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좋은 어린이책 <곰팡이 보고서>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위기철(작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사실 동화작가는 근본적으로 낙관주의자들입니다. 5초 뒤에 지구가 멸망해도, “모두 모두 행복하게 살았어요, 끝!” 할 사람들이지요.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좀 밝은 사람들이라면 “미친 거 아냐?” 비웃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동화작가는 원래 미친 사람들입니다.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일에 미쳐 있고, 착한 세상을 향한 믿음에 미쳐 있는 사람들이지요. 그래서 이제는 웬만한 아이들조차 믿지 않는 마법, 천사, 요정, 산타클로스 같은 존재를 전파하는 일에 열을 올리곤 합니다.

 

그런데 박효미 작가가 쓴 《곰팡이 보고서》에는 판타지도 해피 엔딩도 없습니다.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다거나 고생 끝에 낙이 온다거나 하는, 달콤한 보상도 없습니다. 선량하되 힘없는 사람들이 다다르는 세상의 막다른 골목, 그 삭막하고 적막한 풍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어른들한테 흔히 듣던 “착하게 살아봐야 손해만 본다!”를 증명해 보이려는 동화 같습니다. 작가는 착한 세상을 향한 믿음을 잃어버린 걸까요?

 

그렇지는 않겠지요. 어쩌면 작가는 우리가 왜 착하게 살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책에 실린 동화 네 편은 삶의 밑바닥까지 밀려난 빈곤 가정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풍족함을 원하지만, 세상살이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살다 보면 곤경에 빠져 헤어나기 힘들 때도 있지요. 우리가 곤경에 빠진 사람을 돕는 이유는 우리도 곤경에 빠질 때가 있기 때문이고, 우리가 약자를 보호하는 이유는 우리도 어떤 관계에서는 약자이기 때문이지요.

 

아빠가 사업에 실패해 연립주택 반지하로 이사한 진후네 가족은 쓸모없는 짐을 줄여야 할 형편입니다. 그 가운데 똥오줌도 못 가리는 늙은 개 또또가 가장 쓸모없는 짐짝이지요. 구박받던 또또는 어느 날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고, 진후네 가족은 그제야 자신들도 그리 쓸모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마음에 짚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단지 쓸모없다는 이유로 세상에서 폐기처분당해야 하는 걸까요? 그보다 그 쓸모 있고 없음을 대체 누가 정하는 걸까요?

 

우리는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나만’ 행복해지기를 원한다면 그 소망은 이룰 수 없습니다. 행복을 차지하려고 서로 싸워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동화는 ‘모두가 착한 세상’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꿉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지요. 같이 꿈꾸실 분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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