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서울의 동쪽>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박현욱(서울역사박물관 학예연구부장)

 

전우용 선생님과 함께 <서울의 동쪽> 여행을 떠나요!!

 

흥인문 밖에는 무엇이 보이는가
적전의 농부 푸른 쟁기 잡고 있네
화양정은 빛나고 마장의 돌 울타리 오래되었는데
하늘과 맞닿은 푸른 초원에는 준마들이 달리고 있네
(이덕무의〈성시전도〉중에서)

 

1792년 북학파 실학자 이덕무가 바라본 흥인문 밖 서울의 동쪽 풍경입니다. 조선시대 서울은 한양도성을 경계로 하여 안과 밖을 구분하였으며, 특히 사대문을 기점으로 하여 도성 밖 10리를 ‘성저십리’라고 하였습니다. 서울의 동쪽은 바로 도성 동쪽에 있는 성저십리에 해당합니다. 드넓은 벌이 펼쳐져 나라에서 필요한 말을 기르던 마장, 사냥터나 군사훈련장 같은 국가 시설이 있었습니다. 또한 무, 배추, 미나리 등 채소들이 많이 생산되어 도성 안으로 공급되었습니다. 도성 안 사람들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배후지 역할을 했던 곳이지요. 이곳에는 가난한 서민들이 주로 살았는데, 특히 흥인문 부근의 개천 하류지역은 ‘아랫대’라고 하여, 훈련원에 소속된 하급 군인들이 많이 모여 살았습니다.

 

<서울은 깊다>를 통해 서울의 과거와 현재에서 다양한 의미와 사연들을 전한 전우용 선생님이 <서울의 동쪽>이라는 다큐멘터리 그림책을 냈습니다. 서울학 관련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저자는 우리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라 말하는 역사학자입니다. 오늘의 문제에서 출발해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해 과거를 탐사함이 역사학의 본령이라 말하지요.

 

이 책은 저자의 첫 어린이책입니다. 서울의 동쪽은 이제껏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곳이었습니다. 문헌기록도 별로 많이 남아 있지 않지요. 그렇지만 이 책에서 그는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일들, 여기에 살던 수많은 사람들이 남긴 수많은 기록들이 땅에 새겨져 있다고 하였습니다.

 

왜 동대문은 다른 성문과 달리 ‘之(갈 지)’자를 이름에 넣었을까요?, 마장과 관련된 동네 이름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랫대에 살던 가난한 군인들은 어떻게 생활하였을까요? 배우개장에 싱싱한 채소가 많았던 것은 왜일까요?, 전차차고와 발전소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광장시장에서 판매한 서양에서 수입된 신기한 물건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토막과 문화주택은 무엇일까요?, 경성운동장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홈런을 친 사람은 누구일까요?, 동대문 주변 ‘평화시장’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해서 생겼을까요?, 평화시장이 한국 노동운동의 불꽃을 지핀 곳이라는 것은 알고 있나요?, “동대문 빼고 다 판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100년이 넘은 광장시장의 시작, 경성운동장· 서울운동장· 동대문운동장 그리고 DDP, 평화시장의 노동자들까지……. 이곳의 독특한 경관은 먼 조선시대 뿐 아니라 가까운 과거에 이곳을 터전으로 삼은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들로 이루어졌음을 촘촘히도 보여줍니다. 기억을 담은 땅, 장소에 새겨진 역사를 되살려내고 있지요. 그래서 ‘이제껏 그랬듯 지금 우리가 하는 일도 역사가 될 것’이고, 평범한 우리 모두가 역사를 만드는 주체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합니다.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쓴 글과 수많은 자료를 토대로 구성한 그림은 한 편의 영상처럼 생생한 현장감을 전합니다. 다양한 옛 그림과 고지도, 의궤, 사진 등 유물과 자료가 함께 실려 있어 시간여행을 하는 재미를 더해 줍니다. 마치 박물관에 온 것처럼요. 책을 읽고 나서는 책 뒤에 실린 이 일대의 박물관을 찾아가면 더욱 좋겠지요.

 

자! 동대문 밖에 무엇이 있는지 전우용 선생님의 <서울의 동쪽>과 함께 여행을 떠나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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