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좋은 어린이책 <가난한 아이들의 선생님>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윤지원(영화칼럼니스트/번역가)


가난한 아이들은 교육을 받지 못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로렌초 밀라니 신부는 그런 아이들에게도 교육의 기회가 공평해야 한다고 믿고, 교회나 사회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이를 실천했던 사람입니다.


가난한 농부가 신부님의 학교에 아들을 보낸 이유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어두운 집 때문이었습니다. 아빠는 새벽마다 어둠 속에서 밭에 나갈 채비를 하느라 여기저기 부딪히기 일쑤였고, 걸려 넘어져 다치기도 했습니다. 집주인은 전기 신청서를 작성해서 보냈다는 핑계룰 대는데,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아빠와 아들은 집주인이 내민 신청서가 진짜인지 아닌지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아들은 글을 배우기 싫어했지만, 신부의 교육을 통해 자신이 여러가지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면서 점점 달라집니다. 그리고 결국 집에 전기를 연결하게 만들었습니다. 전구에 불이 들어온 것을 보며 아빠는 이렇게 말합니다. “빛이 어둠보다 좋구나.”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은 세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무엇이 문제인지 볼 수 있었으며, 생각을 잘 표현할 수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당시 이탈리아에 대한 비판 글을 신문에 기고할 정도의 통찰을 갖췄습니다. 비록 그것이 문제가 되어 신부는 고발을 당하고 학교가 없어질 위기가 닥치기도 했지만, 세상은 아이들의 글을 통해 설득됐고, 이 학교의 중요성과 신부의 의도를 인정하게 됐습니다.


신부의 방법이 특별했던 것은 아닙니다. 신부는 그저 아이들에게 “날마다 신문을 읽게” 했고,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하지만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줬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알게 된 세상에 관해 아이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도록 했습니다. 농부의 아들은 “세상에는 참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고, 우리도 그 세상의 일부라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다”라고 합니다.


[가난한 아이들의 선생님]은 이처럼 훌륭한 교육 철학을 펼친 한 신부의 전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가르치는 바람직한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하는 책입니다.


우리는 모든 아이들이 예쁘고 평화롭게 자라나서 꿈을 이루고 행복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현실에는 그럴 처지가 안 되는 아이들이 존재합니다. 여전히 세상에는 가난이나 차별 같은 이유로 배움에서 소외된 아이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누구에게나 동등한 교육의 기회가 보장되는 나라지만, 정작 아이들은 세상의 어느 한쪽만 배우도록 강요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대 아파트 아이와 놀지 말라”는 식의 차별, 장애아동을 위한 교육기관 설치를 반대하는 이웃 주민들이 그런 반쪽 교육을 자행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도, 내 아이에게 그렇게 어둡고 부정적인 현실까지 굳이 알려 주기는 싫다는 흔한 바람 또한 결국 아이가 세상을 대하는 균형을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밝고 희망적인 이야기나 꿈과 환상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그런 것들로만 울타리를 둘러 아이를 가둔다면, 이는 결국 아이가 살아가야 할 세상의 참모습을 차단하고, 왜곡하는 게 됩니다.


서점의 어린이 도서 코너는 밝고 다채로운 표지의 책들이 즐비한데, 그 가운데 흑백 다큐멘터리 사진이 연상되는 [가난한 아이들의 선생님]의 비장한 표지는 좀 이질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일부러 빽빽하게 칠한 검은 크레파스를 긁어내서 드러나는 흰 선들로 그려나가는 시모네 마씨의 그림이야 말로 세상은 본래 빛과 그림자로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표현하는 예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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