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좋은 어린이 책 <물렁물렁 따끈따끈>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박숙경(아동문학평론가)

 

학교는 놀러 가는 곳

수수께끼 하나. 가기 싫지만 가면 제일 많이 웃는 곳은? 바로 학교다. 어른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아이는 예나 지금이나 학교에 ‘놀러’ 간다. 그곳에 내 친구들이 있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이 기다려지고, 실컷 뛰어놀 운동장이 있는 한 아이들은 적어도 학교를, 교실을 싫어하지 않는다. 좀 이상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학교의 교실도 아이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교실은 아이들이 자기 품 안에서 웃고 떠들며 노는 것을 좋아하지, 선생님과 아이들이 시험 때문에 서로 얼굴 찌푸리며 골치 아파하는 걸 좋아할 리 없다. 받아쓰기, 수학 시험 때문에 머리가 아픈 건 아이들과 선생님만이 아니다. 급기야 교실은 ‘물렁물렁’해지고 ‘따끈따끈’해질 만큼 열이 올라서 그걸 식히러 스스로 남극에 날아가 버린다. 근데 꼭 이런 날에도 지각하는 애들이 있다. 두 지각생은 교실이 감쪽같이 사라진 걸 알고 그냥 집에 돌아갈까 했지만, ‘교실이 있어야 공부를 하고, 공부 시간이 없으면 쉬는 시간이 없고, 쉬는 시간에 애들하고 경찰 도둑 놀이를 할 수 없다’며 애타게 교실을 찾아 헤맨다. 이 사실을 알면 교실도 내심 기뻐할지 모른다. 아이들이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니구나. 점점 말랑해지고 둥실 떠오르는 교실 안에서 한 아이는 “교실이랑 소풍 가니까 진짜 좋다.”며 외친다. 이 와중에 선생님은 오늘 시험 보려던 학습지를 창밖으로 놓쳐버리고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선생님은 네모반듯한 교실만 알고 그 안에서 공부하고 시험 보는 것만 아니까 갑자기 물렁물렁 따끈따끈한 놀이기구가 되어버린 교실 안에서는 그만 바보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교육은 본능을 억누르고 지식을 머리에 채워 넣는 것만이 아니다. 어린 아이는 본능적으로 자기의 생활공간을 놀이터로 만들 줄 알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이 건강한 본능은 퇴화해 놀지 못하는 바보 어른이 되기 십상이다. 학교가 놀러 가는 곳이라는 걸 조금이라도 인정하고 배워야 하는 건 교장 선생님, 담임선생님 같은 어른일지 모른다. 남극에서 열을 식히고 돌아와 아이들이 뛰노는 운동장 한 쪽에 자리 잡은 교실은 교사이자 작가인 김옥이 도달한 놀이와 교육의 절묘한 균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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