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좋은 어린이책 <울음소리>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조은수(작가)


굳은 마음을 찢는 새로운 방식
비닐로 꽁꽁 싸인 책이 도착했다. 책은 얼핏 보기에 무슨 상자처럼 생겼다. 비닐을 찢어서 안을 펼쳐 보기 전에는 당최 무슨 정체인지 알 수 없다. 겨우 비닐을 뜯었는데 산 넘어 산이다. 무슨 그림책에 야릇하게 생긴 설명서까지 있다. 이러저러하게 보라는 독서 내비게이션. 한참 설명서를 노려보다 깊은 숨을 들이쉬고 책을 한 장씩 신중하게 펼쳐본다. 틀리면 안 되니까 조심조심.


내가 사는 아파트와 아주 비슷한 모습. 노란 얼룩. 처음엔 점에 가깝다가 연두색으로 부풀었다가 파란색, 보라색, 마지막 선홍색이 되면 괴물처럼 커다랗게 건물을 덮고 있다. 그리고 뒷장의 무언가가 슬쩍 보인다.


사실 뒷장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 얼룩의 정체를 확인하고 싶지 않은 마음. 왜냐면 그 얼룩의 정체를 확인하면 내 평온한 일상이 흔들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더군다나 폭염주의보까지 뜨지 않았는가! 이런 날 땀을 빼고 싶지 않다. 소파와 일체형이 된 내 편안한 일상을 1도 내주고 싶지 않다.


그때 악! 비명 소리가 아파트 마당에서 올라온다. 몸을 일으키기 싫다. 하지만 처음 주저하며 비닐을 찢을 때부터 알아봤다. 저 얼룩의 정체를 확인하지 않고는 내 평온한 일상이 가능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무거운 몸을 일으켜 베란다로 나가 비명의 진원지를 확인한다.


이 책의 방식이 아주 굳고 무거운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다. <울음소리>는 힘들여 비닐을 찢게 만들고, 주의를 기울여 설명서를 읽게 만들고, 한 장 한 장 조심스럽게 펼쳐보게 만든다. 그러는 동안 단단하게 굳었던 근육이 풀어지듯이 딱딱하게 굳은 마음 한 조각이 슬슬 흔들린다. 책을 보는 방식 자체로 우리에게 다른 방식으로 말을 거는 그림책.


독자 모두를 조그만 단서를 좇아가며 결국 범인의 정체를 밝혀내는 탐정이 되도록 이끄는 자그마한 실험 그림책. 이 더운 여름에 그림책 한 권을 신중하게 펼치는 진땀을 흘려보기를 모두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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