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좋은 어린이 책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수박(만화가)

 

진짜 아이들의 만화책
귀신 선생님과 진짜 아이들. 제목을 보고 무슨 뜻일까 상상해 보았다.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귀신일 터이고 초등학교 선생님이 직업인 나의 아내를 떠올려보니 맞아떨어지는구나 싶다. 귀신처럼 ‘무서운’ 선생님. 나 역시 아내가 무섭다. 아내가 선생님이어서 무서운 건지 아내여서 무서운 건지는 좀 헷갈리지만.^^ 책을 펼쳐보니 그 선생님의 이름이 ‘강귀신’이다. 이럴 수가! 내 아내도 ‘강’ 선생님인데! 게다가 책표지에서는 강귀신 선생님이 태풍 같은 방귀를 끼고 있다. 이럴 수가! 내 아내 강 선생님도 집에서 방귀를 잘 뀌는데(이 서평은 아내에게는 비밀로 하기로 하자!). 그렇게 친근한 마음으로 남동윤 작가가 안내하는 상상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제 왜 ‘진짜 아이들’인지를 알아볼 차례이다.

 

우선 재미있고 꼼꼼한 그림에 화려하지만 잘 정돈된 색감을 보며 이 작가는 그림그리기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나 역시 만화가이지만 어느 시기부터는 나의 직업으로서 필요한 그림 외에는 잘 그리지 않게 되었다. 직업이 만화가이다 보니 다른 시간에는 다른 행위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남동윤 작가의 손맛을 따라 가다보면 그림을 사랑하는 아이 같은 순수함이 가득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보는 아이들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초등학생 때 썼던 일기장을 보물처럼 가지고 있으며 다시 꺼내 읽으며 추억을 떠올리고, 그러다 보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고 말한다. 그곳에서 피어나는 상상들이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무엇을 잊어버리고 있었나?’

 

이미 일곱 살짜리 내 딸이 이 책을 보자마자 하루 종일 앉아서 즐기고는 - 내가 보기에 그저 ‘보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는 즐기고 있었다. - 벌써 며칠 동안이나 옆구리에 끼고 다닌다. 심심할 때마다 펼쳐보는 것이다. 서평을 써야겠으니 잠시 빌려달라고 정중히 부탁해야만 했다. 나는 오늘 하루 만에 이 글을 쓰고 돌아가서 내 딸에게 책을 돌려주어야 한다! 책에는 작가가 준비한 아이들을 위한 선물이 가득하다. 이야기를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숨은그림찾기들에서는 내 딸이 이미 동그라미를 다 쳐 두었다. 대신 나는 작가의 상상력이 폭발하듯 펼쳐진 하나하나의 재미있는 인물들과 외계인들을 키득대며 감상한다. 다시 한 번 상념에 잠긴다. 아, 나는 무엇을 잊어버리고 있었나?

 

누군가 잃어버린 만원을 주운 ‘주인 찾기 대작전’의 주인공 아이는 지폐에 그려진 세종대왕과 대화를 하며 주인을 찾아간다. 아이가 ‘말을 하는 돈’에 깜짝 놀라자 돈이 말한다. ‘살다 보면 만화 같은 일이 많다고!’ 작가는 나와 이 책을 볼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듯하다. 세상에는 만화 같은 일이 많고, 또 그것을 흥미롭게 바라본다면 만화를 보는 것처럼 행복할 거라고. 그렇게 웃다가 꼬마 저승사자 편에서는 찡한 마음에 눈물 한 방울 흘리게 되고 내 아이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이 책은 이렇게 진짜 아이들이 좋아할, 진짜 아이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하는 ‘진짜 아이들’의 책이다. 다 읽고 나서 제목의 의미를 진하게 음미하게 된다. 아이들은 이 책을 두고두고 간직하고 오래도록 다시 펴 볼 것이다. 물론 부모님들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나처럼 한 번만 보자고 진지하게 부탁하거나 몰래 보는 수밖에 없다. 아이가 화내기 전에 이제 이 책을 아이에게 돌려주어야겠다. 난 네가 즐거운 게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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