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자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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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고 담담하게 풀어낸 이야기 속에서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논하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을 꽤나 좋아했다. 아니 쩔쩔맸다. 그리고 어김없이 <도토리자매>도 펼쳐들었다. 하지만 2014년의 나는 그녀의 이야기에 온마음이 얼어붙었다. 더 이상 그녀의 이야기는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전과 다른 느낌에 다시 펼쳤지만, 계속 읽어낼 수 없었다. 그 해의 나는 그랬다. 그리고 2016년 다시 펼쳤다. 정신없이 읽어내다 생각했다. ‘책도 시절인연이 있구나.’라고. 읽은 내내, 마음의 녹아들었다. 그간의 우울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꽤나 차분하면서 따뜻하게 안겨있는 기분이 들었다. 바나나의 글은 내게 항상 소박하고 자연 속의 살뜰한 풍경으로 마음을 훈훈하게 그 무엇이 있었다. 손에 쥐고 있고 싶은 손난로로 다시 돌아와줬다.

 

크든 작든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보통의 우리들에게, 마음 한 자락 나눌, 시시콜콜한 사소한 이야기조차 나눌 누군가가 없는 외로운 우리들에게 선뜻 손을 내밀어준다. 도토리자매, 홈페이지를 열고 누군가가 보내온 메일에 답장을 한다. 그녀들도 알고 있다. 외로운 사람들이 그녀들을 찾아온다고. 외로운 나 역시 그녀들에게 찾아갔나보다. 그래서 그녀들의 진솔한 이야기, 삶의 태도에 마음이 흔들렸다. 빠져들었다. 도토리자매 중 동생 ‘구리코-그녀가 화자이다보니, 그녀의 시선이 전부일 것이다.-’의 삶의 태도가 정말 좋았다. 아니, 감정이입을 제대로 했다. 우울감에 빠졌다고 주변에 소리치고 있었다. 그런데 내 안의 굴속에서 빠져나가고 싶지 않다고 또 외치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 마음을 글로 풀어내고 있어 좋았다. 충분히 내 안의 우울과 씨름하지 않고서는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은 심리, 그럼에도 삶이 두근거리고 설렌다는 그녀의 이야기에 나는 내 삶의 태도를 긍정할 수 있었다.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네. 물론 알고 있다. 소설 속 인물일 뿐이라는 것을. 그런데 우리가 왜 소설을 읽겠는가!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녀들의 삶의 태도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었다. 그럼에도 받은 사랑을 돌려줄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부모를 잃은 슬픔이 아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남편을 잃은 누군가를 위로한다. 마치 불치병을 안고 살아가는 것과 같이 병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들 역시 이곳저곳에서 치이고 밟힐 것이다. 패잔병처럼 지쳐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도토리자매를 만나고 싶다. 그리고 그 누군가에게 도토리자매처럼 스스럼없이 따뜻한 손길을 내밀 수 있는 마음을 지니고 살아가고 싶다. 노력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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