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좋은 어린이책 <마틸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난령(번역가, 그림책 기획자)


로알드 달이 <마틸다>에서 전하는 세 가지 메시지
<마틸다>는 로알드 달이 세상을 뜨기 전에 마지막으로 쓴 아동 장편 소설입니다. 1988년에 처음 세상에 나온 이후로 지금까지 전 세계 어린이와 부모의 뜨거운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영화와 뮤지컬로도 제작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고, 2012년 미국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이 주관하는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아동 문학 100선’ 중 30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마틸다>가 세대를 넘어 전 세계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물론 이야기가 재미있어서겠지만, 단순히 그 이유 한 가지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노년에 접어들어 손자를 여럿 둔 로알드 달 할아버지는 ‘마틸다’라는 작은 소녀를 통해서 어린이 독자들에게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첫째, 책의 미덕
웜우드 씨 가족은 모두 거실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각자 무릎에 즉석식품을 놓고 ‘TV 식사’를 합니다. 마틸다가 텔레비전을 보며 식사하는 대신 식탁에 가서 책을 읽으며 저녁을 먹어도 되냐고 묻자, 아빠 웜우드 씨는 험악한 표정으로 마틸다에게 핀잔을 줍니다. 마틸다가 계속 책을 읽자 웜우드 씨는 괜스레 부아를 내며 마틸다가 읽는 책이 쓰레기라며 갈기갈기 찢어 버립니다. 이러한 장면은 로알드 달이 당시에 느꼈던 심각한 두려움을 반영한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책의 종말’에 대한 두려움이었어요. 로알드 달은 TV가 책보다 더 인기를 누릴까 봐 걱정했고, 진짜로 책이 사라지지 않을까 무척 두려워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책의 미덕과 독서가 주는 이점에 대해 알려 주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겁니다. 이 책에는 많은 고전 작품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찰스 디킨스의 <니콜라스 니클비>와 <올리버 트위스트>,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토머스 하디의 <테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존 스타인벡의 <붉은 망아지> 등등... 로알드 달은 주옥같은 명작들을 마틸다와 도서관 사서인 펠프스 여사와 하니 선생님의 입을 통해 소개해 줍니다. 이른바 로알드 달의 ‘권장 도서 목록’이지요.


둘째,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
<마틸다>는 로알드 달이 실제로 살았던 버킹엄셔의 작은 마을과 적나라한 학교를 배경으로 하여 독자들에게 불편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마틸다>가 어른들과 아이들을 극단적인 대결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이를 본 아이는 어른에 대한 적개심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예컨대 ‘악의 화신’ 트런치불 교장을 로알드 달이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에 기숙 학교에서 겪었던 많은 폭력과 불합리한 처벌을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으로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이 이야기를 단순히 ‘어른과 아이의 대결’로 해석하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보다 본질적인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어른과 아이는 강자와 약자, 불의와 정의, 폐쇄성과 개방성, 기득권 세력과 새로운 세력을 상징하며, 이 이야기는 다시 말해 어른과 아이의 대결이 아니라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에 관한 것으로 읽을 수 있지요.


다윗 팀의 대표 선수는 물론 마틸다입니다. 트런치불 교장의 속바지에 강력한 박피제를 뿌린 호텐시아, 트런치불 교장이 마실 물병에 도롱뇽을 집어넣은 라벤더, 그리고 지름이 50센티미터나 되는 초콜릿 케이크를 모두 먹어 치워야 했던 브루스 보그트로터 등 작은 다윗들은 더럽고 불친절하고 심술궂은 사탕 가게 주인을 혼내 주려고 사탕함 속에 죽은 쥐 한 마리를 몰래 넣었던 장난꾸러기 소년 로알드 달을 떠올리게 합니다.


셋째, 유머의 가치
로알드 달은 <행운-나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에서 ‘소설가라면 가져야 하는 혹은 가지려고 노력해야 하는 7가지 자질’을 정리해 놓았습니다. 그중에서 어린이책을 쓸 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질은 ‘예리한 유머 감각’이라고 합니다. 저는 유머가 어린이책을 쓸 때뿐만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도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부조리를 기억하는 것은 몹시 아프고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은 세상과 타협하고 자신의 기억에 뽀얀 분칠을 하곤 하지요. 하지만 기억하지 않고는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부조리를 잊지 않게 해 주고, 불의에 저항할 수 있게 해 주는 힘! 그것이 바로 유머의 힘입니다. 우리가 그것을 기억하고 저항함으로써 세상은 더 나은 방향으로 전진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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