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앨런 베넷 지음, 조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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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제목 자체만으로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독자는 알겠는데,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라? ‘일반적이지 않다’는 수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책소개를 보면, ‘책과 사랑에 빠진 영국 여왕 이야기’란다. 비로소, 그 의미를 알겠다고 하는 순간, 다시금, ‘왜?’라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여왕이니깐? 여왕이라서? 그러나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그런데, 여왕의 자질, 여왕의 위치에서 갖는 의무와 책임을 생각할 때-초반부에 이미 그 특질을 설명하고 있다.-, 곧장 수긍하게 된다.

‘일반적이니 않은’의 숨은 의미를 -실제로 나는 책을 한참 읽은 후에야- 비로소 느끼게 되었다. ‘그 입장, 그 위치라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갖게 되고, 내가 아닌 타인의 입장을 생각해본다. 이것은 바로 우리의 현실에 대입해보았다. 여왕에 버금가는 그 누군가-우리에게 있어 정치인, 유명인 등등-가 어떤 책을 읽는지 매체를 통해 노출될 때, 그 파급력을 생각해본다. 때로 의도된 무엇일 수 있지만, 때론 순수하게 개인이 취향, 즐거움일 수 있을 독서가 대중의 시선과 부딪히고, 그 시선 속 이해-정치, 문화, 사회-관계를 이용하려는 또 다른 시선들이 얽히고설키면서 벌어지는 일화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마음을 끌었던 것은 다른 것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자주 책장을 덮고, 책을 내려놓게 되었다. 여왕의 생각, 말을 통해 뱉어지는 책에 대한 단상(?)을 담은 한 문장들은 나를 멈춰 세웠다. 그저 내침걸음으로 내달릴 수가 없었다. 펜을 들어 메모를 하고, 나 역시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여왕의 이야기 속에 바로 내가 투영되었다. 그녀의 일련의 변화들과 그 변화를 둘러싼 사소하지만 커다란 갈등들은 이미 내가 경험했던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였다.

여왕은 책의 마력에 빠져들게 되면서 기존의 많은 일상이 조금씩 시들해지고, 책에 더욱 몰두하게 된다. 나 역시 한때는 그런 변화를 겪기도 하였고, 그러다가 지난 몇 달 동안 아예 책을 펼치기는커녕 책과 등을 돌린 채 지냈다. 그러다 우연히 이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를 펼치게 되었는데,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기존 책과 비교하면 아주 얇은 책이다. 아주 가볍다. 하지만 그 유쾌한 이야기는 진중한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책과 나의 관계, 그리고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책을 좋아하는 이유, 그리고 함께 책을 읽으면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 누군가의 존재 등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여왕에게 있어, ‘노먼’의 존재, 그리고 노먼의 부재 등등을 통해 겪게 되는 여왕의 변화가 나의 변화였다. 때론 다른 일들은 나몰라라 내팽개치고 책에 빠져들 때의 희열, 그것을 함께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울 때의 열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리고 어떤 책을 읽어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 조언해줄 수 있는 ‘노먼’같은 존재가 내겐 누구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를 읽으면서 책과 소원했던 지난 공백기, 나 삶이 어떠했는지 뚜렷히 눈에 들어왔다. 다시금 손끝이 간질간질, 어떤 책부터 읽어야할지 마음이 급해진다. 과연 어떤 책을 이끌어줄지 나역시 궁금해진다.

또한 책이 주는 일상의 풍요로움이 배가되었다. 내게 있어, 책이 얼마나 일상의 활력소같은 존재인지 자명해지는 순간이었다. 책 읽는 그 행위 자체의 즐거움만으로도 책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고, 그래서 우리들은 책을 읽을 당위성이 생긴다. 그 누구보다도 바쁜 여왕이 책에 빠졌다. 시간이 없어 책을 읽지 못한다? 과연 정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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