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좋은 어린이 책 <개그맨>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어영수(그림책 강사, <사춘기 엄마의 그림책 수다> 저자)

 

웃음의 힘, 눈물의 힘

중학교 3학년인 둘째 아들은 일요일 저녁 <개그콘서트>의 열혈 시청자다. <개그콘서트>가 방영되는 시간은 아들의 행복한 표정을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다 방송이 끝나는 10시 30분쯤이면 아들은 거실 바닥에 누워 온 몸을 비틀어 대며 비명을 지른다.
“아, 벌써 일요일 다 간 거야? 내일 또 학교 가야 해!”
아들에게 개그는 팍팍한 일상,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을 달래 주는 청량음료인 것이다.
그림책 《개그맨》을 보는데, 몇몇 이름이 스쳤다. 우리 아이가 ‘개그맨’ 하면 떠올리는 이름들과는 사뭇 다른 이름들이겠다. 이주일, 배삼룡, 바보 영구, 그리고 그 이름이 뭐였더라, 영화하다 망했다던 누구누구……. 이름이 번뜩 떠오르는 이들도 있고, 가물가물한 이들도 있다. 그리고 찰리 채플린! 《개그맨》 표지를 넘기자마자 보이는 면지에서 찰리 채플린을 만나니 반갑다. 둘째 아들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주일과 배삼룡은 몰라도 연미복에 모자, 지팡이로 연상되는 채플린은 아주 잘 안다. 채플린의 영화 시디, 채플린이 직접 연주한 음악 시디까지 사 놓고 감상하는 아이다. 채플린을 사랑하는 우리 아이를 생각하면서 책장을 넘긴다.
첫 번째 장면 그림에 대머리 아저씨와 그 옛날 개그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가 보인다. 이주일 씨의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하는 대사가 뜬금없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우리 아이는 내가 왜 웃는지 모르겠지?’
왠지 내가 좀 늙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기억하는 개그맨도 다르고, 웃음의 코드도 다르지만 그래도 ‘웃음’이 귀하다는 건 우리 아이도 아주 잘 안다. 그림책 속 아이처럼.
그림책 《개그맨》의 주인공은 텅 빈 무대를 바라보며 설레는 사람이었다. 그 무대로 인해 숨 쉬고 살아 있음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웃음을 고민하는 순간조차 행복했다는 아저씨는 ‘호호 시인’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웃어 주지 않는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넘어지고 마는데…….
“어, 사람들이 웃는다?”
웃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기에 아저씨는 눈물도 한숨도 삼키고 슬픔도 숨겼다. 사람들을 웃기려고 몸과 마음까지 부서져 내리는 아저씨를 지켜 볼 수 없어 아이가 소리쳤다.
“아저씨, 그만해요!”
아이가 아저씨의 새끼손가락을 꼭 잡은 채 우는 장면에서 이런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저씨! 몸과 마음을 부수면서까지 웃기지 않아도 돼요. 눈물과 슬픔을 숨긴 개그는 진짜 웃음을 주지 못해요. 행복한 아저씨가 행복한 웃음을 줄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제발…….’
아이의 눈물에는 신비한 힘이 있었나 보다. 드디어 개그맨 아저씨가 웃었으니까.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누구에게라도 이런 특별한 힘이 남아 있을지 모른다. 나에게도 그런 신비한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 찰리 채플린은 천재야!”
펭귄처럼 뒤뚱거리는 걸음걸이, 어수룩한 차림새, 바보 같은 행동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채플린을 보며 아들은 말했다. 철저하게 계산된 동선과 몸짓, 그리고 100번 이상의 연습이 사람들을 웃게 할 수 있었단 걸, 그 웃음 뒤의 눈물을 이 그림책 《개그맨》은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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