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좋은 어린이책 <B가 나를 부를 때>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전현정(동화작가)

 

나와 ‘다름’을 알게 해 주는 이야기
학부모가 되면 자연스레 고민거리 하나가 생겨납니다. 바로 ‘따돌림’문제입니다. 학원 폭력이 심각해지면서 내 아이가 조금이라도 괴롭힘을 당한다 싶으면 전후 사정을 살피기 전에 우선 내 아이부터 보호합니다. 하지만 부모가 섣불리 끼어드는 순간부터 한 아이는 가해자가 되고, 한 아이는 피해자가 됩니다.


‘따돌림’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고, 그 아이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반면 따돌림의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의 이야기에는 귀 기울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B가 나를 부를 때》는 따돌린 아이와 따돌림을 당한 두 아이의 시선이 함께 다뤄졌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따돌림을 당한 주인공이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면서부터 주인공은 B를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가 아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아이’로 바라보게 됩니다. B도 상대가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됩니다. 그 사이 주인공의 엄마는 한 발 물러나 아이들 스스로 관계를 조율할 시간을 주고 지켜봅니다. 그렇다고 주인공과 B가 친한 친구 사이가 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 책에서는 서로의 ‘다름’을 알고 인정해 주라고 할 뿐 억지로 좋은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등을 떠밀지 않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숙제입니다. 현실 속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지켜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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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좋은 어린이책 <하늘로 날아간 꼬마열차>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정제광(동화작가)

 
‘수인선 협궤 열차, 일명 꼬마열차에 얽힌 일제 강점기의 민족 수난사를 의미 깊게 다룬 역사 판타지 동화.’
작품 성격과 내용을 전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머릿속에 흔한 그림만 그려질 뿐이다. 전형적인 인물과 그의 기억, 일제 강점기의 수난에 얽힌 전형적인 사건……. 우리 문학사에 그런 이야기는 흔하다. 이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물론 이 책에는 협궤 열차도, 일제 강점기의 민족 수난사도 등장하지만 이야기의 초점은 그것을 드러내는 데 있지 않다.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 ‘사실에 관한 기억’을 겨냥하고 있다. 할아버지의 기억은 지금 사라지고 있고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경험 역시 기억과 함께 희미해지고 있다. 작가가 일제 강점기의 수난사를 구체적으로 파고들지 않고 그런 일이 ‘있었다’ 정도로만 다룬 이유이다. 구체적인 사건과 사실은 뒤로 물리고 ‘사라짐’, ‘잊혀짐’, ‘존재하지 않음’에 대한 진실을 앞세운다. 이 이야기가 기억과 생명을 잃어가고 있는 한 할아버지의 존재론적 투쟁 이야기로 읽히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지금 소멸해 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절실한 문제이다.


‘그곳은 철길이면서도 철길이 아니었다. 그저 황량한 들판일 뿐이었다.’


작품의 첫 문장에서부터 작가는 ‘철길인가, 아닌가’ 즉, 그곳에 철길이 있나 없나부터 다룬다. ‘기억’과 ‘의미’ 같은 추상어뿐 아니라 철길과 꼬마열차 같은 구체적이고 단단한 물체까지도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


이 문제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다양하게 변주 확장된다. 철길도, 아이도, 열차도, 기억도, 역사도, 역사에 대한 인식도 ‘있느냐 없느냐, 사라지느냐 남느냐’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 햄릿의 저 유명한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라는 말이 떠오른다.


‘들판에 열차가 지나가거나 열차가 서는 역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14쪽)
‘마치 헛것을 본 듯 분명히 보았던 게 사라지고 보지 못했던 게 나타나기도 했다.’(15쪽)
‘봄은 할아버지의 기억 속에만 있었다.’(39쪽)
‘눈 한 송이가 할아버지의 손바닥에 살포시 내려앉더니 금세 스르르 녹아 버렸다.’
‘우리 선조들의 땅이었잖아요. 우리가 그 땅을 잊어버려서 잃어버린 땅이 되었지만.’(82쪽)
‘그 아픔과 슬픔을 자꾸 들려주세요. 사람들이 잊어버리지 않도록.’(83쪽)
‘기억해야만 해요.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더 아프고 슬플 일이 생길 거예요.’(84쪽)
‘요즘 기억이 지워지면서 내가 점점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 가는 걸 느낀단다. 내 기억의 박물관, 기억의 전시관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가끔 내가 잊어버린 걸 되돌아볼 수 있게.’(94쪽)
‘이러다 모든 게 꼬마열차처럼 잊히고 사라지겠지.’(111쪽)


환상을 제거하면 이 이야기에는 할아버지 한 사람만 등장할 뿐이다. 아이도, 아이의 누나도, 아이의 부모도 모두 기억과 환상 속에만 존재하니까. 그 ‘있음과 없음’ 사이를 꼬마열차가 오가며 연결해 준다.


꼬마열차는 기억뿐 아니라 할아버지를 싣고 하늘나라로 떠난다. 할아버지가 사라졌으니 할아버지가 그토록 찾던 의미도 사라졌을까? 결국 할아버지의 인생은 실패한 것일까?


아니다. 비록 지금은 운행을 중지한 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한 꼬마열차는 현재와 과거, 삶과 죽음 사이를 힘차게 오가며 의미를 실어 나를 것이다. 현재의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해야 역사도 인생도 의미있게 만들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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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좋은 어린이책 <철새, 생명의 날갯짓>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황보연(조류학자)


“철새는 왜 계절에 따라 먼 거리를 이동하는 걸까? 한 곳에서 보금자리를 틀고 살면 힘들지 않고 편할 텐데…….” 우리는 따뜻한 봄이나 서늘한 계절이 오면 어김없이 찾아드는 철새를 보면서 이러한 궁금증을 품습니다. 이 호기심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졌으며, 많은 과학자에게 오랜 숙제와 같은 질문이었습니다.

 

성경이나 옛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도 철새의 이동을 이야기했고, 중국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의 노비는 매년 같은 제비가 같은 곳으로 오는지가 궁금해서 제비 다리에 작은 천 조각을 다리에 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철새의 장거리 비행에 대한 자료가 축적되기까지는 ‘제비가 겨울철이면 물속으로 들어가 겨울잠을 자는 것이다.’라는 우스운 추측이 나오는 등 연구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요. 오늘날에야 비로소 인공위성을 이용한 추적 장치 등 첨단 과학이 발달하며 철새들의 이동 속도와 경로 등을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철새가 왜 힘들여 먼 거리를 이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다양한 가설과 이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오늘날까지 축적된 연구와 실험의 결과를 바탕으로 철새 120여 종을 나라별로 분류하고 주요 경로, 번식지와 월동지, 이동 습성, 번식 습성 등 탄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저 많은 양의 정보만을 전달하기 위한 책은 아니지요. 작가는 ‘철새는 더위와 추위로부터 생명을 지키고,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풍부한 먹이와 살기 좋은 장소를 찾아 이동한다.’라는 숭고한 메시지를 함께 전달합니다.

 

독자는 우리에게 친근한 철새인 제비로 시작하여, 미처 몰랐던 수많은 철새의 멀고 험난한 여정을 함께하다 보면, 철새들이 지금껏 지켜온 삶의 방식에 대해 감동할 것입니다. 또한, 철새의 이주 본능을 위협하고 생명까지도 잃게 하는 인간들의 이기심과, 철새가 ‘조류 인플루엔자’를 옮긴다는 숱한 오해, 환경 문제까지도 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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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좋은 어린이책 <장군님과 농부>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심상정(국회의원)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를 읽고 광장을 가득 채우며 타오르던 촛불이 떠올랐습니다. 『장군님과 농부』는 정의로운 나라를 바라는 수많은 국민들의 마음, ‘민심’을 되새겨 보게 합니다. 이 책은 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포한 대한민국헌법 제1조를 다시금 떠올리게 합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우리의 사명을 일깨웁니다. 더불어 참다운 지도자는 어떤 리더십을 갖춰야 하는지 생각할 거리를 던집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으며 즐겁게 토론하는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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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좋은 어린이책 <내 마음속에는>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승민(동화작가)


처음 책을 봤을 때 창밖을 보는 남자의 모습이 내 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 한 장씩 넘겨보는데 가슴을 쿵 치는 문장이 등장했습니다.

‘난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뭘 하긴 하는 걸까?’

아주 오래전부터 주변을 맴도는 말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회사에 가고 저녁 늦게까지 정신없이 일하고 돌아와도 같은 느낌입니다. 휴가를 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하루를 보내도 같은 느낌입니다.

주인공이 고민을 하다 낯선 첫걸음을 내디뎠을 때, 그 안으로 쏙 빠져들었습니다. 용기라는 게 대단해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저 시선을 약간만 돌려 다른 쪽을 바라보고 한걸음 내디디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다른 면으로 그만큼 어려운 일도 없습니다. 스스로 끊임없이 의심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다짐하지만, 늘 제자리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게 일상이니까요.

돌이켜보니 나는 그만한 용기가 있었나 생각이 됩니다. 아무래도 없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의 발걸음에 더 공감이 갔습니다.

주인공은 가는 길에 스치는 사람들을 하나씩 바라보면서 그들이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이야기합니다.

‘이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는 있는 걸까?’
‘나와 같은 곳으로 가는 건 아닐까?’

주인공의 시선은 평범하지만 동시에 특별해 보입니다. 나는 주인공을 닮고 싶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우직한 발걸음,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고민과 갈등, 그리고 결심. 그 모습을 따라가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남자가 도착한 곳은 어디일까요? 어쩌면 나도, 우리도 같은 장소에 있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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