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좋은 어린이책 <고래 책>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박태근(알라딘 인문MD, 고래 덕후)

 

고래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나처럼) 왜 고래를 좋아하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 책을 손에 들고 펼쳤을 테지만(고래 책이 고래의 종류보다 적어서 고래를 좋아하는 이들은 나오는 족족 무조건 찾아 읽는 생태적 특성을 지녔다), 막상 누군가 왜 고래를 좋아하는지 묻는다면 “어떻게 이렇게 멋진 고래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죠?”라고 답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아프리카 코끼리, 족제비, 여우, 원숭이를 거쳐 고래에 푹 빠졌다는 이 책의 작가는 이렇게 뭉뚱그려진 ‘고래를 좋아하는 이유들’을 되찾아준다. 왜 다른 물고기가 아니라 콕 집어 고래를 좋아하는 걸까. 혹시 물고기의 꼬리지느러미는 수직 방향이라 좌우로 움직이지만 고래의 꼬리지느러미는 수평 방향이라 위아래로 움직이기 때문 아닐까? 맞다! 아니면(?) 물고기의 피부는 뻣뻣한 비늘로 덮여 있지만 고래의 피부는 사람의 피부처럼 매끄럽기 때문 아닐까? 이것도 맞다!(어떻게 나도 잊었던 내 마음을 알았지?)


고래를 좋아하는 이들은 이렇게 쉽게 뜻을 한데 모으지만, 막상 어떤 고래를 좋아하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고래를 좋아하면서 이렇게 다른 고래를 좋아할 수 있지 싶을 정도로 취향이 달라 놀라곤 한다. 이들의 탓이라기보다는 그만큼 다양하고 각기 다른 고래의 멋 때문일 텐데, 나는 단연코 혹등고래가 가장, 무조건, 제일 좋다. 좋아하는 마음만 가득하니 역시 ‘혹등고래를 좋아하는 이유들’을 잊고 지냈는데, (나만큼 혹등고래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의 작가는 이번에도 그 이유들을 되찾아준다. 최대 5미터에 이르러 사람의 팔처럼 보이는 긴 가슴지느러미, 공기 방울을 내뿜어 먹이를 둥근 원 안에 가둬서 잡아먹는 모습 말이다.


아직 고래를 좋아하지 않아 공감하기 어렵다고? 걱정하지 말자. 분명히 ‘고래를 좋아하게 될 이유들’도 빠뜨리지 않고 전해주니까.(역시 고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치밀한 데다, 혼자만 좋아하지 않고 함께 나누는 걸 즐기는 게 분명하다.) 고래가 처음부터 바다에 살았던 게 아니라 다른 포유류처럼 땅 위에서 네 발로 걸어 다니다 바다로 걸어 들어간 사실을 듣는다면, 이 더위에 나도 고래처럼 바다로 들어가서 살고 싶다는 꿈을 꾸지 않을 수 없을 테고, 그런 꿈을 꾸다 ‘숨을 쉬지 못하면 어쩌지’ 싶은 걱정이 된다면, 머리 위 코 ‘숨구멍’으로 멋진 ‘숨기둥’을 뿜어 올리는 고래의 모습을 떠올리며 시원하게 숨을 내쉬면 되니, 걱정은 접어두고 이 책을 펼쳐 고래를 만나기만 하면 되겠다.


제목에 고래가 들어가고 표지에 고래 그림이 큼지막하게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이 책을 펼쳤는데, 기대보다 풍성하고 예상보다 매력적인 고래와 고래 이야기가 가득하고, 있는 그대로의 사진이 아닌 고래를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 고래 일러스트가 끊임없이 이어져 눈과 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는 사이에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고 말았다. 그렇게 책장을 덮고 나니 고래를 좋아하는 이유들, 혹등고래를 좋아하는 이유들이 하나둘 떠올랐고, 고래를 좋아하게 될 이유들과 아직 그 이유를 모르는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작가가 그러했듯 내가 이 책과 고래 이야기를 글로 쓰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부디 여러분도 이 넘치는 마음을 느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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