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고 있는 책 중 하나입니다. 이론물리학자인 미치오 카쿠가 뇌과학으로 영역을 넓힌 책이죠. 물리학 기술이 뇌과학 연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렇게 영역을 확장해 사고하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우주과학 연구자는 오로지 우주만, 뇌과학과 신경과학 연구자는 또 오로지 임상사례만 말하기 일쑤입니다. 독자들은 그런 전문적이기만 한 연구 글에 애초에 눈길을 주지 않는 관계 단절 또한 있습니다.

 

 

 

§ 자신에게 최적화되어 가는 뇌

우리 태양계가 속한 은하수에 대략 1천억 개의 별이 존재하는 것과 인간 두뇌에도 1천억 개에 달하는 뉴런이 있다는 것, 둘의 어떤 유사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물음. 게놈 프로젝트까지 완성되고 인간의 뇌지도가 거의 드러나면서 우리는 그 심증들을 대입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나 그 유사성을 보고 찾는 것을 수학적 상상력, 과학적 상상력, 시적 상상력 등으로 정확히 가를 수는 없을 겁니다. 훌륭한 사고는 그 모든 상상력의 총체성에 기반한 작동이니까요. 지금껏 발견된 눈부신 이론과 법칙들이 이를 증명해주지 않았습니까.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통해 중력을 추론해낸 유명한 사례처럼. 그런데 제가 말해 놓고도 저 훌륭한 사고가 계속 찜찜합니다. 아니 훌륭한을 떼고 그냥 사고라고 해도 찜찜합니다. 진화로 인해 파충류 뇌(생물 뇌구조의 기본) - 포유류 뇌 - 인간의 뇌 이렇게 최종적으로 합체된 우리의 뇌구조는 최적화를 계속 도출해내려 한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생존·안위·이익·욕구 등이 기반이 된 발화와 행동들이 그것입니다. 피곤한 일일 거 같으면 회피하고, 화가 나면 좆까!”를 내뱉기도 합니다. 우리가 "좆"이라는 상스러운 단어를 알고 있어서의 언어적 문제만이 아닙니다. 어떤 것에 흥미를 보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사용하는 사고체계가 저는 흥미롭습니다. 좆까!”과연 그럴까요^^로 대체한다 해도 그 미묘하고도 근원적인 반발의 심리작동은 숨길 수 없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자신에게 최적화되어 있는 사고로 끊임없이 말하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이것은 점점 더 많은 이기심으로 확장되어가는 듯 보입니다. 요즘 새누리당은 그 대표적 표본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비논리와 억측으로 가득한, 뇌가 바라는 마음.

 

§§ 뇌가 이상하면 나도 이상한 건가? 그럼 돌이킬 수 없는 것인가?

저는 미치오 카쿠 <평행우주>로 우주과학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터에 요즘 또 제가 관심이 있는 뇌과학 분야의 책을 써주다니! 멋진 선생님 아닙니까^^? 물론 그는 뇌과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 분야의 권위자들의 인터뷰와 정보들을 취합해 사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각 분야의 책들을 읽고 서평 속에서 모아서 말하듯이. 이렇게 우리는 자신의 지식 기반에서 사고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어떤 사고는 아주 독특하고, 어떤 사고는 아주 보수적인, 다종다양한 발언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겠죠. 하지만 지식이 기반이듯이 뇌 또한 기반입니다. 뇌의 측두엽을 다친다면 우리는 우리에게 친숙한 (이런 비교 죄송합니다;) 어머니와 박근혜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알아보지 못하는데 제대로 된 사고가 나올 수 없죠. 우리가 흔히 이상하게 말하는 이들을 보며 머리가 이상한 거 아냐?”하는 건ㅡ편견에 차 있거나 이해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아서가 아니라면ㅡ 비교적 정확한 지적일 겁니다. 그러데 뇌 때문에 나는, 그는 그냥 이상한 인간이 되고 말 뿐입니까?

그렇다면 '나'라는 의미는 도대체 뭘까. 제정신인 '나'만 나인 것인가. 내가 판단할 수 있는 나만? 이런 상황에서 '너'라는 규정은 정당할 수 있는 것인가. 우리는 상대성을 강조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너무도 임의적이고 자의적인 것 아닌가. 

 

§§§  미치오 카쿠의 마음

아시다시피 뇌과학, 신경과학, 범죄학에서 빠지지 않고 만나게 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그림출처: 위키백과 外] 그의 머리를 관통한 쇠막대를 들고 있다;

 

1848년 미국의 철도노동자였던 피니어스 게이지의 사고. 다이너마이트 설치 사고로 쇠막대가 머리를 관통했는데도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건 말입니다. 선량했던 그는 치료 후 폭력적이고도 급격한 행동변화를 보이지요. 그의 사망 후 해부결과 좌뇌와 우뇌의 전두엽의 손실문제였다는 걸 알게 됐고, 이 사건은 신경과학과 뇌과학의 획기적 계기가 되었죠.

이런 사례를 접하면, 정말 착찹해집니다. 철학과 인문학이 인생의 최대 지침이 돼줄 거처럼 말하지만, 피니어스 사고처럼 뇌의 손상으로도 '나'라는 존재는 급변침하게 된다는 것.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류가 자신을 보존하려는 매우 현실적이면서 치밀한 방편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미치오 카쿠의 뇌과학 탐색은 인류애가 있습니다. 정신병을 가진 막내아들 때문에 고통을 겪은 아인슈타인, 다운증후군을 앓던 아들을 죽이고 자살한 파울 에렌페스트, 치매에 걸려 자신도 알아보지 못하고 결국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는 미치오 카쿠. 미치오 카쿠는 신경과학이 발전해 이렇게 고통 받았던 이들이 줄어들기를 바랍니다. 언젠가는 단순히 고통을 줄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매트릭스>처럼 지식과 기쁨, 조작된 기억도 주입하는 상황이 오겠지요. 그건 과연 (내) 삶이라 할 수 있는 걸까요? 각종 오락거리에 빠져 있는 지금은 그 원시적인 단계인 것뿐일까요?

 

무력하기도 한 인간인 저는 우리 사고의 최적화들을 매일 바라 봅니다. 밤하늘이 보여주고 있는 우주 앞에서처럼.

아직 이 책의 페이지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어떤 희망이 있을까, 저는 기다리며 발견하고 싶은 심정으로 읽어 나갑니다.  ​

​ㅡAgalma

 

 

 

 

 

)

북플에서는 안 보이실 텐데요. 이 글은 흔적님 서재 글에 대한 먼댓글 트랙백으로 쓴 글입니다.

어쩐지 마종기 시인과 루시드 폴이 생각납니다. 저는 루시드 폴 역할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 루시드 폴 안 들은 지도 꽤 됐네. 오랜만에~

 

 

 

 

 

 

 

 

 

 

 

 

 

 

 

 

 

 

 

 

동영상은 '루시드폴'이 되기 전 '미선이' 시절

찬찬히 들으니 '어떤날' 생각이...

 

 

 

 

 

 

 

 

 

 


댓글(4) 먼댓글(1)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마음의 미래, 목적의 미래
    from 공 음 미 문 2015-06-12 19:38 
    §『나는 내가 분석한다』(카렌 호나이, 2015) 책 제목도 있듯이 내게 독서는 그 목적이다. 삶의 많은 구렁텅이 중 어릴 때 한 번, 성인이 되어 또 한 번, 내가 직접 죽음에 아주 가까이 가보았던 게 가장 큰 엔진이 되었던 것 같다. 어제 영화 《엘리펀트 송》을 보며 또다시 짐작된 바다. 가족의 자살, 자살에 가까운 사고사, 타살에 가까운 사고사 등도 접하며 나는 삶의 경쟁에서 일찍 내려와 부유하는 삶에 밀착한 거 같다. 그래서 내 독서는 지식의 폭
 
 
에이바 2015-05-09 17: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중에 제시카 비엘 머리에 못이 박혀서 과격한 성격으로 바뀌는 작품이 있는데요. 피니어스 사고를 떠올리게 합니다. 인간은 너무 약합니다... 약간의 충격으로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고 자신을 잃게 되다니요. 행동이 달라진 피니어스는 이전과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여러 생각이 드네요. 과학의 발달이 인간 소외를 불러왔지만 신경과학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가장 인간적인 것을 지켜줄, 희망의 학문이라는 점도 아이러니하네요. 그렇다면 가장 인간다운 건 뭔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댄 시먼스의 <히페리온>을 보면요, 이건 좀 스포일런데 인간의 진화된 형태가 나와요. 외계 종족인 줄 알았더니... 행성의 기생물과 하나 되어 이지를 잃고 덜떨어졌는데 종교로 상징되는 하나, 즉 동일화에 집착하는 무린데요. 정말 최후의 최후에는 인류가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닌가 두려워지더군요. 뇌근육도 안 쓰면 굳는다는데 부지런히 사고해서 근육 빠방하게 만들어야겠어요

AgalmA 2015-05-09 17:50   좋아요 1 | URL
아니, 이렇게 멋진 댓글을 왜 비밀글로 쓰쎴어요. 조금 더 내용을 풀어 내셔서 서재글로 올리는 거 추천합니다. 댄 시먼스 <히페리온> 상당히 공감됩니다. 인간이 로봇개발은 하지만 상당히 두려워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죠. 인간성이라는 것의 무화가 바로 실현될테니까요. 우리의 두려움은 사실 현실화되어가고 있기에 점점더 인간성에 집착하고 강화하는 점이 있다고 봅니다.

에이바 2015-05-09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비밀글로 올라갔나요? 북플로 보니 모르겠는데 말이죠ㅜㅜ 풀겠습니다ㅠㅠㅠㅠ;;

AgalmA 2015-05-09 17:48   좋아요 1 | URL
저도 풀었습니다^^; 우리 무슨 슬랩스틱하는 거 같아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