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좋은 어린이책 <다다다 다른 별 학교>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엄혜숙(그림책비평가, 번역가)  

 
다, 다, 다, 다른

어릴 때는 새 학기만 되면 긴장과 함께 기대를 품곤 했다. 같은 반에 어떤 친구가 있는지에 따라 그 해의 학교생활이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또, 담임선생님이 어떤 성격인지에 따라 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지내도록 하는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완전히 자기 스타일대로 반을 이끄는 선생님도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저마다 개성적이던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은 두루뭉술해지고, 어떤 아이들은 도리어 개성이 두드러지기도 했던 것 같다.


<다다다 다른 별 학교>는 새 학기를 맞아 선생님과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이 어찌나 다른지 선생님은 깜짝 놀라 “어이쿠! 너희들 대체 어디서 왔니?”하고 묻는다. 그러자 아이들은 “우리요? 다 다른 별에서 왔죠.”하면서 자기가 온 별을 말한다. ‘작아도 별’에서 온 땅꼬마 아이, ‘생각대로 별’에서 온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아이, ‘반듯반듯한 별’에서 온 모범생 아이, ‘물음표 별’에서 온 호기심 많은 아이, ‘눈물나 별’에서 온 울보 아이, ‘뭐든지 별’에서 온 되고 싶은 게 많은 아이, ‘숨바꼭질 별’에서 온 부끄럼쟁이, ‘짜증나 별’에서 온 화를 잘 내는 아이, ‘거꾸로 별’에서 온 청개구리 같은 아이, ‘장난쳐 별’에서 온 개구쟁이, ‘뒤죽박죽 별’에서 온 치우기 싫어하는 아이, ‘두근두근 별’에서 온 걱정 많은 아이, ‘아맛나 별’에서 온 뚱뚱보 아이. 이번에는 아이들이 묻는다. “어이쿠! 선생님은 대체 어디서 오셨어요?” 그러자 선생님은 “나? 나는 너희들의 모든 걸 알고 있는 다알지 별에서 왔지.”하고 말이다.


이 그림책은 한 교실에 있어도 아이들은 저마다 완전히 다르고, 그런 아이들을 선생님은 다  인정하고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가는 어째서 이런 당연한 일을 그림책으로 만들었을까? 당연한 일이 교실에서 여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아이들이 저마다 자기소개를 할 때, 화면에 가득한 재미있는 그림이 독자를 즐겁게 한다. 글에서 표현한 것 이상을 위트 있는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개성 있는 존재가 되라고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미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니고 태어난 존재다. 저마다 다른 개성을 살려, 자기답게 살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 그림책은 보여준다.


이 그림책을 읽고 나서 ‘나는 어느 별에서 왔을까?’ 생각해 봐도 좋겠다. 자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이 그림책을 읽고 나서 읽은 사람들끼리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도 좋겠다.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람이 공존하고, 다양한 문화가 꽃필 때 우리 사회는 더 풍요롭게 될 것이다. 이 작품은 다문화 시대를 살아야 하는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커다란 시사점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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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좋은 어린이책 <한밤중 시골에서>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이야기를 듣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밤, 장소로는 시골집, 계절로는 여름입니다. 제가 어릴 때도 그랬습니다. 방학을 맞아 할머니가 계시는 시골집에 놀러 가면 귀신 이야기를 들었어요. ‘불을 켜면 더 덥다’, ‘모기 온다, 쫓아라.’ 말하면서 어른들은 아이들을 일찍 재우려고 일찌감치 집안의 불을 다 끕니다. 부채질을 해봐도 날은 덥고 잠이 오지 않을 때면 으슬으슬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습니다. 창밖에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 그림자 사이로 달빛이 일렁이고요. 마루 끝에서부터 번지는 모기향 냄새가 매캐합니다. 컴컴한 곳에 누워서 할머니에게 듣는 귀신 이야기는 정말 무서웠어요. 그러다가 지나가는 소나기에 천둥이라도 내리치면 팔다리가 오싹하며 움츠러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제 여름 더위를 내쫓아준 걸로는 무서운 이야기가 일등이었습니다.

 

올여름도 참 더웠습니다. 『한밤중 시골에서』는 그 여름 끝에 잘 어울리는 무서운 동화입니다. 방학을 맞아 주인공 장우와 동생 선우는 느린 기차를 타고 한참 가야 하는 산속 끄트머리 마을의 할머니댁에 갑니다. 거기 가면 핸드폰 게임에 나오는 몬스터를 잡을 수 있을 거라며 잔뜩 흥분해서 찾아가지만 시골집은 휑하고, 몸이 아프다고 하시던 할머니는 어딘가 이상하며, 이웃집 아이 나희는 예전과 다르게 낯섭니다. 정들었던 강아지와 고양이도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밤마다 들려오는 정체 모를 발소리, 두 아이를 겨냥하며 조금씩 다가오는 흉흉한 기운은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습니다. 얼른 이곳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지만, 나희의 말에 따르면 얼마 전부터 이 마을에는 오가던 버스도 끊겼다는 것입니다. 그러는 가운데 할머니는 선우의 생일을 앞두고 잔치를 준비합니다. ‘내 가족을 위한 잔치’라며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음식을 장만하던 할머니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장우가 찾아 헤매던 몬스터는 과연 어떤 모습이 되어 나타날까요?

 

이 책은 고전적인 공포물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익숙하지만 묘하게 고립된 공간, 의문의 이웃, 기이한 신호, 의외로 침착한 주변 사람들까지 우리를 스멀거리는 공포 속으로 데려가는 수상한 요소들이 하나하나 배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흔한 옛이야기의 반복은 아닙니다. 두 아이는 핸드폰을 갖고 있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엄마는 아이들의 안전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귀신은 안부문자와 문자 사이에 끼어들어 교묘하게 아이들을 벼랑으로 몰아붙입니다. 게임에서 틈만 나면 몬스터를 잡으러 다니는 친구 갑철이도 장우가 실제 괴물과 싸우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결코 믿어줄 것 같지 않습니다.

 

장우와 선우처럼 우리는 어지간한 무서운 이야기쯤은 우습게 생각합니다. 위성이 우리들의 위치를 한 시도 빠짐없이 찾아내는 현란한 시대니까요. 하지만 이 작품은 잊고 있던 우리 마음속의 두려움을 슬쩍 건드립니다. 내가 믿는 사람이 원래 알던 그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공포, 불쑥 나타나는 검은 덩어리들의 섬뜩함, 여기는 위험한 곳이며 결국 구출되지 못 할지도 모른다는 아득한 감정을 건드리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대부분 우리가 괴롭혔던 것이라는 서사의 마무리까지 전통적인 공포 서사의 경험을 되살려줍니다.

 

무서운 이야기는 우리를 훌쩍 자라나게 합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무서운 이야기의 효과는 우리의 더위를 한달음에 식혀준다는 것입니다. 폭염이 길었지만 한동안 늦더위가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뜨겁기만 한 핸드폰에서 눈을 떼고 서늘한 시골집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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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좋은 어린이책 <귀신 은강이 재판을 청하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안미란(동화작가)


무섭고 기이하고 묵직하나 우스꽝스러운

‘억울한 귀신’, ‘신비의 물건’, ‘기이한 변신’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어 오랜 세월 사랑받아왔다. <귀신 은강이 재판을 청하오>는 이 세 가지가 다 나온다. 어린이는 호기심이 많아 경이로운 것에 마음을 뺏긴다. 어린이들은 경이로운 소재에, 아슬아슬한 감정의 흐름까지 기대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듣거나 읽고 싶어 한다.


귀신 이야기는 무척 매력적이다. 무섭고 소름 끼치고 해코지당할까 불안한데 왜 자꾸 마음이 끌리는 걸까? 신기한 물건이 나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흔하게 접하는 일상의 물건들이 알고 보니 신비한 능력을 지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흔한 공상이지만 얼마나 즐거운가. 변신 이야기도 늘 흥미롭다. 여우가 여인으로 둔갑하거나 몽당비가 남정네가 되어 나타나거나 자동차가 변신 로봇이 되거나 하는 것 말이다.


은강이는 어린 여자다. 하얀 소복을 입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니, 예의 그런 처녀 귀신이 맞다. 무방비 상태에서 비명횡사한 억울한 혼령이자 사회적 소수자로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사람. 하지만 당당히 재판을 여는 은강이의 모습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은강이가 증인이랍시고 데려오는 인물은 연못의 개구리들, 세책점 계집아이 삼월이처럼 낮고 하찮은데……,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신비한 거울은 앞날의 모습을 비춰 주었다. 현대 최첨단 장비로도 불가능한 ‘미래를 읽는 도구’가 권력자의 눈에 띄고 만 것이다. 임금은 장차 글을 쓰게 될 모습이 비친 여자애를 ‘나쁜’ 아이라고 단정 짓고 옥에 가둬 버렸다. 스스로, 혹은 어울려서 쉼 없이 변화하는 게 인간의 본성인데, 그런 인간을 ‘나쁜/좋은’으로 나누는 순간 공포가 다가왔다. 이분법적 사고와 권력의 감시가 우리 삶을 어떻게 피폐하게 만드는지 섬뜩하다.


나라의 법도 혹은 실정법을 어긴 자를 처벌하는 것이 능사일까? 공명정대한 암행어사는 으스스한 일을 겪고 미스터리한 사건 뒷면의 진실을 밝혀냈지만 왜 자책감에 시달리게 되는 걸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문제가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첫 문장은 “얼마 전 대궐에서 일어난 사건을 이야기해 달라고? 그러지 뭐. 마침 나도 할 일이 없어 심심하던 참이니까.”라며 독자에게 슬쩍 말을 걸듯 이야기판을 벌인다. 시종일관 입말체로 풀어내 마치 옛이야기를 곁에서 듣는 것 같다. 아슬아슬하고 무섭고 신기한 이야기에 빠져들면 그 안에 간절한 소원, 용기 있는 행동, 당당하지만 사려 깊은 태도의 필요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표지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삽화가 선명하고 으스스한 옛이야기 분위기에 어울린다. 푸르스름한 기운에 싸인 저승사자의 시커먼 입술이라든지 핏기 없이 연못에 둥둥 뜬 원님의 모습은 기괴하고 무섭다. 하지만 밝은 색상과 익살스럽게 표현된 등장인물의 표정, 다양한 화면 해석으로 그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린이 독자들이 그림을 보면서 추리하거나 해석할 여지도 많아 책 읽기가 즐거울 것이다.


은강이는 자기 생명을 잃게 한 악인에게 어떤 벌을 내릴까? 은강이가 죽던 날, 그 와중에 억울하게 밟혀 죽은 작은 생명이 하나 있었으니 은강이는 이 작은 귀신으로 처벌을 맡게 하였다. 그게 누구인지, 어린이들은 퍼즐 맞추듯 즐기며 이야기를 읽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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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좋은 어린이책 <꿈을 꿔요>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영주(풀빛미디어 편집장)

 

반려견은 어떤 꿈을 꿀까?
포근한 담요를 베고 잠든 강아지의 편안한 모습이 표지를 장식한다. 언뜻 얼마 전에 봤던, 고양이 발이 가득해 절로 웃음이 났던 사진집이 떠오른다. 이 그림책도 사랑스럽게 잠든 강아지의 모습을 잔뜩 담은 책일까? 미소를 머금고 책장을 넘겨 본다.

 

강아지 ‘콩이’의 꿈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여러 반려견의 다양한 꿈을 소개한다. 콩이의 꿈은 달콤하다. 외모도 콩이의 꿈만큼 예쁘다. 하지만 그다음부터 등장하는 반려견들의 꿈은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깊게 생각해봐야 할 부분, 놓치고 있지 않나 수시로 되새김해야 하는 내용이 많다.

 

작품에 등장하는 열 마리의 각기 다른 개 중에 특히 마음에 남은 건 붉은색 스웨터를 입은 ‘순돌이’였다. 순돌이는 차가운 도시 강아지의 면모를 뽐낸다. 추우면 외투를 입고, 비가 오면 비옷을 입는다. 심지어 큰 행사가 있을 때는 나비넥타이도 맨다. 하지만 순돌이는 꿈속에서 진흙탕을 뒹군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쨍한 대목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1천만 명, 약 590만 가구가 넘는다. 이 중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한다고 하는 사람도 68퍼센트에 달하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금은 초등학교 때부터 교과 과정에 반려동물에 관한 교육을 하고 있고, 반려동물과 함께 더 행복하게 사는 법을 차근차근 개선해 나가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귀여운 강아지 ‘콩이’는 단지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반려동물을 들이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순돌이’는 사람 위주 생활 공간에서 사는 개의 삶을 보여준다. ‘초코’는 주인을 잃어버려 길에서 산다. 문밖을 바라보는 ‘달님이’를 통해 갇혀 산다는 게 어떤 건지 미루어 생각하다 마음이 아득해졌다. 백내장에 걸린 ‘두리’는 늙은 개다. 계속 짖는 ‘라이카’를 사람들은 나쁜 개라고 한다, 라이카의 두려움도 모르면서. 온종일 혼자 있는 ‘나무’의 친구는 양말뿐이다. ‘순순이’는 울타리 밖을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다. ‘코나’는 무척 큰 개다. 그 크기만으로 인간과 함께 지내기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랴.

 

오래전부터 인간은 개와 함께 살았다. 현생 인류가 살아남은 이유 중에 하나도 개를 키웠기 때문이라는 학설이 있을 정도다. 그렇게 오랫동안 인류의 벗이었던 개를 인간은 이제야 배우고 있다. 함께하는 반려견이 행복해질 방법을 궁금해하고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던가. 이 책은 개 한 마리 한 마리에 큰 주제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따뜻한 붉은색으로 포인트를 준 그림은 절제된 색감으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다양한 개의 꿈으로 그들 내면의 그리움과 바람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상실감보다는 견주와 나누는 따뜻한 교감의 중요성을 차분하면서도 낙관적인 시선으로 소개한다. 모든 개가 꾸었던 하나의 꿈은 어린이와 함께 생각해볼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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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좋은 어린이책 <수상한 나무들이 보낸 편지>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엄남용(오산 대호초등학교 교사)


수상한 나무들이 편지를 보내 왔다. 책을 펼치자 파스텔 톤의 세계 지도와 목졸라나무, 빵나무, 금화나무 등 별난 나무 이름들이 보인다. 설마 지구에 실제로 사는 나무들일까? 목졸라나무는 정말로 목을 조르고, 빵나무에서는 빵이 열리는 것일까?


나무들이 직접 쓴 것 같은 편지와 발랄하고 귀여운 그림이 눈길을 끈다. 나무들의 편지는 가장자리가 알록달록한 테두리로 장식된 편지지 위에 적혀 있다. 거꾸로나무, 소시지나무, 무지개나무처럼 신기한 별명이 붙은 나무들이 자신을 소개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은행나무, 자귀나무의 친척인 비나무는 물론이고, 들어본 적이 없는 색다른 나무들도 만날 수 있다. 씨앗이 폭발하는 다이너마이트나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꼬마나무, 불룩한 몸통에 물을 저장하는 유리병나무, 강에서 바다 쪽으로 나아가는 걷는나무 등등. 개성이 넘치는 나무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상상력을 넓히고 더 큰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게 된다.


원작과 달리 본문에도 학명을 수록하여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나무에 대한 추가 자료나 사진을 정확히 찾아볼 수 있다. 어린이에게 어려울 수도 있는 학명의 뜻은 “과학자들이 세계 공통으로 동물과 식물에 붙인 이름”이라고 쉽게 풀어 설명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재미난 별명을 나무들에게 붙여 아이들이 나무 이름에 관심을 갖게 한다. 은행나무로 어지럼증에 좋은 약을 만든다거나, 아카시아개미들이 쇠뿔아카시아나무 주위의 풀을 씹어 먹는다든지, 소소한 정보들이 깨알 같이 담긴 점도 재미있다. 책의 맨 뒷부분에는 세계 지도가 하나 더 그려져 있는데, 이 지도에는 나무의 이름들이 지워져 있다. 책에서 만난 나무들을 직접 스케치북에 그려 보고, 나무가 사는 곳을 알아맞히는 퀴즈 놀이에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나무의 생태와 습성에 관한 이야기는 저절로 나무와 짐승, 나무와 인간의 관계로 이어진다. 박쥐들은 거꾸로나무 꿀을 마시고 나서 가지에 거꾸로 매달린다. 인간은 먼 옛날부터 나무 열매에서 영양을 섭취해 왔다. 나무는 단순히 인간에게 이용되는 대상이 아니라, 나무와 우리 모두 함께 살아가는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각 나무의 모양과 특징에 어울리는 기발한 별명을 생각해 낸 작가처럼, 독자 여러분도 주변의 나무에게 관심과 애정을 조금 더 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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