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좋은 어린이 책 <내 동생이 수상하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기정(동화작가)

 

작가의 수상한 치유!
작가가 되고 종종 받는 질문 가운데 이런 게 있습니다.
“왜 이야기를 지으세요? 그 어려운 글을 왜 쓰시냐고요.”
좀 난감한 물음이긴 합니다만, 대답은 뜻밖에도 단순합니다.
“그냥!”
작가니까 쓰는 것일 수도 있겠고, 이야기 짓는 게 재밌어서 그럴 수도 있겠고, 가끔은 정말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그런 상황을 맞기도 합니다. 대답의 속뜻이 너무 많고 깊어서 이런 생뚱한 질문에는 오히려 대답을 간단하게 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가 글을 쓰는 이유를 세어보면 백만 가지도 넘을 겁니다.
더러 아주 집요한 독자가 나타나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니깐요, 그 백만 가지 이유 중 하나만 고른다면 그게 뭐겠냐고요.”
난감하긴 해도 이럴 땐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죠. 그리고 순진한 작가는 독자가 바라는 답 하나를 토해내고야 맙니다.
“음…… 그러니깐 그건요. 어쩌면 ‘치유’일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대답을 하고 나면 작가는 속내를 들키기라도 한 듯이 얼굴이 벌게질 텐데요. 대게의 독자는 고개를 갸우뚱하기 마련입니다. 어렵고 모호한 질문을 한 탓이니 어쩌겠어요. 어쨌든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 내면서 스스로 치유하고 성장해 간다는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닙니다.

일찍이 이 수줍음 많아 보이는 성완 작가는 『다락방 명탐정』과 『축구왕 차공만』에서 유년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명랑하게 푼 적이 있습니다. 말랑말랑하기도 하고 때론 당차기도 한 인물들의 야무진 모습은 동화의 색채로 제격일 만치 잘 어울리죠. 그런데 이번엔 사뭇 다른 결의 작품입니다. 전보다는 독자의 눈높이가 2~3살은 더 깊은 만큼 내용도 가볍지 않게 읽힙니다. 언뜻 보기엔 재개발을 앞둔 마을에 사는 가난한 집안의 티격태격하는 가족사인 듯 시작하죠. 만약 그렇게만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면, 흔히 말하는 무난하거나 빤한 작품이었을 것입니다.
한데요, 왠지 뒤로 갈수록 제목처럼 수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뭔가 일이 터질 듯 조마조마하다가 불쑥 낯선 인물이 등장하니까요. 그러다가 막판에는 가슴 한켠에 쿵! 하고 뭔가가 울리는 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아, 이게 뭘까?
내내 궁금했는데요, 몇 편의 아기자기하고 재미난 책을 냈던 성완 작가는 내심 뭔가를 단단히 준비했던 듯합니다. 겉보기엔 다사다난한 가족사에 요즘 유행하는 타임슬립을 살짝 덧입힌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만약 거기까지였다면 좀 실망스러웠을 겁니다. 그런데요, 곰곰 생각할수록 외려 그와는 달리 작가 안에 있는 상처 같은 것이 이런 작품을 쓰게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러고 보니, 빤해질 수 있는 이야기에 반전으로 타임슬립을 적용한 게 아주 절묘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만큼 ‘왜 그래야만 했을까?’에 대한 대답으로서의 그 절실함은 작품이 허투루 쓰이거나 가볍지만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작가의 간절함이겠죠.
모든 어른은 누구나 유년의 상처 하나쯤은 갖고 삽니다. 그 상처가 덧나기도 하고 더디게 아물기도 하는데, 대개 그 상처는 문득문득 나타나 어른인 우리를 괴롭히기도 합니다. 아마 작가도 그랬을 것입니다. 그리고 작가는 자신의 글로 이렇게 멋지게 치유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작품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이 수줍음 많은 작가는 분명 단단한 한 걸음을 내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건 작가에게만 그런 게 아닐 것입니다. 간절함은 치유로 통하고 이 마음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이건 우리가 문학 작품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자, 이제 이 수상한 치유의 기쁨을 맛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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