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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홍>
2012-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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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유사>
201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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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傳 5>
2009-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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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의 한국사>
2009-01-29
채홍 - 彩虹 : 무지개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1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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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의 이야기라 자연스럽게 손이 먼저 가 닿는다. 세자빈 봉씨, 순빈봉씨의 이야기라는데, 기존 역사 속 동성애 스캔들을 어떻게 풀어냈을지 사뭇 기대되었다. 예전에 ‘세자빈 봉씨 살인사건’이란 부제의 <훈민정음의 비밀>을 통해 만난 기억이 있는데 가물가물하다. 그리고 다시 <채홍>을 통해 섬세하고도 애틋하게 그려진 그녀를 다시금 만나니,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답답함에 짓눌리고, 왠지 모를 억울함과 설움이 복받쳐 오르는 그녀의 마음, 그리고 오롯이 자신의 삶의 욕망을 가감 없이 살아낸 한 여인을 만나면서, 애써 그 마음의 언저리에서 머물며 내안의 편견과 금기 속에서 다가가지 않으려 애를 썼다. 하지만 금세 나도 모르게 그녀와 한 마음이 되었다. 그저 안타깝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순빈이라 허울에 갇힐 수밖에 없었던 한 여인의 삶이 온정으로 넘치는 아명 ‘난’, 그리고 봉빈이란 새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 사랑으로 넘치는 사랑 그 자체였을 한 사람이었다.

 

언젠가 작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사랑’이 이야기의 화두라고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역시 ‘사랑’이었다. 단지 흔히들 말하는 금기의 사랑이라 할 수 있지만, ‘사랑’이란 것의 마음에 어떤 수식을 붙이든 그 마음속에 담아있는 사랑의 오롯한 실체를 어찌 분류하며 재단할 수 있을까? ‘사랑’에 붙여진 여러 곁가지들 역시 한 나무의 다양한 모습의 일부가 아닐까? 다시금 봉빈, 난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궁극을 보았다고 할까? 또한 사랑이란 이름의 가혹성 속에 감쳐둔 인간의 욕망도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이면서 다른 것이란 생각이 스쳤다.

 

불운의 왕 ‘문종’의 또 다른 일면이 그려졌다. 미처 보지 못하고 생각지 못한 모습일 것이다. 세종의 아들, 앞으로 조선을 이끌 기대주, 하지만 한 사내에게 두 명의 내쳐진 아내가 있었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그간의 문종의 이미지에 균열이 만든다. 사내로써, 남편으로써 아내에게 강요된 예의범절만을 강요하는 것마저 자기모순임을, 두 어깨의 짊어진 조선의 무게에 짓눌린 사내로 비쳐졌다.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할 수 없는 마음이 더욱 도드라져 또한 안타까웠다. 하지만 구중궁궐 속 봉빈의 한없는 외로움과 서러움, 절망으로 봉빈의 애잔한 삶이 더욱 극명해졌다. 욕망의 절제만으로 자신의 책무에 빠져 사는 사내, 그 사내가 풀어낸 훗날 역사의 한 자락이 한걸음에 와 닿아 참으로 아이러니함이 느껴졌다.

 

사랑이란 이름의 욕망과 본능 그리고 사람의 도리라는 범절, 그 절제의 굴레 사이, 그 저울질이 참으로 어려운 그 모든 이, 인간의 깊은 슬픔으로 채워진 이야기가 바로 <채홍>인 듯하다. 봉빈의 삶, 그 사랑이 애틋함으로 물드는 사이사이, 다른 이들의 애잔한 이야기들이 또한 가득 차있었다. 소쌍와 단지, 문종, 김태감, 박나인 등 모든 등장인물의 삶 또한 처절하리만큼 외로움이란 커다란 성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그들 각자 나름의 삶의 이유, 희망을 찾아 배회하였고, 끝끝내 살고자하는 삶의 욕망을 여지없이 불태운 듯 보인다. 태양의 반대편에서 여러 빛깔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채홍, 무지개는 또한 우리의 눈 속에 순수와 열정, 아름다움으로 각인되고는 한다. 왕이라는 태양 빛에 가려졌던 숱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한 여성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낸 <채홍>은 무지개의 의미가 더해지면서 또 다른 ‘사랑’의 궁극을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