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축구치 하람이, 나이쓰!>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유상철(전 축구 국가대표, 현 울산대 축구부 감독)


예전에 비해 요즘 축구가 많이 대중화되고 익숙해졌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친구들끼리 어울려 동네 공터나 학교 운동장에서 공 차고 놀다가 저절로 축구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는데, 요즘엔 어머님들이 팀을 짜서 교육의 일환으로 축구를 배우게 하시더라고요. 어려서부터 코치들한테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어 좋아졌지만, 왠지 해 지도록 공을 찼던 우리 세대의 자발적 열정이 사라진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어떤 계기로 시작했든 일단 축구를 시작한 이상, 재미있게 했으면 한다는 게 제 바람입니다.


흔히 축구를 승부를 겨루는 경기 혹은 공 차는 기술로만 생각하시는데, 축구는 우리 인생이랑 많이 닮았습니다. 사람들이 어우러져 희로애락을 주고받으며 살듯이, 친구들과 함께 공을 주고받으며 달리는 게 바로 축구거든요. 따라서 축구는 무엇보다 함께 하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잘하고 못하고는 다음 문제이지요.


다만 친구들과 어울려 축구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승리’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힘을 모으게 됩니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승부욕도 생기고, 자신감도 키우게 되고요. 또 데굴데굴 굴러가는 축구공에 집중하다 보면, 공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와 강한 의지도 불타 오르지요. 그래서 축구를 몸으로 하는 운동 이전에 정신의 운동이라고도 하는 것이고요.


<축구치 하람이, 나이쓰!>에는 아빠의 강압에 의해 축구장에 나선 하람이가 나옵니다. 자기 스스로 하고 싶어서 축구팀에 들어온 게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하람이는 축구장에서 위축됩니다. 그런 하람이를 나이쓰 코치님은 어떻게 지도했을까요? 하람이를 경기에서 빼 코치와 같은 입장에서 친구들을 바라보고 응원하게 했어요. 열심히 뛰는 친구들을 보면서 소위 ‘영감’이라는 걸 받게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아, 친구들 진짜 열심히 뛰네. 하지만 모두 잘하는 건 아니잖아. 에이,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겠다.’ 뭐, 이런 생각들이죠. 한 발 떨어져서 보면 상황이 객관적으로 더 잘 보이잖아요. 그러면서 하람이 마음속에서 스스로 ‘하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 준 것입니다.


나이쓰 코치님의 기대대로 오래지 않아 하람이는 경기에 뛰기로 합니다. 경기장에 들어서는 하람이가 떨어지는 공을 향해 ‘마이 볼!’ 크게 소리치는 장면이 이 책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이후 하람이가 찬 공이 골대에 들어갔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공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그것은 골보다 더 중요한 가치이자, 이 책이 독자에게 전달하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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