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좋은 어린이책 <징검다리>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정우성(배우,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난민의 고통과 아픔에 가 닿을 수 있는 징검다리 같은 책

2015년 가을, 한 장의 사진이 온 세계를 슬픔에 젖게 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유럽으로 피난길에 올랐다가 터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살배기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이었습니다. 언뜻 잠든 것처럼 평화로워 보이는 쿠르디의 사진은 전 세계 난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한눈에 보여 주었습니다. 2011년 3월, 시리아 내전이 시작되고 전 국민 2,200만 명 가운데 550만 명 이상이 이웃 나라에서 난민으로, 자국에서도 600만 명 이상이 집을 떠나 살고 있습니다. 이런 참혹한 현실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쿠르디의 사진은 이미 잊히고 있습니다.

 

저는 2016년 3월,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로서 시리아 난민들을 만나기 위해 레바논을 방문하였습니다.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시리아 난민인 레바논은 이웃 나라의 아픔을 기꺼이 함께했지만 난민들은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도 내전은 계속되고 있으며, 그들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난민들은 우리와 같은 꿈을 꾸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아버지이자 아들, 형이자 동생인 이들도 우리처럼 온 가족이 함께하는 소박한 행복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평화를 되찾은 조국으로 돌아가 고향의 음식을 먹고, 안전하게 뛰놀고,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아주 평범한 일상, 바로 이 그림책 《징검다리》가 그려 내는 일상 말입니다.

 

다행히 주인공 라마의 가족은 무사히 바다를 건너 새로운 터전을 찾았습니다. 나눌 줄 아는 이웃도 만났습니다. 하지만 많은 난민은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도 작은 쪽배와 험한 파도에 몸을 맡겨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평범한 일상이,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책의 제목 ‘징검다리’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징검다리로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글을 쓴 캐나다 작가와 아트워크를 한 시리아 작가를 연결해 준 한 장의 사진이 그들에게는 징검다리였지요. 주인공 라마의 가족들이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건너와 정착할 수 있게 도와준 이웃들 역시 징검다리였습니다.

 

저도 여러분에게 세상의 난민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더불어, 이 그림책 《징검다리》도 우리 어린이들에게 난민을 이해하고 감싸 안는 마음을 가지게 해 줄 징검다리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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