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좋은 어린이책 <안녕, 내 이름은 페미니즘이야>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소영 (『어린이책 읽는 법』 저자)

 

독서교실에서 어느 3학년 남자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여자아이들이 뛰는 모습을 흉내 내며 놀았던 이야기를 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좀 우스운 장면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내가 “남자 아이들 중에는 그런 애 없어? 폼 좀 잡는 애 말이야.”라고 하자, 이번에는 멋있는 척을 하며 달리는 남자아이 흉내를 냈다. 우리는 같이 웃었다. “포즈야 뭐 어때. 좀 웃긴 애도 있고 멋 내는 애도 있고 그렇지.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내가 그렇게 이야기를 정리하려는데, 잠깐 생각하던 아이가 덧붙였다.

“근데 정말, 이어달리기 응원할 때는 걔가 남잔지 여잔지도 안 보이고요, 뛰는 애들도 다 열심히 뛰고 정신없어요.”

 

여자아이는 이렇고 남자아이는 저렇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살아가는 어린이. 그리고 누구나 자기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아는 어린이. 둘 중 어느 쪽의 삶이 더 풍요로울까? 당연히 후자다. 어린이에게 페미니즘을 가르쳐야 하는지 묻는 양육자를 만나면 나는 이 일화를 이야기한다. “가르쳐야 합니다. 어린이는 빨리 배우거든요. 처음에 잘 배워야 계속 잘할 수 있어요. 성평등이야말로 조기교육이 필요합니다.”

 

《안녕, 내 이름은 페미니즘이야》는 좋은 페미니즘 안내서다. 제일 큰 장점은 페미니즘과 관련해 어린이들이 보고 듣는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는 것이다. 페미니즘의 정의, 여성 권리 운동의 역사, 성과 젠더의 개념 차이, 여성 혐오라는 말의 뜻도 두루 짚는다. 전 세계에서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미투 운동’에 대해서도 에둘러 말하지 않고, 이것이 권력의 문제이며, 책임은 가해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 점도 좋다.

 

특히 ‘보이지 않는 차별’을 지적한 점이 반가웠다. 한 세대 전의 어린이가 ‘아들딸 차별’을 받았다면, 요즘 어린이는 적어도 대놓고 그런 차별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린이가 보고 듣는 각종 매체에서는 성차별적 장면이 적지 않다. 동화에서 흔히 그려지는 엄마(전업주부, 잔소리, 야박함)와 아빠(직장 생활, 피로, 관대함)의 모습만 비교해도 알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차별을 감지하는 연습은 곧 세상에 대해 민감해지는 연습이다. 그럴 때 자기만의 생각이 자란다.

 

작가는 또 젠더 격차 지수, 유리천장 지수,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 등의 명확한 통계와 이해하기 쉬운 사례로 독자를 설득한다. 논픽션 책으로서 어린이에게 좋은 글쓰기의 모범도 되는 것이다.  

책에서 정확히 짚은 것처럼 페미니즘은 “여자와 남자가 어떻게 하면 평등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서 출발”한다. 평등을 지향하기 때문에 성별뿐 아니라 인종, 생김새, 성적 지향, 장애, 나이 등 여러 문제와도 연결된다. 그러므로 여성만 알 일도, 여성만을 위해서 알아야 할 일도 아니다.

 

어린이를 존중하는 사회에서는 어른도 당연히 존중받는다. 장애인이 이용하기 쉬운 시설은 장애가 없는 사람에게도 편리한 시설이다. 여성에게 평등한 세상은 남성에게도 평등한 세상이다. 평등한 세상은 우리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라는 세상이다. 그런데 최근 종종 “요즘은 페미니즘이 너무 심하다”라고 말하는 분들을 본다. ‘지나친 평등’처럼 성립이 안 되는 말이다. “페미니즘은 원래 그런 게 아닌데, 요즘 페미니즘이 문제”라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께 말씀 드리고 싶다.

 

“그렇다면 우리 원래 페미니즘은 무엇이고, 요즘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 책을 읽고 같이 배워볼까요? 어린이책은 어린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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