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슬픔이 슬픈 채로 끝나지 않기를
오가와 이토 지음, 홍미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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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마음으로 따스함이 스며드는 작가하면 오가와 이토가 떠오른다. 대체로 찾아 읽는 일본소설은 일상의 잔잔한 치유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분명 나의 개인적인 취향일 듯하지만, 많은 이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임에 분명하다. 여러 작가들이 넘쳐나지만  처음 달팽이 식당을 접한 이후로, 신선하면서도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져 주는 느낌이 강하게 남아 '오가와 이토'를 다시 찾게 된다.

 

  관계 속에서 들끓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때가 왕왕 있다. 그런데 오가와 이토는 속삭이는 듯이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 읽는 동안 내 마음마저도 차분하게 훈훈해져 이야기 속 인물들에 쉽게 동화된다. 그리고 그네들처럼 나역시 그러한 삶이 스며들기 바라게 된다. 아프다고 요란 떨지 않으면서 내면과 마주할 수 있는 차분함을.......

 

이번에 읽은 이 슬픔이 슬픈 채로 끝나지 않기를 さようなら, 이 역시 특별한 사건 중심이 아닌, 상처를 갖고 있는 주인공들의 특별(?)하지만 소소한 일상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 상처를 치유해나가고 있다. 솔직히 제목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제목에 걸맞은 이야기가 무엇일지 기대하면서 책을 펼쳤다.

 

이 슬픔이 슬픈 채로 끝나지 않기를 さようなら, 은 세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별개의 이야기들이다. 끝을 맺고서야 뒤늦게 일본어 제목에 눈길이 머문다. 세 가지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것이 바로 사요나라일 것이다. 자신과의 안녕을 고하고 있다고 할까? 상처를 감싸 안은 채 가냘프게 몸부림치던 자신과의  이별! 기나긴 삶의 굴레를 짊어지고 오롯이 혼자인 듯이 움츠러드는 우리들이지만 언제나 손을 내밀며 우리를 보듬어 주는 사람들 속에서 어제의 나와 이별하고 새로운 내일을 꿈꾸게 된다는... 그 끝을 알 수는 없지만

 

모유의 숲, 서클 오브 라이프, 공룡의 발자국을 따라서이렇게 세 편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공룡의 발자국을 따라서는 특히 별스럽지 않아서 오히려 긴 여운을 남겼다.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자살), 오랜만에 만난 중학교 동창을 따라 무계획적인 몽고로의 여행, 낯선 풍경에서 주인공 미미의 불평과 대자연 속에서의 동화 등등 전개되는 이야기는 진정 특별할 것이 없었다. 그저 민민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절로 어딘가에서 들려올 수 있을 공룡의 발자국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고 할까?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 각자 나름의 빛을 발하며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은 아닐지, 누가 더 슬픈지 재 보는 곳이 아니라는 말처럼 모든 이가 나름의 상처를 안고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는 우리들의 특별할 것 없는 삶의 이야기가 고요하게 스며든다.

 

 

 

최근 그녀의 신간이 새롭게 소개되고 있다. 츠바키 문구점절로 기대된다. 벌써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일 것이라는, 이미 일본에서는 드라마로도 방영된 것이라. 그 이야기의 힘은 입증되었으리라. 아무래도 찬바람이 살살 불어오는 요즘에 읽기에 좋은 이야기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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