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지독한 농담

운동권의 자살이 "항거"였다면, 리뷰를 통해 본 <표백> 속 자살은 "세계에 대한 복수이자 자기 지배로서의 처단"이군요. 
이 세계의 의미없음에 침 뱉어주는 단발성이 아니라 피(血)로 균열을 내든지 장막을 드리우든지 흔들고 싶어 한달까. 이런 점은 장강명 작가 세계관과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의 작품들에서 그가 세계에 가지는 증오심이 강하게 전해집니다. 장강명 작가에 대한 환호는 현재 이 한국땅 사람들의 울분과 그것이 통했기 때문일 듯.
한국 작가군에선 장강명 작가는 독특한 발성이죠. 
(미천한 제 독서 상에서) 한국 작가들의 특징은 대체로 이랬습니다.
1. 속으로 끝없이 삭이거나(한, 애환, 비장미, 자연으로 동화됨, 자기애가 강한 자살, 타살 같은 자살 등 온갖 슬픔 총출동)
2. 유머 코드(과거엔 민족적 토속성, 현재는 시대성이 강함 ex)삼미슈퍼스타즈라든가 아내가 결혼했다 등등. 
    -누군가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소설은 소설 같지 않다고 말하지만, 그건 TV와 뉴스만으로도 충분하잖습니까. 저는 "현재(현상태)"와 "관계(위계와 연애사)"만 천착하는 폭 좁은 소설들이 지루합니다. 한국 문학이 이 상황인 건 (읽든 안 읽든) 결국 독자의 선호도와 관계 깊은 바이니 작가나 문단, 출판계 탓만 할 건 아니죠. 어찌 되었든 이 문젠 취향 차이와 대세론이 되겠습니다.
3. 유랑화(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글쓰기 자체로든) - 여기가 참 호불호와 비판이 많은 곳ㅎ;;

장강명 작가의 특장인 세계와 자기 파괴성은 한국적이죠. 다분히 이국적이고 스케일이 큰  "테러"나 "전쟁" 상황까진 안 나오는 걸 보면 말예요. 혹 다른 작품엔 나오나 모르겠어요? 지금 준비 중인지도;; 암튼 장강명 작가 작품에서 70년대 생들의 사고방식과 삶이 많이 보였고, 80년대, 90년대 생 작가군과 비교했을 때 뭐 랄까 딱히 꼬집긴 어려운데...발상의 신선함, 도약이 없어 보여서 아쉬웠어요. 또 모르죠. 지금 준비 중인지도;; 이건 준비한다고 될 게 아닌데 흠, 작가 역량에 달렸겠죠...
제가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지 않는 건 장강명 작가가 가지고 있는 세계에 대한 도전성이랄까. 문학/예술이라는 미학적 세계가 아니라 진짜 세계에 대한 승부수를 노리는 자세에 있습니다.

감이 빠른 사람이라면 장강명 작가에 대한 평론을 준비하고 있겠죠. 조만간 장강명 작가에 대한 평론으로 등단할 평론가도 탄생할 걸요. 김애란 작가 나왔을 때처럼. 
"잉여인간"의 비교 고찰로 손창섭 작가와 장강명 작가를 비교해도 흥미로울 거 같은데...

실컷 얘기하고 나니 암튼 다 헛소리 같군요. 그나마 농담을 한 건 아닌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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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답변이라기 보다, 횡설수설
    from 아무님의 서재 2015-10-17 08:46 
    먼댓글이라는 걸 처음 해봐서... ㅎㅎ 장강명 작가의 인기의 시작이 확실히 현재 사람들의 울분과 통했기 때문이라는 것에 저도 동의합니다. 대표적인 게 <표백>과 <한국이 싫어서>가 되겠죠. 그리고 현재 한국문학의 특징이 저 두 가지 안에 다 들어간다는 것도 슬프지만 사실이구요. 대표적인 것이 백수죠. 혹자는 2000년대 초까지 한국문학의 지배소가 신경숙의 고백하는 문체였다면, 현재의 지배소는 백수 캐릭터라 말하면서, 한국문학사상 가
 
 
2015-10-17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7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7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5-10-18 13:31   좋아요 1 | URL
생각보다 붉은 색 표지가 많지 않더라구요. 밝은 계열 중엔 많은 편이지만^^ 검은 색과 회색 등 무채색이 압도적이죠. 우주 관련 책은 거의 검은색~빨간색은 자본주의, 인간 심리 분석에 꾸준히 이용되는 듯. 파란색은 사회과학 분야가 많고^^

비로그인 2015-10-17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galma님이 시를 소설 만큼 읽으신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 준비하시는 것이 있나요? 농담은 결코 아닌 agalma님 말씀! 이상 끝...
재미 있네요...

AgalmA 2016-02-04 04:28   좋아요 0 | URL
^^카운트로는 한국 소설보다 시를 더 많이 읽었어요. 아무래도 분량이 더 짧다보니...
요즘 나온 시집을 읽어보려 주기적으로 훑어보는데, 다 거기서 거기 같아서....언어가 억지적으로 느껴지거나 감상의 나열...이 문젠 늘 있어왔죠. 닥치는 대로 시집 읽던 시기도 지났고, 제 선호를 뛰어 넘는 시집을 골라 읽고 싶은 욕심 때문에 선택이 쉽지 않아요. 자만심보다 제 기호상의 만족도, 시간에 대한 아까움 그게 복잡하게 얽힌 상황입니다; 그래서 관심두는 특정 시인들 위주로 읽는다거나 예전 시집을 반복해 읽는, 갇힌 틀 상황....오히려 시보다 소설이 제 만족도와 호기심을 더 채워주고 있죠.
제가 읽고 싶은 시(소설)를 더 쓰려고 노력하는데, 일 때문에 맥이 자꾸 끊겨 우울 바다입니다. 허허

몇몇 시집과 이성복 시론집도 조만간 읽어볼 생각입니다. 홀로 시에 대해선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분야 책에 관심을 가진 것도 사유와 언어의 확장 문제 때문이기도 하고요.
염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