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좋은 어린이책 <내 멋대로 나 뽑기>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정해왕(동화작가, 어작교 대표)

 

내 멋대로! 내 뜻대로?
제비뽑기든 인형 뽑기든 장난감 뽑기든 무언가를 뽑는 일은 일차적으로 자신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 선택의 결과는 자신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바로 이 점이 뽑기의 묘미일 것이다. 내 맘대로 고르되 내 뜻대로 풀리지만은 않는 일. 그러하기에 더욱 설레는 일.


최은옥 작가는 앞서 자신의 마음이 선택하는 대로 두 번의 뽑기를 시도했고, 다행히 그 결과는 독자의 뜨거운 반응으로 나타났다. 이제 그가 세 번째 뽑기에 도전한다. ‘친구’와 ‘아빠’에 이어 ‘나’를 뽑기로 한 것이다.


모름지기 동화 속에서 판타지가 벌어지기 위해서는 비범한 공간이나 비범한 물건이나 비범한 존재가 필요하다. 그래야 독자들이 ‘그럴싸하다’고 넘어가 주기 때문이다. 최은옥 작가는 무리수를 두지 않으면서도 이야기 흐름에 잘 어울리는 비범함을 연출해 낸다.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극히 평범한 여자아이 민주는 비범한 천막 안에서 뽑은 비범한 카드의 도움으로 ‘그림 잘 그리는 나’에다가 ‘똑똑하고 자신감 넘치는 나’에다가 ‘예쁘고 날씬한 나’에다가 ‘춤 잘 추는 나’에다가 ‘친구들한테 인기 많은 나’까지를 한 몸에 얻게 된다. 평소 자신이 부러워하던 여러 친구들의 장점을 두루 갖추게 된 셈이다.


이제 더 바랄 게 없다 싶은 그 순간에, 전혀 뜻밖의 상황이 벌어진다. 내 멋대로 뽑았으나 내 뜻대로 풀리지만은 않는 뽑기의 조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 조화는 민주를 자꾸 궁지로 몰아가고, 결국 민주는 애초의 천막으로 달려가며 난생처음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진짜 나는 누구일까?’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이미 정해진 착한 주제를 향하여 나아가는 ‘착한 동화’다. 주제가 뚜렷하게 정해져 있기에 자칫 뻔한 흐름에 빠질 위험도 크다. 하지만 최은옥 작가는 그 뻔함의 함정들을 슬기롭게 피하면서, 어린이 독자들이 흥미진진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간다.


세월이 흐를수록 세상은 점점 더 간교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꼬드긴다. 너 자신을 남과 비교해 보라고. 너 자신을 잘 포장하여 더 값나가는 상품이 되라고. 그 꼬드김에 넘어간 사람들은 남과의 끊임없는 비교를 통하여 우울함에 빠지거나 우월감에 도취된다. 어린이라고 해서 결코 예외가 아니다. 어쩌면 비교로 인한 부작용은 어린이들에게 더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 위험천만한 비교의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작가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너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야. 지금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멋져!”


부모님도, 선생님도, 다른 어른들도 우리 아이들에게 그리 말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 말하기가 영 쑥스럽거든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어 보시라. 비교의 시대에는 뽑기에 묘미에 빠져 봄도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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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좋은 어린이책 <용감한 젊은이와 땅속 나라 괴물>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정경 : 인천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이야기
아주 먼 옛날, 글이 없거나 글을 아는 이들이 많지 않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이야기 듣기를 좋아했습니다. 그 이야기들 가운데 몇몇은 지금까지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우리 곁에 남아 있지요. ‘지하국 대적 퇴치 설화’를 주제로 한 《용감한 젊은이와 땅속 나라 괴물》 이야기도 이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 젊은이가 땅속 나라 괴물에게 잡혀간 공주들을 구하는 이이야기는 특히 인기가 많았답니다. 조금씩 다르게 전해오는 이야기가 수십 편이 있을 정도로요. 이 옛이야기를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마도 사람들은 인간보다 힘이 센 괴물을 평범한 젊은이가 물리치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젊은이는 괴물이 자신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곤경에 빠진 공주들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 이들을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젊은이의 이 무모한 도전을 응원하게 되죠. 또한 사람들은 머리 아홉 달린 땅속 나라 괴물을 물리치는 데 지혜를 발휘하는 공주들의 활약에도 손뼉을 칩니다. 공주들은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땅속까지 찾아온 젊은이가 괴물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자 ‘장수되는 물’을 가져다주고, 괴물을 속여 약점을 알아내며, 무쇠칼에 잘린 괴물의 아홉 머리가 다시 몸통에 붙지 않도록 재를 뿌립니다. 가만히 앉아서 젊은이가 구해 주기만을 기다리는 공주가 아니라 땅속 나라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방법을 궁리하는 모습이 멋져 보이지 않을 리 없지요.


여기에 더해 이 옛이야기는 용기를 갖고 옳은 일을 하면 결국 하늘이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실현되는 모습을 보여 주죠. 젊은이와 함께 길을 떠난 무사들이 배신해 땅속 나라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젊은이는 산신이 남긴 말을 타고 땅속 나라에서 벗어납니다. 젊은이가 무사들을 처치하고 거짓을 바로잡는 장면은 옛이야기의 틀이기도 한 착한 이는 복을 받고, 악한 이는 벌을 받는다는 변하지 않는 진리를 그리고 있지요. 이는 우리 모두가 바라는 바이기도 해요.


《용감한 젊은이와 땅속 나라 괴물》은 땅속 나라 괴물과 싸우는 용감한 젊은이와 씩씩한 공주를 응원하는 우리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야기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이야기를 읽고 비슷한 마음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바라보니, 우리는 언어가 다르고 사는 곳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친구가 될 수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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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좋은 어린이책 <B가 나를 부를 때>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전현정(동화작가)

 

나와 ‘다름’을 알게 해 주는 이야기
학부모가 되면 자연스레 고민거리 하나가 생겨납니다. 바로 ‘따돌림’문제입니다. 학원 폭력이 심각해지면서 내 아이가 조금이라도 괴롭힘을 당한다 싶으면 전후 사정을 살피기 전에 우선 내 아이부터 보호합니다. 하지만 부모가 섣불리 끼어드는 순간부터 한 아이는 가해자가 되고, 한 아이는 피해자가 됩니다.


‘따돌림’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고, 그 아이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반면 따돌림의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의 이야기에는 귀 기울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B가 나를 부를 때》는 따돌린 아이와 따돌림을 당한 두 아이의 시선이 함께 다뤄졌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따돌림을 당한 주인공이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면서부터 주인공은 B를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가 아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아이’로 바라보게 됩니다. B도 상대가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됩니다. 그 사이 주인공의 엄마는 한 발 물러나 아이들 스스로 관계를 조율할 시간을 주고 지켜봅니다. 그렇다고 주인공과 B가 친한 친구 사이가 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 책에서는 서로의 ‘다름’을 알고 인정해 주라고 할 뿐 억지로 좋은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등을 떠밀지 않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숙제입니다. 현실 속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지켜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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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좋은 어린이책 <하늘로 날아간 꼬마열차>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정제광(동화작가)

 
‘수인선 협궤 열차, 일명 꼬마열차에 얽힌 일제 강점기의 민족 수난사를 의미 깊게 다룬 역사 판타지 동화.’
작품 성격과 내용을 전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머릿속에 흔한 그림만 그려질 뿐이다. 전형적인 인물과 그의 기억, 일제 강점기의 수난에 얽힌 전형적인 사건……. 우리 문학사에 그런 이야기는 흔하다. 이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물론 이 책에는 협궤 열차도, 일제 강점기의 민족 수난사도 등장하지만 이야기의 초점은 그것을 드러내는 데 있지 않다.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 ‘사실에 관한 기억’을 겨냥하고 있다. 할아버지의 기억은 지금 사라지고 있고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경험 역시 기억과 함께 희미해지고 있다. 작가가 일제 강점기의 수난사를 구체적으로 파고들지 않고 그런 일이 ‘있었다’ 정도로만 다룬 이유이다. 구체적인 사건과 사실은 뒤로 물리고 ‘사라짐’, ‘잊혀짐’, ‘존재하지 않음’에 대한 진실을 앞세운다. 이 이야기가 기억과 생명을 잃어가고 있는 한 할아버지의 존재론적 투쟁 이야기로 읽히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지금 소멸해 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절실한 문제이다.


‘그곳은 철길이면서도 철길이 아니었다. 그저 황량한 들판일 뿐이었다.’


작품의 첫 문장에서부터 작가는 ‘철길인가, 아닌가’ 즉, 그곳에 철길이 있나 없나부터 다룬다. ‘기억’과 ‘의미’ 같은 추상어뿐 아니라 철길과 꼬마열차 같은 구체적이고 단단한 물체까지도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


이 문제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다양하게 변주 확장된다. 철길도, 아이도, 열차도, 기억도, 역사도, 역사에 대한 인식도 ‘있느냐 없느냐, 사라지느냐 남느냐’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 햄릿의 저 유명한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라는 말이 떠오른다.


‘들판에 열차가 지나가거나 열차가 서는 역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14쪽)
‘마치 헛것을 본 듯 분명히 보았던 게 사라지고 보지 못했던 게 나타나기도 했다.’(15쪽)
‘봄은 할아버지의 기억 속에만 있었다.’(39쪽)
‘눈 한 송이가 할아버지의 손바닥에 살포시 내려앉더니 금세 스르르 녹아 버렸다.’
‘우리 선조들의 땅이었잖아요. 우리가 그 땅을 잊어버려서 잃어버린 땅이 되었지만.’(82쪽)
‘그 아픔과 슬픔을 자꾸 들려주세요. 사람들이 잊어버리지 않도록.’(83쪽)
‘기억해야만 해요.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더 아프고 슬플 일이 생길 거예요.’(84쪽)
‘요즘 기억이 지워지면서 내가 점점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 가는 걸 느낀단다. 내 기억의 박물관, 기억의 전시관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가끔 내가 잊어버린 걸 되돌아볼 수 있게.’(94쪽)
‘이러다 모든 게 꼬마열차처럼 잊히고 사라지겠지.’(111쪽)


환상을 제거하면 이 이야기에는 할아버지 한 사람만 등장할 뿐이다. 아이도, 아이의 누나도, 아이의 부모도 모두 기억과 환상 속에만 존재하니까. 그 ‘있음과 없음’ 사이를 꼬마열차가 오가며 연결해 준다.


꼬마열차는 기억뿐 아니라 할아버지를 싣고 하늘나라로 떠난다. 할아버지가 사라졌으니 할아버지가 그토록 찾던 의미도 사라졌을까? 결국 할아버지의 인생은 실패한 것일까?


아니다. 비록 지금은 운행을 중지한 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한 꼬마열차는 현재와 과거, 삶과 죽음 사이를 힘차게 오가며 의미를 실어 나를 것이다. 현재의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해야 역사도 인생도 의미있게 만들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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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좋은 어린이책 <철새, 생명의 날갯짓>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황보연(조류학자)


“철새는 왜 계절에 따라 먼 거리를 이동하는 걸까? 한 곳에서 보금자리를 틀고 살면 힘들지 않고 편할 텐데…….” 우리는 따뜻한 봄이나 서늘한 계절이 오면 어김없이 찾아드는 철새를 보면서 이러한 궁금증을 품습니다. 이 호기심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졌으며, 많은 과학자에게 오랜 숙제와 같은 질문이었습니다.

 

성경이나 옛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도 철새의 이동을 이야기했고, 중국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의 노비는 매년 같은 제비가 같은 곳으로 오는지가 궁금해서 제비 다리에 작은 천 조각을 다리에 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철새의 장거리 비행에 대한 자료가 축적되기까지는 ‘제비가 겨울철이면 물속으로 들어가 겨울잠을 자는 것이다.’라는 우스운 추측이 나오는 등 연구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요. 오늘날에야 비로소 인공위성을 이용한 추적 장치 등 첨단 과학이 발달하며 철새들의 이동 속도와 경로 등을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철새가 왜 힘들여 먼 거리를 이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다양한 가설과 이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오늘날까지 축적된 연구와 실험의 결과를 바탕으로 철새 120여 종을 나라별로 분류하고 주요 경로, 번식지와 월동지, 이동 습성, 번식 습성 등 탄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저 많은 양의 정보만을 전달하기 위한 책은 아니지요. 작가는 ‘철새는 더위와 추위로부터 생명을 지키고,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풍부한 먹이와 살기 좋은 장소를 찾아 이동한다.’라는 숭고한 메시지를 함께 전달합니다.

 

독자는 우리에게 친근한 철새인 제비로 시작하여, 미처 몰랐던 수많은 철새의 멀고 험난한 여정을 함께하다 보면, 철새들이 지금껏 지켜온 삶의 방식에 대해 감동할 것입니다. 또한, 철새의 이주 본능을 위협하고 생명까지도 잃게 하는 인간들의 이기심과, 철새가 ‘조류 인플루엔자’를 옮긴다는 숱한 오해, 환경 문제까지도 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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