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좋은 어린이 책 <길가메시>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남일(소설가, 아시아문화네트워크 책임연구원)

 

이제 운전을 할 때 내비게이션은 필수가 되었다. 얼마나 편리한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만 찍으면 가는 길을 친절하게 알려 준다. 처음 가는 길이라도 상관없고, 산골짜기라도 문제없다. 하지만 과연 내비게이션은 만능인가. 그것만 있으면 모든 길을 정확히 다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천만에! 우리가 인간인 이상 때로 고속도로 말고 샛길로 가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은 그런 운전자의 마음은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가장 빠른 길과 가장 요금이 덜 드는 길만 선택해서 보여 준다. 내비게이션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갑자기 차에서 내려 걷고 싶은 인간의 마음까지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이것은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한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인간은 알파고가 아니라 1승 4패의 이세돌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그렇다. 아무리 세밀한 지도가 있어도 아무리 똑똑한 내비게이션이 있어도, 인간은 여전히 길을 쉽게 찾지 못하고 헤맨다. 어떤 때는 차라리 밤하늘의 별을 보고 길을 찾고 싶을 때도, 그래서 가끔 길을 잃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는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신화는 별이 우리에게 해 주었던 것과 같은 구실을 해 준다. 지도와 내비게이션으로서는 도무지 해 줄 수 없는 것들을 말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는 오직 그리스 로마 신화만 신화의 전부인 양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무궁무진한 신화의 세계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가령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실은 인류 최초의 신화 ‘길가메시 서사시’가 성서에 훨씬 앞서 인류 멸망의 대홍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우루크의 왕 길가메시는 3분의 2는 신이요, 3분 1은 인간이다. 그는 친구 엔키두의 돌연한 죽음 앞에서 큰 충격을 받는다. 그의 시신을 지키며 영원히 함께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며칠이 지나면서 시신에서 구더기가 생기자 끝내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이제 그는 영원히 사는 길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그 모험이야말로 모든 신화가 궁극적으로 풀고자 하는 숙제와 다르지 않다. 문학동네 ‘어린이와 고전’ 시리즈가 이집트의 대표 신화 『오시리스와 이시스』, 인도의 대표 서사시 『라마야나』에 앞서 첫 번째 권으로 『길가메시』를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세기 후반 디지털 문명의 발전은 새로운 차원에서 신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중심에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시리즈가 있다. 이 작품들은 도서 시장을 넘어서서 영화, 게임, 음악, 공연 등 문화 산업의 전 영역에 걸쳐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다. 그런데 이 작품들이 뿌리를 두고 있는 북유럽의 게르만 신화와 서유럽의 켈트 신화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 영화 <아바타>가 인도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되는지?


신화는 어린이들의 꿈과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게 하는 데 더없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또한 그리스 로마 신화만 읽은 어린이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놀랍도록 풍부한 이야기들을 함께 읽고 자란 어린이는 성장 과정에서 분명한 차이를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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