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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ansall Saga (Paperback)
Paulsen, Gary 지음 / Delacorte Pr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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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사막에서 혼자 캠프를 하다가 이상한 파란빛 광선에 이끌려 문명이 몰락한 먼 미래로 가게 되는 남자아이 이야기다.

게리 폴슨 소설답게 긴박한 이야기 전개와 모험이 재미있었다. 막판에 나오는 활극은 몰아서 읽을 수밖에 없더라.  

하지만 번역본 제목처럼 그 '푸른 광선의 비밀'이 무엇이었는지는 결국 나오지 않았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하며) 미래로 떨어진 마크는 혼자 숲 속에서 살다가 정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붙잡힌다.

그 뒤 마크는 기회를 틈타 붙잡힌 마을에서 도망가려다가 되돌아온다.

다른 부족 사람들이 그 마을을 기습하기 위해 쳐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기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이들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소년의 이 '지어낸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자기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이들은 내팽개치고 ('가만히 있으라'고 한 채) 자기네들끼리만 몰래 토낀 인간들의 '실화'가 더욱 참담하였다.

하필 이 책을 읽고 있었던 때가 바로 작년 이맘때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그 날이었기 때문에.

 

위험을 알려준 건 고마운데, 왜 그러고 나서 도망가지 않고 계속 도와줬느냐고 묻는 부족장에게 마크는 이렇게 대답한다.

 

"It was not an easy decision. I considered saving only myself. But it didn't seem right to let everyone else die." (131)

쉬운 결정은 아니었어요. 내 목숨이나 챙기자는 생각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죽게 놔두는 것이 옳은 일은 아닌 거 같았어요.

 

 

#

아름다운 것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손해까지 감수하는 사람의 모습은.

우리가 세월호 박지영 씨를 눈물로 기억하는 이유는 목숨까지 버려가며 승객을 구하려던 숭고한 모습 때문이 아닌가.

그녀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대로 객실에 내려가는 건 돌아올 수 없는 길임을.

왜 두렵지 않았겠는가? 그래도 그녀는 그 엄청난 두려움을 이겨낸 것이다. 죽음의 짠내가 허파로 엄습해 오는 것이 느껴졌지만 내려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아름다운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의지이며 마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아름다운 사람만 살지 않는다. 우리가 자기 몸뚱아리와 자기 이익만 챙기려는 사람의 모습을 언짢게 바라보는 이유는 그들의 저 이기적인 모습 때문이 아닌가. 이들을 추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생존 본능에 따르는 걸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말 醜하고 惡한 것들은 따로 있다. 사람이라 부르기도 싫다.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사람들의 넋을 위해 사건의 원인과 결과, 즉 진실을 밝혀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사람들을 입막음하려는 것들, 참으로 더럽고, 나쁜, 고깃덩어리들이다. 진정한 추악의 갑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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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한 해피엔딩이나 인과응보, 이러저러 해야한다는 뻔한 교훈 같은 걸 기대한다면 책을 덮어야겠지.

인디언이 미국인들이 만든 보호구역 속에서 얼마나 열악하게 살아가는지를 한 소년의 이야기로 풀어내었다.

물론 인디언 생활 보고서는 아니다. 청소년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위트가 솔직함이 넘치는 문장이다. 웃음 속에 슬픔이 교차되며 즐겁다가도 절망적이다.

이렇게 슬픈 이야기를 이처럼 유쾌한 문장으로 써낼 수 있다니! 언론과 독자들의 엄청난 찬사와 수많은 타이틀을 따낸 이유를 알 것 같다.

주인공 아놀드는 인디언 아이들이 모여서 매너리즘에 빠진 선생들 밑에서 공부하는 학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이웃 마을의 백인들만이 다니는 리어던 고등학교로 전학 보내달라고 한다.

아버지는 기름값이 없어서 아들을 그 먼 학교까지 태워다주지 못하는 날도 많았지만 아놀드는 새벽에 일어나서 걸어서라도 간다.

지긋지긋하고 앞날이 안보이는 웰피닛 고등학교에서는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을 거다(이 웰피닛 고등학교 같은 곳은 사실 우리나라 도처에 깔려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끝내주게 쌔끈한 페넬로페를 만나고, 자기를 인정해주는 친구들을 만난다.

하지만 인디언 마을의 절친이었던 로디와는 전학을 가면서 곧바로 원수가 된다.

이들은 각각 리어던 고등학교의 농구부원(아놀드)과 웰피닛 고등학교 농구부원(로디)으로서 코트에서 맞붙는다.

처음에 웰피닛으로 원정 간 아놀드가 로디에게 얻어 터져서 실려나가고,

리어던으로 원정 온 로디가 아놀드에게 공중 인터셉트에 이은 3점슛을 허용하며 굴욕을 당한다(아놀드는 마이클 조던의 혀내밀기 신공까지 시전). 장군멍군이다.

농구 좋아하는 나에겐 가장 흥미진진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세 명의 죽음이 있었다. 아놀드가 사랑하고, 큰 영향을 받았던 사람들이다.

이들의 죽음은 아놀드에게 큰 고뇌를 안겨주지만, 그럼에도 아놀드는 꿋꿋이 자기 길을 걸어간다.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다. 무슨 특별한 결말을 기대했다면 허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우리 모두의 인생은 이처럼 미완성이 아니던가.

로맨스 소설을 몰래 숨겨놓고 읽는 누나에 대해.
Well, that is a big difference between my sister and me. I hide the magazines filled with photos of naked women; my sister hides her tender romance novels that tell stories about naked women (and man). (39)

포커 잘 치는 인디언 남자와 눈 맞아서 결혼하여 집 나간 누나에 대해.
My sister married a guy for a damn silly reason. But I suppose people often get married for damn silly reason. (90)

집 나간 누나와 학교를 옮긴 자신에 대해.
They thought my sister and I were going absolutely crazy.
But I thought we were being warriors, you know?
And a worrior isn`t afraid of confrontation. (91)

리어던 고등학교에서 만난 책벌레 골디가 글(소설) 읽기 대해 한 말.
"You have to read a book three times before you know it. The first time you read it for the story. The plot. The movement from scene to scene that gives the book its momentum, its rhythm. It`s like riding a raft down a river. You`re just paying attention to the currents. Do you understand that?"
"The second time you read a book, you read it for its history. For its knowledge of history. You think about the meaning of each word, and where that word came from. I mean, you read a novel that has the word `spam` in it, and you know where that word comes from, right?" (94-95)

역시 고디가 한 말 - 고디는 애가 맞나 싶다.
"The world, even the smallest parts of it, is filled with things you don`t know." (97)

아놀드의 아빠가 농구를 할까말까 망설이는 아놀드에게
"You have to dream big to get big." (136)

아빠는 이어서 (이제 알 거 다 아는 아놀드에게) 이런 얘길 한다.
"Well, you know, your mother helped me get a drink from the water fountain last night, if you know what I mean."

리어던 고등학교에 기꺼이 보내준 부모님에 대해.
Ever since I`ve been at Reardan, and seen how great parents do their great parenting, I realize that my folks are pretty good. Sure, my dad has a drinking problem and my mom can be a little eccentric, but they make sacrifices for me. They worry about me. They talk to me. And best of all, they listen to me.
I`ve learned that the worst thing a parent can do is ignore their chidren. (153)

장례식에 대해서
Each funeral was a funeral for all of us.
We lived and died together. (166)

아놀드와 화해한 로디의 말.
"You`re an old-time nomad."
"You`re going to keep moving all over the world in search of food and water and grazing land. That`s pretty cool."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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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에 엄마를 잃고 고아원에서 살다가 아빠로 '추정되는' 사람을 찾아나서는 10살 흑인 남자아이 이야기다.

사전에 없는 단어(scooch, wock 등)나 처음 보는 축약어(I'da, I'ma 따위)가 간혹 나왔다.

원서에서 실존 인물인 듯한 미국 사람들의 이름이 나올 때는 사전지식이 없어서 그냥 넘어갔는데 번역본에 그 사람들이 어떤 맥락에서 언급이 되고 있는지 설명이 되어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번역된 줄거리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인 소설이지만, 원문의 영어 문장이 주는 맛은 아무래도 반감되는 구석은 있었다(예를 들면 원서에서는 "woop, zoop, sloop" 이란 낱말이 오줌 나올 때, 잠이 들 때, 눈물 나올 때, 생각이 떠오를 때 등등 곳곳에서 '반복되어' 나오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데, 번역본에서는 각각 다른 말로 번역됨).

 

버드의 여행은 안타깝고 험난하기도 하지만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희망과 긍정을 잃지 않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처음에 고아원에서 위탁가정으로 보내진 뒤 2살 위 토드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누명까지 쓰고 쫓겨날 판이었는데, 아주 시원하게 복수해주고 도망나오는 장면은 통쾌했다. 일단 피해 들어간 도서관에 머물면서 그곳의 냄새와 분위기를 진지하게 묘사하다가도 갑자기 왜 사람은 도서관에서 졸리게 되는지 설명하는데 그 부분이 너무 웃겼다.

레프티 루이스를 흡혈귀로 오해하는 장면도 어린애다와서 웃음이 나왔다.

이렇듯 이 책은 비극 속에서도 희극이 툭툭 불거져 나온다. 마치 버드가 역경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것처럼.

17장에서 그랜드라피스에 온 버드가 캘로웨이 밴드 음악을 들으며 묘사하는 문장은 마치 내가 그 클럽에 서서 음악을 듣고 느끼듯이 그렇게 읽혔다. 청소년 문학이라지만 이런 건 정말 탁월하다.

19장은 통근 버스에서 읽는데 눈물이 나서 아주 혼났다. 가족이란 결국 그런 것이다.

읽는 내내 10살 소년의 처지가 되어 함께 웃고, 함께 울 수 있었다.

이렇게 슬프면서도 웃기고, 감동을 주는 책은 정말 오랜만이다.

부디 버드의 색소폰 연주 실력이 늘었기를!

 

#아래 도서관 단상은 버드의 남다른 언어와 감성이 바로 도서관에서 이루어졌다는 걸 알려 준다.

The next thing about the air in the library is that no other place smells anything like it. If you close your eyes and try to pick out what it is that you're sniffing you're only going to get confused, because all the smells have blended together and turned themselves into a different one.

As soon as I got into the library I closed my eyes and old books, a smell that got real strong if you picked one of them up and stuck your nose real close to it when you turned the pages. Then there was the smell of the cloth that covered the brand-new books, the books that made a splitting sound when you opened them. Then I could sniff the paper, that soft, powdery, drowsy smell that comes off the pages in little puffs when you're reading something or looking at some pictures, a kind of hypnotizing smell.

I think it's that smell that makes so many folks fall asleep in the library. You'll see someone turn a page and you can easy until it stars piling on the person's eyelashs, weighing their eyes down so much that they stay down a little longer after each blink and finally making them so heavy that they just don't come back up at all. Them their mouths come open and their heads start bouncing up and down like they're bobbing in a big tub of water for apples and before you know it, ... woop, zoop, sloop ... they're out cold and their face thunks down smack-dab on the book.

That's the part that gets the librarians the maddest, they get real upset if folks starts drooling in the books and, page powder or not, they don't want to hear no excuses, you gotta get out. Drooling in the books is even worse than laughing out loud in the library, and even though it might seem kind of mean, you can't really blame the librarians for tossing drooly folks out 'cause there's nothing worse than opening a book and having the pages all stuck together from somebody's dried-up slobber.

 

# 17장 캘로웨이 밴드 연주장면: 번역서 249-253쪽 

"하나, 둘, 하나 둘 셋!"

고개를 들었다.

암살자 아저씨가 드럼 옆의 둥근 금빛 금속판을 드럼 채로 스르르 쓸어내리더니, 막 가랑비가 양철 지붕에 떨어지기 시작하는 듯한 소리를 냈다. 아무 때든 제 마음대로 타다닥 툭툭 요란하게 내리치는 빗줄기가 아니라, 똑똑 떨어졌다가 또르르 경쾌하게 튀어 오르는 소리였다.

이윽고 날라리 아저씨가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마치 드럼 소리 같았다. 잠깐 동안 피아노 소리는 암살자 아저씨가 만들어 내는 빗소리와 함께 곧장 어우러졌다. 이윽고 소리는 잠잠해졌다가 나이아가라 폭포가 울리는 듯 바뀌었다. 커다란 투명 물방울들이 사방팔방 튀어 오르며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물방울은 요란하면서도 또렷하게 떨어지다가, 어느 틈에 암살자 아저씨의 차분하지만 쾌활한 드럼 소리 속으로 녹아들었다.

착실이 에디 아저씨가 피아노 소리와 드럼 소리에 맞춰 손가락을 조용히 튕기기 시작했다.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이쑤시개가 까닥거렸다. 아저씨가 도끼를 입에 물고 불었다. 그런데 그 가락은 색소폰이 울리는 음악이 아니라 아저씨가 색소폰을 말하게 하는 것 같았다. 아저씨가 나지막이 길게 우르르 묵직한 소리를 울렸다. 순간 단 한 번 깊고 구슬픈 소리가 났을 뿐인데도,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처럼 들렸다. 착실이 아저씨는 한동안 그 가락만 불었다. 이윽고 색소폰 소리는 나머지 다른 악기의 폭풍 같은 소리에서 천천히 멀어져 갔다. 그러다가 다시 돌아와 소용돌이치면서 떠돌다가 암살자 아저씨와 날라리 아저씨가 계속해서 울려대던 빗소리에 합류했다.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미스 토머스와 지미 아저씨와 허먼 E. 캘러웨이가 내 뒤로 다가오는 기척도 듣지 못했다.

미스 토머스가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버드, 정말 잘했어. 모든 곳이 반짝반짝 눈이 부시구나."

나는 "고맙습니다, 아주머니."하고 대답하려고 했다. 하지만 도저히 무대 위 아저씨들이 들려주는 경이로운 소리와 어울리지 않는 소리 같았다.

지미 아저씨가 말했다.

"라본, 진짜 보기 좋구나, 얘야."

허먼 E. 캘러웨이는 뭐라고 툴툴거리더니 두 사람과 함께 무대 위로 걸어갔다.

지미 아저씨가 트럼펫을 들고 폭풍우 속에 합류했다. 미스 토머스는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앉아서 눈을 감고 머리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허먼 E. 캘러웨이도 거대한 콘트라베이스 옆에 서서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한 손을 콘트라베이스 꼭대기 가까이 얹고는 다른 손으로 줄을 튕기기 시작했다.

캘러웨이가 줄을 툭툭 당길 때마다 넓고 묵직한 무언가가 느릿느릿 한가롭게 걸어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니, 캘러웨이 자신이 조용히 멀리 있지만 언제라도 더 가까이 다가오려는 번개 같기도 했다.

모든 악기 소리가 어우러지는 순간, 플린트의 그 도서관에서 나던 냄새처럼 어떤 소리가 가장 마음에 드는지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맨 처음에는 지미 아저씨의 트럼펫 소리가 가장 좋았다가 똥파리 아저씨의 트롬본 소리가 최고로 들리고, 그러다가 날라리 아저씨의 피아노가 큰 바위를 때리는 물줄기 소리를 내면 그처럼 멋진 소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착실이 에디 아저씨의 색소폰이 다른 사람들 주위에서 노래하고 말하고 춤을 출 때면, 그제야 비로소 그 색소폰 소리야말로 다시 듣고 싶은 유일한 소리라고 굳게 믿게 됐다. 그러는 동안에도 허먼 E. 캘로웨이와 암살자 아저씨는 거대한 콘트라베이스와 드럼으로 아늑한 소리를 만들어 내면서 온 사물을 계속 움직이게 했다. 마치 누군가의 심장이 큰 소리를 내며 고동치는 것처럼.

어떤 악기가 가장 좋은지 가려 내기가 진짜 힘들었다. 미스 토머스가 입을 열기 전까지는. 다른 밴드 멤버들이 폭풍이라면 미스 토머스는 시커먼 먹구름을 뚫고 파열하는 햇빛이었다. 미스 토머스의 첫마디를 들으면 곧바로 궁금해진다. 이 밴드가 왜 '허먼 E. 캘로웨이와 대공황기의 우울한 파괴자들' 또는 '허먼 E. 캘로웨이와 누비아의 기사들'이라고 불리는지 그 까닭이 궁금해진다. 밴드 이름을 '미스 토머스와 대공황기의 우울한 파괴자들과 거대한 콘트라베이스를 켜는 비열한 늙은이'라고 불러야만 할 것 같았다.

미스 토머스는 진짜 노래를 부르지 않고 그저 "라 다 디 다 디 다 다, 하 위 아 호, 하 위 아 호, 하 위 아 데이."라고 말하는데도 정말 멋졌다. 곧이어 착실이 에디 아저씨가 색소폰으로 대답하는 듯하더니 어느 순간 두 사람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따금 지미 아저씨의 트럼펫이 끼어들어 자신의 의견을 말하다가는 슬며시 사라지곤 했다. 다른 악기들도 번갈아 그 대화를 방해했다. 하지만 정말 내 마음에 드는 건 미스 토머스의 노래와 착실이 아저씨의 색소폰 소리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미스 토머스가 "도우, 디 도우 디 도우 디 바."라고 말하자 곧이어 착실이 아저씨가 대답했다. 둘이서 나누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미스 토머스가 큰 소리로 노래했다.

"우린 그 뒤로 만나지 못했지요. 그런데 당신을 다시 만나니 반갑네요."

미스 토머스가 말했다.

"당신을 만나서, 이렇게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그러고는 폭풍이 멎었다. 마지막으로 암살자 아저씨의 빗소리와 허먼 E. 캘러웨이의 천둥소리가 천천히 아득하게 잦아들었다. 마치 폭풍이 스러지며 이웃 마을로 흘러가듯이.

이윽고 죽은 듯 침묵이 이어졌다. 나는 대걸레를 놓고 힘차게 박수를 치며 외쳤다.

"와!"

미스 토머스가 일어나서 무릎을 굽히고 몸을 앞으로 숙여 인사했다.

나는 더 크게 박수를 쳤다. 이제야 왜 이 밴드의 이름 뒤에 느낌표가 여섯 개나 붙었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있었다!

(249-253쪽)

 

위에서 밴드의 악기 소리들을 버드가 머물렀던 플린트의 도서관 냄새에 비유하는 문장이 있는데, 번역본을 보니 원문의 취지에 맞지 않게 번역했더라.

원문과 번역문 

All the instruments blended up together and, just like that smell in the library, you couldn't tell which one was your favorite.

모든 악기가 어우러지는 순간, 도서관 냄새가 나는 듯하면서 어떤 소리가 가장 마음에 드는지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251쪽)

여기서 '도서관 냄새가 나는 듯하면서'를 '바로 그 플린트의 도서관에서 났던 냄새처럼'으로 바꾸면 될 듯싶다. 

 

(오래 전에 딴 데 쓴 독서글인데, 버스에서 울면서 봤던 책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여 서재에 옮겨 둔다)

더 재미있는 인생을 살고 더 유능한 거짓말쟁이가 되기 위한 버드 콜드웰의 법칙

제39번 법칙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을 울게 만드는
더 나쁜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제328번 법칙
어떤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서둘러 그 일을 해야 한다. 만약 망설이고 주저한다면
맨 처음 하고자했던 것을 하지 말자며
스스로 단념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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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pped (Paperback, 미국판) - 영화 '플립' 원작 소설
Van Draanen, Wendelin / Ember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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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이의 이야기와 여자 아이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구조인데, 단순하고 말초적인 밀땅이나 묘사되는 로맨스는 아니었다.

줄리아나는 브라이스를 처음 만난 순간 그 파란 눈에 홀딱 반한다. 하지만 브라이스에게 줄리는 그저 성가신 존재일 뿐이다.

그런 브라이스에게 줄리가 남달리 보이기 시작한 것은 외할아버지 덕분이다.

외할아버지는 브라이스에게 플라타너스 나무를 지키기 위해 나무 위에서 버텼던 줄리의 기사를 건네주면서 편견없이 한 번 읽어보라고 한다. 기사에서 줄리는 이런 말을 했다.

"To be held above the earth and brushed by the wind," "it's like your heart has been kissed by beauty." (98)

 

이 신문기사를 나중에 꺼내어 읽으면서 브라이스는 줄리의 다른 면을 깨닫는다.

그리고 점점 줄리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플라타너스 나무 꼭대기에서 먼곳을 바라보는 줄리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브라이스에겐 그 전에 알던 줄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브라이스가 나무 위 줄리 사진을 꿰뚫고 본 '푼크툼'이겠지. 그리고 그것은 줄리가 아빠가 그려준 플라타너스 나무 그림을 꿰뚫고 본 것과 같은 것이다. 줄리아빠는 줄리에게 말한다.

"Proper lighting is everything, Julianna." (34)

 

그리고 그림은 부분을 모두 합한 것 이상이라고 설명한다.

"A painting is more than the sum of its parts," he would tell me, and then go on to explain how the cow by itself is just a cow, and the meadow by itself is just grass and flowers, and the sun peeking through the trees is just a beam of light, but put them all together and you're got magic. (34)

 

브라이스 외할아버지 쳇은 줄리에게 다른 이야기도 해준다. 

He wanted to know about the sycamore tree and seemed to understand exactly what I meant when I told about the whole being greater than the sum of its parts. "It's that way with people, too," he said, "only with people it's sometimes that the whole is less than the sum of the parts." (110)

 

그렇다. 전체가 부분을 합한 것 이상일 수도 있고,

전체가 부분을 합한 것 이하일 수도 있는 것이다.

 

줄리와 브라이스는 딱 이런 아이들이었던 거다.

평범하지만 그 속에는 아름다운 내면을 가진 소녀와,

겉모습(부분)은 아름답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소년.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둘은 이제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브라이스는 줄리의 모든 것을 꿰뚫어 여자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되었고,

줄리는 브라이스의 파란 눈빛을 넘어서서 냉정한 마음으로 남자를 평가하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 알게 모르게 큰 영향을 주고받은 것이다.

브라이스는 더 이상 예전의 브라이스가 아니었다.

 

외할아버지가 브라이스에게 이런 말을 한다.

"Some of us get dipped in flat, some in satin, some in gloss...." He turned to me.

"But every once in a while you find someone who's iridescent, and when you do, nothing will ever compare." (96)

"어떤 사람들은 집에, 어떤 사람들은 옷에, 어떤 사람은 겉치장에 몰두하지...." 할아버지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무지개 빛깔을 내는 사람이 있단다. 그런 사람을 발견하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게 되지." (번역본, 128)

 

 

그밖에 밑줄 친 문장들.

 

Maybe it was all how you looked at it. Maybe there were things I saw as ugly that other people thought were beautiful. (142) - 줄리가 셸리 스톨이 하는 짓이나 외모를 디스하면서.

Mysery loves company. (173) - 브라이스가 '바구니 소년' 경매에 오르기 전 동료들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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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er's Game (Mass Market Paperback, Revised)
올슨 스콧 카드 지음 / Tor Science Fiction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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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개봉하기 전에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오늘 겨우 허겁지겁 (뒤로 가면서 모르는 단어는 찾지도 않고) 다 읽었다.

70년대에 쓴 소설로선 매우 획기적인 설정이었겠다.

 

뒤로 가면서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도대체 진짜 버거들은 언제 나오는 거냐 하면서 짜증을 냈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

텔레비전에서, 인터넷에서, 여기저기에서 봤던 영화 엔더스게임 예고편에 비친 이미지에 자꾸 소설 내용을 대입하게 되니까 때론 해석에 방해도 됐고 어쩔 때는 도움도 되었다.

 

8살 난 어린애가 애늙은이처럼 말하는 게 좀 적응이 안됐지만 탁월한 천재들은 공감이 간다고 하더라.

군사 훈련 장면들은 예비역인 내가 보기에도(공군은 아니었지만) 꽤 실감나게 묘사한 거 같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영화가 소설보다 재미있을 거 같진 않다.

 

 

Mazer Rackham이 엔더에게 한 말이 인상 깊었다.

 

"An enemy, Ender Wiggin, I am your enemy, the first one you've ever had who was smarter than you. There is no teacher but the enemy. No one but the enemy will tell you what the enemy is going to do. No one but the enemy will ever teach you how to destroy and conquer. Only the enemy shows you where you are weak. Only the enemy tells you where he is strong. And the rules of the game are what you can do to him and what you can stop him from doing to you. I am your enemy from now on. From now on I am your teacher." (262-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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