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좋은 어린이 책 <여름의 규칙>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지은(동화작가, 아동문학평론가)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이 아주 낯설게 여겨질 때가 있다.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장소에서 지독한 불안을 느끼거나 찌는 듯이 더운 날에 온몸에 한기가 드는 순간도 있다. 이렇게 우리의 삶은 무엇 하나 단정 지을 수 없는 불확실한 관계와 상황으로 가득 차 있다. 돌아서면 새롭게 터지는 놀라운 뉴스는 우리가 믿고 있는 규칙과 평온함이 얼마나 일시적이고 부서지기 쉬운 것인지를 알려준다. 누구도 그 뉴스로부터 예외일 수 없다.

 

이 책에는 두 명의 아이가 나온다. 친구일 수도 있고 형제일 수도 있는 다정했던 두 아이는 어느 여름날 예상치 못했던 우정의 시험대에 놓인다. 그들 둘 사이에는 지나고 보니 ‘절대 하지 말았어야 할’ 후회의 목록이 쌓이고 까마귀 떼들이 친구가 떠난 허전한 공간을 가득 채운다. 두 사람을 둘러싼 중생대의 이름 모를 생명체 같은 존재들은 우리가 아직도 세계에 대해 얼마나 모르는 것이 많은지 깨닫게 해준다. 순한 줄만 알았던 토끼는 붉은 눈으로 욕망을 드러내면서 바짝 다가와 있다. 내가 앉아있어야 할 친구의 옆자리는 복을 부른다던 거대한 고양이가 차지해 버렸다. 금이 간 우정은 생각 없이 밟았거나, 열쇠를 잊었거나, 미처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했던 작은 행동이 불러온 것이다.

 

하지만 숀 탠은 낯설고 당황스러운 현실을 그려 내면서도 그 안에서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까마귀만 우는 깊은 밤, 단단한 무쇠집 안에 혼자 남겨진 작은 아이는 금속 절단기를 가지고 달려온 큰 아이의 도움으로 그 집을 탈출하고 함께 자전거에 올라타 벽을 넘어서 둘만의 싱그러운 공간으로 무사히 귀환한다. 마지막 장면, 달콤한 과일이 가득한 방 안에서 나팔을 불며 나란히 걷는 두 아이의 모습은 우리가 여름의 마지막 날을 놓치지 않고 친구가 내미는 손을 꼭 잡는다면 얼마든지 이 불안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작가는 ‘절대’와 ‘언제나’를 사용한 간결한 명제로 된 몇 개의 규칙을 제안한다. 규칙이 강력하다는 것은 그만큼 삶이 불확실하다는 것의 반증이다. 돌아보면 후회와 안타까움이 가득한 2014년이었다. 한 해의 마무리를 앞두고 숀 탠의 <여름의 규칙>이 절절하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가 지켜주지 못한 사람들, 멀어진 존재들에 대해서 그만큼 통렬히 가슴 아파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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