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좋은 어린이 책 <우리 둘>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임정은(어린이책 작가)

 

변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다. 새삼 이 책의 제목이 다시 들어온다. “우리 둘.”
그렇다. 혼자가 아니었구나. 처음에는 제목에 주목하지 않았는데 다 읽고 나니 좋은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사람.
두 사람이 있으면 달라질 수 있다. 아무리 답답하고 멍청하고 지독한 세상이라도.


열세 살, 초등학교 6학년인 가스미의 세상도 답답하다. 엄마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전학을 왔다는 이유로, 단지 그 이유만으로 모든 반 아이들의 표적이 된다. 어느 날은 책상 서랍에 더러운 걸레가 가득 차 있고, 어느 날은 필통과 학용품이 쓰레기통에 들어가 있다.

 

같은 반인 준이치의 세상도 새장처럼 좁고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죽어라고 공부해서 다른 아이들을 제치고 경쟁률 높은 중학교에 입학해야 하고, 중학교에 입학해서는 또 죽어라고 공부해서 유명한 대학에 입학해야 하고…… 그런 다음에는? 그다음에 대해서는 상상할 수도, 질문할 수도 없다.

 

그뿐이 아니다. 나를 낳아 준 엄마와 아빠가, 두 사람의 합의로 어느 날부터인가 아빠는 “우리 가족”이 아니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저 쿨하게, 담담한 척 받아들여야만 한다. 준이치는 언제나 듬직하고, 점잖고, 착한 아들이었으니까.

 

교실은 또 어떤가. 애꿎은 친구를 괴롭혀도 아무 말도 못하고, 이러지 말라고 말하면 내가 피해자가 될까 봐 친구를 괴롭히는 일에 가담하게 되는 끔찍한 질서가 자리 잡고 있다. 그 안에서 그 누가 행복할 수 있을까? 열세 살 6학년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벅찬, 그저 견뎌야 할 고된 현실.

 

그런데, 그렇게 단단하고 콘크리트처럼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나날들이 조금씩 다른 색으로 물들어간다. 변화의 매개는 책이었다. 도서관이 두 사람에게 힘을 북돋아 주었다. 함께 좋아하는 추리소설 작가가 복면작가였고, 그 실체를 밝히기 위해 두 사람은 마음을 모은다.

 

변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나의 마음, 그리고 너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에서.
폭풍 같은, 쓰나미 같은 연애가 아니라도 이 두 사람처럼 고요하게, 은근하게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달라질 수 있다. 편 가르지 않고 감싸 줄 수 있는 너그럽고 평화로운 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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