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좋은 어린이 책 <축구공으로 붉을 밝혀라!>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유진(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영감을 불러일으킬 좋은 책
제목이 재미있지요? 어떻게 축구공으로 불을 밝힐 수 있을까요? 우리가 공을 뻥하고 차면, 공이 굴러가면서 운동에너지가 발생합니다. 이 에너지를 모아 공안에 들어있는 건전지를 충전시키는 겁니다. 그렇게 모은 전기로 불을 밝히는데, 30분 축구를 하면 3시간 동안 전등을 밝힐 수 있어요. 미국 하버드 대학교 학생들이 발명한 축구공입니다. 우리가 상상의 나래를 편다면 어디서든 사람과 환경 모두에게 좋은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에너지를 쓰고 삽니다. 에너지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지요. 그런데 우리가 지금 제일 많이 쓰고 있는 에너지가 석유, 석탄, 가스입니다. 이런 화석연료는 채굴하는 과정에서 많은 환경오염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화석연료를 태우게 되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기후변화를 일으킵니다. 지난 130여 년 동안 지구평균온도는 0.85도가 올랐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에서는 폭염, 홍수, 폭설, 슈퍼태풍과 같은 기상이변으로 재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화석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바꿔야 합니다.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에너지의 역사에서부터 시작해 화석연료가 가진 문제점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활용하고 있는 다양한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서도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태양 에너지, 지열 에너지, 물 에너지, 바람 에너지는 환경오염도 덜 일으키고 얼마든지 재생 가능합니다. 태양은 매일매일 뜨니까 태양으로 전기를 생산하면 매일 연료를 공급하지 않아도 되지요. 바이오에너지도 있습니다. 식물연료로 자동차가 달리고, 바이오가스를 만들어 전기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창의적으로 생각한다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재생가능에너지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폐식용유를 자동차 연료로 활용할 수도 있고, 에너지가 되는 나무곰팡이를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인간이 만들어낸 현상입니다. 인간이 원인이라면 그 해법도 우리가 만들어내야 합니다. 우리가 에너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 보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대안을 찾는 일에 나서야 합니다.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환경과 에너지에 대한 흥미로운 지식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영감을 불러일으킬 좋은 책입니다. 책을 읽은 어린이들은 기후변화 시대에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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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좋은 어린이 책 <어린이를 위한 발명과 발견 교과서>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최원석(과학저널리스트, 과학교사)

 

옴니버스 형식의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최근 교육이나 사회 전반에 부는 가장 핫한 트렌드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 ‘융합’일 것입니다. 이는 미래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 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통섭형 인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문 간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여 통섭형 사고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교과서들은 철저하게 세분화되어 있고, 다른 영역을 기술하거나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것은 금기처럼 여겨집니다.


기존의 역사서들을 보면 그러한 학문적 단절이 잘 드러납니다. 대부분의 역사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라는 각각의 관점에서 서술될 뿐이며, 간혹 과학이나 기술은 곁다리로 붙여 놓는 정도에서 그칩니다. 물론 과학사학자의 입장에서도 과학사를 기준으로 과학의 흐름만 짚어갈 뿐 방대한 역사적 흐름을 모두 아우르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물론 『어린이를 위한 발명과 발견 교과서』도 장구한 역사의 흐름을 모두 담아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얇은 분량에 그러한 작업을 하려고 했다면 오히려 수박 겉핥기식의 그렇고 그런 어설픈 책이 되어 버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욕심을 내지 않고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발명과 발견이 인류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간단하고 위트 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담아내려고 한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거나 누구나 알고 있는, 그러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어 내려 가는 일이 결코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습니다. 나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나사가 어떻게 비행기와 배와 관련이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저자가 그만큼 주변 사물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짧은 글을 통해 주변의 사물들 사이의 관련성을 놀랍도록 잘 엮어낸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근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빅 히스토리Big History’는 빅뱅에서 시작되어 인류의 역사까지 포함하는, 소위 완전한 우주의 역사를 기술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책의 경우에는 지구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해 인류의 문명이 탄생하게 된 역사를 다루고 있어 빅 히스토리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구가 생겨난 이후 인류의 탄생과 문명의 발생에 이르는 역사를 짧지만 흥미롭게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문명이 탄생하고 역사가 흐르는 동안 인류가 고안해 낸 갖가지 발명과 발견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흥미롭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단순히 물건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굳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사물의 역사는 손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 책도 단순히 발명과 발견의 역사만 기술했다면 읽을 만한 가치는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린이를 위한 발명과 발견 교과서』는 발명과 발견을 ‘과학-기술-사회(STS : 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의 관점에서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혹시 책을 언뜻 보고 아는 내용을 써 놓은 것 같다고 생각하고 그냥 덮어 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책을 꼼꼼히 읽어 보십시오. 읽는 동안 아는 듯 보이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발명과 발견의 역사를 마치 옴니버스 형식의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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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좋은 어린이 책 <작은 발견>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지은(어린이청소년문학 평론가)

 

풀려나온 몇 가닥의 실은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
콜라주는 ‘풀로 붙이기’를 뜻한다. 1912년경에 브라크와 피카소 등의 입체파 화가들이 유화 그림의 일부분에 신문지나 벽지, 악보 등을 풀로 붙였던 ‘파피에 콜레’가 시작이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실밥, 머리카락, 깡통, 사진 등 캔버스와 이질적인 재료를 오려 붙이는 기법으로 확장되었다. 일상생활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요소들이 충동적으로 모인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부조리하고 혼란스러운 사회를 풍자할 수 있었다. 또한 이미지의 현실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것도 콜라주의 장점이었다.

 

<작은 발견>은 섬세한 콜라주와 포토몽타주로 그림책을 예술의 경지에 올려놓은 폴란드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신작이다. 둘 이상의 사진을 한 화면에서 재촬영하여 조립된 이미지로 만드는 포토몽타주 기법은 이 책에서 멀고 먼 시대와 오늘의 독자를 하나의 관계로 묶어 주는 절묘한 효과를 발휘한다. 그녀는 그림책 안에서 목화 실, 옷감, 나뭇잎, 옛날 사진 같은 실물 소재에 밀도 높은 드로잉을 결합시켜 하나의 독창적인 공간을 만든다. 조각조각 선택된 사물의 이미지가 얼핏 냉정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해서 그녀의 작품을 처음 본 독자는 약간의 거리감을 고백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잠재된 실물의 온기가 느껴진다. 실 한 가닥, 빛바랜 사진 한 장, 둥글게 모서리가 닳은 낡은 물체가 주는 사실적인 힘은 독자를 그림 안쪽의 진실 곁으로 바짝 끌어당긴다. 어린이 독자는 곧 만져질 것 같은 그림책 속 사물을 보면서 이야기에 한층 가까이 간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어린이가 즐겨하는 뜯어 붙이기 놀이처럼 자유롭게 전개되는 이미지는 속 시원한 해방감도 함께 선사한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는 2011년과 2013년 볼로냐 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수상한 폴란드 작가다. 반세기를 넘긴 라가치상의 역사에서 한 작가가 두 번이나 라가치상 대상을 받은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대부분의 그림책을 한국 출판사를 통해서, 오랜 파트너인 기획자 이지원 씨와 함께 펴낸 그녀는 어느 인터뷰에서 한국을 ‘창작의 조국’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작은 발견> 은 폴란드 현지에서 출간되었으나 여전히 우리와 무척 친근한 작가다. 그녀는 꾸준히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를 오가는 작업을 해왔고 이 그림책도 그러한 연장선상에 있다. 작품의 주인공인 5그램짜리 실패에 적혀있는 상표 ‘ROTECH’나 ‘REGIA’는 오래 전 동부 유럽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던 제품의 실재했던 브랜드 이름이다. 여기 나오는 실패 중 몇 가지는 라이프치히 민속박물관에 모셔져 있을 정도로 그 지역 사람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이제는 희귀해져버린 물건들이다. 작가는 이 해묵은 실타래를 가져와 우리 곁의 살아 있는 인물로 변신시켰다.

 

실은 가늘지만 길고, 여려 보이지만 가닥가닥 모여서 힘을 합하면 그 무엇보다 끈질기고 강하다. 작가는 어느 폴란드 할머니의 반짇고리에 남아 있었을 것 같은 실패 몇 개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간의 역사를 복원해낸다. 이웃집 아저씨와 아줌마들로 의인화된 각양각색의 5그램 실패들은 저마다 대단치 않아 보이는 작은 일에도 자신의 몸통을 기꺼이 내놓는다. 그들이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몸에서는 실이 풀려나오고 그들은 작아진다. 풀려나온 몇 가닥의 실은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 양복 단추를 꿰매기도 하고 소녀의 구슬 목걸이를 엮어주기도 했지만 송아지의 목에 방울을 달아주기도 하고 볏단을 묶거나 거대한 물건을 들어 올리는 밧줄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절벽에 드리운 실 한 가닥에 매달려 목숨을 건지고, 구원의 줄사다리가 되어줄 때도 있지만 작품 속 실타래 인간들은 결코 자랑하지 않는다. 언제나 묵묵하게 맡은 바 자신의 일을 해낸다.

 

실타래 인간들의 노력은 실생활을 위해서 요긴하게 쓰이기도 했지만 실재하는 무엇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사라진 추억을 견인하는 일도 해냈다. 친구를 잃은 할머니들은 굵은 실 몇 가닥이 힘껏 지탱해주는 그네에 앉아서 하늘나라로 간 친구를 떠올린다. 이 작품을 끝까지 읽고 나면 실타래 인간들이 이토록 온 힘을 다해서 버텨주고 있는 이 세계에서 살면서 우리는 그동안 그들의 존재를 깨닫지도 못했다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어린이가 초등학교 중학년쯤 되면 ‘장차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니?’라는 질문을 자주 받게 된다. 점점 어린 나이부터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이 그림책은 ‘진로’나 ‘직업’이라는 말로 미래의 삶을 구분 짓기 전에 먼저 탐험해야 하는 성스러운 ‘일’의 영역이 있음을 일러준다. 우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기 이전에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너도나도 내 실타래의 실을 풀어서 다른 사람을 살리고 남의 실타래에 의지해 소망을 이루면서 살아간다. <작은 발견>은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선 어른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감아 들여다보게 해주는 이야기이면서 인생의 첫걸음을 떼는 어린이들에게 자기 존재의 크나큰 가능성을 실감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모든 세대를 위한 그림책이다. 가족이 함께 읽는다면 지나온 역사를 실타래의 실처럼 풀어내면서 깊은 대화의 시간을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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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좋은 어린이 책 <시작 다음 Before After>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박병철(물리학 교수)

 

감정과 논리, 두 가지를 모두 자극시키는 책

“인과율: 원인이 있는 곳에 결과가 있다.”

이것은 자연을 지배하는 가장 근본적인 법칙이자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인과율이 진행되는 배경은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다. 즉, 하나의 원인과 그 결과는 각기 다른 장소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모든 에피소드는 크게 (1)같은 장소에서 일어나는 원인-결과와 (2)발생 장소가 각기 다른 원인-결과라는 두 개의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나뭇가지 위를 기어가는 거미 → 그 거미가 만든 집”은 (1)에 속하고, “대포 → 구멍 뚫린 벽”은 (2)에 속한다.

 

이 책의 그림을 분류하는 또 한 가지 방법이 있다. (a)자연현상에 의한 인과율과 (b)생명활동에 의한 인과율이 바로 그것이다. 모든 자연현상은 열역학의 법칙에 의해 엔트로피(무질서도)를 증가시킨다. 즉, 이전보다 이후가 더 무질서하다. 그래서 “얼음이 녹아서 → 물이 되고”, “바람이 불어서 → 짚과 나무로 만든 집이 망가지는 것”은 (a)에 속한다. 그러나 생명활동이 진행되는 일부 지역에서는 열역학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즉, 생명활동은 무질서도를 감소시켜서 이전보다 질서정연한 상태가 된다. “하나의 도토리가 → 커다란 나무로 자라고”, “애벌레가 → 나비로 변신하고”, “새끼백조가 → 우아한 백조로 크는 것”은 (b)에 속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b)에 속하는 그림들 중 무질서도가 가장 ‘격렬하게’ 줄어드는 것은 <인간의 활동이 개입된 경우>라는 것이다. 즉, 인간은 (적어도 지구에서는)무질서도를 가장 많이 줄일 수 있는 존재이다. 그래서 “건축자재를 쌓으면 → 건물이 되고”, “로켓을 쏘아 올리면 → 달에 착륙하고”, “밀가루, 계란, 우유, 딸기 등을 잘 섞어서 가공하면 → 먹음직한 케이크가 된다.” 즉, 이전과 이후의 무질서도 차이가 다른 경우보다 압도적으로 크다.[인간의 활동이 개입된 경우를 따로 (c)로 분류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전체적인 무질서도는 어떤 경우에도 증가한다는 것이 우주의 기본법칙이기에, 인간이 사는 곳 근처에는 무질서도가 다른 곳보다 엄청나게 많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케이크 하나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상상해 보라.)

 

이런 식으로 각 인과관계를 분류하면서 이 책을 본다면(‘읽는 책’은 아니다. 글이 없기 때문이다!) 자연현상과 생명활동, 그리고 인간활동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이 책은 인과율의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원인이 결과를 낳고, 그 결과가 다시 원인이 되어 또 다른 결과를 낳는 식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하나의 인과율에서 연상되는 유사한 인과율을 연달아 배열하여 아이들의 체계적 이해를 돕고 있다. 여기에 추가하여 이 책의 모든 그림들을 ‘1-a, 1-b, 1-c, 2-a, 2-b, 2-c’와 같은 식으로 분류하는 훈련이 병행된다면, 시간과 공간의 변화와 자연의 순환, 인간의 생산활동과 엔트로피의 변화 등 다양한 인과관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나의 원인이 주어졌을 때, 그로부터 본인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감정’이고, 그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는 결과를 추론하는 것은 ‘논리’이다. 이 두 가지는 우열관계에 있지 않으며, 한쪽이 다른 한쪽을 대신할 수도 없다. 균형 잡힌 사고를 하려면 감정과 논리가 균형을 이뤄야한다. 이 책의 또 한 가지 장점은 아이들에게 두 가지 모두를 자극한다는 점이다.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된 후 → 고층빌딩이 잔뜩 들어섰는데”, “밀림 속에서 놀던 킹콩이 → 그 건물 꼭대기로 기어올라가 비행기와 마주하고 있다.” 이 얼마나 유쾌한 반전인가!

 

Quiz: 이 책에서 무질서도가 가장 크게 감소한 그림은 무엇일까? Ans: 호박 덩굴이 마차로 변한 그림이다. 그래서 사람은 동물보다 우월하고, 마술은 사람보다 우월하다. 무엇이건 무질서도를 많이 줄일수록 우월한 존재가 된다. 저자가 이 점을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이 책의 키워드를 ‘엔트로피(entropy)’로 꼽고 싶다. 직업병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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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좋은 어린이 책 <개그맨>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어영수(그림책 강사, <사춘기 엄마의 그림책 수다> 저자)

 

웃음의 힘, 눈물의 힘

중학교 3학년인 둘째 아들은 일요일 저녁 <개그콘서트>의 열혈 시청자다. <개그콘서트>가 방영되는 시간은 아들의 행복한 표정을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다 방송이 끝나는 10시 30분쯤이면 아들은 거실 바닥에 누워 온 몸을 비틀어 대며 비명을 지른다.
“아, 벌써 일요일 다 간 거야? 내일 또 학교 가야 해!”
아들에게 개그는 팍팍한 일상,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을 달래 주는 청량음료인 것이다.
그림책 《개그맨》을 보는데, 몇몇 이름이 스쳤다. 우리 아이가 ‘개그맨’ 하면 떠올리는 이름들과는 사뭇 다른 이름들이겠다. 이주일, 배삼룡, 바보 영구, 그리고 그 이름이 뭐였더라, 영화하다 망했다던 누구누구……. 이름이 번뜩 떠오르는 이들도 있고, 가물가물한 이들도 있다. 그리고 찰리 채플린! 《개그맨》 표지를 넘기자마자 보이는 면지에서 찰리 채플린을 만나니 반갑다. 둘째 아들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주일과 배삼룡은 몰라도 연미복에 모자, 지팡이로 연상되는 채플린은 아주 잘 안다. 채플린의 영화 시디, 채플린이 직접 연주한 음악 시디까지 사 놓고 감상하는 아이다. 채플린을 사랑하는 우리 아이를 생각하면서 책장을 넘긴다.
첫 번째 장면 그림에 대머리 아저씨와 그 옛날 개그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가 보인다. 이주일 씨의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하는 대사가 뜬금없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우리 아이는 내가 왜 웃는지 모르겠지?’
왠지 내가 좀 늙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기억하는 개그맨도 다르고, 웃음의 코드도 다르지만 그래도 ‘웃음’이 귀하다는 건 우리 아이도 아주 잘 안다. 그림책 속 아이처럼.
그림책 《개그맨》의 주인공은 텅 빈 무대를 바라보며 설레는 사람이었다. 그 무대로 인해 숨 쉬고 살아 있음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웃음을 고민하는 순간조차 행복했다는 아저씨는 ‘호호 시인’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웃어 주지 않는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넘어지고 마는데…….
“어, 사람들이 웃는다?”
웃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기에 아저씨는 눈물도 한숨도 삼키고 슬픔도 숨겼다. 사람들을 웃기려고 몸과 마음까지 부서져 내리는 아저씨를 지켜 볼 수 없어 아이가 소리쳤다.
“아저씨, 그만해요!”
아이가 아저씨의 새끼손가락을 꼭 잡은 채 우는 장면에서 이런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저씨! 몸과 마음을 부수면서까지 웃기지 않아도 돼요. 눈물과 슬픔을 숨긴 개그는 진짜 웃음을 주지 못해요. 행복한 아저씨가 행복한 웃음을 줄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제발…….’
아이의 눈물에는 신비한 힘이 있었나 보다. 드디어 개그맨 아저씨가 웃었으니까.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누구에게라도 이런 특별한 힘이 남아 있을지 모른다. 나에게도 그런 신비한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 찰리 채플린은 천재야!”
펭귄처럼 뒤뚱거리는 걸음걸이, 어수룩한 차림새, 바보 같은 행동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채플린을 보며 아들은 말했다. 철저하게 계산된 동선과 몸짓, 그리고 100번 이상의 연습이 사람들을 웃게 할 수 있었단 걸, 그 웃음 뒤의 눈물을 이 그림책 《개그맨》은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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