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좋은 어린이책 <순재와 키완>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송미경(동화작가)


『순재와 키완』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인공지능로봇과 타임리프)를 잇대고, 그 안에서 일어나 는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은 다소 낯설지만, 이야기의 속도와 구성을 작가가 장악하고 서술한 점이 매력적이다. 좋은 이야기는 하나의 길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을 통해서도 즐거운 독서체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독특한 전개 방식과 치밀한 플롯은 서사와도 잘 상응했다. 그림을 그릴 때 재료가 가진 질감이 주제를 강화하고 돕는 것처럼 때로는 서사가 자신에게 맞는 작법을 선택한다는 것을 이 이야기를 통해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작법이나 문체로도 도달할 수 없는 것은 결국 사람의 마음이다. 『순재와 키완』은 이야기 속 인물을 통해 우리를 윤리적 고민 앞에 서게 하고 결국 한순간 가슴 저릿한 망설임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눈부시다. 이야기가 단편적 발상에 머무르지 않고 인류가 이제까지 고민해 왔고 앞으로도 고민해 갈 윤리적 질문에까지 이르며 나아가서는 독자 스스로 자신만의 질문과 직면하게 했다는 점에서 문학적 힘이 강하다. 우리는 신기하고 이상한 이야기를 하나 더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학적 경험을 통해 새로운 질문을 얻는 충족감을 갖기 위해 책을 읽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이 이야기가 한 인간을 목숨을 구하는 것과 한 존재의 상실을 통해 보다 나은 결과 즉 인류의 과학적 진보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질문에 그쳤다면 다소 진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인물의 내적 갈등을 자연스럽고도 낯설게 보여 줌으로써 독자를 전혀 새로운 방향의 질문으로 밀어 넣는다. 독자가 등장인물에 몰입해서 세계의 서사를 의심하게 만드는 힘은 살아 있는 캐릭터에서 나올 것이다. 이 이야기의 캐릭터들은 각자 자기만의 결핍과 목적이 분명하기에 갈등 역시 그러할 뿐 아니라 그 갈등은 인류 보편의 정서와 닿아 있어서 독자와 깊은 교감을 이룰 수 있었다.


이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독자들은 어쩔 수 없이 다시 한번 이 책을 읽고 싶어질 것이다. 좋은 이야기는 책을 덮은 뒤에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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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좋은 어린이책 <파브르 선생님의 곤충 교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강요한(시흥능곡초등학교 교사)

 

곤충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친숙한 생물이다. 흔하면서도 인간에 비해 작고 연약하기 때문에, 때로는 그들을 하찮거나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곤충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정교하고 엄격한 질서와 규칙이 존재한다. 또한 곤충들은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역할을 왕성하게 해내고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곤충의 진면목을 인정하게 되기까지 곤충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고 긴 세월동안 열정을 쏟은 많은 학자들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특히 프랑스의 곤충학자 앙리 파브르는 자신의 일생 대부분을 바쳐 곤충을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를 모아 『곤충기』를 집필한 것으로 유명하다.

 

『곤충기』는 곤충에 대한 편향된 인식을 깨고 새로운 시각으로 곤충을 바라볼 수 있게 한 훌륭한 저서이지만 방대한 내용 때문에 아이들이 읽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내용을 재구성한 좋은 도서를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책과콩나무에서 출간한 『파브르 선생님의 곤충 교실』이다.

 

이 책은 일본 파브르 곤충관의 관장인 저자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14종의 곤충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친절하고 편안한 말투에 담아 전해주는 이야기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귀여운 매력이 가득한 삽화와 곤충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사진 자료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아직 긴 글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라도, 평소 곤충에 대해 큰 관심이 없던 어린이라도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고 오래도록 책의 내용을 기억하며, 곤충에 대한 이해의 폭을 한층 넓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곤충에 대한 지식 전달의 기능 외에도 아이들에게 호기심과 탐구 정신을 자극하는 역할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파브르가 곤충에 대한 연구로 평생을 바쳤고, 귀중한 성과들을 남기고 떠났다는 사실은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도 소중한 가르침을 준다. 장차 자신의 진로를 어느 방향으로 결정하든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는 호기심, 열정, 인내, 도전정신 등의 덕목을 갖추고 발휘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보며 도움을 주어야 하는 교사로서 좋은 책을 발굴하여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참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 책은 아이들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어 줄 것이다. 삶의 지혜와 바람직한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는 연구자의 열정을 느낄 수도 있다. 또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질서를 알게 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독자의 개성만큼 다양한 반응과 감상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파브르 선생님의 곤충 교실』, 아직 읽어 보지 않은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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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좋은 어린이책 <떨어질 수 없어>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유지현 (책방 사춘기 대표)

《떨어질 수 없어》는 완전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하나로 태어났어요.”

 

표지를 넘기면 유리창 너머 상점 안에 놓인 신발들이 보입니다. 모두 한 짝씩만 진열되어 있는데 유일하게 완전한 한 쌍으로 놓인 것이 있어요. 이 신발은 한 소녀의 것이 됩니다. 신발과 소녀는 함께 달리고, 뛰놀고, 춤을 춥니다. 심지어 잠을 잘 때도 언제나 함께인 ‘우리’는 떨어질 수 없지요. 그러다 나뭇가지에 걸려 신발 한 짝이 찢어집니다. 둘이 하나로 태어난 신발은 한 짝이 멀쩡해도 다른 한 짝이 찢어지면 신을 수 없어요. 신발은 결국 쓰레기통에 버려집니다. 신을 수 있는 것과 신지 못하는 것으로 나누어진 신발은 난생 처음 하나가 아닌 둘이 됩니다. 한 짝은 떠나게 되고, 한 짝은 남겨지지요. 아마도 남겨진 것은 찢어져 쓸모없어진 신발일 테고요.

 

“우리는 짝이 없으면 아무 쓸모가 없으니까.”

 

그렇다면 쓸모란 무엇일까요? 이야기는 또다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신발 한 짝은 또 어디론가 옮겨져요. 이번에는 초록 양말 한 짝과 함께요. 둘로 태어나 하나였던 것들, 짝이 없는 물건은 아무 쓸모가 없으니 당연히 버려질 거라고 생각하지요. 예상과 달리 신발과 양말은 깨끗하게 단장된 채로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이 책의 제목은 《떨어질 수 없어》이지만 작가는 ‘떨어질 수 없는’ 것들을 떨어뜨려 놓음으로써 짝으로 존재해야 완전하거나 쓸모 있다는 우리의 편견을 뒤집습니다. 부족하기 때문에 더 큰 가능성을 지닌 ‘불완전함’의 가치를 역설적으로 보여 주지요. 흠을 없애거나 부족함을 채우는 게 아니라 불완전함 그 자체에서 완전함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도록 이끌지요.

 

효용과 쓸모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완전함은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약간의 부족함이나 흠은 포용이 아니라 배척의 대상이 되지요. 그래서 우리는 불완전함을 두려워하고 사회가 정한 완전함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그러나 부족함을 채우는 것만이 완전해지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완전하지 않아도, 쓸모가 없어져도 괜찮습니다. 그건 세상의 기준이 말하는 완전함과 쓸모일 테니까요. 버려진 신발이 새로운 쓸모를 찾고 완전해졌듯이, 여러분도 스스로를 충만하게 만드는 자신만의 쓸모, 완전함의 의미를 찾아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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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좋은 어린이책 <나의 미술관>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미술관은 작품만을 위한 공간일까? 피카소, 마크 로스코, 헨리 무어 등 20세기 최고의 명작들을 전시한 이 미술관에서 <나의 미술관>은 대가의 작품보다 미술관을 방문한 아이의 순수한 시선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미술관은 작품 자체보다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의 모습과 자연과 만나 만들어지는 공간의 온기를 소개한다. 무엇보다 아이가 발견한 미술관 곳곳의 장면들은 이 책에서 보여주는 예술 작품과 평행하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예술은 어디에나 있고, 발견될 수 있다는 믿음. 이 믿음으로 우리는 나만을 위한 아름다움을 담은 집을 지을 수 있다. - 정다영(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

 

종종 미술관에 갑니다. 전시 설명을 들여다보며 이해하려고 애를 써보지만, 조용하고 진지한 공간에 놓여있는 예술 작품들은 멀고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오늘은 그림책 속 아이를 따라 미술관에 갔습니다. 아이가 바라보는 작품들은 함께 인사하고, 떠들고, 신나게 놀 수도 있습니다. 생각지 못한 작품들을 발견하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랐어요. 미술관 밖으로 나와 바라보는 노을은 정말이지 예술이었어요. 그러고 보면 세상은 정말 큰 미술관 같습니다.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것 모두가 예술 작품이 되니 말이에요!  - 서현(그림책 작가 <눈물바다> <간질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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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좋은 어린이책 <크다! 작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최영민 《행복한 에너지》 저자


《장자》를 펴면 먼저 새가 나온다. 넓이가 ‘몇천 리’나 되는 붕새다. 인류가 만든 가장 큰 배인 항공모함도 따라갈 수 없는 거대한 크기다. 고대인들이 보여주는 상상력의 배포가 대단하다 싶은데, 장자가 첫 장에 붕새 얘기를 꺼낸 것은 매미나 비둘기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크기’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큰 것이 좋다는 뜻일까?


그런데 붕새는 큰가? 아니다. 붕새는 작다. 그가 날려면 거대한 날갯짓을 받아줄 공간이 있어야 한다. 붕새는 그가 휘젓고 다니는 하늘에 비해서는 작은 새에 불과하다. 항공모함이 제아무리 크다 한들 저를 띄워줄 바다보다 클 수는 없다. 장자 말대로 ‘물이 깊기에 큰 배가 뜰 수 있는 것’이다. 크다는 것은 작다는 것을 전제하며, 무엇에 비해 크다는 제한적 의미에서만 성립되는 진술이다.


분홍고래 출판사의 '알쏭달쏭 이분법 세상' 시리즈는 상대적 가치를 지니는 것들을 절대적 가치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상식을 깨트리는 책들이다. 그 세 번째 책인 《크다! 작다!》는 거대한 붕새가 참새처럼 작은 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열어주는 책이다. '크다/작다, 많다/적다'를 큰 주제로 하는 이 책은 현대인들이 빠져 있는 거대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큰 것과 많은 것을 좇는 현대인들이 빠져 있는 편견, 놓치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거대한 빌딩, 거대 기업, 거대한 부, 거대 과학기술……. 모두 인류 문명의 발달과 위용을 보여준다. 하지만 책은 그 거대한 성과 속에서 역으로 작아지는 인간의 모습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을 압도하는 거대 빌딩 속에 쓰러져간 노동자들, 거대 기업의 부품으로 소비되는 개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이 제일의 가치로 추구되는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낙오자로 밀려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편향된 주장이라 보기 어렵다. 오늘날의 환경 위기, 식량 위기가 거대주의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마찬가지다.


크고 많은 것에 매달리는 거대주의 문제는 큰 차, 넓은 아파트 같은 물질적인 것에 한정될 수 없는데, 책은 이 점을 놓치지 않는다. 정상/비정상을 구분하는 생각은 다수의 방식과 다수의 생각을 정상으로 세움으로써 나타난다. 다수에 속하지 않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은 비정상으로 낙인찍혀 배척되는데 이 역시 거대주의 문제로 본다. 책은 이런 지적을 민주주의 논의로 이끌어간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라는 통속적 이해방식을 따르면서 사회의 다양한 주장과 요구들이 억압되고 배제되는 현실을 거대주의와 연결해 생각하라고 요구한다.


책을 읽다 보면 거대주의가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의식과 생활에 꽤 넓고 깊게 퍼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이 책의 미덕이 거대주의를 비판하는 데 있는 것만은 아니다. 책은 큰 것, 많은 것을 모조리 비난하고 배격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크고 많을수록 좋은 것도 있음을 주장한다. 삶의 의미와 가치를 중시하는 ‘큰 정신과 마음’이 그것이다. 장자가 붕새를 통해서 강조하려 한 것이 외형적 크기가 아니라 '큰 지혜'인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한다.


‘크고 많은 민주주의’를 주장하면서 그 일면을 사회의 소수자와 약자를 대변하는 민주주의에서 찾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진정으로 큰 것은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는 서술에서 볼 수 있듯이 ‘크다/작다’의 관계를 잘 포착한 것이다. 책은 ‘크다/작다’가 왜 상대적 관계인지를 밝히는 데 집중하지 않지만, 그것이 사회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잘 보여준다. 작은 참여가 큰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다는 진술이 특히 그렇다.


카프카는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했다. 《크다! 작다!》는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채 이분법적 사고에 빠져 거대주의를 추종해 온 우리의 의식을 깨는 한 자루의 도끼가 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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