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좋은 어린이 책 <바보가 만든 숲>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소희(서울 신림초등학교 교사)


이 책의 주인공 겐주는 지적장애가 있는 아이이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에게 늘 바보라고 놀림을 받는다. 그런 겐주가 부모님께 삼나무 칠백 그루를 사 달라고 하고 그것을 뒤뜰에 심는다. 물론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은 또 겐주가 괜한 일을 한다며, 역시 멍청하다며 놀려 대지만 겐주는 묵묵하게, 정성을 다해 삼나무를 심고 가꾼다. 삼나무 묘목은 자라서 작은 숲이 되고 마을 아이들의 좋은 놀이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멋진 쉼터가 된다.


그러나 어느 날 티푸스라는 전염병으로 겐주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세월이 흘러 마을 사람들도 하나둘 바뀌고, 마을의 모습도 조금씩 변해 갔지만 겐주가 만들었던 삼나무 숲은 여전히 마을 아이들의 쉼터이자 학교의 운동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마을에는 역과 공장이 생기고, 도시로 바뀌었지만 삼나무 숲은 겐주의 유품이라며 끝까지 팔지 않았던 겐주 아버지 덕분에 ‘겐주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을 수 있었다. 그곳에서 뛰놀며 자란 많은 어른들과 지금도 뛰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과 즐거움을 선물하면서 말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겐주는 멍청하고 부족하고 보잘 것 없고 답답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겐주의 순수한 마음과 노력이,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고 보잘 것 없었던 삼나무 숲을 그 옛날에는 마을 어린이들의 좋은 놀이터이자 상상력을 키워 가는 공간으로, 지금은 큰 건물이나 아파트가 들어선 도시 속 학교의 운동장이자 사람들의 푸른 쉼터로 만들 수 있었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늘 아이들에게 남들보다 뭐든 잘나고 잘해야 하고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세상을 변화시키고 바꾸는 힘, 삶을 지속시키는 힘은 무한 경쟁에서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과 함께 나누고 서로 보듬고 믿으며 ‘더불어 같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려는’ 노력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미련해 보이고, 너무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지켜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고 온몸과 마음을 다해 지켜 내려고 했었던 겐주의 마음이 2015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 자라는 아이들에게도 너무나 좋은 이야기이지만, 너무 바쁘고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래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가 별로 없는 요즘의 어른들에게도 한번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은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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