에게 엉망으로 침해당했다’는 막연한 실망감에 휩싸였다.

그들은 ‘시라케 세대’(학생 운동이 시들해진 시기에 성인이 되어 정치적 무관심이 만연했던 세대)라고 불린다. 그들보다 앞선 ‘단카이 세대’가 뜨겁고 집단적인 경향을 띠며, 공격적이고 수직적 사고로 내달리기 쉬운 반면, ‘시라케 세대’는 냉정하고 개인주의적이고 방어적인 데다 사고도 수평적이라고 일반적으로 간주되어왔다. 그러한 의미에서, 그들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배경에 등장한, 새로운 일본인 타입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단카이 세대’가 정치적인 색채가 짙은 관념론을 중심축으로 한 ‘공유감’을 중심 명제로 삼았던 데 반해, 그들은 오히려 타자와의 차별성을 중시했다. 예를 들어 남들과 다른 옷을 입고, 다른 음악을 듣고, 다른 책을 읽는 것을 지향했다. 그것은 물론 잘못된 일은 아니다. 인간은 마땅히 자유로워야 하며, ‘다른 누구도 아닌 나’로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세상사란 그리 간단히 풀리지 않는다. 거기에는 암묵적으로 커다란 사회 규칙이 하나 있었다. ‘그 차이가 세간의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커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다. 큰 줄기에서 보면 ‘같은 것’이면서도 개별적인 국면에서는 ‘타인과 조금 다른’것. 아주 간단히 표현하자면, 전면적인 개인주의를 받아들일 만한 기본적 토양이 일본에는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그것이 그들 세대가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이 추구하는 차이는 끊임없이 세분화하고 기교를 더해갔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건설적인 차이를 포기하고,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출구 없는 차이’로 변질되어갔다. 그리고 거품 경제의 출현과 함께 그 차이에 점점 더 많은 돈을 쏟아붓게 되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로, BMW로, 빈티지 와인으로, 세상사는 카탈로그처럼 진전되어갔다. 1960년대 젊은이들이 내세웠던 ‘이상주의’는 어제의 뻐꾸기시계처럼 과거의 유물이 되었다. 그러한 경쟁이 야기하는 것은 대부분의 국면에서 드러나는 한없는 폐색감이며, 목적 상실에서 비롯한 욕구불만이다.

그들 세대의 어떤 부분이 어처구니없을 만큼 무방비하게 신비주의적으로 운동화한 것도 어쩌면 그런 숨 막힘이 원인이었을지도 모른다. 강력한 아우라를 가진 누군가가 시스템 밖에서 나타나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신선한 공기를 안으로 불러들여, ‘개별적 차이니 뭐니 그런 성가신 것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리로 와 시키는 대로만 해라’고 말을 건넸을 때 그들은 저항할 수 없었다. 그러한 유혹에 대항할 만한 이상적인 지주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근길에 지하철 사린 사건의 피해를 입은 삼십 대 직장인들 대부분이 범행에 대해 분노를 쏟아놓았지만, 그러면서도 “옴진리교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을 개인적으로 전혀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라고—조금 작은 목소리로— 덧붙이는 모습에 나는 적잖이 놀랐고 또한 깊은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ㅡ 지하철 사린 사건과 《언더그라운드》에 관해 써달라는 미국 어느 잡지의 의뢰를 받고 쓴 글, 「도쿄 지하의 흑마술」

 

 

 

 

 

 

하루키 때문에 결국 레이먼드 챈들러도 파보기로 했다🤣🤣🤣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부터 읽기 시작했다.

반박하기 어려운 훈계에 혼나는 기분ㅎ

애거사 크리스티를 아마추어 추리 소설가 같다라거나 히치콕은 영화를 만들 줄 모른다는 둥 거침없이 비판하는 챈들러의 신랄함을 빼면 비유, 유머가 하루키 에세이랑 판박이다. 특히 고양이 묘사는 꼭 비교해 보시길ㅋㅋ 하루키가 정말 그를 영웅처럼 받들어 배웠군! 챈들러의 독설은 감칠 맛의 흥이 있다.

 

📖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찍이 “챈들러는 나의 영웅”이라 말했으며, 최근까지도 “자신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소설은 도스토옙스키와 챈들러를 한 권에 담는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븐 킹은 자신의 저서에서 챈들러를 읽으며 문체를 공부했다고 언급했다. 그 외 폴 오스터, 마이클 코널리, 하라 료 등 수많은 작가들과 마틴 스콜세지, 코언 형제 등 유명 감독들이 챈들러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공언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다르지 않아서, 정유정 작가는 문체나 문장에서 챈들러를 스승으로 삼았다고 했고, 정이현 작가는 “가장 내 타입인 탐정은 필립 말로”라고 했으며, 류승완 감독은 평소 챈들러의 소설을 즐겨 읽는다고 말했다. 챈들러는 자신이 쓴 글이 십 년, 십오 년 뒤에도 여전히 누군가를 만족시킬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그의 이름과 글은 언제나 현재형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

.

.

실업자가 된 챈들러는 아내와 함께 크루즈를 타고 태평양을 돌다가 불현듯 소설을 쓰겠다는 데 생각이 미친다. 이때 나이가 44세였다. 펄프 매거진의 대표 주자였던 《블랙 마스크Black Mask》에 단편을 기고하기 시작한 챈들러는, 1939년 51세의 나이에 마침내 첫 장편 소설인 『빅 슬립』을 출간했다."

ㅡ 「레이먼드 챈들러를 기리며」

 

📖

"내가 찾고자 하는 건 오직 이야기 속 대화에서 이루어지는 몇 가지 실험에 대한 변명일 뿐입니다. 그런 실험들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플롯과 상황이 필요하죠. 하지만 근본적으로 나는 그 두 가지 다 거의 신경 쓰지 않아요. 내가 정말로 신경 쓰는 것은 에롤 플린이 ‘그 노래’라고 부르는, 그가 말해야 하는 대사들뿐이죠. 나는 그저 필립 말로 이야기를 쓰면서 재미를 좀 보는 중인데(막히기 전까지는), 여기 오든이라는 친구가 나타나서는 나한테, 내가 범죄 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쓰는 데 관심이 있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제 나는 내가 쓰는 모든 걸 들여다보며 스스로에게 말하죠. 이봐, 늙은 친구. 기억하라고. 이 얘기는 범죄 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어야 해. 제정신입니까? 아니죠. 내 책들이 범죄 환경에 대한 고찰이냐고요? 아닙니다. 그저 평균적인 수준으로 타락한 존재를 멜로드라마적인 관점으로 아주 강조해서 그릴 뿐입니다. 내가 멜로드라마 자체에 미쳐 있어서가 아니라 게임의 규칙을 충분히 이해할 만큼 현실적이기 때문입니다.

 오래전에 펄프 잡지에 기고하면서 나는 글에 이런 식의 문장을 집어넣었죠. ‘그는 차 밖으로 나와 햇볕이 내리쬐는 보도를 가로질러 현관 차양이 드리우는 그늘이 차가운 물의 감촉처럼 그의 얼굴에 내려와 닿는 입구까지 걸어갔다.’ 출간할 때 그 부분은 빠졌더군요. 독자들이 그런 종류의 문장을 좋아하지 않고, 오로지 행동에만 주목한다고요. 그래서 나는 그렇지 않다는 걸 증명하기로 했지요. 내 이론은 독자들이 행동에만 신경을 쓰는 게 아니라, 본인들도 깨닫지 못하지만, 사실 행동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겁니다. 독자들과 나의 관심사는 대화와 묘사를 통해 만들어지는 감정입니다. 독자들에게 기억되고 각인되는 건 이를테면 한 남자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죽음이 닥친 순간, 그는 매끄러운 책상 위에 놓인 클립을 집으려고 책상 위를 긁고 있었고, 클립이 자꾸만 미끄러져서 불만스러운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으며, 그의 입은 고통스럽다는 듯 이를 드러내며 반쯤 벌어져 있었고, 그가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떠올린 것이 죽음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죽음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조차 듣지 못했죠. 그 망할 클립이 자꾸 손가락에서 미끄러졌고, 그는 그저 책상 모서리로 그 클립을 밀어 떨어지게 해서 잡을 수 없었던 겁니다."

(1948년 5월 7일)

​ㅡ「독자들에게 기억되는 것」

 

 

 

 

하루키가 번역 작업을 하고 해설도 쓴 그레이스 페일리 『마지막 순간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2018, 비채)도 읽었다. 하루키가 언급하는 여성 작가는 드문데 그녀의 두 번째 소설집이고 그녀의 단행본으로 유일하게 국내 번역된 책이다. 읽으면 하루키가 왜 격찬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

"돛대 두 개짜리 요트를 사려고 계약금을 걸어두었어. 올해는 제법 괜찮았고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도 있거든. 하지만 당신은 영영 아무것도 원하는 게 없을 거야.

27년을 함께 사는 내내 전 남편은 속 좁은 말을 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 말들은 막힌 관을 뚫는 배관공의 긴 와이어처럼 정말 좁다랗게 생겨서, 내 귓속으로 파고들어 목을 타고 거의 심장 부근까지 와닿곤 했다. 그러고 나면 전 남편은 배관공의 좁다란 장비가 목에 걸린 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나를 내버려두고 어딘가로 사라지곤 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이번에도 나는 도서관 계단에 주저앉았고, 그는 어딘가로 가버렸다는 얘기다.

《환희의 집》을 펼쳐 훑어보았지만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터무니없는 비난을 들었다고 느꼈다. 그렇다. 사실 나는 뭘 해달라거나 이건 꼭 해야 한다고 요청한 적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나도 뭔가 소망하는 건 있다.

이를테면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 두 주 만에 책 두 권을 반납하는 여자가 되고 싶다. 학교 제도를 바꾸고 사랑하는 이 도심의 여러 문제와 관련하여 예산위원회에서 연설하는 유력한 시민이 되고 싶다."

ㅡ단편 「소망」, 그레이스 페일리 『마지막 순간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

 

 

 

 

 

하루키 도로를 벗어나 다른 길로 갈 때도 있다.《Axt》(no. 031) 때문에 뽐뿌 받은 『윌리엄 트레버 : 그 시절의 연인들 외 22편 -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5』도 샀다.

 

 

 

 

 

낮에는 e book으로 윌리엄 트레버(전자책으로 1,200페이지가 넘는데 56% 정도 읽었다), 밤에는 자기 전 종이책으로 존 치버를 읽는다.

윌리엄 트레버는 아일랜드에서 대학 졸업 후 영국으로 이주해 전업 작가가 되었는데, 아일랜드 작가에게서 대체로 느낄 수 있는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의 정서가 있다. 그는 '안톤 체호프와 제임스 조이스를 계승한 현대 단편소설의 거장'이라는 평도 받는데, 『윌리엄 트레버 : 그 시절의 연인들 외 22편』 단편집을 읽으면 제임스 조이스 책으로 『더블린 사람들』과 닮았지만 전체적 흐름과 정서, 일상의 불안과 몰락은 안톤 체호프와 더 흡사하다.

『윌리엄 트레버 : 그 시절의 연인들 외 22편 -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5』

첫 단편 「욜의 추억」

휴가를 온 미스 티처와 미스 그림쇼 앞에 탐정 일의 미행으로 갑자기 나타난 퀼런은 어린 시절의 불운을 이야기하며 어쩌면 지금과 달랐을 자신의 얘길 수다쟁이처럼 떠든다. 외로운 자는 수다쟁이와 연민에 휩싸이는 자로 쉽사리 바뀐다. 미스 티처는 퀼런의 아내가 되는 상상까지 한다. 갑자기 관계가 묘하게 바뀌는 국면이 흥미로운 단편이다.

📖

"퀼런은 동정을 받은 것에 놀란 기색은 없었지만 그럴 필요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부모님이 익사하지 않으셨다면 자기는 지금 두 사람 앞에 보이는 남자와는 다른 사람이 됐을 거라고 다시 한번 말했다. 미스 그림쇼는 퀼런이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했다. 퀼런은 그 여자가 유모차에 누워 있던 아기를 데려가기만 했어도 자기는 다른 사람이 됐을 거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은 불운했다고 덧붙였다. “욜은 아담하고 멋진 해변 휴양지예요. 하지만 그곳을 떠올릴 때면 언제나 몸서리가 쳐져요. 그곳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불운 때문이죠. 까만 철문과 포드에 올라앉아 땀을 흘리고 있는 숙부를 생각할 때면 다른 일들도 모조리 떠올라요. 그 여자는 아이를 원했어요, 미스 티처. 아이한테는 사랑이 필요하죠.”

“여자한테도 그래요.” 미스 티처가 속삭였다."

ㅡ 「욜의 추억」

 

 

 

교외 지역을 다룬 작품들이 많아 존 치버도 '교외의 체호프'로 불렸는데, 트레버처럼 외톨이 같은 주인공, 정서를 많이 담지만 뉴요커 같은 산뜻하고 세련된 문장으로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트레버는 비유도 거의 없고 사실주의 소설과 비슷해 약간 지루한 면도 있지만 가끔 놀라운 단편이 있다. 치버는 화려한 비유가 반짝반짝해 독자에게 트레버보다 치버가 더 호응이 높을 듯. 존 치버의 단편 선집이 나왔을 때 각종 도서상을 휩쓴 것만 봐도^^

윌리엄 트레버(1928~2016)와 존 치버(1912~1982)의 생존 연대를 생각하면 둘의 정서 차이는 더 신기. 사는 나라의 차이가 그토록 🤔?

 

존 치버에 꽂혀 치버도 모으기 시작하자 책 친구께서 치버 책을 선물로^^♡

 

 

 

 

하루키가 즐겨 마신다는 '시베리아 익스프레스'(하루키 문장 같은 깔끔한 맛의 보드카 토닉)를 마시며 치버의 일기를 읽는 밤은 세상 태평한 순간이 된다. 레이먼드 카버나 레이먼드 챈들러처럼 알콜중독으로 고생하기도 한 치버. 치버의 일기는 외로움의 연대기라고 해야 할. 일기가 원래 그런 것이지만. 문학동네에서 내는 치버 책이 품절도 있고, e book으로 하나도 없는데 e book도 내주셨으면 좋겠다. 

 

 

📖

"내가 앉아 있는 의자, 방, 집 등 그 무엇도 내겐 중요하지 않다. 헤밍웨이를 생각해본다. 그의 작품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하늘의 색깔이라기보다 외로움이라는 절대적 미각이다.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 외로움은 절대적이지 않지만 그 외로움의 맛은 다른 무엇보다 강렬하다. 진지한 작가가 되고자 애쓰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한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ㅡ 『존 치버의 일기』

 

 

 

 

 

 

하루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나'와 쥐가 25미터짜리 수영장을 가득 채울 만큼의 맥주를 마시고, 가게 바닥에 껍데기가 5센티미터나 쌓일 정도로 땅콩을 먹어댄 '제이스 바'가 가까이 없어서 나는 내 집을 술 마실 수 있는 나만의 책방으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까이 있어도 견딜 만한 건 책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정리할 걸 어딘가 놔둔 기분이다.

"철학의 의무는 오해에서 생겨난 환영을 제거하는 것"(칸트 『순수이성비판』)이라면, 책의 의무는 외로움과 절망에서 생겨난 환영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제거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문학만 마냥 읽을 수 없어서 틈틈이 다른 분야도 찾아서 본다.

짐 홀트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는 철학, 수학, 과학(뉴턴부터 양자물리학, 끈이론), 생물학 등등 방대한 내용을 종횡무진 연결하며 사고를 확장시켜 준다. 과학책 많이 읽어봤는데, 기존 상식을 수정하는 논점을 제시해줘 도움이 많이 된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피타고라스의 것이 아니다! 같은ㅎ 이런 분야를 종합적으로 보고 싶은 분에게도 좋을 듯.

나는 이 책에 별 다섯 🌟🌟🌟🌟🌟을 주기로 했다.

 

 

 

 

 

여유롭게 책을 보는 건 이미 불가능한 상태인데, 알라딘이 연휴 할인 쿠폰을 줘서 책 사느라 또 난리도 아니었다ㅠㅠ

 

 

 

 

 

 

그저 그런 에세이들이 난무하는 이 시즌에 뛰어난 에세이스트로 손꼽히는 제프 다이어, 세스 노터봄 책을 만나 기쁘다💙

존 치버 단편 선집도 속속 수집에 성공해 『이제 그게 누구였는지만 말해봐』만 사면 된다😤

《Axt 2020.7.8》(no.031)에서 정영목 번역가 얘기를 읽은 여파로 필립 로스도 수집에 박차를.

 

 

 

 

 

 

 

 

 

 

 

 

 

 

 

 

 

 

 

앙투안 볼로딘 『메블리도의 꿈』은 사려고 찜했던 책인데 우드스틱 북마크(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사은품으로 주길래 냉큼 샀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앙투안 볼로딘, J.D. 샐린저 책들이 주르륵 있으니 보기 좋다!

 

 

 

 

 

 

 

 

 

 

 

 

 

 

장 루이 셰페르 『영화를 보러 다니는 평범한 남자』(2020, 이모션북스)는 질 들뢰즈가 “이론이 하나의 위대한 시詩에 도달한 책”이라고 할 정도로 스틸 컷과 함께 남다른 영화 비평을 보여준다. 온라인 서점에서 미리 보기로 한 번 보시길. 이모션북스에서 고품질 영화 서적을 낸다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알 텐데 이 책도 아주 독특하고 재밌는 책이라는 걸 바로 캐치할 것임.

 

 

 

 

 

 

 

 

수 프리도 『에드바르 뭉크』 평전을 읽었기에(두꺼워서 완독은 못함;;) 이번 신간 니체 평전 『니체의 삶』도 믿고 구매. 벽돌책이고 가격이 만만치 않아 주저주저했는데 알라딘 연휴 할인 쿠폰으로 기쁘게 지름😭(정말 기쁜 거 맞냐...)

벽돌책 & 완독 못하고 있는 책은 e book👍

수 프리도는 소설가이기도 해서 그녀의 글은 따분한 전기가 아니라 소설처럼 흥미진진하다. 니체도 수학은 싫어했다는 게 정감 간다ㅎㅎ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리커버는 사진이나 삽화 감상을 위해서도 종이책으로 갖고 싶었으나 역시나 알라딘 연휴 할인 쿠폰의 유혹에 이기지 못하고 e book 소장😭 빨리, 더 자주 볼 수 있을 거라는 게 위안.

 

 

길가메쉬 엔키두 설형문자 키링과 알라딘 럭키백 블랙이랑 잘 어울리네요😊

 

 

 

 

 

코로나19의 파도가 거칠어 언제 닫힐지 모르는 도서관 이용도 꾸준하다.

 

 

 

⚡​멋진 에세이를 찾아서⚡

제임스 설터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2020, 마음산책)

학교 선배였던 잭 케루악의 책을 보고 본격 글쓰기 투지를 불태웠던 설터 얘긴 작가 지망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ㅎㅎ 설터의 단단한 문장은 오랜 군 복무 영향도 있었지 않을까 싶다.

 

 

 

 

 

 

 

이 달은 온통 '나는 왜 쓰는가'에 사로잡혀 있는 거 같은데, 사두고 완독 못한 다나와 요코 『영혼 없는 작가』도 펼쳐보게 되었다. 독일로 간 다나와 요코는 허수경 시인과 겹치기도 한다. 알라딘에서는 종이책으로는 품절인데 e book은 5,000원에 살 수 있다. 쿠폰, 적립금 모아 사면 이런 좋은 책이 거저라니!

 

 

 

 

 

 

 

⚡ 책의 NG⚡

물론 내가 지금 이걸 왜 읽어야 하나 하는 책도 있었다. 베스트셀러로 시끄러운 책 중 하나인 이서윤, 홍주연 『더 해빙(The Having)』을 읽었다.

 

 

나라면 이 책의 프롤로그부터 50페이지까지는 확 쳐서 버렸을 것이다.

이서윤을 대기업가들이 2년이나 기다리는 대단한 신비주의 구루로 받들면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도 있고 경영컨설팅 회사의 이사까지 한 홍주연 기자가 어리석은 대중의 역할극을 하며 깨달음을 내려 주십쇼~ 하는 참 거슬리는 형식이다.

예전에 류시화 씨가 인디언 잠언집, 구루 라즈니쉬 잠언집 내던 것과 비슷한데 그보다도 얕고 일상어로 쉽게 전한다.

 

할머니 혜안으로 이서윤은 어려서부터 사주 명리와 동서양 고전을 공부했고, 이 책은 그런 선문답 같은 우화를 곁들여 내가 예상했던 대로 최근의 뇌과학이나 마시멜로 실험 같은 행동심리학, AI, 양자물리학을 거론하며 설득력을 키우려 한다.

 

 

 

요즘 자기 계발서 양상은 또 이런 거군요. 서양식 법칙 전개, 성공담(혹은 실패의 교훈) 설득이 아니라 멘토와의 상담 스타일?

2~3시간 안에 다 읽을 수 있는 매우 쉬운 책이어서 더 인기인 걸까요? 점을 보러 간다거나 상담을 받는 것보다 이 책값이 더 싸긴 하겠죠. 하지만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 생활 상식 정도의 내용인데 이 책에 호평하는 사람들은 이 정도 마음공부도 안 하고 사는 겁니까? 겉으로는 부러우면 지는 거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 등등 정신 승리하면서 속으로는 안락하게 사는 부자 되고 싶고 공부는 골치 아프고?? 허허.

『시크릿』 안 읽어봐서 모르겠지만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관점에서는 크게 다를 거 없는 듯.

나도 이런 책을 좋게좋게 얘기해야 복이 올까나요.

"Having(지금 가지고 있음을 느끼는 것)"

이 책은 한 마디로 마음 여유를 늘 가지라는 소리. 긍정적인 분위기와 마인드의 사람에게 사람들이 호감을 느끼니 기회도 운도 굴러오기 마련. 그러면 일상도 여유롭기 마련.

2020년 3월에 1판 1쇄인데, 한 달 지난 4월엔 1판 15쇄ㅎㄷㄷ  이제 내 앞엔 부자의 길이 열릴 일만 남았어~ 메아리로 끝나는 먹을 거 없는 요란한 잔칫상. 한국이 미신/신비주의 전략이 잘 먹혀서 이서윤이라는 구루를 대동, 해외에서 호평이다!로 마케팅해 제대로 먹힌 거 같습니다. 책이 아주 쉽다는 것도 장점이겠죠. 굳이 살 만한 책은 아니니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훑어보시는 걸로도 충분하겠습니다.

 

 

 

 

 

🎁 빠지면 섭섭한 8월 알라딘 굿즈 정보 공유

 

본투리드 문구류는 꾸준히 레트로 느낌의 각진 디자인을 선보였죠.

이번에 나온

지워지는 볼펜(0.7) - 블랙, 블루

- 지워지는 성질 때문인지 진하지 않고 물 탄 느낌의 필기체가 나옵니다. 만년필보다 간편하고 재밌는 텍스처. 필체가 굵어서 긴 필기보다는 켈리그라피, 서명, 간단한 메모용으로 적당합니다. 지운 흔적이 미세하게 남지만 슥 지울 수 있어 신세계~ 필기감도 괜찮아요.

본투리드 볼펜(0.5) - 블랙, 블루, 그린, 브라운

- 실리콘 지우개 빼면 지워지는 볼펜이랑 디자인은 같습니다. 무광이라 따로 보면 고급스러운데 모여 있으면 좀 칙칙ㅎㅎ 필기감은 so so.

 

 

 

 

8월도 온통 책의 계단이었습니다. 끝.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나 2020-08-19 1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챈들러 책 좋아해요! 챔피언은 더이상 스트라이크 존에 높고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할 땐, 자기 심장를 대신 던집니다. 무런가를 던지죠. 그저 마운드를 빠져나가 울어버리지 않아요.” 에서 울컥했던 기억이 나네요 :)

AgalmA 2020-08-19 19:35   좋아요 1 | URL
챈들러는 시니컬하면서 묘하게 울컥하게 만드는 문장이 많아서 곱씹게 돼요. 하루키 초기 소설 정서도 이런 울컥하게 하는 문장이 많아 좋아한 건데. 하루키가 챈들러를 왜 좋아한지 알겠더라는^^ 하루키의 원탑은 챈들러고, 피츠제럴드에게서는 우아함을 배운 듯 싶어요.

하나 2020-08-19 1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루키가 영향받았대서 챈들러도 쭉 읽었는데 기나긴 이별 읽고 엄청 울었었어요 ㅋㅋㅋㅋㅋㅋ 울일이 아닌 거 같은데.. 이러면서 ㅋㅋ이 비열한 거리를 어떻게든 재미있게 걸어보려고 놀라왔어요

AgalmA 2020-08-19 19:25   좋아요 1 | URL
예전에 <안녕 내 사랑> 읽다가 재미없어서 덮었었거든요ㅎㅎ; 저도 지금 <기나긴 이별> 제일 읽고 싶은데 <빅 슬립>부터 찬찬히 읽어야 하나 고민 중이에요^^

하나 2020-08-19 1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솔직히 기나긴 이별 말고는 다 그냥 그랬던 거 같아요 ㅋㅋㅋ 그 충격이 다시는 안 오던 거 같아서요 저는 감히 기나긴 이별 강추드립니당!

AgalmA 2020-08-19 19:29   좋아요 1 | URL
보통 빅 슬립, 안녕 내 사랑, 기나긴 이별 세 작품을 챈들러 대표 3부작으로 치잖아요. 제 생각에도 가장 후기인 <기나긴 이별>이 제일 읽을 만하지 싶어요. 혹시 <기나긴 이별> 리뷰 쓰셨어요? 하나 님 리뷰 있다면 꼭 보고 싶어서요^^

하나 2020-08-19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는 아시다시피 ㅋㅋㅋㅋㅋ 신간평가단 아니면 잘 안 썼구요. 아주 예전에 메모를 어딘가에 남겨둔게 있을 거 같은데 찾아볼게요! (신남) 아... 회사는 안 좋은 거네요. 책 얘기 몇년만이라 넘 신난 거 양해해주세영~

AgalmA 2020-08-19 19:34   좋아요 1 | URL
저도 책 수다 오랜만이라 재밌어요ㅎㅎ

2020-08-19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3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악스트 Axt 2020.7.8 - no.031, 창간 5주년 기념호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 호의 키워드는 '번역'

알랭 드 보통, 주제 사라마구, 특히 필립 로스 번역가로 각인된 정영목 번역가가 cover story 주인공이라 반가워하며 읽었다. 필립 로스와 프리모 레비가 절친이었다는 건 정말 의외. 극과 극 같으면서 시대를 견딘 모습은 닮은 듯도 하지만. 깜빡했는데 존 업다이크 『달려라, 토끼』도 정영목 선생의 번역이었다. 줄리언 반스 『연애의 기억』도 번역 좋았는데, 어째 정영목 선생은 편집증적인 남성 작가 번역을 잘 하시는 듯ㅎㅎ; 선생 번역으로 관심 책이었던 몇 가지 체크✔

 

 

 

 

 

 

 

 

한 달에 100페이지, 1년에 4권 번역이라 '시간이 노동력'이란 말씀에 매우 공감했다. 흔히 번역을 또 하나의 '창조'라고 하지만 '훌륭한 창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말씀에도 동감.

 

 

"정영목 : 번역의 기본적인 과제는 익숙한 것을 익숙하지 않게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매일 쓰는 말을 자의식을 가지고 다시 들여다보고, 다시 씹어보는 행위가 필요해요. 그 과정에서 생소하고 낯선 개념들이 들어오겠죠. 그걸 내 언어로 말하기까지 얼마나 괴롭고 힘들겠어요? 긴 시간이 걸릴 거예요. 그건 말로만 되는 게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개념이 이해되고 공유되는 과정이 필요한 거니까."

 

 

이번 호는 번역가들의 번역 이야기가 대거 실렸는데

김영준 「윌리엄 트레버 『윌리엄 트레버』」

허유영 「우밍이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

김현우 「번역, 그 소심한 말 걸기」

김승욱 「번역을 업으로 삼은 사람의 반성문」

네 편이 재밌었다. 각각 생각하는 번역의 정의와 의미들을 들으며 함께 생각해보는 계기였다.

 

 

📖

"부담스러운 연상이 따르지만, 우리 시대에 번역은 화용론이다.

기호론 분야에서 의미론은 단어와 문장의 의미에 집중하는 데 반해, 화용론은 ‘주어진 언어를 있게 하는 언어의 주변을 설명하는 데 주력하는 분야로, 말하는 이, 듣는 이, 시간, 장소 등으로 구성되는 맥락 속에서의 언어사용을 다룬다’. 언어란 같은 단어, 같은 문장이라도 맥락에 따라 결정적 차이가 날 수 있으며, 의미와 의도의 엇갈림으로 반어, 풍자 같은 즐거움을 허락하기도 한다.

(중략)

어찌 보면 언어는 사람과 비슷하다. 옆 사람 눈치를 보는 버릇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번역이나 번역 비평을 할 때는 그 단위를 문장에 국한하지 말고, 문단(단락)으로 넓혀서 보자는 것이다. 문단 속에는 문맥이 일관되게 흐른다. 문단을 구성하는 문장은 저마다 독립된 의미를 갖고 있지만, 문맥이 없으면 대부분의 문장이 제 빛깔을 내지 못한다. 결국 번역할 때는 문장에만 집중하지 말고 문장과 문장의 흐름, 그 맥락이 빛을 발하게 하는 것이 번역자(또는 비평자)의 한 미덕이 아닐까 한다.

ㅡ 김한영 「연탄재를 위한 변명」

 

 

"존 버거는 번역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번역은 두 언어들 사이의 양자관계가 아니라, 삼각관계이기 때문이다. 삼각형의 세 번째 꼭짓점은 원래의 텍스트가 쓰이기 전 그 단어들 뒤에 놓여 있던 것이다. 진정한 번역은 이 말해지기 전의 무언가로 돌아가야 한다.(존 버거,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8쪽)

번역은 한 언어로 된 문장을 다른 언어로 변환하는 과정이다. 당연하다. 존 버거의 위의 문장이 번역 작업에 대한 통찰을 준다면, 입력언어와 출력언어 외에, ‘경험’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역시 당연한 이야기지만, 번역에 대한 이야기에서 너무 많이 빠져 있었던 그 경험의 영역. 번역의 과정에 개입되는 두 개의 언어보다 어쩌면 먼저 있었던 그 경험.

.

.

(중략)

.

.

"사랑의 행위는 언제나 고백이다,라고 카뮈는 썼다. 조용히 문을 닫는 것도 고백이었다. 한밤중에 터뜨리는 울음과, 계단에서 넘어지는 것, 거실에서의 기침도 마찬가지였다.(니콜 크라우스, 『위대한 집』, 386쪽)

.

.

소심한 사람은 직접 자기 이야기를 하는 대신 다른 사람의 사례, 자신의 경험과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사례를 전하면서 슬쩍 자기의 이야기도 꺼내놓는다. 그런 방식의 표현밖에 못하는 사람, 도무지 전면에 나서지 못하겠는 사람들의 표현 방식, 그건 번역가의 방식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창작자가 표현하는 사람이라면 번역가는 인용하는 사람이라고 구분할 수도 있겠다. ‘조용히 문을 닫는 것도 고백이었다’라고 직접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그 문장이 전하는 어떤 경험을 알아볼 수는 있고, 그것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나의 경험에 대해서도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그거면 됐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분명 어떤 식으로든 나의 경험을 내 밖에 내어놓은 것이 된다. 니콜 크라우스의 문장을 빌리자면 “옮기는 것도 고백이었다”라고나 할까……

.

.

(중략)

.

.

피아니스트가 누구냐에 따라 그 음악은 다른 연주, 즉 ‘퍼포먼스’로 내게 경험된다. 동일한 악보에서 서로 다른 퍼포먼스가 나오는 것은, 연주자의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고, 연주가가 원작에서 감지한 경험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안드레이 가브릴로프와 글렌 굴드의 차이에 대해 알게 된 후, 나는 번역도 어쩌면 연주에 가깝지 않겠냐고 생각했다. 외국어로 쓰인 원작을 우리말로 연주하는 작업, 퍼포먼스. 대부분의 독자들은 원작이 아니라 번역가의 퍼포먼스를 접하게 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글렌 굴드니 스뱌토슬라브 리흐테르니 하는 훌륭한 연주자들의 이름을 들먹이는 것은, 그들의 이름값에 버금가는 아름다움이나 뛰어남을 번역가도 온전히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는 말을 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다만, 무언가를 옮겨서 전한다는 의미에서 두 작업에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 그리고 연주의 비유를 들면 사람들에게 번역 작업의 본질과 그에 따른 한계, 그리고 번역가의 ‘해석’에 대해 좀 더 쉽게 전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을 뿐이다."

ㅡ 김현우 「번역, 그 소심한 말 걸기」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많이 모았는데(e book으로는 분량 많은 제임스 서버, 헨리 제임스, 제임스 러디어드 키플링, 플래너리 오코너를 가지고 있음) 『윌리엄 트레버』가 없다니! 종이책이냐 e book이냐 매우 고민되지만 일단 장바구니로!

 

 

 

 

 

 

 

 

 

 

송지선 「레몽 크노 『연푸른 꽃』」 보고 장바구니에서 계속 대기 중이던 크노 책도 빨리 사고 싶어졌다.

 

 

📖

"레몽 크노(Raymond Queneau, 1903~1976)는 그의 작품들을 번역하고자 하는 자에게, 언어의 뿌리가 같은 로망어권이건 아니건, 면류관과 월계관을 동시에 씌워줄 작가이니 말이다. 일례로 이 책의 이탈리아어판은 한국 독자에게도 익숙한 이탈로 칼비노가 시도했고, 하나의 동일한 이야기를 바흐의 푸가 기법에 따라 99가지로 변주한 크노의 『문체 연습』을 번역한 움베르토 에코는 결국 이탈리아어로는 번역하기 힘들다며 한 가지를 다른 연습 버전으로 바꾸어 책을 옮긴 바 있다.

1960년에 수학자와 문학인을 중심으로 실험문학그룹 잠재문학작업실 울리포(OuLiPo)를 만든 장본인으로 곧잘 소개되는 레몽 크노. 그는 갈리마르출판사 플레이아드 총서 편집에도 관여했고, 1930년대 사르트르, 바타유, 메를로퐁티와 알렉상드르 코제브 밑에서 헤겔을 공부해 『정신현상학』에 관한 코제브의 헤겔 강의록을 1953년에 편찬하기도 했다. 아모스 투투올라의 『야자열매술꾼』을 프랑스어로 옮기고,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영화 〈한여름 밤의 미소〉 시나리오를 번역하기도 했으며, 루이스 부뉴엘 <애련의 장미> 대사를 쓰는가 하면, 칸영화제 심사위원도 했다가, 갖가지 영상작업 및 문학단체 활동도 했으나, 뭐니 뭐니 해도 그는 프랑스 현대문학사에서 기념비적 작품으로 남은 『문체 연습』(1947)과 『시 백조 편』(1961)으로 적어도 타국의 번역가들한테 꽤나 악명 높은 작품들의 창작자로 남아 있다. 현재까지 한국에 소개된 책은 소설 두 권 『지하철 소녀 쟈지』(2008)와 『연푸른 꽃』(2019)뿐인데, 그나마 한 권은 절판되어 헌책 가격이 세 배 가까이 호가되고 있다. 그렇다, 작가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없게 길게 한 건 이야기할 책이 번역의 (불)가능성을 재고하게 만드는 대표작들로 유독 자주 거론되는 작가의 만년작이라는 이유도 있고, 마침 그의 작품들이 곧 한국에 두 권 더 소개된다는 소식도 전하며 번역이라는 화두와 함께 미리 챙겨보자는 심산도 있다."

 

송지선 「레몽 크노 『연푸른 꽃』」

 

 

 

 

 

 

 

 

 

 

치매로 요양원에 계신 외할머니에 대해 "거리를 두고 미움을 털어내고 바라보니, 늙음도 병듦도 죽음도 할머니의 잘못이 결코 아니"었음을 사진으로 풀어낸 현다혜 「나의(羅衣)」 작업 좋았고, 이번 수록 소설 중에는 최진영 「피스」가 가장 좋았다.

모리스 블랑쇼 전집 마지막 권 『우정L’amitié』을 파스칼 키냐르 번역으로 반짝였던 류재화 번역가가 맡았다니 기대된다.

 

 

📖

"이 『우정(L’amitié)』 안에는 헤라클레스의 노역 같은 일을 고되게 하는 번역자를 위한 글이 위로와 응원처럼 실려 있다. 헤라클레스가 수행하는 힘든 일들을 동사적 관점에서만 보면 번역자의 그것과 흡사하다. 퇴치하고, 잡고, 청소하고, 따고, 발광하고, 살해하는. 그러나 종국엔 약간 쟁취한다. 시인이나 소설가, 문학평론가가 하는 일에 비해 저평가되거나 창조성을 인정받지 못해 굴욕당하지만, 번역가가 하는 일에 이미 문학 행위 본연의 것이 가장 ‘도착적’으로, 가장 ‘투쟁적’으로 있음을 블랑쇼는 이 글에서 피력한다. 헤라클레스가 바다의 양안을 한꺼번에 움켜잡은 것처럼 그에 버금가는 기동하는 강력한 통일력으로 두 언어를 보란 듯이 거만하고 의기양양하게 근접시킬 때 비로소 번역은 자신의 당당한 의무를 다한 것이고, 매력을 발산한 것이라고 응원한다. 블랑쇼가 번역자에게 요구하는 길은, 말라르메처럼 “시구를 파면서도” 프루스트처럼 “솟아올라” ‘전혀 다른 차원’(autre)의 세계를 만들라는 신성한 주문이다."

ㅡ 류재화 「모리스 블랑쇼 『우정』」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anca 2020-07-26 1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진영 <피스>만 안 읽었는데 꼭 읽어봐야겠어요. 이번 호 참 좋았어요. 잘 읽고 갑니다.

AgalmA 2020-07-27 10:08   좋아요 0 | URL
번역의 진기명기 같은 장면들을 바랐는데, 번역의 고통 담론들로 가득했던 거 같아 좀 아쉬웠습니다. 자본 문제도 있어서겠지만 해외 필진들과의 교류도 좀 많았으면 싶은데 예전보다 틀이 좁아지는 거 같은 점도 그렇고요.
최근 국내 소설들이 페미니즘적 접근으로 과몰입 상태인 거 같아 다양성이 부족하다 싶은데요. 최진영 단편은 소품 속에서도 많은 걸 보여줬다고 생각해 좋은 점수를 줬어요^^
 

 

 

 

 

2014년에 나온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이 전체 800여 쪽 중 평균 26쪽이 읽혀 호킹 지수 2.4%라고 한다. 경제학 책이 재밌는 건 아니지만 너무한 거 아닌가😅 신간 『자본과 이데올로기』(2020)는 1000여 쪽이 넘으니 호킹 지수가 더 걱정된다😅 난 『21세기 자본』을 완독했지만 힘들게 읽었던 기억 때문에 다시 펼치려면 짜증이ㅎㅎ;; 그래서 이번 신간은 e book으로 샀다. 보라, 얼마나 간편한 자태인가~ 에센스 북까지 한 번에 다 들고 다닌다. 크레마도 거추장스러울 땐 휴대폰으로 간편히~

『자본과 이데올로기』를 빨리 여러 번 읽으려고 종이책 사면 주는 문학동네 브랜드전 사은품 우양산, 문진을 포기했다 T^T

개념 정리 등 길라잡이인 『자본과 이데올로기』 에센스북부터 읽고 본서를 읽으면 좋다.

이번 책은 경제학이 주력이 아니라 더 포괄적인 사회과학 서라고 봐야 할 텐데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급 스멜💙

슬라보예 지젝도 강변하듯 지금 자본주의 문제는 이데올로기 문제.

『21세기 자본』을 안 읽은 분이라면 종합된 이 책은 읽어보시길 추천.

 

 

 

📖

피케티는 모든 나라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다 불평등한데, 나름대로 그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다고 본다. 그리하여 각각의 불평등체제régime inégalitaire는 실제 지배계급의 구성도 다르고, 지배계급의 수탈방식도 다르며, 불평등을 설명하고 합리화하는 방식도 다르다. 전작이 불평등의 크기와 변동 추세를 주로 분석했다고 하면 이번 책은 여러 가지 불평등체제의 역사와 정치, 그리고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이데올로기가 무대 전면에 등장한다. 불평등체제 중에서 세계 역사상 도처에 존재했고, 아주 오래 존속한 불평등체제로서 피케티가 이름 붙인 3원사회société ternaire 또는 3기능사회가 있다.

ㅡ 해제 : 이정우 『21세기 자본』 이후의 『자본과 이데올로기』

 

 

 

 

 

 

 

 

 

 

 

 

최근 사고픈 벽돌책이 많았다😑💦

작년 1월에 무라카미 하루키 『태엽 감는 새 연대기』 합본 1024쪽을 일주일 동안 읽었는데, 이번에 나온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합본은 800여 쪽으로 3일 걸렸다.

 

 

 

 

 

📘 무라카미 하루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일 차

'세계의 끝'의 성(城)과 문지기나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조직부터 카프카 냄새 풀풀~~

하루키가 두 세계를 오가는 구조를 짠 신호탄이었던 소설이라 능수능란보다 초창기 프레시함이 많이 느껴진다.

쌍둥이 같은 책, 향초, 향수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기묘한 기시감을 부르고, 거울처럼 마주하고 있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번갈아 읽기 시작한다.

벽돌책은 밤에 읽으면 금세 피곤해지므로 일과를 시작하기 전 아침에 읽는 게 좋다. 김난주 번역가가 이 책 번역을 통해 번역가로 뜨기 시작했고 35주년 기념으로 새 번역을 했다는데, 그래도 예스러움이 남아 있다. '방구석'이 아니라 '구석'이라 표현하는 게 훨씬 드라이했을 텐데ㅎㅎ

하루키의 트레이드 마크 문장인 '짐작이(도) 가지 않았다'만 보면 까르르😁

이번엔 스파게티와 연어 샌드위치를 먹어가며 읽을 정도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 같지만 오이 샌드위치 대목(88~89페이지)을 만나면 먹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다. 헛홋호호.

슬슬 한낮의 더위가 시작된다.

 

 

 

 

📘 무라카미 하루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2일 차

평일에는 한 번에 150페이지 정도 읽는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와도 괜찮겠나?"

하루키를 읽을 때 맥주 안 마시긴 어렵다. 오이 샌드위치 먹으려고 크림치즈도 샀다.

요즘 대형마트 아니면 max 사기 너무 어렵다. 편의점에서도 355ml는 없고 500ml만 간혹 볼 수 있다. 예전엔 그렇게 띄우더니 이젠 퇴물 취급.

하루키를 모델로 맥주 광고, 이젠 너무 늦었나.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더불어 일본과 관련된 모든 것을 거부해야 한다며 일본 책도 읽지 말아야 한다는 극단까지 만나는데... 파시즘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사회에 만연한 갈등 공부가 절실해지는 요즘이다.

 

📖

"형사 피고인에 대한 평가 과정에서 두려움과 분노의 역할을 배제한다 하더라도 절도·폭행 살인 등과 같은 범죄를 막는 법 자체를 정당화하고, 법률 규제의 내용을 기술하기 위해서는 타당한 두려움과 분노라는 개념을 상당 부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자가 [감정에 대한] 호소 자체를 배제하게 되면, 그는 사람들이 손상에 대해 지니는 태도를 언급하지 않고 이러한 범죄가 왜 나쁜지 설명해야 하는 더 힘든 일을 안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전통적인 이해 방식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엄청난 일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살인 폭행 등과 같은 행위가 왜 나쁜지를 일관되게 설명하려면 최소한 시민들이 그러한 범죄를 두려워하고, 이러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 분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사실을 수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함축이 강조되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그렇다면 범죄자의 정신 상태를 평가하면서 '이성적인 사람'에 대한 이러한 사실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다소 이상해 보이지 않겠는가?

전통적인 이해에 기대고 있는 이와 같은 대답은 [이 책에 담긴] 현재 계획 속에서는 완전히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기존 법률 관행에 의미심장한 변화를 줄 수 있는 제안을 내놓을 생각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이러한 변화를 제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내 목적에 부합하는 선에서 현재의 실행 방식으로 되돌아온다면 이는 모순일 것이다. 내가 제안하는 변화가 형법과 형법을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감정에 대한 평가를 완전히 제거하려는 급진적인 변화에 비하면 작고 미묘한 것이라 해도 말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자유주의적 시각에서 이러한 반대에 대해 훨씬 더 강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다.

선택의 자유를 매우 중요한 선으로 여기는 자유주의는 가치의 문제에 대해 완전한 중립성이나 불가지론의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실제로 선택의 자유를 매우 중요한 선으로 간주한다는 사실 자체가 가치에 대해 중립적이지 않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자유주의 사회의 정치 문화는 가치 판단과 무관하지 않다. 자유주의는 도덕이 없는 개념이 아니라 부분적인 도덕 개념으로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최근에 나온 자유주의 주장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는 찰스 라모어와 존 롤스의 '정치적 자유주의'를 검토해 보자. 정치적 자유주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라는 규범에 기반한다. 사람에 대한 존중이란 삶에서 좋고 소중한 것에 대해 [개인이 지니는]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는 것을 뜻한다.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종교적 세속적 시각이 존재하고, 이러한 시각 간의 불일치는 없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정치적 자유주의자들은 궁극적인 가치ㅡ예를 들면, 영혼불멸 사상이나 무엇을 개인적 덕성으로 볼 수 있는가와 같은ㅡ를 담고 있는 문제에 대해 사람들 사이에 일정 정도 타당한 불일치'가 존재한다고 여긴다. [그렇다고] 정치적 자유주의자들이 어떤 입장도 다른 것보다 낫지 않다고 보는 회의주의자는 아니다. 그들은 많은 경우 이러한 불일치가 이성적인 사람들 사이에 생길 수 있는 타당한 불일치라고 생각한다. 이 경우, 정치 사회는 그러한 차이를 사람에 대한 존중을 위해 필요하다고 여기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를 존중한다고 해서 정치적 자유주의자가 가치 중립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사람에 대한 존중은 하나의 매우 기본적인 '가치'이며, 이런 점에서 정치적 자유주의자들은 전혀 중립적이지 않다. 그리고 이것은 정치 사회의 많은 다른 측면에도 함의를 지닌다."

 

ㅡ 마사 너스바움 『혐오와 수치심』

 

 

 

 

 

 

 

 

 

 

📘 무라카미 하루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3일 차

비가 주룩주룩.

빗소리에 눈 뜨고 어린 내 화분들은 동자승처럼 비를 맞고 있다.

트리안은 2년 넘게 길렀는데 정글처럼 흐드러지려면 한참 멀었다.

산호수는 강한 생명력을 온몸으로 뿜는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한결같다. 나보다 기가 세.

라벤더는 자기 기분이란 게 확실하다.

율마는 꼿꼿한 어린 양 같다.

유칼립투스는 여리여리하게 보여도 만만하게 보는 걸 거부한다.

산세베리아는 내게서만도 10대 손이 넘게 번창 중이다. 주위에 분양도 참 많이 했다. 얘도 증증증...손(의미없는 구분)

바질은 두 달도 안 되어 열심히 잡아먹히는 중.

여름이 좋아.

책도 잘 읽힐 거 같은 비 오는 날.

계절 단어를 꼭 넣는 하이쿠를 지어도 좋은 날.

'세계가 끝난다'는 것은 지구 종말 스토리의 sf나 전쟁이 아니어도 한 사람이 죽을 때마다 실제로 일어난다. 파괴되거나 망가지는 것과 전혀 다른 정말 끝난다.

 

주말이라 세계가 끝날 듯이 몰아쳐 읽었다.

 

 

 

 

 

 

하루키는 나이 들어 읽을수록 더 공감하게 된다. 어렸을 때는 '나'라는 자의식의 힘겨움에 관심이 갔다면 주인공의 나이를 거친 뒤에는 돌이킬 수 없는 삶의 소회와 에티튜드, 그 만의 판타지가 눈에 더 밟힌다.

 

처음 읽었을 때처럼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결말을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여전히 생각했다.

'가출한 아내' 모티프는 이후 소설에도 계속 출현ㅎㅎ 『태엽감는 새 연대기』가 절정ㅎ

 

 

 

 

📘 하루키로 인한 책 사태

 

 

 

무라카미 하루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리뷰 쓰기 전에 '의식' 관련 책을 좀 살펴보다가 일이 커지고 있다.

 

프랭크 설로웨이는 저서 『타고난 반항아』 에서 출생 순서와 가족의 역학 관계가 개인의 성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뤘다. 즉 '출생 순서의 차이는 맏이와 동생이 전형적으로 차지하는 생태 지위의 차이'를 반영한다. 맏이는 부모와 자신을 더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부모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간에 공감하는 경향도 보인다. 동생들의 전형적인 전략은 손위 형제가 이미 차지한 생태 지위를 놓고 경쟁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를 살펴'본다. 이 연구는 밀레니얼 세대, 페미니즘 세력의 적극적 사회 참여에 어떤 실마리를 제공한다. 부모 세대에 동조하는 맏이와 다른 전략을 꾀하는 동생, 자유로운 막내들은 급진적 변혁에 참여하는 경향이 많다. 여성 경우, 역사적으로 급진적 대의를 지지하는 여성들은 특이한 집단을 이루는 경향이 있다. 집단의 평균 남성보다 훨씬 더 자유주의적이고, 그들은 부모와 상당한 갈등을 겪었을 가능성이 더 높으며, 동생이거나 막내일 가능성이 높다. 『작은 아씨들』에서 둘째 조 마치와 막내 에이미의 성격이 그저 우연은 아닌 셈. 흥미로운 점은 외동들은 선택의 자유가 크므로 변수가 많은데, 급진적 우익과 적극적 사회 참여자 등등 지금 세대의 사회적 다양성을 유추할 수 있다. 외동아들이었던 하루키의 성향도 작품의 성격을 가꿔 왔던 바 흥미롭지.

그러나 이 책『마음의 과학』은 유전과 환경의 요인들을 번갈아가며 짚고 있으므로 끝까지 객관성을 견지하며 살펴봐야 한다.

📖

"태아는 이 양수에서 사실상 헤엄치고 있다. 우리는 테스토스테론, 이른바 남성 호르몬이 양수에 얼마나 많은지 분석했다. 사실 그것은 남성 호르몬이 아니다. 남녀 모두 그것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저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이 생산할 뿐이다. 남성은 그것을 고환에서 만들고 여성은 부신에서 생산한다. 그리고 남아들 중, 혹은 여아들 중에서도 개인마다 생산되는 양이 다르다.

(중략)

태아의 호르몬 생산 농도가 유년기 중반의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목격하고 있다. 이것은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의 차이를 설명할 때 생물학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중략)

실험 결과 우리는 여아보다 남아가 전동 모빌을 더 오래 쳐다본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아보다 여아가 사람의 얼굴을 더 오래 쳐다보았다. 그것은 태어날 때부터 있는 성차였으므로, 경험이나 문화의 차이 탓으로 돌릴 수 없다. 생후 24시간 된 아기들이었다."

ㅡ 사이먼 배런코언 「동류 교배 이론」

"왜 아이는 그토록 오랫동안 무력한 상태로 있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는 왜 말 그대로 아이를 그저 ‘살아 있도록’ 하는 데 그토록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일까?

조류와 설치류를 비롯하여 여러 종들을 살펴보면 긴 미성숙 단계가 고도의 융통성, 지능, 학습과 상관이 있음을 알게 된다. 까마귀와 닭을 보라. 까마귀는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라고 《사이언스》 표지에 실린 반면, 닭은 닭고기 수프가 된다. 까마귀는 닭보다 미성숙 단계, 즉 의지하여 사는 기간이 훨씬 길다.

특정한 진화적 생태 지위에 알맞게 설계된, 아주 섬세하게 빚어진 모듈을 선천적으로 가질 수 있는 전략이 있다면 그것을 갖추고 태어나는 것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전략을 쓸 수도 있다. 어떤 특정한 생태 지위에 딱 맞도록 설계되는 대신에, 새로운 환경을 상상하고 그것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비롯하여 자신이 찾아낼 수 있는 온갖 다양한 환경을 학습할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인간이 쓰는 전략이다. 하지만 그 전략에는 한 가지 큰 단점이 있다. 바로 그 모든 학습을 하는 동안 무력한 채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ㅡ 앨리슨 고프닉 「놀라운 아기」

 

 

자유주의와 페미니즘의 연결로 문제가 복잡해졌다. 생물학적 결정 요인을 전면 거부하고 사회, 환경, 학습 등 외부 요인을 더 크게 끌어들여 성 문제를 젠더 문제로 바꿀 때 본질적인 걸 간과 혹은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뇌는 컴퓨터가 아니고(컴퓨터와 작동 원리가 유사하다는 것 자체를 거부)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다/없다는 논쟁에서도 그런 성질을 엿볼 수 있다. 사실상 모든 것이 우리를 만든다.

『마음의 과학』은 다 읽었고, 스티븐 핑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읽고 싶은데 전자책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 사고 싶은 책 속속 등장, 착착 구매

☆ 미셸 우엘벡 『세로토닌』

『소립자』처럼 특색 있는 제목, 역시 우엘벡이다👍

 미셸 푸코 컬렉션으로 모은 『담론의 질서』

 발터 벤야민 선집 신간 『카프카와 현대』

 

 

 

 

 

 

 

 

 

🎁 알라딘 굿즈 / 7월 알라딘 굿즈

✔ 본투리드 머들러(나는 고양이로소이다, 2,000원)

- 플라스틱 막대가 부실해서 살살 사용해야겠음.

✔ 본투리드 티셔츠(빨강머리 앤, 5,000원)

북 파우치(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000원)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세트 파우치가 생겼다💙

※ 파우치와 동일한 문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6권은 두꺼워서 지퍼 안 잠겨요😅

✔ 알라딘 우산(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3,500원)

- 지식교양 분야 사면 받는 사은품 중 하나.

✔ e book 사은품이 풍성해졌는데 홀로그램 유리컵(야생의 위로, 2,500원) 엄청 예쁘다😍

✔ 알라딘 21주년 포장팩

- 왜 안 오나요😭 포장팩을 여러 번 사고 있는데 계속 실패.

✔ 품절이다가 판매 재개된 6컬러 스티키 북마크 색깔이 예전보다 톤 다운된 듯🤔

문학동네 1만 원 이상 사면 주는 투명부채(귤의 맛, 100원)

- 핸디 선풍기도 거추장스러울 때가 많아 가방에 쏙 들어가는 이런 게 오히려 편할 때가 있다.

미셸 우엘벡 떡 메모지(2,000원)

-7,800원 하는 알라딘 큐브 메모지 3분의 2 크기인데 착한 가격의 미셸 우엘벡 떡 메모지 매우 흡족😘

빨리 샀더니 양장노트는 놓쳤다😢

 엘살바도르 엘 보르보욘

- 알라딘 원두는 이름이 날로 거창해짐ㅎㅎ

 하루키 리유저블 컵(2,000원)

- 파란색이 예쁘던데 랜덤 운이 없었다ㅜㅜ 

 

 

 

 

 

 

 

 

 

 

 

 

 

 

 

 

 

 

 

📘 모두에게 세로토닌이 필요한 날들

마스크도 쓰지 않고 어젯밤 내 앞을 막아선 중년 여자. 위험보다 도움 요청이 더 신경 쓰여 발길을 멈췄다. 예배 모임 단체 카톡 보내기를 대신해달라는 요구에 당황스러우면서도 화가 났다. 코로나19 전파가 대부분 이런 종교 모임인데 이들은 여전하다. 두려움을 신념으로 극복하는 게 어디까지 현명한 걸까. 신앙인은 종교를 방패 삼아 극도로 평가를 거부한다. 나는 무뚝뚝하게 도와줬고 집으로 돌아와 더 박박 씻었다. 잘못을 지적하거나 이러지 마시라고 설득해야 했을까. 이미 늦었다. 혼자일 때도 여럿일 때도 우린 자주 어리석고 미숙하다.

 

 

올리비에 아사야스 《논픽션》은 제목대로 현실적이었다. 디지털로 인한 급격한 변화와 얽히고설켜 역설적인 불투명성은 고스란히 현대인의 성격이 되고 있다.

출판사 대표 알랭은 종이책과 e book의 각축 속에 어떻게든 실적을 올리고 싶어 한다. 그는 출판사 직원 로르와 외도 중인데 그녀를 통해 문화와 인식 변화를 체감한다. 그의 아내 셀레나는 연극배우였지만 인기 tv 시리즈에서 위기 대처 전문가 역으로 유명해졌다. 그녀는 현실에 타협하며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이미지로 변하고 굳어가는 게 싫다. 작가 레오나르와 외도를 하며 일탈도 하지만 가정으로 연극으로 돌아간다. 타협하는 건 보수적인 것이고 변화는 언제나 진보적일까. 글쎄. 레오나르는 실존인물들을 가져오고 자전적 연애사를 소설로 쓰며 소설의 인물과 독자가 읽어내는 인물이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관심과 평가의 경계가 없듯 많은 사람들은 그의 소설이 어느 정도 사실인지 계속 추궁하고 타인을 돈벌이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한다.(최근 김봉곤 단편들도 이런 논란에 휩싸였다) 레오나르의 아내 발레리는 정치인의 비서를 하며 현실적 노력보다 삐딱하게 논평하기 바쁜 지식인 무리들을 혐오한다. 그러나 그녀가 보좌하던 정치인이 성 매매를 하려 한 것을 수습하려는 그녀의 참여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남편의 외도 문제에서도 그녀는 비슷한 모습이었다. 진실이 드러나 자신의 사랑이 깨지기보다 보고 싶지 않은 부분을 외면하려 했다. 양비론이 아니라 나는 우리 각자가 올바르다고 생각하고 담그고 있을 발과 보려 하지 않는 마음을 생각한다. 현실처럼 이 영화에서도 100% 전문가도 100% 진실한 자도 없다. 엔딩에서 레오나르는 포기하고 있던 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을 발레리에게서 듣는다. 행복과 고통은 한 몸이다. 진심과 진실은 고정적이지 않고 불변의 가치도 아니다. 고 박원순 전 시장 사건과 관련된 여러 가지 것이 오버랩 돼 영화를 보는 내내 맘이 참...

박 전 시장에 대한 두둔과 배신감과 분노의 글들을 보며, 진보나 윤리의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자꾸 들었다. 사실상 '더 나은 세상'이라는 기치 아래 우리가 사람을 너무 효용의 가치로만 봐왔던 것은 아닐까. 인권과 사회를 위해 헌신해왔던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아니, 그럴 수 있다. 매우 매우 실망스럽지만 사람은 언제나 그럴 수 있었다. 그렇게 중요한 위치에서 어떻게 자기가 추구해온 모든 것에 반하는 이율배반을 저지를 수 있었는지, 자살은 비겁했다는 비난은 너무나 비판자 위주의 평면적 공격이다. 그 죽음은 책임 회피와 비겁과 논란의 종결만을 바란 의미만 볼 수 없다. 현실의 거미줄과 그 죽음의 기의들 때문에 우리는 더욱 혼란이고 고통스럽기에 빠른 해결을 촉구한다. 피해자 우선, 가해자 두둔으로 편향될 게 아니라 더 이성적으로 더 찬찬히 이 문제를 봐야 한다. 그래서 모두가 골치 아프고 고통스럽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변해야 한다"라는 대사는 슬라보예 지젝이 문제의 매듭을 풀려고 끙끙댈 게 아니라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단번에 끊어야 한다고 한 것과 상통한다. 많은 암묵 속에서 그저 변화가 찾아오길 바랄 수는 없다.

 

 

그늘이 무척 아름다운 날들이 이어진다. 여름에만 가능한 풍경.

레오나르가 사람들을 불편하고 불쾌하게 만드는 자기 소설의 의미에 대해 자조하자 알랭은 그런 걸 필요로 하는 독자도 있다고 말한다. 미셸 우엘벡도 그런 종류의 소설가다.

그늘 속을 오가며 미셸 우엘벡 『세로토닌』을 맘껏 우울해하며 읽었다.

모두에게 세로토닌이 필요한 날들.

 

 

 

 

 

 

 

📘 주말 나들이는 책방

 

 

 

 

알라딘 21주년 기념 크로스 럭키백(13,000원, 일 년 5만 원 오프라인 매장 할인 혜택)이 온라인 서점에서는 품절이길래 알라딘 중고매장 갔다. 품절에 당황하지 말고 신속히 대피...가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으로ㅎㅎ

보통 에코백보다 아담한 사이즈고 손잡이, 크로스 끈 둘 다 있어 편리하다.

온라인에서 아이보리와 블랙 중 뭘 사나 고민하다 실물 보고 결정하려고 매장 왔는데 실물로도 한참 고민했다😂

올여름도 블랙 마니아로 가기로 했다ㅎㅎ

럭키백이 가장 인기였는데 3~5분마다 럭키백 결제 사항을 알리는 판매원의 목소리가 '당신, 안 사면 후회할 거야, 우후후' 경매장 분위기를 만들었다🤡

온라인에서 찜한 책은 제자리에 없어 못 찾겠거나 책 상태가 맘에 안 들어 안 사고 장바구니에 담아뒀다 보관함으로 옮겼던 책 구매.

프랑수아 줄리앙 『불가능한 누드』(2019, 들녁출판사)

- 서양 철학자이자 중국학자인 저자의 탐색이 궁금했더랬다. 왜 동양은 누드가 그토록 발전을 못했고 그것이 철학과 관념의 문제였다는 고찰.

역자가 지인에게 증정한 사인이 있는데 이런 책을 중고로 만나면 💦💦💦 역자에게서 영월 조선민화박물관에 조선 시대 춘화를 모은 '19금의 방'이 있다는 정보 습득.

김유림 『양방향』(2019, 민음사) 구매.

- 직접 보고 구매하려고 민음북클럽 온라인 패밀리데이 때 안 샀는데 읽어보니 호기심이 생겼다.

말괄량이 삐삐 우산파우치 실제로 보니 몹시 탐났지만 9800원이나 하고 굿즈는 럭키백 할인을 안 해줘서 참았다T^T)

럭키백에 책 담아 오려고 했는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포장 봉투가 예뻐서 안 살 수 없었다😆 가방을 봉투에 담아오는 코미디🤣🤣🤣 선물상자 외에도 앨리스 포장 봉투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면 좋을 듯.

 

 

 

 

 

 

 

 

 

 

 

 

 

 

 

📚 베케트, 베케트, 베케트 - 회색도 흰색도 아닌

10번 이상 읽은 문장이 있다. 울컥 다리에 힘이 풀리는 순간이다. 출근길이 아니어도 어디에서도 적당하지 않은 마음과 속도로 더 회색으로 더 검정으로 향하라는 가속 페달이다. 같은 생각을 계속하듯 같은 노래가 되풀이된다. 무엇과도 마주치지 않고 도달할 장소는 현실에 없다. 쾅 부딪히는 소리는 났는데 닫힌 기억을 가질 수 없다. 가늠할 수 없어 슬픔도 기쁨일 수도 없다. 다만 수수께끼일 뿐. 카운팅을 헤아릴 수 없는 삶. 정신 차릴 수 없는 삶. 환생과 부활이라니 의심만큼 믿음도 인간적이지. 내가 나이지 않길 바라면서 같아야 한다는 이상한 기도와 요구. 구름이 동쪽으로 서쪽으로 움직인다고 말하듯이 상대적이라는 말, 착각이라는 말은 쉽다. 회색도 흰색도 찾을 수 없었고 현실과 꿈의 차이를 누구도 밝히지 못했다. 다시 질문이거나 수수께끼일 뿐. 문득 나타난 풍경이 그렇듯.

📖

"어느 날 그가 나에게 이제 놓아달라고 말한다. 그는 그런 동사를 사용했다."

- 사뮈엘 베케트 『죽은-머리들』

 

많은 문장가가 있지만 베케트는 미치게 만드는 문장가다.

 

 

 

 

1931년 비평집 『프루스트』

1933년 단편집 『발길질보다 따끔함』

1935년 시집 『에코의 뼈들 그리고 다른 침전물들』

1945년 미술 비평 『세계와 바지』

1953~4년 장편 소설 『몰로이』,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

1946년 단편 <첫사랑>

.

.

.

전쟁 중 집필한 장편 소설 『와트』(1945년)는 국내 출간되지 않았고, 뒤이어 쓴 초기 소설 3부작도 『몰로이』, 『말론 죽다』, 『이름 붙일 수 없는 자』 중 두 작품만 번역되었다.

베케트는 50~ 60년대에 희곡과 라디오극에 집중했다.

나는 『몰로이』, 『죽은 머리들/소멸자/다시 끝내기 위하여 그리고 다른 실패작들』(60년 대 중반 단편 선집), 『포기한 작업으로부터』(초기 단편과 후기 산문 모음), 『프루스트』 를 가지고 있다.

『발길질보다 따끔함』은 지금 배송 중이고 『이름 붙일 수 없는 자』도 곧 ✔

 

 

 

 

 

 

 

 

 

 

 

 

 

 

 

 

 

 

 

 

 

 

 

 

📖

"화자에게 작품 구조의 디딤돌은 소설의 마지막 부분인 게르망트 대공 부인(전 베르뒤랭 부인)의 서재에서, 구조를 이루는 소재의 본질은 이어지는 오후 연회에서 밝혀진다. 그가 쓸 책은 이미 머릿속에서 형태를 갖춘다. 그는 여러 결함을 안고 있는 문학적 규범들이 작가로 하여금 타협하도록 강요함을 인식한다. 작가로서 그는 원인과 결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가령 주체적 욕망의 빛나는 투영은 이를 우스꽝스러운 모양새로 표현해 중지(왜곡)시켜야 할 필요가 있게 된다. 그가 가장 신중하게 관찰하는 대상들에게조차 마땅히 어울리는 가면을 수백 개 준비하기란 불가능하다."

ㅡ  사뮈엘 베케트 『프루스트』

 

 

이 대목을 읽으며 김봉곤 작가를 떠올렸다. 고 박원순 전 시장 일도 있어 사태가 악화일로였다. 실존 인물을 쓸 때 작가는 가공해야 할 필요와 책임을 진다. 자전적 글쓰기는 더 딜레마에 빠지는데, 능력의 문제도 있지만 실제 창작을 해본 사람은 안다. 실존 인물과 사실적 모습이 드러내는 아우라가 창작을 통해 윤색되는 게 싫다.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가감 없이 보이려 한 김봉곤 작가의 성향과 글쓰기의 지향에서는 더 문제였을 것이다. 자신과 문학 앞에서의 솔직과, 세계와 대상에 대한 윤리적 책임이 저울에 올라갔을 때 세계는 언제나 윤리에 기울라고 강요한다. 정신없이 요동치며 인간이 만들고 있는 이 세계는 진정 균형추인가. 김봉곤 사태에서 거론된 소설은 작품 자체만으로 봤을 때 나는 큰 점수를 주고 싶지 않았다. 논란이 된 대화들이 제일 불필요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발목을 잡다니... 그 소설들로 인해 다른 좋은 작품까지 폐기 처분되는 게 안타까웠다.  김봉곤 사태에서 민감한 타인의 사생활을 가져오며 동의를 구하는 과정도 가공도 없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는데, 요즘 지탄받는 사회적 윤리 문제보다 작가가 피해자들과 신뢰 관계를 만들지 못한 게 더 큰 요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본질적인 건 다르지만 나도 창작하는 지인들에게 내 표현 일부를 써도 괜찮냐는 물음을 받고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지만 동의해 준 적 있다. 김봉곤 작가는 문학은 이래도 된다는 창작의 자유, 문학의 가치에 취했었던 거 같고 대상에 대한 존중과 배려도 잊은 것 같다. 그러나 요즘 사회는 반성보다 즉각적 처벌이 우선시 되고, 조금만 잘못해도 범죄자로 낙인찍는 거 같아 씁쓸하다. 반성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해서 이렇게 되는 거 같아 착잡하다.

 

 

 

 

 

 

 

 

 

 

📓 프란츠 카프카 『꿈 같은 삶의 기록』(카프카 전집 2, 솔출판사)

- 구판 팔고 개정판으로 교체했다. 내부 편집이 예전보다 깔끔해 흡족하다.

문제가 많았던 막스 브로트 판이 아닌 1980~1990년대에 걸쳐 독일 피셔출판사가 충실히 원본을 살린 카프카 전집의 결정본 ‘역사 비평판Kritische Ausgabe’.

'꿈과 잠'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그의 글을 사랑하는 이들은 안다.

 

 

 

 

 

 

 

 

 

하루키 때문에 펼쳐든 『보르헤스의 상상동물 이야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oonnight 2020-08-15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봉곤 작가에 대한 AgalmA님 의견에 공감합니다. 방금 책을 읽기도 했고 논란이 된 대화부분이 맘에 들지 않았고.. 작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도 같고. .
정신없이 책 주문하고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AgalmA님의 격이 다른 책들에 감탄♡@_@;;

AgalmA 2020-08-19 21:00   좋아요 1 | URL
친한 사람들이니 괜찮을 거라 생각한 거 같거든요. 성인지 감수성, 윤리적 책임을 강도높게 묻고 책임을 져라 하는 공격적 질책으로만 볼 게 아니라 싶었습니다. 작가라는 자리도 공인이니 책임을 무겁게 지신 거 같은데, 지금으로선 그의 다음 책을 기다려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정신없이 주문과 죄책감... 같은 지병을 앓고 계셔서 의지가 됩니다ㅠㅋㅠ;;;)/
격은 무슨. 책세상이 워낙 넓으니 각자 자기 책 여행하기 바쁜 거죠 뭘ㅎㅎ;;
 

 

 

 

🌱 바질 땜에 바지런

좀 늦은 분갈이였다. 모자란 화분을 사기 위해 퇴근길에 마트를 들렀다. 계산을 마치고 나와 50미터쯤 걸었을 때 작고 얇은 봉투였던 바질 씨앗 챙기는 걸 깜빡한 게 떠올라 서둘러 갔는데 없....🙉🙊🙉💦 고객센터 가서 분실물로 씨앗 들어온 거 없는지 물어보는데 이런 말 하는 것도 웃기고, cctv 확인을 기다리면서 셀프 계산대였으니 못 챙긴 내 책임이지, 휴... 씨앗은 왜 사고 싶어 가지고. 그냥 가자 싶었다. 내 뒤에 온 다른 고객 짐에 딸려간 것만 확인하면 깔끔하게 포기할 텐데 그게 또 확인이 안 된다고 하고. 그런데 씨앗을 계산 없이 다시 주겠다는 통보를!

오늘도 감사한 하루🙏

바질이 싹 틔우고 먹을 만하게 키우려면 40~50일은 키워야 되는데 잘 키울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헛똑똑이, 채소 잘 키울 수 있겠나.

바질 때문에 바지런 떨며 돌아다녀 오늘 밤은 숙면을 취하겠다. 꿈속에서는 그렇게 사라지지 마ㅜㅜ

사라진 바질 씨앗들은 정말 어디로 간 걸까. 너희들, 잘 살아야 돼🌱

김영사에는 가끔 뜬금없는 책이 있다. 그런 책이 또 내게 있고-,,-)a

『채소 가꾸기』(잘 먹고 잘 사는 법 시리즈 23)

초보자용 채소엔 바질이 없었다-,.-) 췟

꽃 핀 후 10일 만에 딸 수 있는 오이를 키웠어야 했나...

이 책의 저자 서명훈 님은 고려대에서 '상추'로 박사 학위를 받으셨다고... 웃으면 (안 돼) 앎의 세계는 무궁무진.

 

 

 

바질 심은 지 1주일 🌱

싹 난다~ 씐난다. 시시때때로 가서 본다. 싹이 나면서부터는 더.

아이 때보다 더 신기하다. 귀여운 녀석들. 아이 키우는 분들은 더 그렇겠지.

식물에 빠져 식물 책을 더 사게 되고.

.

.

.

결국 잡아먹을 거면서

.

.

.

이럴 땐 나의 이성이 밉더라😑

그러므로 끊임없이 괴리와 모순을 논박하는 철학 하기는 정말 피곤한 일이다.

 

 

 

 

 

● 2020년 6월 내가 산 책(종이책)

이 달은 종이책과 e book 중 뭘 더 많이 사나 배틀 중이다.

 

 

📚 존 맥피 『네 번째 원고』(글항아리)

- 여기저기 보여서 넘 궁금한 책이었다. 사은품으로 준 네 번째 원고 글쓰기 노트는 무지 노트, 1200원,

고급스러운 양장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이럴 땐 독서가 더 즐겁게 시작된다.

 

 

📚 이소영 『식물의 책』(책 읽는 수요일)

- 스티커를 붙이는 self 커버인데 어떻게 붙여야 잘 붙였다고 소문이... 내가 그릴까도 하다가.

가지고 있는 여러 식물 책의 야생화 그림이랑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거 같다.

야생화 그림 예쁘네요😊 때가 잘 탈 거 같아 살짝 걱정도 되고.

 

사은품인 식물의 책 봄 에디션 손수건_귤(2,500원)

- 토끼풀 디자인이 내 취향이지만 귤 손수건이 모든 면이 달라 접으면 더 예쁠 거 같아서 이걸로 선택했다. 예상대로 무척 예쁘다😊💯 식물의 책 굿즈는 다 갖고 싶네요. 참 예쁘게 잘 만드신 듯.

 

 

 

 

 

 

 

 

📚 니콜 크라우스 『어두운 숲』

- '위태로운 결혼생활 속에서 소설 집필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년의 작가가 삶과 죽음, 자아와 정체성을 탐구'하는 소재(한트케 단골 소재)가 눈에 띄어 페터 한트케 『어느 작가의 오후』(열린책들)와 비교해볼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공교롭게도 표지도 비슷ㅎ 그래서 『사랑의 역사』 이후 5년 만에 낸 『위대한 집』부터 읽지 않고 필립 로스가 격찬한 이 책부터 읽어보기로. 역시 좋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와의 이혼과 그 여파는 『위대한 집』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어두운 숲』 집필 중 이혼.

니콜 크라우스를 안 읽어봤다면 민음사에서 나와 오래 절판이었던 『사랑의 역사』는 꼭 읽어봐야 한다👍

 

 

 

 

 

 

 

 

 

 

 

 

 

가위눌림에 10분도 못 자고 일어나 오늘도 제대로 자긴 글렀다고 생각하고 나머지를 읽기 시작했다.

오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제가 바람이라는 건지 빗방울이 툭툭 페이지를 건드렸다.

왜가리는 정녕 뒷산에서 살기로 작정했는지 이젠 하늘에서 자주 보인다. 새라고 하기엔 너무 커서 볼 때마다 비현실적이다.

우리는 자신만의 어두운 숲이 있고 그 세계에서 태양과 비를 기다린다. 우리가 추구하는 현실이야말로 그에 대한 은유이자 헌신이다.

카프카라...

200페이지부터는 카프카 때문에 전력 질주로 읽게 된다. 카프카 이야기는 강력한 스포라 리뷰 쓰는 분들은 조심해야 할.

이 책을 다 읽었을 땐 비가 쏟아졌다.

『사랑의 역사』만큼 좋았다. 유대인 문화와 그것을 둘러싼 역사, 종교성, 갈등을 다루는 시대의식도 있어 노벨문학상 대열에 곧 진입하실 역량.

 

 

 

 

 

 

 

 

2주 된 바질은 1cm 정도 자랐다.

 

 

📚 에세이

금정연 『담배와 영화』

정지돈 『영화와 시』

- 일상 잡문보다 이런 주제가 있는 산문이 더 좋다. 한국 에세이는 당분간 안 사야지 하다가 시간의 흐름 출판사에서 끝말잇기로 진행하는 '말들의 흐름' 시리즈는 재밌을 거 같아서 맛보기로 두 권 구매. 재밌다. 5권 유진목 시인 『산책과 연애』, 10권 이제니 시인 『새벽과 음악』도 기대된다.

양장본인데 탄력성이 있어서 오래 두면 휠까 봐 걱정되지만 가벼워 휴대성이 좋다. 두 권 들고 나와도 전혀 무겁지 않다. 두 권을 번갈아 읽는 재미도 쏠쏠^^

 

 

 

 

 

 

● 2020년 6월 내가 산 책(e book)

 

 

 

e book이냐 종이책이냐? 소모적인 논쟁이다. 둘 다 보면 된다. 독서엔 왕도가 없다. 목표(책) 정하고 어떻게든 읽으려는 노력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읽겠지 하기보다 e book까지 활용해 지금, 전투적으로 읽어보자.

 

📚

슬라보예 지젝 『용기의 정치학』(다산북스)

- 지젝😉

알랭 드 보통 『불안』(은행나무출판사)

- 갑자기 읽고 싶어진 보통. 보통은 보통 그러했다. 생각보다는 평이했다.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 왕이 되려 한 남자 외 24편 』(현대문학 세계문학단편선 )

- 없는 건 읽기 편한 e book으로 채우는 중.

 

김상욱 & 유지원 『뉴턴의 아틀리에』(민음사)

- 궁금해서 급 구매.

B.W. 힉맨 『평면의 역사』(소소의 책)

-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가 완독 못하고 반납하고 참고할 거리가 꽤 있어서 e book으로 사버렸다.

말콤 글래드웰 『아웃라이어』(김영사)

- 『타인의 해석』 읽고 역주행. 알라딘에서 김영사 90일 대여 이벤트 하길래 저렴하게 구매.

 

 

 

 

 

 

 

 

 

 

 

🎁 그 외 이 달의 굿즈들

🎀 본투리드 폰지 3단 우산 빨강 머리 앤 (4,500원)

- 빨강 머리 앤인데 빨강이 아니고 녹색ㅎ? 안이 밝은 녹색이어서 화사하다.

저번에 산 양면 우산 살이 자꾸 망가져서 속상했는데 이번엔 양면이 아니라 더 오래가지 않을까 살짝 기대를...

 

🎀 본투리드티셔츠 Vol.4 어린왕자 카키(xs, 5,000원)

 

🎀 알라딘 양말 - 본투리드 긴목 양말 Vol.2(나는 고양이로소이다, 1,000원)

 

🎀 색색의 지식 교양 미니 노트_ 레인보우(2,900원)

 

🎀 문학동네 시인선 사면 주는 사은품인 미니엘홀더는 실망스러웠다. 시집이 들어가다 마니 참 어정쩡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내 실망 값은 300원...

 

🎀 알라딘 에코백 - 피너츠 깅엄체크 백(베이지, 3,800원)

- 이 에코백은 들었을 때 훨씬 예쁘다. 여름엔 린넨 옷이 많으니 베이지 체크무늬로 선택.

알라딘 원두로 알라딘 리유저블 컵(기형도 -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해먹으며ㅎㅎ

머리에서 발끝까지 알라딘 굿즈로 살림살이-,.-)

aladdin, 신발도 만들지 그래요ㅎㅎ💦

실내화는 만드셨으니 휴대용 플랫슈즈나 캔버스화... 정 안 되면 플립 플랍? 여름용으로 딱이지요.

 

 

 



 

 

 

 

● 안의 책

 

세 권을 한꺼번에 보면 어느새 아침이 된다.

 

 

📖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끈이론』

- 언제 읽나 하다가 e book이 나와서 드디어 완독했다. 아름다운 종이책으로 함께 못한 건 아쉽지만 e book이면 어디서 건 아무 때나 볼 수 있다는 장점도♡ 내 사랑 월리스😍  노승영 번역가 고생 많으셨어요ㅎㅎ

 

"마침 월리스의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바다출판사, 2018)을 재미있게 읽고 있었고 매슈 크로퍼드의 《당신의 머리 밖 세상》(문학동네, 2019)과 《제임스 글릭의 타임 트래블》(동아시아, 2019)을 작업하면서 그 속에 인용된 월리스의 글을 번역해본 적이 있었기에 두 번 생각하지 않고… 거절했다.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을 읽으면서 나는 김명남 번역가에게 한편으로는 고마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한국어로만 읽어도 저자의 배배 꼬인 문장과 제멋대로 신조어와 적응하기 힘든 악취미를 실감할 수 있었으니까. 난해한 원문을 이렇게 깔끔한 문장으로 번역하느라 얼마나 고생했을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월리스 번역이야말로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이니까.

이 책의 문장 중에서 아무거나 하나 골라보자.

*

안티토이를 향해 후려친 공이 좌에서 우로 급격히 휘어지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방금 친 공을 뒤쫓아 달려가려고 했지만 내가 친 공을 뒤쫓아 달려가려고 했을 리는 없었던 광경이 기억나는 듯도 하지만, 허벅지가 묵직하고 부드럽게 밀어 올려지고 공이 반대로 휘어 내게 다가오고 내가 공을 지나쳤다가 수평의 네트 위로 공중의 공을 때리고 땅을 한 번도 디디지 않은 채 12미터 위로 만화처럼 치솟아 허공에 검불과 오물이 널려 있는데 안티토이와 나는 둘 다 맹세컨대 15미터를 날았거나 빙글빙글 날려 한 코트 너머 동쪽 끝 펜스에 하도 세게 부딪혀서 펜스를 반쯤 쓰러뜨려 45도로 기울이고, 안티토이는 망막이 떨어져 나가 여름내 카림 압둘 자바풍의 근사한 고글을 써야 했고, 펜스는 냄비에 맞은 남자의 얼굴 자국이 냄비에 찍히는 만화에서처럼 몸뚱이 모양으로 두 군데가 파여 포수 마스크 두 개가 되고, 우리는 둘 다 얼굴과 몸통과 다리 앞쪽에 펜스 자국이 사각형으로 깊게 파이고 여동생은 우리가 와플처럼 보인다고 말했으나 우리 둘 다 중상을 입지는 않았고 누구의 집도 파손되지 않았다.

한 문단이 아니라 한 ‘문장’이다. 저런 문장이 한둘이 아니다. 위에서 보듯 월리스의 전략은 여러분 두뇌의 처리 용량을 초과하는 문장을 써서 과부하를 일으킴으로써 비판적 독해에 필요한 연산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배배 꼬인 문장을 해독하느라 에너지를 소모한 여러분의 두뇌는 달콤한 것을 갈구하기에 (곁에 마카롱과 흑당밀크티가 없다면) 월리스의 달짝지근한 다음 문장을 게걸스럽게 흡입한다. 월리스의 불순한 의도를 뻔히 아는 나로서는 한국 독자들에게 정신 바짝 차리라고 경고하고 싶지만, 그의 문장을 번역하다 보면 나도 그만 몽롱해져 번역자의 본분을 잊고 만다. (그의 기나긴 영어 문장을 기나긴 한국어 문장으로 번역하면서 사디스트적 쾌감을 느꼈다는 말까지는 차마 못 하겠지만.) 세상에 정의라는 게 있다면, 번역자가 힘들었던 만큼 독자도 힘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 김상욱, 유지원 『뉴턴의 아틀리에』

- 2020 민음북클럽 온라인 패밀리데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전자책으로 사 버렸다. 김상욱 부분은 유명 작품의 해석이라 좀 심심하고 유지원 저자는 새롭다. 이미지가 많고 이 책의 폰트 미학을 음미하려면 종이책이 더 낫지만 빨리 읽으려면 어쩔 수 없던 선택😅 반 정도 읽었다.

 

 

 

📖 오스틴 라이트 『토니와 수잔』

- 톰 포드 《녹터널 애니멀스》영화 못 봤는데, 최근 본 소설 중 가장 흡입력 있다. 이런 몰입감은 최근 조이스 캐롤 오츠 『카시지』(2019, 문학동네)에서 느꼈는데 그보다 더 빨려 들 듯 읽었다. 기분 처질 땐 역시 스릴러 소설! 결국 밤새우고ᅮᅮ...

 

"그녀는 원고를 내려놓았다. 이제 와서 독서를 중단하는 건 너무 힘들 것 같지만 그만 읽고 자야 할 시간이다. 독서의 세계와 현실 세계가 다르니 인생에 불쑥 끼어든 이혼처럼 독서도 또다시 고통스럽게 중단됐다. 수잔같이 할 일이 많은 사람은 밤새 책을 읽을 수 없다. 그리고 결말을 보기 전에 독서를 멈춰야 한다면 여기서 멈추는 편이 낫다."

 

 

 

 

📖 버트런드 러셀 『러셀 서양철학사』(2019, 을유문화사)

- 러셀의 이 책이 e book으로도 나와 완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루 다섯 시간 이상 읽어도 20% 정도 읽는다. 러셀의 명쾌한 분석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내가 말하려는 철학은 신학과 과학의 중간에 위치한다."

이 책을 읽고 철학의 계보를 따라 읽어 나간다면 자기만의 비판 관점을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철학자들의 장단점을 꼼꼼히 짚는 이 책이 더 돋보이는 건 철학사 책 중 가장 현대적인 문체라는 점이다. (이 학문에 흥미를 느낀다는 전제 하에서) 고루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분량과의 싸움이 관건.

 

 

 📖  유홍준 『喪家에 모인 구두들』(2004, 실천문학) : 절판.

이성복 시인의 서정성과 비교된다. 긍정적인 뜻에서. 유홍준 시인의 데뷔 시집인데 이 시집은 꼭 다시 나와야 하는 시집이다. 단어를 어렵게 배치하지 않아도 문장의 울림이 크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님 아님)

 

 

 

 

 

 

 

 

● 바깥의 책

 

 

📚 휴대폰 보며 걷기 vs 책 보며 걷기

우리는 혼자일 때 외로움과 불안만이 아니라 취향을 더 발산한다. 마주 오는 사람 3명 중 1명은 휴대폰을 보고 있다. 혼자라면 특히 그렇다. 눈치껏 전방을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마주 오는 사람의 배려가 있어야 가능하다. 가끔 피하지 않고 끝까지 그 앞을 향해 간다. 그때의 표정들은 하나같이 똑같다. 이토록 비슷하고 은근히 파괴적인 인간이 관계를... 늘 의문이다.

 

그들은 늘 휴대폰을 보고 있다. 나는 늘 책을 보고 있다.

(음료 제외) 먹으며 걷는 사람은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취향이 모이는 자리인 문화는 항상 이상했다.

※ 걸으면서 책을 볼 땐 30미터 앞으로 사람이 얼마나 있나 확인하고 장애물이 없는 직선 보도에서만 봅니다. 횡단보도 대기할 때가 가장 적당.

 

 

 📖 아미르 D. 악젤 『수학이 사랑한 예술』(2008, 알마) : 품절

『수학 미스터리, 니콜라 부르바키』(2015, 알마)로 개정판이 나왔지만 이마저도 절판이다. 니콜라 부르바키라는 수학자가 20세기에 미친 영향을 조명하는 이야기인데 이 책은 더 오래 살아남아야 하지 않을까. 알마출판사 간판 스타인 올리버 색스만큼은 아니더라도.

 

 

 

 

책을 만나고 떠나보내는 과정도 처음부터 끝까지 고생이다. 우리는 삶을 종종 그리 말하면서도 악착같이 산다. 단지 생존 본능이라고 말하기엔 이 과정엔 많은 秘義, 悲意들이 있다.

📚 유종인 『아껴 먹는 슬픔』(2001, 문학과 지성사)

-"슬픔에 비 맞아 가는 것도 / 다 구경인 세상이듯이"(「아껴 먹는 슬픔」)

 

 

 

 

 

 

 

 

 


공원에서 독서하기 어려운 점은 한산한 시간대를 골라 돗자리 같은 필수품을 챙기지 않으면 벤치에 앉을 수밖에 없고 이곳 특유의 소음 문제를 감수해야 하는 거다. 간간이 등장하는 인물이 트로트 음악, DMB 스포츠 방송을 틀어대기 때문에 예상외로 조용한 독서가 쉽지 않다. 하이톤으로 불분명하게 떠드는 아이들의 괴성, 중년 여성 특유의 괄괄한 목소리는 왜 새소리처럼 좋아할 수 없을까. 데시벨은 비슷한 거 같은데 미스터리. 내가 어머니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나긋한 목소리 톤이다. 프랜시스 베이컨 목소리도 내용은 독설적이더라도 영국 특유의 나긋함이 있다. 미국 예술가의 나긋함 대표는 앤디 워홀ㅎ?

 

 

"베이컨은 예비 드로잉이나 스케치 없이 회화 작업에 착수한다. 이는 우연과 운에 천착했던 그의 기질과 관련이 있다. 베이컨은 우연이 작동하는 중에 더 깊은 개성이 전달된다고 느꼈다. 그렇지만 가장 유익한 우연은 그림을 어떤 식으로 계속 진행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극도로 절망하는 순간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베이컨은 절망으로 인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하고, 보다 과감한 방식으로 이미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절망이 유익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 베이컨은 도박을 좋아하지만, 삶이 러시안룰렛 게임과 같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삶이란 가능하다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ㅡ 미술평론가 유경희

데이비드 실베스터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2015, 디자인하우스)

 

 



📚 책 보며 걷기 - 읽는 건 분위기

오늘은 무슨 일이 있으려나 또 공원을 갔다.

트랙에서 책 읽기는 안정적이지만 앞지르려는 운동가들의 액션과 숨소리가 신경을 거스른다. 그들 입장에서는 왜 여기서 책을 읽고 난리야! 싶을 거다. 여기서도 휴대폰 보는 산책자와 조우한다. 결국 주제를 알고 500미터도 못 읽고 이탈했다.

공원에서 가장 조용하고 좋아하는 장소인 연못에서 어제 만난(?) 왜가리를 또 봤다. 어제 귓전을 스쳐가 얼마나 놀랐던지. 왜가리는 여름철 텃새다. 그들의 울음소리는 공룡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섬뜩함이 있다.

너를 해칠 맘이 없다는 걸 전하는 건 더 이상 다가가지 않기. 모른 척 하기. 우리는 왜이리 이상하게 살아야 할까.

오늘은 '왜가리는 숲속에서 왜가리 놀이를 한다'는 이수명 시인 「왜가리는 왜가리 놀이를 한다」 같은 상황. 나는 왜가리도 아닌데 숲을 떠나지 못하고.

김성모 화백의 명대사 "왱알앵알"을 읊고도 싶고.

덥군.



 

 

 




난 이 시집의 리뷰를 이렇게 시작한다.

더 이상 슬프지 않아도 될 슬픔은 무엇인가. 존재하는 모든 것이 품는 슬픔은 그러므로 불멸이다. 꽃잎의 붉고 노란 경계가 그들의 세계를 확정하듯이 우리의 작은 입과 눈과 손은 저마다 기쁨의 경계였고 스스로 넘을 수 없는 슬픔의 결계였다.

 

 

 

 

 

 

 

 

 

 

 

 

 

 

모기에게 7방 물리고 공원에서 급 후퇴💦

공원에서의 독서는 늘 변수가 많고, 안팎으로 다가갈 것들은 너무나 너무나 많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oonnight 2020-06-13 1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_@;;; 존경스럽고도 경이로운@_@;;; 독서생활이십니다. 뱅글뱅글@_@;;;

정신차리고-_-

바질을 40~50일이나 키워야 하나요? 저는 백화점에서 에코 기프트로 받아서 한달키우고 잘라먹었어요ㅎㅎ 맛있는 바질비빔밥ㅎㅎ;;; 분갈이처럼 정성이 들어간 행위는 역시나 하지 않았어요ㅎㅎ;; 먹을 자격이 없었네요ㅜㅜ;;;

녹색우산이 예뻐서 부러워합니다. AgalmA님의 독서는 실로 어마어마^^ 따라할 엄두도 못 내고 존경만 합니당^^

AgalmA 2020-06-13 18:25   좋아요 0 | URL
모아놓으니 그리 보이는 거지 저도 하루하루 조금씩 읽어나가는 것뿐인 걸요^^;

바질을 씨앗부터 키운 건 이번이 처음인데 키운지 2주나 되어도 꼬꼬마라 2주는 더 키워야 될 거 같은데요.
바질 비빔밥 2주 뒤면 되려나요. 이렇게 아껴 키우고 먹을 생각하면....먹고 사는 건 언제나 만감이 교차합니다.

우산이 이젠 거의 품절이던데 나름 선택을 잘했다 싶습니다.
존경은요; 그러지 마세요^^;;

겨울호랑이 2020-06-13 2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러셀의 서양철학사>가 철학사 중에서는 재밌게 쓰여진 책이지만, 가열찬 독서를 하기에는 은근 어려웠는데, AglmA님께서는 진정으로 즐기고 계셔서 부럽습니다. 그나저나 AgalmA님의 페이퍼의 분량이 점차 벽돌책 수준으로 두꺼워지고 있음을 절감하는 요즘읍니다.^^:)

AgalmA 2020-06-27 07:34   좋아요 1 | URL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책을 가열차게 읽으시는 분으로 저는 겨울호랑이님을 빼놓을 수 없는데 무슨 말씀이시죠?ㅋ?);; 저야말로 꾀부리며 이 책 저 책 요지경을 만들고 있는 중생놀이중인뎁쇼; 매일 기록을 남기는 건 즐겁지만 이렇게 모으는 일은 생고생입죠...에효;

파이버 2020-06-13 2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질 새싹 너무 귀여워요 부디 무럭무럭 자라길 기원합니다 왜가리는 늘 멀리서만 봤는데 생긴것도 참 공룡같군요! 더워지는 날씨 건강 유의하시고 행복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AgalmA 2020-06-27 07:38   좋아요 1 | URL
우리 동네에서 이 계절을 나기로 했는지 이 왜가리를 종종 보는데 날아가는 걸 보고 있으면 참 비현실적입니다. 먼 옛날 시조새 같은 게 지구의 하늘을 날아다녔다는 건 더 상상이 안 될 정도로요.
바질이 쑥쑥 자라서 이제 열심히 잡아먹고 있는데;;; 미안해하며 맛있어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6월 마지막 주말 평안히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2020-08-20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20-08-23 22:31   좋아요 0 | URL
^^; 공원 가면 손부터 발끝까지 정신없이 공격을 받아서 끊임없이 움직여야되죠.
요즘은 덥고 비도 자주 와서 실내 독서가 최적이고요. 바람 좋고 볕 좋은 가을 도전해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