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좋은 어린이 책 <배가 된 도서관>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용훈(서울도서관 관장, 도서관문화비평가)


큰일 났어요. 도서관이 갑작스레 바다를 떠다니는 배가 되었습니다. <배가 된 도서관>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렇게 흥미로운 상상을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도서관 관장인 저는 이런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정신이 아찔합니다. 우리 도서관에는 이럴 때 쓸 만한 물건들이 있을까? 책들은 어쩌지? 아, 누가 함께 이 거친 항해를 같이하게 될까? 이런 상상을 하면서 읽다 보니 어느새 느닷없이 바다로 나갔던 배는 육지에 닿았습니다. 바다를 떠다닌 몇십 일 동안 ‘배가 된 도서관’ 안에서는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우선 보통 때였다면 드러나지 않았거나 필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을 각자의 능력들이 쓸모 있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온전히 계획된 삶을 사는 것이 아니죠. 늘 새로운 상황에 맞닥뜨리고, 종종 거대한 바다에 던져진 것처럼 예상하지 못한 삶을 만납니다. 그럴 때마다 필요한 것은 다양한 지식과 경험,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확신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자기의 긍정적인 면을 발견합니다. 아마도 도서관이 배가 되지 않았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들이죠. 거기에 더해서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인 도서관 안에서 어른과 아이들이 누구랄 것도 없이 각자의 지식과 지혜를 더해 함께 극복해 나갑니다. 요즘 우리는 공동체를 잊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나만, 또는 우리 가족만 생각하면서 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모두 더 큰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이죠. 특히 언제 만날지 모르는 위험하고 고립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곁에서, 어른이든 아이든 상관없이 동등하게 서로 체온과 힘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배가 된 도서관>은 바로 그러한 이야기입니다.
예로부터 사람은 여행을 해 봐야 성숙해진다고 합니다. 혼자도 좋겠지만 누군가와 함께하면 더 좋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이라면 언젠가는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야 하는 인생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해야겠지요. 그럴 때 두려워하지 말고 자기를 믿고, 곁에 있는 사람을 믿고 손을 잡고 간다면, 험난한 인생 여행도 잘 해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무엇보다도 평생 도서관이라는 배를 타고 여행을 하면 좋겠습니다. <배가 된 도서관>에서 어른과 아이들은 책을 통해서 필요한 것들을 배우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그러니 거대한 삶이라는 바다에서 도서관을 배 삼아 항해한다면 능히 어려움을 극복하고 즐거움도 얻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참, 그런데 자크 프레베르 도서관은 왜, 어떻게 갑작스럽게 바다에 나가게 된 걸까요? 아예 우리가 먼저 각자의 도서관들을 타고 저 바다로 나가 볼까요? 또 다른 항해 이야기를 기다리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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