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좋은 어린이책 <굿 나이트 스토리즈 포 레벨 걸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임옥희(여성학자, 여성문화이론연구소 대표)

 

버지니아 울프는 “우리 엄마들은 왜 그렇게 가난했으며 도대체 무엇을 하느라고 우리 딸들에게 아무런 유산도 물려주지 못했을까?”라고 물었다. 열세 명의 자녀들을 키워낸 엄마의 노고는 값을 헤아릴 수 없는 숭고한 것이므로 말 그대로 값을 쳐주지 않는다. 그러니 엄마들은 가난하고 딸들에게 물려줄 유산도 전통도 없었다고 울프는 통탄한 바 있다.


여성의 전통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여성의 전통은 너무 쉽게 잊힐 따름이다. 여자들의 이야기는 기억하고 되풀이해서 들려주고 또 들려줄 사람들이 없었으므로. 그래서 후세대 여성들은 무엇을 하든 자신이 언제나 ‘맨 처음 시작하는 돌연변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하지만 ‘세계를 바꾼 여성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옛날 옛날 한 옛날부터, ‘세상을 바꾼 여성들’은 언제나 있었다. 이 책은 망각에서 구출된 여자들이 미래의 딸들에게 들려주는 집단적 유산이자 선물이다.


《굿 나이트 스토리즈 포 레벨 걸스: 세상에 맞서는 100명의 여자 이야기》는 크라우드 펀딩 역사상 가장 많은 펀딩을 받은 책으로서 100만 달러 이상이 모였다. 세상의 절반을 차지한 여성들은 딸들의, 딸들에 의한, 딸들을 위한 이야기를 그처럼 절실하게 원했던 것이다. 세상을 바꾼 여성들의 이야기는 엄마가 들려주는 자장가처럼 아이들의 꿈속으로 찾아온다. 그런 꿈들이 모여 세상을 바꾸고 싶은 여자들의 갈망은 현실이 되었고, 되고, 될 것이다.


기존의 동화에서처럼 세상은 잔인한 거인, 푸른 수염의 사나이, 사냥꾼, 전쟁광, 황제, 잠자는 공주들로 가득 찬 것은 아니다. 옛날 옛날 한 옛날 여자 곡예사, 마법적인 과학자, 타투 하는 여자, 주유천하하는 여자, 권투하는 여자, 별을 헤아리는 여자, 노래하는 여자, 춤추는 여자, 공부하는 여자, 혁명하는 여자도 있었다. 이처럼 남자들의 폭력과 차별에 지친 여자들은 지상의 모든 존재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풍요롭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꿈꾸었다.


“여자는 항해사가 될 수 없어. 네 긴 머리카락이 밧줄에 엉킬 거야.”라는 성차별적 발언에 그레이스는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영웅적인 해적이 되었다. 루즈 긴즈버그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여성 대법관이 되었다. 몇 명의 여성대법관이 있으면 충분하겠냐는 질문에 긴즈버그는 “아홉 명이요.”라고 대답한다. “아홉 명으로 구성되는 대법원에서 전원이 여성대법관이 되어야 한다고요?”사람들은 놀라서 반문한다. “대법원에는 늘 아홉 명의 남성대법관이 있었지만 아무도 놀라지 않았어요.”라고 긴즈버그는 태연히 대답한다. 대법관 전원이 여자였더라면, 세상은 일찌감치 달라졌을 것이다.


《굿 나이트 스토리즈 포 레벨 걸스》는 이야기꾼 할머니를 졸라서 듣고 또 들어도 결코 질리지 않는 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한 여자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여자들의 이야기에 허기진 사람들에게 이 책은 풍요로운 식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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