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좋은 어린이책 <귀신 은강이 재판을 청하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안미란(동화작가)


무섭고 기이하고 묵직하나 우스꽝스러운

‘억울한 귀신’, ‘신비의 물건’, ‘기이한 변신’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어 오랜 세월 사랑받아왔다. <귀신 은강이 재판을 청하오>는 이 세 가지가 다 나온다. 어린이는 호기심이 많아 경이로운 것에 마음을 뺏긴다. 어린이들은 경이로운 소재에, 아슬아슬한 감정의 흐름까지 기대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듣거나 읽고 싶어 한다.


귀신 이야기는 무척 매력적이다. 무섭고 소름 끼치고 해코지당할까 불안한데 왜 자꾸 마음이 끌리는 걸까? 신기한 물건이 나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흔하게 접하는 일상의 물건들이 알고 보니 신비한 능력을 지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흔한 공상이지만 얼마나 즐거운가. 변신 이야기도 늘 흥미롭다. 여우가 여인으로 둔갑하거나 몽당비가 남정네가 되어 나타나거나 자동차가 변신 로봇이 되거나 하는 것 말이다.


은강이는 어린 여자다. 하얀 소복을 입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니, 예의 그런 처녀 귀신이 맞다. 무방비 상태에서 비명횡사한 억울한 혼령이자 사회적 소수자로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사람. 하지만 당당히 재판을 여는 은강이의 모습은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은강이가 증인이랍시고 데려오는 인물은 연못의 개구리들, 세책점 계집아이 삼월이처럼 낮고 하찮은데……,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신비한 거울은 앞날의 모습을 비춰 주었다. 현대 최첨단 장비로도 불가능한 ‘미래를 읽는 도구’가 권력자의 눈에 띄고 만 것이다. 임금은 장차 글을 쓰게 될 모습이 비친 여자애를 ‘나쁜’ 아이라고 단정 짓고 옥에 가둬 버렸다. 스스로, 혹은 어울려서 쉼 없이 변화하는 게 인간의 본성인데, 그런 인간을 ‘나쁜/좋은’으로 나누는 순간 공포가 다가왔다. 이분법적 사고와 권력의 감시가 우리 삶을 어떻게 피폐하게 만드는지 섬뜩하다.


나라의 법도 혹은 실정법을 어긴 자를 처벌하는 것이 능사일까? 공명정대한 암행어사는 으스스한 일을 겪고 미스터리한 사건 뒷면의 진실을 밝혀냈지만 왜 자책감에 시달리게 되는 걸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문제가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첫 문장은 “얼마 전 대궐에서 일어난 사건을 이야기해 달라고? 그러지 뭐. 마침 나도 할 일이 없어 심심하던 참이니까.”라며 독자에게 슬쩍 말을 걸듯 이야기판을 벌인다. 시종일관 입말체로 풀어내 마치 옛이야기를 곁에서 듣는 것 같다. 아슬아슬하고 무섭고 신기한 이야기에 빠져들면 그 안에 간절한 소원, 용기 있는 행동, 당당하지만 사려 깊은 태도의 필요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표지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삽화가 선명하고 으스스한 옛이야기 분위기에 어울린다. 푸르스름한 기운에 싸인 저승사자의 시커먼 입술이라든지 핏기 없이 연못에 둥둥 뜬 원님의 모습은 기괴하고 무섭다. 하지만 밝은 색상과 익살스럽게 표현된 등장인물의 표정, 다양한 화면 해석으로 그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린이 독자들이 그림을 보면서 추리하거나 해석할 여지도 많아 책 읽기가 즐거울 것이다.


은강이는 자기 생명을 잃게 한 악인에게 어떤 벌을 내릴까? 은강이가 죽던 날, 그 와중에 억울하게 밟혀 죽은 작은 생명이 하나 있었으니 은강이는 이 작은 귀신으로 처벌을 맡게 하였다. 그게 누구인지, 어린이들은 퍼즐 맞추듯 즐기며 이야기를 읽게 될 것이다.

 

9월의 좋은 어린이책 이벤트 보러 가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