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좋은 어린이 책 <엘라의 엉뚱 발칙 유쾌한 학교>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옥 (동화작가, 초등학교 교사)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건 우리 반 녀석들 이야기네.”
정확히 말하면 겨울방학이라는 안전한 섬으로 도피하기 전까지 고군분투했던 교사로서의 내 모습이 담긴 동화였다. 우리 반에도 엘라와 친구들처럼 천방지축 개구쟁이들이 무려 스물아홉 명이나 있다.
조용한 수업시간에 누군가 ‘동해물과 백두산이’하고 흥얼거리면 순식간에 비장한 합창으로 번지고, ‘아름다운 이 땅에 꿈을 가진 우리들’로 시작되는 교가까지 내처 부르고는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까지 마저 불러야 한다고 떼를 쓰는 녀석들이다. 그 와중에 지우개 찾는다고 교실 바닥을 기어 다니는 녀석, 쉬가 마렵다고 뛰쳐나가는 녀석도 있다. 짝과 싸우고 울거나, 우유 쏟았다고, 연필 없어졌다고…… 여기저기서 칠판 앞으로 뛰어나와 물고기처럼 검지 손끝으로 내 몸을 콕콕 찔러 댄다.
아, 1학년 아이들은 낯선 별에서 온 외계인이 분명하다.
학교 가는 것이 즐거운 엘라와 반 아이들도 진심을 다해 곤경에 빠진 선생님을 돕는답시고 말썽이란 말썽은 다 부린다. 그 결과 온갖 유쾌한 일들이 폭죽처럼 화려하게 터진다.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지만 무엇을 하든 즐거운 놀이로 바꿔 버리는 엘라와 친구들은 마음도 몸도 건강하게 쑥쑥 자란다.
이 동화를 쓴 작가 티모 파르벨라도 아마 초등학교 선생님이던 경험 때문에 이토록 실감 나는 1학년 동화를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함께 만나 우리가 만났던 1학년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것 같다.
사실 1학년 아이들은 누구보다 바쁘다. 당당한 지구인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태산인 것이다. 엘라와 친구들이나 우리 반 아이들이나 학교에서 생활하는 모습은 비슷하다. 연극을 준비하고, 버스를 타고 미술관과 동물원을 견학하고, 성적표를 받는 모습까지 다를 것 없다. 그러나 활동 결과나 학습 평가에 매달리지 않고, 주어진 상황 속에서 즐겁게 생활하는 엘라네 반 아이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혁신적이고 허용적인 핀란드의 특별한 교육 방식을 이 책에서도 엿볼 수 있다. 엘라의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을 혼내기는커녕 즐겁게 당해 주기도 한다. 극장에서 말썽을 부리고, 연극무대를 망쳐도, 선생님을 보호하려던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신혼여행지에서 아이들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받아쓰기, 수학, 그림일기 쓰기로 괴롭히는 나를 원망할 법도 한데 우리 반 아이들은 늘 용서해 준다.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언제나 자기편으로 받아들여서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한다. 아, 나도 우리 반 ‘스물아홉 악동들의 기발 엉뚱 발칙하고 유쾌 상쾌 통쾌한 학교생활’을 동화로 쓰고 싶다.
이 동화는 다시 읽어도 또 재미있다.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어김없이 웃음 터지게 만드는 열여덟 명 아이들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한때는 아이들이었던, 솔직히 지금도 아이로 돌아가고픈 어른이라면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 지구에 이민 온 지 8년밖에 안 된 엘라와 친구들을 만나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순간, 우리 마음속 단단하던 껍질이 녹아내릴 것이다. 정해진 형태 없이 보드랍고, 한없이 투명하고, 용감하고 자유로웠던 본래의 자아를 만나는 멋진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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