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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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나는 왜 책을 읽고 있는가?’ 다시 한 번 스스로 되묻는 시간이었다. 다른 이와의 공감, 미처 내가 알지 못하고 있던 ‘책’에 대한 단상, 사색을 나누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책 읽기의 가장 궁극의 목적은 아무래도 ‘변화’에 대한 소망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삶을 바꾸는 책 읽기> 그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지, 스스로 어떤 이야기일지 재단해보기도 했다. 그 변화의 중심에 나 역시 ‘책’을 가까이하고 있지만 그에 비례하여 항상 목이 마르고 배가 또한 고프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허기의 근원이 무엇인지 묻게 되었고, 책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돌이켜 보았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는 독서 경진 대회 같은 것이 있어, 그것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였다. 그런데 그 시절 읽었던 많은 동화책들의 이미지와 가치가 불시에 나의 선택을 저울질하는 어떤 작용을 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머리가 굵어졌을 딱 이맘때, 고3이 되기 직전이었다. 몇 주를 나는 문제집이 아니라면 어떤 책이라도 좋다며 정신없이 펼쳤다. 그렇게 현실에서 도망칠 수 있는 도피처로서의 책이 내게 가까이 있었다. 불안, 두려움 등등의 마음들을 제대로 다스릴 수는 없었지만, 분명 고3이 되면서 찾아온 후회로 나름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과연 나는 왜 책을 읽는 것일까? 다시금 책을 즐기기 시작한 것은 그저 목적 없이 ‘심심풀이 땅콩’같은 것과 허영심이 내재하고 있었다. 그냥 시간을 때울 무언가가 필요한 정도라고 할까? 그리고 학창시절에도 하지 않았던 반항을 뒤늦게 하면서, 오히려 책과 씨름하기 시작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흔히들 말하는데 한창 좌절과 비관의 시간을 헤매고 있을 때, 내겐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 어느 곳에도. 그리고 책을 펼쳐 물었다. 진정 책 속에 길이 있는 것이냐? 아니 그 길은 무엇인가? 그렇게들 입버릇처럼 말하는 책의 유용성, 그 가치에 대해 절실하게 의문을 품었다. 그 어떤 삶의 돌파구도, 도피처도, 해결책도 될 수 없는 그저 종이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더욱 책에 매달렸다. 그나마 매달릴 수 있는 것이 책이었던 것일까?

 

그것이 어떤 변화일지언정, 나는 어떤 변화의 필요성을 간절히 원할 때, 책보다 쉽고, 편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나와는 궁합도 잘 맞고, 그리고 이미 책이 가진 마력을 온몸으로 느끼며 긍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든 작든 책에서 느꼈던 긍정의 에너지를 삶에서 찾고 싶어, 움직이고 행동하게 된다. 책을 읽다보면, 그저 책에만 갇히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다시금 길을 떠날 수 있는 마음밭을 다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자꾸만 외면하고 싶은 바로 삶, 그리고 사람을 향한 길 위인 것이다. 마음이 한없이 말랑말랑 유해지고, 비극의 순간에도 삶의 열의에 들뜨는 생의 힘이 불끈 솟기에 자꾸만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그만큼 더 많이 욕망하게 된다는 것!

 

<삶을 바꾸는 책 읽기>을 읽으면서 책이 던지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해보았다. 작가가 풀어놓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내가 미처 표현하지 못해 혀 끝에 달려있는 책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금 마음에 새겨보았다. 또한 숨은 비법을 몇 가지를 취해보기로 했다. 책을 벗하며 내가 가고자 하는 길 위에서 덜 헤매고 싶고, 헤매더라고 다시금 돌아올 수 있는 용기를 얻고, 그래서 조금은 ‘그렇게 살아도 되는 삶’으로 충만하고 싶은 마음으로 2013년을 여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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