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좋은 어린이책 <헌터걸 : 거울 여신과 헌터걸의 탄생>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염광미(효행초등학교 사서교사)

 

정의를 위한 헌터걸의 멋진 한 방!
사람들은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부조리를 마주치거나 암울한 미래가 예상될 때면 누군가 대신 나타나 정의를 실현시켜 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사회는 그리 쉽게 변하지 않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이 등장하는 영화나 소설을 보며 잠시나마 그 바람을 충족시킨다. 드디어 동화에도 정의의 사도, 어린이 헌터가 등장했다. 속임수로 상대를 골탕 먹이는 시시한 헌터가 아니라 화살로 악당을 응징하는 진짜 헌터다.

 

『거울 여신과 헌터걸의 탄생』은 청소년 소설과 동화를 아우르는 작가 김혜정의 신작 판타지 동화다. 열다섯 살에 첫 장편을 완성했다는 오랜 경력의 작가답게 동화 속에는 여러 이솝우화와 세계명작이 꼭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처럼 짜임새 있게 얽혀 있다. ‘피리 부는 사나이’를 시작으로 ‘라푼젤’, ‘백설 공주’, ‘양치기 소년’, ‘벌거벗은 임금님’까지, 수백 년의 세월을 이어져 온 이야기들이 한국의 판타지 동화 속에 고스란히 살아 움직인다.

 

주인공 강지는 외할머니(실제 작품 속에서 ‘외할머니’라는 말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와 엄마의 재능을 물려받은 양궁 천재로 요리사인 아빠와 단 둘이 산다. 열두 살 생일날, 갑자기 등장한 외할머니는 강지에게 다짜고짜 악당을 물리치는 헌터걸의 운명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악당은 어린이들을 속이고, 때리고, 위험에 빠뜨리는 ‘나쁜 어른’이다. 그 악당의 최고봉이자 악의 상징인 피리 부는 사나이가 지금까지 살아남아 아이들을 노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즈음 전국의 아이들 사이에서는 ‘거울 여신’이 화제다. 거울 여신의 홈페이지에 회원들이 자신의 사진을 올리면 예뻐지는 방법과 상품을 소개시켜 준다. 이미 강지네 반에도 여러 명이 거울 여신에게 예뻐지는 법을 상담받았고, 심지어 팬클럽 회원도 있다. 튀어나온 앞니 때문에 아이들에게 ‘대왕 토끼’라 불리며 놀림받던 강지도 교정을 받기 위해 거울 여신이 소개한 치과에 간다. 그런데 강지는 치과에서 우연히 거울 여신이 아이들을 속이는 엄청난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화가 난 강지는 헌터걸이 되어 거울 여신을 잡기로 결심한다.

 

『거울 여신과 헌터걸의 탄생』은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페이지터너가 될 소지가 다분한 것 같다. 아이들이 흥미로워할 게임이나 만화 같은 소재에다 톡톡 튀고 술술 읽히는 문장력까지 갖추었기 때문이다. 또 이 책의 주요 이야기 거리인 인터넷과 외모 가꾸기는 아이들의 최고 관심사다. 당연히 책장을 넘기는 아이들의 손이 몹시 바빠지지 않을까?

 

그런데 이 동화의 백미는 생각할 거리를 계속해서 던져 준다는 것이다. 미디어를 잘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말하고 듣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정의는 무엇이고 진정한 용기는 무엇인지 등 생각할 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이들은 이 책을 술술 읽다가도 중간중간 생각을 가다듬고 정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단지 재미만 좇는 판타지 동화와 『거울 여신과 헌터걸의 탄생』이 구별되는 중요한 지점이다.

 

어린이들이 거울 여신의 말을 무조건 신뢰했던 것처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은 현실 속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많은 어른들이 가짜든 진짜든, 옳든 그르든 상관없이 이익에 따라 행동하고 있고, 아이들이 그 모습을 은연중에 배우고 있다. 그러나 현실이 나쁘게만 흘러간다면 우리의 미래가 너무 불행하지 않은가? 그래서 헌터걸 같은 영웅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1순위로 지목할 ‘피리 부는 사나이’는 과연 누구일까? 제2, 제3의 강지에게 헌팅당하기 전에 나쁜 어른들은 하루빨리 착해져야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 속에 남학생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거울 여신과 헌터걸의 탄생』 마지막 장면에 잠시 나타난 헌터보이는 다음 권에 만날 수 있는 것일까? 시리즈로 펴낼 계획이라니 더 궁금하고 기대된다.

언제부터인가 직장에서의 ‘을’들이 부당함에 대하여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다음은 ‘여성’이었다. 이제는 어린이들 차례다. 세상의 어린이들아! 헌터걸처럼 정의를 향해 멋진 한 방을 날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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