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9일부터 22일 사이에 파주출판문화 단지에서는 파주어린이책잔치가 열렸다. 세월호 참사로 한 달 정도 미뤄진 행사였다. ‘어린이와 함께 평화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여러 가지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평화와 관련된 그림책들의 특별전시를 비롯하여,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이 함께 모여 평화에 관한 책을 만들어 가고 있는 평화그림책 관련 심포지엄이 열렸다.


평화그림책은 한국의 사계절출판사, 중국의 이린 출판사, 일본의 동심사가 함께 참여하여, 3국의 작가 4명씩, 12권의 그림책을 공동 기획, 출간하는 그림책 시리즈이다.


사계절 출판사는 지금까지 국내 작품 <꽃할머니><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을 비롯하여 총 8권의 평화그림책을 출간하였다. 시리즈의 절반이 출간된 시점에서, 심포지엄은 작가들과 편집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금까지의 성과와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었다.


그 가운데 <불타는 옛 성 - ­1938>을 쓰고 그린 차이까오 작가의 발표를 소개한다. 독자가 읽기 편하게끔, 대담 형식으로 발표를 정리했음을 밝힌다. 


심포지엄 진행 및 자료 제공 : 사계절출판사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는 차이까오 선생님


1. ‘평화그림책’을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었는지, 그 배경에 대해서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2007년 중국 마카오에서 열린 IBBY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평화그림책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시리즈에 참여할 것을 제안 받았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의 작가들이 함께 작품에 대해 토론하며 작품을 만들어 가고, 3국의 출판사가 공동으로 기획하는 큰 프로젝트였습니다. 저는 작가로서 이러한 제안을 받은 것을 무척이나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2. 이 책의 배경이 된 ‘후난 성의 창사’가 선생님이 고향이시네요. 창사 이야기를 좀 들려주세요.


저와 가족은 아주 오래 전부터 중국 창사에서 살았습니다. 사실 창사는 중국에서도 아주 오래된 도시 가운데 하나입니다. 유물로 추정해 볼 때 7000년 전부터 있어 왔던 도시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중일전쟁 중, 1938년 대화재로 인해서 창사는 완전히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이 화재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도시의 모든 문화유산 또한 불타 없어졌습니다. 현재 창사에서는 100년이 넘은 건물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 눈앞에는 아주 현대적인 도시인 거죠. 저는 그림책을 통해서 과거를 복원하고, 역사의 진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3. 책을 보면 화재 이전의 창사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잘 묘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우선, 사진 자료를 이용해서 최대한 당시의 모습을 복원하려고 애썼습니다. 건물 형태, 거리의 모습 등 기본적인 도시의 구조는 자료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복원된 누각이 있는데, 이 모습을 그림책 안에서 살려내기도 했습니다. 복장이나 소품 등도 실감나게 구현하려고 애썼습니다. 거리의 풍경은 오늘날의 거리에 가서 취재를 해서 영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비슷한 가게들이 있고, 북적북적한 분위기는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4. 채색을 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에는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했었습니다. 어린이들에게는 색이 들어간 그림이 좀 더 편안하게 보일 거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는 느낌 또한 주고 싶었습니다. 마치 우리가 빛바랜 흑백 사진을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싶었지요. 그래서 채색을 포기하고, 흑백의 느낌만을 통해서 그림을 전개해 나갔습니다. 보기에는 좀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럼으로써 기억을 복원하는 작업에 충실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차이까오 선생님과 아오쯔 선생님. 둘은 모녀 관계이다. 차이까오 선생님은 <불타는 옛 성 - ­1938>의 글을 쓰고, 딸 아오쯔와 함께 그림을 그렸다.


5. 이야기 안에 주인공 가족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 이야기에 크게 시선을 빼앗기지는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객관적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물에 대한 비중을 어느 정도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야기는 화재에서 살아남은 여자아이의 시선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인물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전경 안에서 사람이 아주 작게 그려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인물이 점점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수한 한 가족의 이야기로 보이지 않게 하려고 했습니다. 최대한 보편적인 가족처럼, 그 당시의 있을 법한 가족의 이야기로 보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인물의 개성이나 특징을 보이기보다,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번성된 도시의 모습과 화재로 인한 처참함이 드러나도록 했습니다.


6. 선생님이 보여주신 창사의 과거 사진들과 작품 이야기를 들으면 창사에 한 번 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이 책을 읽는 어린 독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 수 있을까요?


기억은 녹슬지 않고, 계속된다는 걸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과거는 잊히지 않고 우리 기억 속에 남는데, 그 기억을 계속 살려낼 필요가 있는 일 같아요. 그림책을 본 어린이들이 훗날 역사를 배우게 되었을 때, 더 깊게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길 바랍니다.


작가는 발표를 끝맺으면서, 일본, 한국, 중국의 동료작가들과 편집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평화그림책 시리즈에 참여하지 못했다면 창사의 과거를 재현하는 『불타는 옛 성-1938』은 작품으로 만들어지지 못했을 거라고 했다. 또한 동료 작가들과 편집자들의 노력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는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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